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를 펼치고 차별 대신 평등 푸른역사 주니어 1
유정애 지음, 노영주 그림, 김진 기획 / 푸른역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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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몇 달 전, 태국인 여성 관광객이 택시 기사에게 성희롱을 당하는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국보다 국민소득이 낮은 국가에서 왔다는 이유로 외국인에게 함부로 성적인 언사를 내뱉을 수 있다는 것이 매우 놀라웠고, 그 기사 때문에 상처 받았을 관광객에게 같은 한국인으로서 대신 사과하고 싶었습니다. 정말 일부의 몰지각한 행동 때문에 국가의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다는 생각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종차별이 잘못된 것임을, 출신 국가, 인종, 피부색, 소득 수준 등을 이유로 누군가를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는 것 역시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인종차별 피해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번 굳어진 차별적 인식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으므로, 어떠한 이유로도 다른 사람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우리 모두 평등한 존재라는 것을 어릴 때부터 꾸준히 교육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NGO 활동가 출신의 유정애 작가는 [지도를 펼치고 차별 대신 평등]이란 책을 통해, 차별이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기는지, 그리고 오늘보다 더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자세히 설명합니다. 이 책은 미국의 원주민 차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인종 분리 정책, 이란의 여성에 대한 인권탄압, 베트남의 소수민족 차별 등 다양한 차별 사례를 담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미국의 원주민 차별이었습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영국에서 온 이주민들을 도와주었음에도 조상 대대로 살아온 땅에서 쫓겨나야 했습니다. 그들은 무려 2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오클라호마주의 허허벌판으로 이주 당했고, 그 과정에서 약 8천 명에 달하는 희생자가 나왔다고 합니다. 눈물의 길이라고도 불리는 그 길은 물리적 거리를 넘어, 그들의 삶과 문화를 짓밟은 비극적인 역사의 흔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약 100여 년 전, 고려인 18만 명이 간첩으로 의심 받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당한 사건이 생각나며, 이렇게 슬픈 역사가 반복이 되는구나 생각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원주민들의 고통에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고려인 강제 이주 사건은 1993년이 되어서야 명예 회복이 이루어졌지만, 미국은 이보다 훨씬 늦은 2010년이 되어 약 200년 만에 처음으로 원주민들에게 사과를 했다고 합니다. 불과 15년 전에야 공식 사과가 있었다는 점은 처음 알게 되었고, 너무 늦은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책을 읽으며 역사가 남긴 상처를 치유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음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그리고 진정한 사과와 용서는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다음으로 저자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화해와 용서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만델라 대통령은 '용서하되 잊지 말자'는 기조 아래 흑인들의 인권을 짓밟은 사람들의 죄를 밝히고 용서해 주었습니다. 정치적으로는 화해를 이루었지만, 피해 배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뿌리 깊은 불평등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용서와 화해는 과거의 상처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놓치는 부분이 없도록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자는 누구나 존중 받고 평등한 인권이 지켜지는 사회, 인종 차별과 혐오가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우리에게 묻습니다. 그리고 그 방법 중의 하나로,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우리 모두가 하나로 연결된 공동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을 합니다. 이 외에 또 다른 방법이 어떤 것이 있을지는 아이와 함께 논의를 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기획 작가 김진님은 책의 말미에, 세상은 밝고 아름답지만은 않다고, 하지만 지혜와 마음을 모으고 실천하면 세계의 어둠을 밝힐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세계가 부디 지금보다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모든 부모님들과 자녀들이 함께 읽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역사를 배우는 것을 넘어, 공감과 용서의 가치를 배우고 더 나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갈 용기를 심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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