책 읽는 고양이 고고 선생 1 - 독서가 만만해지는 비결을 알려 주마 책 읽는 고양이 고고 선생 1
김지원(책꿈샘) 지음, 차야다 그림 / 길벗스쿨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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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 읽기엔 영 자신 없던 시후가 나이가 300살이나 되는 고고 선생의 독서 교실을 다니며 조금씩 독서의 재미를 알아가는 과정이 재미있게 그려진 책 [책 읽는 고양이 고고 선생 1. 독서가 만만해지는 비결을 알려주마]를 아이와 함께 읽어보았습니다.

1. 재치 있는 설정

고고 선생의 첫 수업인 책 종류 구분하기에서 실제 유명한 책들을 살짝 비틀어 그린 장면들이 나오는데요. 아이가 보자마자 "엄마, 이거 그 책 아냐?"라며 단번에 알아보고 깔깔 웃더라고요. 원래 어떤 책이었는지 궁금해하며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지는 걸 보면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책이랑 가까워질 수 있게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 관계와 성장이 담긴 이야기

단순히 독서법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책을 잘 읽지 못한다고 놀리던 친구 승민이에게 사과를 받고 화해하는 과정이 담겨 있어 좋았습니다. 아이가 학교생활에서 겪을 법한 갈등과 해소 과정이 녹아 있어서 학습적인 부분 외에도 따뜻한 정서가 느껴졌습니다. 주인공 시후가 독서를 통해 자신감을 얻고 친구와의 관계까지 단단해지는 모습을 보며, 책 읽기가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아이의 내면을 성장시키는 통로가 될 수 있구나 생각하게 되었어요.

3. 바로 활용 가능한 독서 비결과 워크북

책 속에 나오는 고고 선생의 비결들이 꽤 실용적이라 집에서 바로 적용해보기 좋습니다. 특히 부록으로 담긴 워크북이 아주 알차서 마음에 들었어요. 읽을 책 목록 아이가 다음 시리즈나 관심 있는 책을 미리 적어두게 하면 다음 독서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효과가 있을 것 같아요. 30일 독서 챌린지 표도 아주 유용해보이는데요. 3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은 시작도 전에 겁부터 내기 마련인데, 하루에 10페이지씩 한 달이면 다 읽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니 이 정도면 해볼 만할 것 같은 자신감을 아이에게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독서 습관을 잡아주고 싶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이라면 아이와 함께 같이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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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개의 포춘쿠키 - 사람은 스스로를 찾기 위해 길을 잃어봐야 한다
오봉환 지음 / 아티서원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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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프러포즈 대신 이별을, 기대했던 해외 지사 발령 대신 사내 정치의 쓴맛을, 그리고 어머니의 조발성 치매 진단까지. 삶의 모든 축이 한꺼번에 흔들리는 인생의 기로에서, 지수가 선택한 것은 길을 잃어보는 용기였습니다. 친구의 소셜 미디어에서 본 포춘쿠키의 메시지 "사람은 스스로를 찾기 위해 길을 잃어보아야 한다"를 이정표 삼아 떠난 1년간의 세계 여행. 계획되지 않은 우연 속에서 지수는 어떤 기적을 마주하게 될까 궁금해졌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지수의 발목을 잡은 건 두려움이었습니다. 자신이 떠난 사이에 엄마의 기억이 신기루처럼 사라지면 어쩌나 걱정하는 딸에게 엄마는 오히려 단단한 용기를 건넵니다.


엄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이 가혹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지수의 마음. 누군가는 지수를 이기적이라 말할지 모르지만,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오히려 그 선택을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딸이 한 번쯤 세상 밖으로 나가 스스로를 찾는 시간을 갖는 것, 그리고 그 여정을 통해 언젠가 혼자서도 삶을 살아낼 힘을 얻게 되는 것. 그것만큼 다행인 일도 없을 테니까요.

네팔에서 만난 사람 역시 지수에게 '때로는 도망쳐야 할 때가 있다'라며 위로를 건넵니다. 작은 로지에서 마주한 소박한 음식 한 그릇은 지수에게 더 좋은 직장과 넓은 집이 행복의 절대 조건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했고, 그 순간만큼은 세상의 모든 짐이 내려지는 듯한 평온을 찾게 됩니다.

네팔에서 산사태를 만나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지수는 텐진 스님의 도움으로 구조되고, 그에게 받은 포춘쿠키를 인도의 갠지스 강 앞에서 열어봅니다.


물은 얼음이 되어도 물이고, 증기가 되어도 물이다. p.150


엄마가 기억을 잃어도 엄마는 여전히 엄마라는 사실. 딸이 엄마를 기억하고 함께 쌓아온 시간이 내 안에 살아 숨 쉬는 한, 엄마라는 존재는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형태가 변해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 물처럼, 그들의 사랑 또한 소멸하지 않음을 지수는 비로소 깨닫습니다.

이후 지수는 준현을 만나 여정을 함께하게 됩니다. 몽골의 사막을 여행하며 그녀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나의 상실과 상처, 미래에 대한 두려움조차 나만의 고통이 아니라 인류라는 거대한 강물을 흐르는 수많은 물방울의 공통된 무게임을 알게 된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자연스럽게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가 떠올랐습니다. 싯다르타가 강물을 보며 사랑과 고통이라는 삶의 모든 순간이 결국 하나의 진리임을 깨달았듯, 지수 역시 자신의 고통이 거대한 흐름의 일부임을 받아들입니다. 부모의 곁을 떠나 자신만의 삶을 직접 경험하고 선택하려는 인간의 영원한 의지는 시대를 넘어 반복되는 숙명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 여행지에서 어떤 포춘쿠키를 발견할지, 다음 행선지는 어디일지 상상하는 과정은 마치 퇴사 후 여행 유튜버로 전업한 이의 여정을 따라가는 듯한 흥미를 주었습니다. 특히 각 장마다 QR코드를 통해 여행지의 실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 소설을 읽고 있으면서도 현실의 여정을 함께 걷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비록 한국으로 돌아온 뒤 지수가 내린 마지막 선택에 전적으로 공감하기는 어려웠지만, "얼음이 되어도 물이고 증기가 되어도 물"이라는 메시지를 반추해 보면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준현과 함께하든 그렇지 않든, 그들의 사랑은 이미 본질로서 이어져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인생이라는 긴 여행에서 우리는 누구나 길을 잃습니다. 이 책은 길을 잃는 일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방향을 찾기 위한 과정임을 일러주었습니다. 삶의 방향을 잠시 잃었다고 느끼는 분들, 혹은 다시 나 자신을 찾고 싶은 분들께 [열두 개의 포춘쿠키]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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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 - 삶을 통과하는 깨달음의 여정
헤르만 헤세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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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 인생 책인 싯다르타를 이번에 신동운 번역가의 판본으로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번역가에 따라 문장의 질감이 달라지곤 하는데, 이번 판본은 흐름이 매끄러워 싯다르타의 여정에 온전히 몰입하기 좋았습니다. 이번에 책을 다시 읽으면서는 싯다르타와 고빈다의 서로 다른 구도 방식 위주로 살펴보았습니다.

싯다르타가 고난의 강을 건너며 스스로 깨우친 자의 길을 개척한다면, 고빈다는 평생 교리를 경청하며 정답을 추구하는 전형적인 구도자의 모습을 보입니다. 세존의 가르침에 귀의하기로 결심한 고빈다는 싯다르타에게 열의에 찬 목소리로 묻습니다.


싯다르타, 내가 자네를 꾸짖을 자격은 없지만,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네.

우리는 함께 세존을 뵈었고 그 교훈을 들었지.

그런데 나는 그 가르침에 귀의했는데,

자네는 어찌하여 잠자코 있는가?

해탈의 길을 걷기 싫단 말인가? 주저하는 건가?

아니면 더 두고 보려는 건가?

p.49


고빈다의 이 질문은 지식과 교리에 의존하는 자의 조바심을 대변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면 싯다르타는 동요 없이 고빈다의 선택을 존중하며 그가 열반에 이르기를 진심으로 축원합니다. 세존과는 치열한 논리를 주고받던 그가, 정작 가장 가까운 친구인 고빈다에게는 자신의 통찰을 강요하지 않고 침묵을 택한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싯다르타가 세존의 설교를 듣고 내린 결론은 지식은 전달할 수 있지만, 지혜는 전달할 수 없다, 해탈은 배워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을 싯다르타가 고빈다에게 아무리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해도, 그것은 고빈다에게 또 다른 교리나 지식이 될 뿐입니다. 싯다르타는 스스로 경험하고 깨지지 않는 한, 타인의 말로는 결코 해탈에 이를 수 없음을 알았기에 굳이 입을 열어 논쟁을 하지 않은 것이겠지요.

어느새 노인이 된 고빈다는 여전히 불안함과 구도하는 마음을 내려놓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그는 배를 태워주던 싯다르타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에게 다시금 구도에 관해 묻습니다. 싯다르타는 자신의 사상을 일부 들려주지만, 고빈다는 여전히 그것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싯다르타는 마지막으로 전혀 다른 방식을 택합니다. 자신의 이마에 입맞춤을 해보라고 권하는 순간, 고빈다는 말로는 닿지 않던 세계를 한순간에 경험하게 됩니다. 수많은 형상과 생의 흐름이 겹쳐지며, 그가 평생 붙잡고자 했던 진리가 비로소 감각으로 스며듭니다. 결국 고빈다가 도달한 깨달음은 긴 설명이나 논리를 통해 얻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말이 아닌 순간, 지식이 아닌 체험을 통해 다가온 것이었습니다.

평생 정답을 찾아 헤맨 고빈다의 조바심조차 따스하게 품어 안은 싯다르타의 미소를 보며, 타인을 바꾸려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태도를 배우고 싶어졌습니다. 다시 읽으니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장면과 마음들이 또렷하게 다가왔습니다. 역시 고전은 여러 번 곁에 두고 읽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작품이 어렵다고 생각해오신 분들께 이 책은 한 번쯤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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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게 - 내가 버린 플라스틱부터 어선이 버린 폐그물까지, 바다를 쓸고 닦는 십대 이야기
공주영 지음, 김일주 그림 / 주니어태학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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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바다를 떠다니는 각종 쓰레기 때문에 해양 생물들이 고통받는 영상은 이제 우리에게 그리 낯선 장면이 아닙니다. 수십 년째 반복되어 온 문제지만 현실은 좀처럼 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과연 국가나 기업이 아닌 개인, 그것도 십대 청소년들이 이 거대한 해양 오염 문제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그리고 우리가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은 무엇일지 생각해 보며 [파도가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게]를 읽어보았습니다.


책의 1장 어업의 비밀에서는 충격적인 사실을 마주했습니다. 한국에서 사용된 통발이 무려 하와이까지 흘러가, 하와이의 상징이자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하와이몽크물범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기존에 플라스틱이나 비닐이 바다를 떠돌며 쓰레기 섬을 만들고, 미세 플라스틱을 먹은 동물들이 죽어간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쓰레기의 출처를 추적할 수 있을 만큼 원형 그대로 먼바다까지 흘러가 다른 국가의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은 미처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책장을 넘기는 내내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책에는 해마의 꼬리에 마스크가 걸려 괴로워하는 모습이나, 앨버트로스가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 새끼에게 먹이는 장면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특히 플라스틱 때문에 새끼와 짝을 모두 잃은 앨버트로스의 이야기가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인간이 일일이 손을 내밀 수 없는 그 넓은 바다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생명이 조용히 사라지고 있을까요? 아이도 앨버트로스 이야기를 읽으며 “새들이 너무 불쌍하다"라고 여러 번 말하더라고요.


2장부터 4장까지는 십 대 청소년들이 직접 환경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놀라운 사례들이 소개됩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멜라티와 이사벨 자매가 시작한 ‘잘 가 비닐봉지’ 캠페인, 그리고 네덜란드의 청년 보얀이 해양 쓰레기 수거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된 이야기가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며 관련 영상과 기사도 찾아보았는데,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꾸기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선 청소년들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우리 아이들이 당장 거창한 프로젝트나 캠페인을 시작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2장에서 지민이와 준현이가 친구들과 환경 동아리를 만들어 플로깅을 실천하는 이야기가 무척이나 현실적이고 유용하게 다가왔습니다. 어른들보다 이 지구에서 살아갈 시간이 훨씬 더 긴 아이들이 오히려 앞장서 지구를 지키려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니, 미안하면서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책을 다 읽은 후, 바다 여행을 갈 때 쓰레기를 줍는 작은 활동을 해보자고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당장 세상이 눈에 띄게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비닐봉지 사용을 줄이고 길가의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가지 않도록 먼저 주워 올바르게 분리배출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려 합니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한 번의 행동이 또 다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작은 실천들이 모여 언젠가는 바다가 지금보다 조금 더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아이와 함께 환경 보호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싶은 부모님, 그리고 내가 지구를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모든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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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의 쓸모없음에 관하여
지웅배(우주먼지) 지음 / 쌤앤파커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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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얼마 전 [모든 것은 별에서 시작되었다]라는 책날개에서 우주먼지 지웅배님의 추천사를 읽었습니다. 이분이 어떤 분일까 궁금해 유튜브를 검색해 보니, 가끔 보던 과학 채널에서 보았던 천문학자시더라고요. 마침 제목부터 파격적인 [천문학자의 쓸모없음에 대하여]라는 과학 에세이를 출간하셨다는 소식에 호기심을 안고 책장을 넘겼습니다. 저자는 1장 쓸모없음에 대한 자백에서 꽤 솔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당장 기술을 발전시키거나 경제적 성과를 내놓지 못하는 기초과학, 그중에서도 천문학이 대체 어떤 쓸모가 있을까 하는 고민입니다. 빠른 결과와 눈에 보이는 효율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이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조급해하지 않습니다. 역사적으로 그래왔듯이, 지금 당장은 적당한 쓸모를 찾지 못할지라도 수백 년 뒤에는 분명 인류에게 꽤 괜찮은 가치를 선사할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습니다. 천문학에 관한 저자의 단단한 믿음이 느껴지는 대목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쩌면 천문학의 쓸모는 우리의 시야를 넓히는데 있는 건 아닐까 하고요. 우리는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지만, 천문학이 다루는 시간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깁니다. 그 긴 시간 앞에 서면 지금의 고민과 경쟁이 조금은 다르게 보입니다. 광대한 우주의 시간 속에서 찰나를 사는 우리의 미미한 존재를 겸허히 인정할 때, 타인과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지금보다는 유연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다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4장 기적에 대한 면역력 파트였습니다. 천문학자들을 오랫동안 괴롭히는 기적적 현상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우리 우주가 지나칠 정도로 완벽하고 아름답다는 점이라고 합니다. 인간과 같은 지적 생명체를 탄생시킨 우주는 일반인인 제가 생각해도 어쩌면 완벽한 것이 아닐까 생각을 했거든요. 하지만 저자는 단호하게 선을 긋습니다. 우주는 우리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우리는 우주의 물리 법칙이 흘러가는 과정에서 우연히 등장한 존재일 뿐이라는 것이지요. 우주가 우리를 의식하고 있다는 생각은 지나친 착각이며, 저자는 이를 천문학적 나르시시즘이라고 명명합니다. 조금은 차갑게 들리지만, 곱씹을수록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삶이 하찮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우주가 우리를 위해 준비된 무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 지구와 곁에 있는 생명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더 또렷하게 느껴집니다. 당연해서 소중함을 잊고 살았던 것들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힘, 그것이 천문학이 주는 선물처럼 느껴졌습니다. 천문학자는 결코 쓸모없는 사람이 아닙니다. 속도와 효율을 앞세우는 세상에서,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조용히 묻는 사람. 인간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생각을 잠시 내려놓게 하는 사람. 덕분에 우리는 조금 더 넓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가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내가 우주의 일부라는 사실을 떠올려보는 것. 그 작은 생각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오늘을 조금 더 아끼고, 이 세계를 조금 더 소중히 대하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우주는 우리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우주가 우리를 의식하고 있다는 생각은 지나친 착각이다.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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