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개의 포춘쿠키 - 사람은 스스로를 찾기 위해 길을 잃어봐야 한다
오봉환 지음 / 아티서원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프러포즈 대신 이별을, 기대했던 해외 지사 발령 대신 사내 정치의 쓴맛을, 그리고 어머니의 조발성 치매 진단까지. 삶의 모든 축이 한꺼번에 흔들리는 인생의 기로에서, 지수가 선택한 것은 길을 잃어보는 용기였습니다. 친구의 소셜 미디어에서 본 포춘쿠키의 메시지 "사람은 스스로를 찾기 위해 길을 잃어보아야 한다"를 이정표 삼아 떠난 1년간의 세계 여행. 계획되지 않은 우연 속에서 지수는 어떤 기적을 마주하게 될까 궁금해졌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지수의 발목을 잡은 건 두려움이었습니다. 자신이 떠난 사이에 엄마의 기억이 신기루처럼 사라지면 어쩌나 걱정하는 딸에게 엄마는 오히려 단단한 용기를 건넵니다.


엄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이 가혹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지수의 마음. 누군가는 지수를 이기적이라 말할지 모르지만,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오히려 그 선택을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딸이 한 번쯤 세상 밖으로 나가 스스로를 찾는 시간을 갖는 것, 그리고 그 여정을 통해 언젠가 혼자서도 삶을 살아낼 힘을 얻게 되는 것. 그것만큼 다행인 일도 없을 테니까요.

네팔에서 만난 사람 역시 지수에게 '때로는 도망쳐야 할 때가 있다'라며 위로를 건넵니다. 작은 로지에서 마주한 소박한 음식 한 그릇은 지수에게 더 좋은 직장과 넓은 집이 행복의 절대 조건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했고, 그 순간만큼은 세상의 모든 짐이 내려지는 듯한 평온을 찾게 됩니다.

네팔에서 산사태를 만나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지수는 텐진 스님의 도움으로 구조되고, 그에게 받은 포춘쿠키를 인도의 갠지스 강 앞에서 열어봅니다.


물은 얼음이 되어도 물이고, 증기가 되어도 물이다. p.150


엄마가 기억을 잃어도 엄마는 여전히 엄마라는 사실. 딸이 엄마를 기억하고 함께 쌓아온 시간이 내 안에 살아 숨 쉬는 한, 엄마라는 존재는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형태가 변해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 물처럼, 그들의 사랑 또한 소멸하지 않음을 지수는 비로소 깨닫습니다.

이후 지수는 준현을 만나 여정을 함께하게 됩니다. 몽골의 사막을 여행하며 그녀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나의 상실과 상처, 미래에 대한 두려움조차 나만의 고통이 아니라 인류라는 거대한 강물을 흐르는 수많은 물방울의 공통된 무게임을 알게 된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자연스럽게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가 떠올랐습니다. 싯다르타가 강물을 보며 사랑과 고통이라는 삶의 모든 순간이 결국 하나의 진리임을 깨달았듯, 지수 역시 자신의 고통이 거대한 흐름의 일부임을 받아들입니다. 부모의 곁을 떠나 자신만의 삶을 직접 경험하고 선택하려는 인간의 영원한 의지는 시대를 넘어 반복되는 숙명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 여행지에서 어떤 포춘쿠키를 발견할지, 다음 행선지는 어디일지 상상하는 과정은 마치 퇴사 후 여행 유튜버로 전업한 이의 여정을 따라가는 듯한 흥미를 주었습니다. 특히 각 장마다 QR코드를 통해 여행지의 실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 소설을 읽고 있으면서도 현실의 여정을 함께 걷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비록 한국으로 돌아온 뒤 지수가 내린 마지막 선택에 전적으로 공감하기는 어려웠지만, "얼음이 되어도 물이고 증기가 되어도 물"이라는 메시지를 반추해 보면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준현과 함께하든 그렇지 않든, 그들의 사랑은 이미 본질로서 이어져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인생이라는 긴 여행에서 우리는 누구나 길을 잃습니다. 이 책은 길을 잃는 일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방향을 찾기 위한 과정임을 일러주었습니다. 삶의 방향을 잠시 잃었다고 느끼는 분들, 혹은 다시 나 자신을 찾고 싶은 분들께 [열두 개의 포춘쿠키]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