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사람들
황교진 지음 / 디멘시아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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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요양병원과 요양 시설이 어떻게 다른지, 개인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책을 통해 요양원과 같은 요양 시설에는 의사가 없고, 요양병원에는 요양보호사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어 매우 충격을 받았다. 노인장기요양보험과 국민건강보험 이렇게 사회보험이 분리가 되어 있다 보니 노인들을 위한 돌봄과 의료 역시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환자에게 의료가 필요하더라도 장기요양등급 혜택을 받으려면 요양 시설에 입소해야 하는데 이 경우 위중한 상황이 발생하면 병원으로 앰뷸런스를 타고 가서 따로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이런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는 결국 장기요양등급 혜택을 포기하고, 요양병원에 가서 비싼 간병비를 지불하고 입원을 해야 한다.  


요양 시설에 갈 것인지, 요양병원에 갈 것인지 선택은 결국 환자의 보호자가 경제적 부담을 얼마큼 오랫동안 질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집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세상이기에 요양병원, 요양원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그 선택의 기준이 보호자가 부담할 수 있는 비용의 상한선이란 사실이 너무나 차갑게 느껴졌다. 


저자는 이에 더해 미국, 일본 등 여러 국가에서 병원, 기업, 지역사회, 정부가 각각 어떤 역할을 하며 노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였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빌 토마스 의사가 창시한 개념인 에덴 얼터너비트 10원칙이었다. 노인 세대 고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외로움, 무력감, 지루함이 없도록 노인 중심 커뮤니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노인들이 온전한 정신을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 동식물을 키우며 사랑의 교제를 통해 외로움을 해독해야 한다는 부분이 마음에 와닿았다. 


책을 읽으며 얼마 전 유튜브에서 보았던 돌봄 로봇 영상이 생각이 났다. 광주광역시에서 돌봄 로봇 광산이를 노인들에게 지급했는데 노인들에게 식사와 약 복용 시간을 알려주고 치매 예방을 위한 퀴즈 서비스도 해준다고 한다. 자식보다 낫다며 로봇과 교감을 통해 만족해하는 노인들의 모습을 보며, 노년 시기의 외로움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가장 큰 숙제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첨단 기술이 의료와 돌봄의 격차를 해소하는 데 분명히 기여할 수 있지만, 에덴 얼터너티브의 원칙처럼, 결국 노년의 삶을 의미 있게 채우는 것은 외로움, 무력감, 지루함을 해독하기 위한 사회적 연대라는 것을 깨달았다. 


초고령 사회에 들어선 한국도 단순히 시설을 늘리거나 비용 문제를 논하는 것을 넘어,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의미 있는 존재로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 전체의 시선과 시스템을 혁신하고 연대를 확대하는 것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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