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를 펼치고 차별 대신 평등 푸른역사 주니어 1
유정애 지음, 노영주 그림, 김진 기획 / 푸른역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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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몇 달 전, 태국인 여성 관광객이 택시 기사에게 성희롱을 당하는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국보다 국민소득이 낮은 국가에서 왔다는 이유로 외국인에게 함부로 성적인 언사를 내뱉을 수 있다는 것이 매우 놀라웠고, 그 기사 때문에 상처 받았을 관광객에게 같은 한국인으로서 대신 사과하고 싶었습니다. 정말 일부의 몰지각한 행동 때문에 국가의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다는 생각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종차별이 잘못된 것임을, 출신 국가, 인종, 피부색, 소득 수준 등을 이유로 누군가를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는 것 역시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인종차별 피해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번 굳어진 차별적 인식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으므로, 어떠한 이유로도 다른 사람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우리 모두 평등한 존재라는 것을 어릴 때부터 꾸준히 교육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NGO 활동가 출신의 유정애 작가는 [지도를 펼치고 차별 대신 평등]이란 책을 통해, 차별이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기는지, 그리고 오늘보다 더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자세히 설명합니다. 이 책은 미국의 원주민 차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인종 분리 정책, 이란의 여성에 대한 인권탄압, 베트남의 소수민족 차별 등 다양한 차별 사례를 담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미국의 원주민 차별이었습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영국에서 온 이주민들을 도와주었음에도 조상 대대로 살아온 땅에서 쫓겨나야 했습니다. 그들은 무려 2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오클라호마주의 허허벌판으로 이주 당했고, 그 과정에서 약 8천 명에 달하는 희생자가 나왔다고 합니다. 눈물의 길이라고도 불리는 그 길은 물리적 거리를 넘어, 그들의 삶과 문화를 짓밟은 비극적인 역사의 흔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약 100여 년 전, 고려인 18만 명이 간첩으로 의심 받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당한 사건이 생각나며, 이렇게 슬픈 역사가 반복이 되는구나 생각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원주민들의 고통에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고려인 강제 이주 사건은 1993년이 되어서야 명예 회복이 이루어졌지만, 미국은 이보다 훨씬 늦은 2010년이 되어 약 200년 만에 처음으로 원주민들에게 사과를 했다고 합니다. 불과 15년 전에야 공식 사과가 있었다는 점은 처음 알게 되었고, 너무 늦은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책을 읽으며 역사가 남긴 상처를 치유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음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그리고 진정한 사과와 용서는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다음으로 저자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화해와 용서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만델라 대통령은 '용서하되 잊지 말자'는 기조 아래 흑인들의 인권을 짓밟은 사람들의 죄를 밝히고 용서해 주었습니다. 정치적으로는 화해를 이루었지만, 피해 배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뿌리 깊은 불평등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용서와 화해는 과거의 상처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놓치는 부분이 없도록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자는 누구나 존중 받고 평등한 인권이 지켜지는 사회, 인종 차별과 혐오가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우리에게 묻습니다. 그리고 그 방법 중의 하나로,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우리 모두가 하나로 연결된 공동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을 합니다. 이 외에 또 다른 방법이 어떤 것이 있을지는 아이와 함께 논의를 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기획 작가 김진님은 책의 말미에, 세상은 밝고 아름답지만은 않다고, 하지만 지혜와 마음을 모으고 실천하면 세계의 어둠을 밝힐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세계가 부디 지금보다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모든 부모님들과 자녀들이 함께 읽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역사를 배우는 것을 넘어, 공감과 용서의 가치를 배우고 더 나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갈 용기를 심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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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펼치고 전쟁 대신 평화 푸른역사 주니어 2
유정애 지음, 노영주 그림, 김진 기획 / 푸른역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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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현재 전쟁을 겪는 나라가 있는지 묻는 아이에게 안타깝게도 전쟁은 옛날 일이 아니라 현재 다양한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 설명해 준 일이 있습니다. 아이는 전쟁이 일어나는 지역과 전쟁의 이유에 대해 물어보았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최대한 설명은 해주었으나, 설명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 아이에게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 설명을 해주어야 할까 다소 고민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지도를 펼치고 전쟁 대신 평화]라는 책을 접하게 되어, 아이와 함께 책을 천천히 읽어보고 전쟁과 평화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저자인 유정애 작가는 NGO 활동가로 활동하며 겪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초등학생 어린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편지 형식으로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설명하였습니다.

책에는 팔레스타인, 라오스, 에리트레아, 시리아에서 일어났거나 현재 진행 중인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팔레스타인의 이야기였습니다. 가장 먼저 완전히 쪼그라들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팔레스타인의 국토 면적 그림을 보고 매우 놀랐습니다. 이스라엘 측에서는 좁은 면적에서 힘겹게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공격하고, 심지어 이스라엘 군의 탱크에 돌을 던진 팔레스타인 어린아이마저 잡아간다고 합니다. 과거 독일에게 큰 고통을 받았던 유대인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인간에게 이렇게 악독한 짓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물론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팔레스타인의 군대도 폭력을 자행하고 있기에 두 나라 모두 폭력을 멈추어야 하지만 휴전이나 종전 소식은 아직까지 들려오고 있지 않습니다.

저자는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 종교와 인종, 문화적 차이를 받아들이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 주는 것, 그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미움이나 편견을 버리고,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그런 날이 올 수 있도록,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결국 대화라고 말합니다.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전쟁은 계속 일어났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으며, 미래에도 전쟁이 없는 시대는 어쩌면 오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전쟁이 인간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고 무의미한 희생을 강요하는 잔혹한 현실이라는 사실은 변함없습니다. 저자가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타인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바탕으로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노력만이 전쟁의 비극을 멈추고 평화로 나아가는 유일한 길일 것입니다. 그리고 진정한 평화는 무기를 내려놓는 순간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가질 때 비로소 찾아올 것입니다.

팔레스타인 이야기 속 무한나드라는 아이는 편지의 말미에 팔레스타인에 아몬드 꽃이 피었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그리고 꽃이 국경을 가리지 않고 피어나는 것처럼, 언젠가는 이스라엘 사람과 팔레스타인 사람이 국경을 뛰어넘어 평화롭게 아몬드 꽃을 감상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이스라엘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세계 평화를 위한 활동가가 되겠다고 다짐하는 무한나드의 심적 변화는 제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지도를 펼치고 전쟁 대신 평화]라는 책을 통해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읽고, 전쟁 중인 나라의 아이들을 위해 소액 기부를 하거나,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그림을 그리고 편지를 쓰는 등 작은 행동으로 힘을 보태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런 작은 실천들이 비록 전쟁을 종식시키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전쟁의 상처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 주기를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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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양이 포
이와세 조코 지음, 마쓰나리 마리코 그림, 이랑 옮김 / 다산어린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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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노견을 키울 때는 본인 외에 다른 동물을 질색하는 녀석이라 추가로 강아지를 입양하는 것은 상상하지도 못했고, 노견을 떠나보낸 지금은 반려동물과의 헤어짐이 두려워 새로운 동물 가족을 들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길이나 공원 등에서 종종 만나게 되는 길고양이들을 위해 가방 한구석에 고양이 간식을 챙겨 다니게 되었다. 간식을 먹으며 냥냥 소리를 내는 고양이를 만나기도 하고, 간식을 주지 않아도 다가와 고롱고롱 소리를 내는 고양이들을 만날 때면 동물과 교감한다는 것이, 동물과 함께 한다는 것이 참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작가 이와세 조코가 쓴 [내 고양이 포]의 주인공 하루 역시 길에서 만나게 된 고양이에게 안쓰러움을 느끼다가 결국 비 내리는 날 고양이를 안고 집으로 간다. 누군가 버린 것 같아 데리고 왔다는 거짓말을 했지만 다행히 엄마 아빠는 하루를 믿고 고양이를 키우기로 결정한다. 하루는 고양이의 이름을 포라고 짓고 드디어 우리 집에 고양이가 생겼다고 좋아한다. 


그러나 전학을 온 모리가 얼마 전 고양이를 잃어버렸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 하루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고 만다. 이미 내 고양이이며 가족이 된 포가 원래는 모리의 가족이었던 걸까? 모리에게 얼마 전 길을 잃은 듯한 고양이를 데려와 키우고 있다고 사실대로 말을 해줘야 할까? 그리고 엄마 아빠에게는 버려진 고양이를 데려온 것이라 했는데 사실은 거짓말이었다고 말씀드려야 할까? 자신의 거짓말, 포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친구에게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괴로움 속에서 하루는 포의 이름을 부르며 포를 몇 번이고 쓰다듬다가 결국 눈물을 뚝뚝 흘린다.


하루는 결심을 하고 모리에게 달려간다. 그리고 모리에게 고양이를 찾았다고 말해 준다. 하루는 고양이 포와 함께 지내며 고양이와 함께 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기쁜지 알게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러한 가족을 잃어버린 모리의 마음이 얼마나 힘든지 이해를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모리와 부모님 모두에게 솔직하게 말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를 해야겠다며 다짐을 한다. 자신의 행복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아픔까지도 헤아릴 줄 알게 된 하루의 마음이 성숙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고양이의 원래 이름인 퐁이라 부르며, 퐁이 모리의 품에서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는 하루의 모습에서 아이가 한층 성장했다는 것이 느껴져 가슴이 뭉클해졌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하고, 반려동물이 어떤 놀이를 좋아하고 어떻게 만져주는 것을 좋아하는지 하나씩 알게 되는 모든 과정은 우리의 마음을 더욱 따뜻하고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내 고양이 포]는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통해 아이가 용기를 내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또한 타인의 슬픔을 이해하고 더 큰 행복을 바라는 마음도 배울 수 있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족 또는 반려동물을 입양할 예정인 모든 가족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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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로 바라본 수학적 일상 - 확률이 이끈 지성, 과학 그리고 인공지능의 세계
장톈룽 지음, 홍민경 옮김, 김지혜 감수 / 미디어숲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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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판돈 배분 문제, 확률론의 시작


주사위 던지기 게임 도중 게임을 중지할 경우 남은 판돈을 어떻게 나눌지 고민한 프랑스 귀족 드 메르의 질문은 확률론이라는 위대한 수학 이론의 씨앗이 되었다. 17세기, 블레즈 파스칼과 피에르 드 페르마는 이 '판돈 배분 문제'를 두고 서신을 교환했다. 그들은 기대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남은 게임에서 각 플레이어가 이길 기댓값을 계산해냈고 남은 판돈을 어떻게 분배해야 가장 합리적인지 결론을 내렸다. 즉, 위대한 두 수학자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수학적으로 예측하는 혁신적인 사고방식을 제시한 것이다. 훗날 확률론의 탄생일을 파스칼과 페르마가 서신을 주고받기 시작한 날로 했다니 참으로 그들의 업적을 기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결정이다. 도박 문제에서 시작해 인류의 지식 체계를 확장한 그들의 능력이 정말 놀랍고 감탄스러웠다.​


이처럼 과거 도박의 판돈 문제에서 시작된 확률은, 오늘날 인공지능이 세상을 학습하는 핵심 원리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의 거의 모든 분야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이론물리학 박사이자 중국의 대표적인 과학 교양 작가인 저자 장톈룽의 [확률로 바라본 수학적 일상] 책을 통해 바로 이 확률의 놀라운 여정을 들여다보았다.


수상한 데이터의 첫 숫자, 벤포드 법칙


저자는 확률이 가진 놀라운 힘을 보여주는 사례로 데이터 조작을 감지하는 벤포드 법칙에 대해 설명하였다. 이 법칙은 현실 세계의 다양한 데이터에서 첫 자리가 특정 확률(1이 약 30%, 2가 약 17% 등)로 나타난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한다. 따라서 이 확률 분포를 벗어난 데이터는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벤포드 법칙은 실제로 회계 부정이나 탈세 혐의 등을 조사할 때 유용하게 사용된다고 한다. 확률의 규칙이 수많은 데이터를 감시하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로웠다. 


여섯 단계의 연결, 세상은 생각보다 좁다


십수 년 전, 서프라이즈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접했던 ‘케빈 베이컨 게임’을 아직 기억하고 있다. 이 게임은 할리우드 배우 케빈 베이컨이 다른 배우들과 얼마나 가깝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나타내는 ‘베이컨 넘버’를 겨루는 방식으로, 어떤 사람도 6단계를 넘지 않는다는 사실이 놀랍고 신기했다. 당시에는 그저 재미있는 게임으로만 생각했는데, 책을 통해 이것이 수학적 원리에 기반한 현상이라는 것을 자세히 알게 되어 매우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에서는 이 게임의 개념을 그래프 이론의 ‘지름'이라는 수학적 개념으로 풀어낸다. 지구상의 임의의 두 사람은 평균적으로 여섯 단계만 거치면 모두 연결될 수 있다는 ‘6단계 분리 이론’이 바로 그것이다. 이처럼 수학적으로 계산된 네트워크의 지름을 통해 우리는 세상이 생각보다 훨씬 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복잡해 보이는 인간 관계망 속에서 정보가 빠르게 퍼져나가는 이유도 이 ‘좁은 세상’ 네트워크의 특성 때문이다. 2016년 페이스북 자료에 따르면 현재의 네트워크 지름은 3.57로 추정된다고 하니, 우리의 연결망은 이제 여섯 다리가 아니라, 세 다리로 좁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처럼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닿을 수 있는 가까운 이웃이라는 사실이 새삼 놀랍고 흥미롭게 다가온다. 동시에, 우리가 던지는 작은 메시지나 행동이 생각보다 훨씬 더 멀리, 빠르게 퍼져나갈 수 있겠다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확률론과 베이즈의 승리: ChatGPT


저자는 ChatGPT에 대해 확률론과 베이즈의 승리라고 표현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ChatGPT는 방대한 양의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하여 다음에 나올 단어가 무엇일지를 확률적으로 예측하고, 가장 가능성이 높은 단어를 선택하여 문장을 완성해 나간다. 이는 마치 무작위로 주사위를 던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수많은 단어의 조합 중에서 가장 자연스럽고 문맥에 맞는 '확률'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가을바람이라는 텍스트가 주어졌을 때, 다음에 올 텍스트로 불다, 따뜻하다, 찾아오다 등이 올 수 있는데 그 중 확률이 가장 높은 따뜻하다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ChatGPT는 모든 가능한 단어에 확률을 부여하고, 그중 가장 높은 확률을 가진 단어를 선택하여 문장을 생성한다.


여기서 베이즈 정리의 개념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베이즈 정리는 새로운 정보를 통해 기존의 확률을 업데이트하는 방법이다. ChatGPT는 단순한 단어 예측을 넘어, 사용자와의 대화 맥락(새로운 정보)을 지속적으로 반영하며 답변을 생성한다. 결론적으로, ChatGPT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통해 언어의 통계적 규칙과 패턴을 학습하고, 확률과 베이즈 정리를 통해 가장 적절한 답변을 생성해 내는 예측 기계라고 할 수 있다. 불확실성 속에서 최적의 해답을 찾아내는 이 기술의 발전은 놀라움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하다. 우리에게 확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는 대목이었다.


책을 읽고 난 후


[확률로 바라본 수학적 일상]은 확률이 단순한 수학 문제를 넘어, 우리 삶의 모든 현상에 숨 쉬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도박 판돈 문제부터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세상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원리 중의 하나가 확률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책 덕분에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해 보이는 세상도 결국은 확률이라는 논리적 틀 안에서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서포트 벡터머신, 신경망, 딥러닝 등의 개념이 나오기도 하고, 인공지능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도 있어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또는 전공을 원하는 고등학생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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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화가 처음인 당신에게 - 제대로 알고 즐기는 옛 그림 감상법
이장훈 지음 / 미술문화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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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평소 서양 미술사에 대한 관심으로 전시회나 관련 서적을 즐겨 찾았다. 하지만 문득, 동양 미술에는 너무 무심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서양 화가들의 이름과 작품에는 익숙하지만, 정작 동양의 화가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한쪽으로만 치우친 지식을 바로잡고 싶다는 생각에 [동양화가 처음인 당신에게]라는 책을 펼치게 되었다.


저자는 서양 미술에 비해 동양 미술을 감상하는 방법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현실에 아쉬움을 표하며, 이 책을 통해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회화사를 다루었다. 그는 서두에서 미술사를 '볼 수 있는 것을 읽을 수 있게 해주는 학문'이라고 정의하였다. 작품 자체의 설명에 그치지 않고, 어떤 과정을 거쳐 표현 방식이 정립되었는지, 해당 작품이 어떤 영향을 주거나 받았는지 등 전반적인 맥락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스쳐 지나갈 수 있는 동양화 작품이 나에게 온전한 의미를 가진 이야기로 다가올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갖게 되었다.


저자는 한, 중, 일의 미술사를 설명하기에 앞서, 1부 동양화를 알아가는 시간을 통해 동양화란 무엇인지, 동양화는 어떻게 그리는지 그 방식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였다. 그 중 동아시아에서 산수를 바라보는 관점에 관한 글이 매우 인상 깊었다. 서양의 원근법과 달리, 동양에서는 삼원법을 사용해 자연을 점차 알아가며 바라보는 시점을 담아냈다. 그래서 삼원법이 적용된 산수화 속 풍경은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고 어색하게 느껴지기 쉬운데, 그림을 아래에서 위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찬찬히 살펴보면 그 속에 담긴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그동안 동양화를 볼 때 느꼈던 막연한 어색함의 이유를 알게 되면서, 앞으로 동양화를 더욱 즐길 수 있으리라는 설렘이 생겼다.


2부 동양화를 즐기는 시간에서는 중국, 한국, 일본의 역사의 흐름과 함께 각 나라의 미술사에 대해 다양한 그림과 함께 톺아볼 수 있었다. 중국의 긴 역사와 미술사를 약 100페이지 정도로 압축해 위진남북조 시대부터 청나라까지의 미술사를 전체적으로 설명하였다. 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든 그림은 송 시대의 화가 곽희의 조춘도이다. 1072년에 그려진 작품으로, 초봄의 생기를 머금은 풍경을 그려냈다. 구불구불한 나무에서 굉장한 생동감이 느껴졌고, 아득히 높은 산을 표현하기 위해 산의 중간 부분에 여백을 두어 마치 구름처럼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신기하였다. 그는 자연을 그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취사선택을 하여 시적인 정취가 느껴지게끔 그릴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그 의도 덕분인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연의 웅장함을 상상하게 하는 힘이 그림 속에서 그대로 전해졌다. 폭포 위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사원이 자리한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학문을 연구하며 은거할 수 있는 이상적 공간이란 바로 이곳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이어서 한국 편에서는 조선 시대의 미술사에 대해 다루었는데, 그 중 이암의 그림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익히 보아왔던 '모견도'의 화가가 이암이었다는 것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고, 그의 다른 작품인 '화조구자도'를 감상할 수 있었다. 순박하게 낮잠을 자는 강아지,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의 강아지들의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고 평화롭다는 느낌을 주었다. 아름답게 꽃이 핀 나무, 꽃을 찾아온 새와 나비까지 전체적으로 매우 조화롭다. 저자는 이러한 평화로운 분위기를 통해, 조선 시대의 안정화된 사회상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이렇게 그림을 통해 역사적 흐름까지 추측할 수 있다는 것이 미술사의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의 마지막은 일본 편이다. 표지에 그려진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가나가와의 거대한 파도 그림이나 인상파에 영향을 준 우키요에 이외에 어떤 그림을 볼 수 있을까 기대가 되었다. 일본의 미술사를 나라-헤이안 시대부터 다루었는데 가장 마음에 들고 인상적인 그림은 오가타 고린의 야쓰하시도병풍이었다. 제비붓꽃을 그린 작품으로 배경은 전부 금색의 종이로 마감되어 있어 오로지 꽃과 다리에만 시선이 집중되게 하였다. 장식성을 강조한 일본의 전통 야마토에를 계승하면서도,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해 세련된 느낌을 주었다.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아름다움에 감탄을 하는 한 편,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검색해 보니 고흐의 아이리스 작품에 영향을 준 작품이라고 한다. 현재 도쿄의 네즈 미술관에 보관되어 있으나 상설 전시는 아니고 매년 4~5월에 공개된다고 하니 봄 시즌에 도쿄 여행을 가게 된다면 실제 작품을 꼭 보러 가야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동양화가 처음인 당신에게]를 읽고 난 후, 그동안 서양 미술에 치우쳐 있던 지식 외에 한, 중, 일 3국의 미술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게 되었고, 덕분에 동양 미술의 매력에 눈을 뜨게 되었다. 이제 더 이상 동양화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작품을 넘어 그 속에 담긴 시대적 배경과 화가의 의도를 읽어내는 방법을 배운 덕분에, 앞으로의 동양화 감상이 단순한 '보기'를 넘어 '읽기'로 확장될 것이라 기대한다. 나처럼 동양 미술에 막연한 어려움을 느꼈던 경험이 있다면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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