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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인생을 묻다 - 그랜드 투어, 세상을 배우는 법
김상근 지음, 김도근 사진 / 쌤앤파커스 / 2025년 9월
평점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고전에는 시대를 초월하는 가치가 있습니다. 인간의 마음, 삶의 지혜, 본질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시간이 흘러도 우리는 자꾸만 고전을 보게 되는데요. 18세기 영국의 체스터필드 백작이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엮은 고전 [체스터필드 경의 편지]를 새로 전문 번역한 [길 위에서 인생을 묻다]를 읽으며, 또 한 번 고전의 변치 않는 가치를 깨달았습니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역시 사람 사는 건 예나 지금이나 같구나, 부모로서 그도 나와 같은 고민을 했구나, 나도 언젠가 아이에게 이런 조언을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8세기 영국의 체스터필드 백작은 사생아인 아들 필립 스탠호프를 훌륭한 신사로 키우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랜드 투어라는 해외 유학 기회를 아들에게 주었고, 유학 기간 내내 많은 편지를 보내며 인생의 금과옥조가 될 만한 조언을 아낌없이 주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내용이 많아 여러 번 반복해 읽으며 내용을 곱씹어 볼 정도로 그의 조언은 지금의 저에게도 매우 유용하였습니다.
그의 편지 중 가장 마음에 와닿아 메모해 둔 문장 일부를 공유해 봅니다.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라]
무슨 일을 하든 그 일에만 전념하고 다른 일을 동시에 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하지 않는 사람은 공부도 못하고 즐거움도 얻지 못한다.
멀티태스킹이 대세인 시대지만, 정작 중요한 일에서는 하나의 우물을 깊게 파는 집중력이 답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나 보면서 시간을 허투루 보내기 쉬운 요즘 시대, 아이에게도, 제 자신에게도 해주고 싶은 조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구를 사귀는 일에 대하여]
'함께 어울리는 사람'과 '친구'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마라.
가볍게 어울리는 관계와 진정한 우정을 명확히 구분하라는 날카로운 조언입니다. 관계의 폭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 곁을 지켜줄 진정한 친구를 알아보는 안목을 키워야겠지요.
[복잡한 인간의 유형과 우정에 대하여]
잘 모르는 사람은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내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아는 척하며 도움을 주겠다고 끼어드는 사람을 조심해라. 그런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네게 접근하는 것이다.
이 문장을 읽고 깜짝 놀랐습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사람을 이용하려는 유형은 똑같다는 사실에 씁쓸하면서도, 그의 현실적인 조언에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책의 후반부에 이르러 "사랑하는 아들에게"로 시작했던 편지가, 아들이 성인이 된 후 "친애하는 벗에게"로 바뀐 부분도 인상 깊었습니다. 이 다정한 문구 하나에서 아들을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하고, 아들의 성장을 진심으로 기뻐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부모와 자녀 간에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인색했던 시기였을 텐데, 그는 편지를 통해 따뜻한 사랑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책을 읽으며,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부모의 자식 간의 사랑, 자녀에 대한 부모의 책임감이 얼마나 큰 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 책을 어린 시절에 읽었다면, 삶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 더 신중하고 세련되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지금 읽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지금 내 삶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조언들도 많이 있었고, 오히려 세상의 풍파를 적당히 맞은 중년에 읽으니 제 마음이 그의 조언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내내, 자연스레 '나는 내 아이에게 어떤 가치를 물려주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었습니다. 부모로서 내 아이를 어떻게 키워 세상에 내보내야 할지, 물질적인 것보다 더 중요한 삶의 태도와 지혜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깊이 생각해 보게 하는 좋은 길잡이가 되어 주었습니다.
시대를 초월한 지혜를 찾는 모든 분들께 [길 위에서 인생을 묻다]를 강력하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