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 위의 세계 - 지리 선생님이 들려주는 세계의 식량
전국지리교사모임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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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취미가 베이킹인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밀가루 가격이 말도 안 되게 오르는 것을 체감하였다. 밀가루 값 상승은 빵, 과자, 라면 등 각종 가공식품의 가격을 끌어올렸고, 먹거리 물가가 전반적으로 인상되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이처럼 세계화된 우리의 식탁에는 다양한 국가, 기업체에서 생산된 식재료들이 올라오고 있기에, 각 지역의 전쟁, 가뭄, 전염병 등의 이슈로 인한 영향을 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에 읽게 된 [접시 위의 세계]라는 책은, 국가별로 어떤 식재료들이 주로 생산이 되고 어떻게 공급이 되는지, 생산 및 공급 과정에 있어 법적, 윤리적 문제는 없는지, 미래의 식량작물은 어떤 모습일지 등에 대해 자세히 그리고 어렵지 않게 설명해 준다. 덕분에 이 책을 통해 음식에 대해 더욱 깊이 있는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물론,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식탁이 곧 세계의 축소판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책에서 가장 먼저 인상 깊었던 부분은 쌀과 밀의 특성을 비교하며 그 작물이 어떻게 그 지역의 정치, 사회, 문화에까지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쌀은 공동체 문화를, 집단 노동이 불필요한 밀은 독립적인 문화를 발달시켰다는 내용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어떤 관점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역사를 이토록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다음으로 초콜릿 산업에 드리운 불법적인 아동 노동에 관한 이야기 역시 인상 깊었다. 카카오는 주로 서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에서 생산되는데, 주변 국가에서 아동을 납치해 무급으로 일하게 하고, 도망가지 못하도록 숙소에 가두는 등 각종 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다고 한다. 네슬레, 허쉬 등 글로벌 식품 기업들은 원료비를 줄이기 위해 카카오 가격을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거래하려 하고, 카카오 농장주들은 가격 조건을 맞추기 위해 노동비를 절약하고자 아이들에게 가혹한 노동을 시킨다는 것이다. 


특히, 2천원짜리 초콜릿을 소비자가 구매할 때 3%인 겨우 60원이 생산자에게 돌아갈 정도로, 초콜릿을 먹는 소비자 모두가 어쩌면 아동 노동 착취로부터 이익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구절이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접시 위의 세계]는 문제 제기에서만 끝을 내지 않고 이 문제의 해답으로 공정무역이란 개념을 제시한다. 농부와 아이들을 착취하지 않고, 환경 생태계를 해치지 않은 올바른 과정을 거친 음식이야말로 진정으로 좋은 음식이며, 그런 음식을 먹는 것이 결국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행위라고 설명은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덕분에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윤리적이며 현명한 소비를 위해 우리가 먹는 음식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쌓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우리가 단순히 음식을 소비하는 존재가 아니라, 생산 과정과 연결된 책임감 있는 주체임을 일깨워 주었다. 마지막으로 작물과 관련된 전쟁, 지속 가능한 식량, 미래의 식량 작물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각 장마다 우리에게 끊임없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따라서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포함하여, 식량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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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나무, 손수건, 그리고 작은 모자가 있는 숲 열다
로베르트 발저 지음, 자비네 아이켄로트 외 엮음, 박종대 옮김 / 열림원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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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숲을 산책하며 글을 쓰는 사람, 로베르트 발저. 그의 글을 읽는 내내 다양한 숲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다. 그는 짧은 시, 긴 산문을 통해 숲의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숲을 사랑한 한 작가의 깊은 사유가 담긴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을 나눠보고자 한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하이덴슈타인'에 대한 산문이었다. 저자가 자주 거닐던 아름다운 전나무 숲속에는 '하이덴슈타인'이라는 거대한 화강암 바위가 있다. 저자는 이 영원한 바위를 보며 '너는 진정 살아있나?'라고 묻는다. 스러지지 않는 존재, 생각과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운 존재인 하이덴슈타인은 인간이 겪는 취약함이나 한정된 시간 따위에 구애받지 않는 완벽한 존재처럼 보인다. 


그러나 바로 그 유한함과 허약함이야말로 인간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 아닐까? 저자는 돌의 완벽한 상태를 찬양하면서도, 과연 그러한 존재를 '살아있다'라고 할 수 있냐며 우리에게 의문을 던진다. 결국 인간에게 주어진 유한의 시간, 인간이 가진 생각이나 감정의 허약함이야말로 '살아있음'의 증거라는 깨달음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숲을 산책하며 흔하게 보는 바위를 통해, 과연 진정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니, 책을 읽으며 그의 깊은 성찰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 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숲의 축제 1'이다. 저자는 '숲의 축제 1'에서 숲에서 열린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을 묘사한다. 대도시의 축제처럼 화려하지는 않아도 숲속에서 열리는 축제이기에 훨씬 푸르렀다는 구절에서도 숲에 대한 그의 애정을 다시 느낄 수 있다. 그는 '행복하다는 것은 아마 세상에서 가장 영리한 일일 것이다'라고 말하며 '일상의 즐거움을 무시하지 마라'라고 주문한다. 


그러나 그 뒤에 바로 이어지는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국기 색도 흰색과 붉은색이 아니던가 '라는 문장은 연결이 잘 되지 않고 마치 문장이 뚝 끊기는 것처럼 느껴져 그의 의도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았다. '행복하다는 것은 아마 세상에서 가장 영리한 일 일 것이다'는 문장에서 '영리함'은 단순히 머리가 똑똑하다는 뜻이 아니라, 삶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지혜를 가진 것을 의미한다. 즉, 일상의 즐거움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영리한 일인 것이다. 하지만 일상의 즐거움, 행복을 말하면서 갑자기 스위스의 국기를 예로 든 이유는 무엇일까?  신체적 평온함을 의미하는 '건강한 것'과 정신적 평온함을 뜻하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처럼 서로 다른 두 가지 요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상태를 시각적으로 가장 잘 표현하는 대상으로, 붉은색과 흰색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스위스 국기를 예로 든 것이란 생각을 하였다. 


'숲의 축제 1'에서 그는 키스를 하는 연인 근처에 있던 한 청년을 향해 "당신은 고독을 좋아하시나봐요" 라고 말을 걸지만, 청년을 그를 바라보며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 나는 여기서 그 청년이 로베르트 발저 본인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는 평생 독신이었고, 일정한 직업과 거처가 없는 외로운 삶을 보냈다. 나무에 기대어 홀로 서 있는 청년의 모습은 바로 이러한 발저의 고독한 내면을 표현하는 상징 같다. 하지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는 부분에서, 한 편으로 언어로 표현해 낼 수 없는 그의 깊은 내면을 추측하게 되었다. 어쩌면 그 깊은 내면이 있었기에 이처럼 아름다운 사유와 글을 남길 수 있었을 것이다.


로베르트 발저는 유한한 시간 아래 우리가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그는 숲과 같은 평온함 속에서 일상의 즐거움을 소중히 여기라고 말한다. 덕분에 사랑하는 사람과 건강하게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온전히 느껴야겠다는 다짐을 할 수 있었다. 삶의 의미를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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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게무의 여름 - 제73회 소학관 아동출판문화상 수상작, 제71회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 수상작 다산어린이문학
모가미 잇페이 지음, 마메 이케다 그림, 고향옥 옮김 / 다산어린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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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4학년 여름방학을 최고로 보내자는 목표 아래 천신 마을 탐험을 나서는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표지의 파란 하늘과 푸른 들판만 봐도 이들의 모험이 자연과 함께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아무 데서나 벌렁 눕는 슈, 가장 겁이 없는 야마, 근위축증을 앓고 있는 가쓰, 그리고 아킨 이렇게 네 명이 함께하는 모험이 시작된다. 책 소개 글에 적힌 "가쓰에게 보통인 것은 우리 셋에게도 보통이었다."라는 문구를 보고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근위축증을 앓고 있는 친구인 가쓰를 위해 모두들 가쓰의 집으로 자연스레 모이고, 가쓰와 외출을 할 때 가쓰가 느리게 걷더라도 친구들은 그것이 가쓰의 최선임을 알고, 아무도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거나 가쓰를 구박하지 않는다. 가쓰 역시 본인이 느리게 걷는 것에 대해 미안해하지 않는다. 그저 가쓰는 다소 느리게 걷는 것이 특징인 친구 그 자체로 함께 하는 것이다. 다소 느릴지언정 스스로 할 수 있다면 친구들의 도움을 부탁하지 않는 가쓰, 그리고 가쓰가 부탁하지 않는다면 굳이 친구들이 나서서 도움을 줘야 한다고 여기지도 않는 모습에서,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진정한 우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배려는 특별한 행위가 아닌 일상적인 공감과 이해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아이들은, 젊은 시절 곰을 업어치기 하여 쫓아내 본 적이 있다는 센키쓰 아저씨 집에 몰래 들어가서 아저씨가 정말 병아리를 잡아먹는 사람인지 알아보기도 하고, 천신 다리 위에서 강으로 뛰어내리는 의식을 치르기도 하고, 천 살이나 먹은 거대한 요괴 침엽수를 보러 깊은 산으로 들어가 보기도 한다. 시골 아이들의 모험은 어찌 보면 그리 특별할 게 없지만 어린 시절 느꼈던 순수한 즐거움이란 이런 것이었지 하며, 나의 어린 시절을 회상케 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일러스트를 보며 아이들의 발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함께 천신 마을을 누비는 듯한 생생함이 느껴진다. 모든 모험이 다 재미있지만 요괴 침엽수를 찾아 나선 모험이 가장 인상 깊었다. 가파른 길을 올라갈 수 없는 가쓰를 위해 아이들은 손으로 미는 작은 외바퀴 수레를 빌려와 가쓰를 앉힌 채 모험에 나선다. 어린아이들이다 보니 수레를 잘 끌지 못해 가쓰를 몇 번이나 떨어뜨리게 되는데, 바닥을 엉금엉금 기어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가쓰를 보며 속으로는 다소 놀랐지만, 가쓰는 어떻게든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친구라는 걸 알기에 아무도 손을 내밀거나 부축해 주지 않는다. 그저 다친 데는 없냐고 물어보고, 가쓰는 불사신이라고 말할 뿐이다. 넘어지고 일어서는 가쓰의 모습과 이를 지켜보는 친구들의 의연한 태도는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장애가 친구 사이에 있어 어떤 제약도 되지 않는, 진정한 동행의 의미를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서로를 믿고 지지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깊은 유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힘겹게 오른 산등성이에 서 있는 침엽수를 보며 감탄하던 아이들은 침엽수의 밑동에 있는 동굴에 누워, 성공적인 모험을 해낸 것을 만끽하며 어른이 되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이야기한다. 세계를 다니면서 땅에 누워 보고 싶다는 슈, 만담가, 의사, 우주 비행사 등 다양한 꿈을 말하는 가쓰, 모험가가 되고 싶은 야마, 그리고 다리를 놓는 사람이 되고 싶은 아킨. 아이들은 꿈을 적은 종이를 동굴 가장 깊숙한 곳에 숨긴다. 모험 끝에 꿈을 이야기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희망적이며, 미래를 향한 어린이들의 밝은 에너지를 느끼게 해준다. 순수한 마음으로 꿈을 말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싱그러운 여름날의 추억처럼 내 마음속 오래도록 빛나는 여운을 남겼다. 이 책은 아이들의 모험담을 통해, 타인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 그리고 진정한 우정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 또한, 친구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어우러지는 관계라는 것을 자연스레 보여주었다. 진정한 우정 속에서 피어나는 따뜻한 행복을 느낄 수 있기에, 초등학생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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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짱, 별이 되다 - 쿠로짱 일기
KYO 지음 / 어깨위망원경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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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랑하는 강아지가 떠난 지 어느새 2년이 지났다. 아픈 강아지를 보내고 텅 빈 가슴을 달래고자 그동안 여러 책을 읽으며 슬픔을 많이 이겨냈다. 펫로스에 관한 전문적인 내용이 담긴 책도 물론 도움이 되었지만, 나와 같은 경험을 한 분들이 직접 쓴 책을 읽을 때 가장 많이 공감을 할 수 있었고, 마치 힘든 감정을 함께 나누고 해소하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쿠로짱, 별이 되다]는 쿠로를 떠나보낸 집사의 이야기이다. 고양이 별로 떠난 아이를 그리워하며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는 글을 보자마자 나도 같이 눈물이 났다. 글을 통해 다시 쿠로짱과 만나고, 글 안에서 늘 저자와 함께 할 것이라는 글 역시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저자는 이렇게 책을 써서, 온 세상에 쿠로가 정말 사랑스러웠던 고양이였다고 자랑하기도 하고, 쿠로가 떠난 자리에 남은 지극한 그리움을 표현하고 싶었을 것이다.

모두 과거의 일임에도, 책 앞 부분에 나오는 '쿠로와의 생활' 에피소드는 현재형으로 서술되어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쿠로가 어디에서 자는 것을 좋아하는지, 어떤 장난감을 좋아하는지, 집사와 여름이면 낮잠을 잘 때 떨어져서 잔다는 내용까지 모두 현재형이다. 쿠로가 계속 곁에서 숨 쉬고 있다고 생각하는 저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저자가 퇴근 후 쿠로를 부르면 평소 야옹 하고 대답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 날 대답을 하지 않아 집 안으로 달려가 보니 자다 깨서 놀란 얼굴로 저자를 쳐다보길래, "그래도 살아있어 줘서 고맙다"라고 큰 소리로 말했다는 에피소드를 읽을 때는 다시 한번 눈물이 났다. 반려동물이 너무 깊이 잠들어서, 귀가 어두워져서, 힘이 없어서 갈수록 신체 반응이 줄어드는 현실이 안타깝고 슬프지만, 그래도 지금 살아서 내 곁에 있기에 너무나 고마운 그런 날. 나중에 반려동물이 떠나고 나면 미약하게나마 숨을 쉬던 그 순간마저 그리운 추억이 되기에, 저자의 눈물과 그리움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책 말미에 '쿠로의 속마음'을 읽을 때는 가장 가슴이 뭉클했다. 자신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고양이였다고, 집사에게 사랑을 받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하는 쿠로. 반려동물을 키운 사람들은 반려동물이 자신의 몸 어디가 아프다고 말하면 좋겠다고 하지만, 반려동물 입장에서는 어쩌면 함께해 준 가족들에게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지 않을까. 너무나 착한 동물들이기에, 자신이 떠난 후 남겨질 가족들에게 책의 내용처럼 이렇게 사랑의 메시지를 보내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쿠로의 속마음'은 그래서 그리움으로 가득한 마음에 한 줄기 따스함을 전해준다.

책 속 사진들은 일상 속에서 찍은 사진이기에 고양이에 대한 집사의 애정으로 가득하다. 책을 다 읽고 사진만 다시 천천히 살펴보니 쿠로가 자는 모습 외에는 모두 집사를 보고 있다. 저자의 말대로 정말 애교가 많은 고양이었구나 알게 되었다. 눈코입이 잘 구별이 안 될 만큼 까맣게 보이는데도 그 모습이 예뻐서 사진을 남긴 집사의 마음이 이해가 되어 눈물이 나다가도 다시 미소 짓게 되었다.

이 책은 반려동물을 추모하는 것을 넘어, 사랑하는 존재를 떠나보낸 모든 이들에게 깊은 위로와 공감을 선사한다. 쿠로를 향한 저자의 지극한 사랑과 그리움은 가슴속에 살아있는 반려동물에 대한 소중한 추억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분들에게 꼭 읽어보시라고 추천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쿠로의 죽음이 본인의 탓이라는 생각을 더 이상 하지 않기를,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위로를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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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그대로의 자연 - 우리에게는 왜 야생이 필요한가
엔리크 살라 지음, 양병찬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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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얼마 전 바닷속 해달 개체 수 복원을 통해 해양 사막화를 해결하였다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과거 물고기를 잡아먹는 해달의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밀렵이 성행하였고, 포식자가 사라진 바다에는 성게가 들끓게 되어 해초류가 급격히 감소하여 결국 바다가 황량한 사막으로 변하게 되었다. 해달이 한 지역의 생태계를 유지하는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생물인 핵심종이었음을 뒤늦게 깨닫고 난 후, 수십 년간 진행된 개체 수 복원 사업을 거쳐 해양 생태계가 회복되었다는 이야기에서 나는 희망적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단일 종의 회복이 생태계 전체에 미치는 놀라운 영향을 보며, 생태계의 복잡한 연결고리와 중요성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자연 그대로의 자연이란 책을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은 내셔널지오그래픽의 탐험가 겸 환경보호운동가인 엔리크 살라가 지은 것으로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이 책은 생태계가 어떤 원리로 유지되고 있는지 자세히 설명함과 동시에, 파괴된 생태계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지구의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고 파괴된 생태계를 회복시키기 위해 어떤 방법을 시행해야 하는지 등을 제시한다. 책을 읽으며 ​결국 자연을 구하는 것이 우리 모두를 구하는 것이란 그의 주장에 깊이 공감을 하게 되었고 과연 나는 이를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인간은 너무나 쉽고 빠르게 자연을 파괴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회복하기 위해 들어갈 시간과 비용은 미래 세대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이에 저자는 우리는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데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도덕적 의무라고 말한다. 책 속에서 인용된 불교 경전의 한 구절 "벌이 꽃과 꽃의 색깔과 향기를 해치지 않고 꿀을 먹고 날아가듯이, 현자도 마을을 지나가야 한다."를 읽는 순간 큰 감동을 받았다. 내 주위 모든 환경은 내가 그저 잠시 지나가는 마을과 같기에, 내가 마음대로 망가뜨릴 수 없는 그리고 망가뜨려서도 안되는 미래 세대의 것임을 알아야 함을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미래 세대는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자연환경에서 살 권리가 있기에, 우리에게는 이 마을의 깨진 곳을 보수하며 깨끗하게 사용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이다. 


책을 읽다가 새로운 단어를 많이 알게 되었는데, 그 중 10장 '보호 구역'에 나온 기준선 이동 증후군이란 단어가 매우 인상깊었다. 기준선 이동 증후군은 현재의 상태를 정상으로 받아들이고 과거의 더 나은 상태를 잊거나 과소평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겨울철 미세먼지 수치가 50~60 정도가 나오면 미세먼지 수준이 그리 심하지 않다고 여겨 마스크를 쓰지 않고 나가게 되는데, 과거보다 현재의 대기 오염 수준을 기준으로 삼아, 과거의 깨끗했던 공기를 기억하지 못하고 오염된 공기를 정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기준선 이동 증후군이란 단어를 읽자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나는 어린 시절 미세먼지 없는 자연 속에서 친구들과 놀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아이들은 어떠한가. 아침이면 미세먼지 수치를 체크하고 마스크를 준비해야 한다. 수치가 기준치 이내로 나오면 마스크를 안 써도 되는 공기가 좋은 날이라 인식한다. 하지만 그 공기의 수준이란 내가 어린 시절 향유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할 바 아니다.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기준선이란 과거보다 더 나빠진 것인데 우리의 아이들은 이것보다 더 나빠진 기준선을 갖게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미래 세대가 살게 될 환경이 지금보다 더 나빠진다면 그들은 마음껏 숨쉬기도 힘들고, 마음껏 바다에서 수영을 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각종 질병에 시달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우리는 미래세대가 가질 기준선을 바꾸는 것에 힘을 쏟아야 한다. 서두에 소개한 해달 개체 수 복원이 기준선 회복의 예라 할 수 있다. 물론 전문가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정부, 각종 단체에서 정책적으로 진행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지만, 개인들도 일상생활 속에서 환경 보호를 위한 작은 실천들을 꾸준히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 


저자는 13장 '자연의 경제학'에서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 경제적 손실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가치를 증가시킨다는 놀라운 사실을 설명한다. 책을 읽기 전에는 당연히 보호 구역을 지정하고 어업이나 농업활동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의 비용 부담이 꽤 클 것이라 예상했는데 내 예상과는 전혀 달랐음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해양 보호 구역을 설정함으로써 보호 구역 주변의 어획량이 오히려 증가한다. 또한 보호 구역 지정 후 해양 생물이 회복됨에 따라 각종 생태관광이 활발해지고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 보호 구역 지정으로 인한 이익이 각종 기회비용을 초과하게 된다. 저자는 멕시코, 호주 등 여러 국가의 사례를 통해, 자연을 더 많이 보호하는 것이 우리의 생존에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번영하는 경제를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책을 읽은 뒤, 나는 환경 보호 활동에 기존보다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의 작은 노력이 미래 세대를 위한 소중한 마중물이 되어 조금이라도 더 나은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면, 내 삶이 더 의미 있어질 것이란 생각을 하였다. 마지막으로 최근 이렇게 깔끔하게 번역된 책을 접하지 못했기에, 번역자인 양병찬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다. 비문이나 오타가 전혀 없어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매끄럽게 잘 읽을 수 있었다. 앞으로 양병찬님이 번역한 책이라면 믿고 읽을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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