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착역에서 기다리는 너에게
이누준 지음, 이은혜 옮김 / 알토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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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기적이 일어나는 종점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소중한 사람과의 만남을 간절히 바라면 기차의 종점에서 만날 수 있다는 설정이 흥미로워 읽게 되었습니다. 총 네 편의 기적 같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각 이야기 속 인물들이 다음 편에서도 살짝 등장하며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하나의 실타래처럼 연결되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남편이 없는 세상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개인적으로는 [네 번째 이야기: 명탐정에게 보내는 도전장]의 루게릭병에 걸린 남편과 아내의 이야기가 가장 깊이 와닿았습니다. 어느 가족에게나 실제로 생길 법한 상황이라 더욱 몰입이 되었고, 남편과 나의 노후, 미래의 이별까지 자연스럽게 떠올라 가슴이 아렸습니다.


겨우 50세에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남편 도모키. 발병 후 2~5년 이내에 죽는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고, 부부는 요양원 대신 집에서 지내는 것을 택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걷는 것도 말하는 것도 불편해진 남편은 아내를 더 이상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 요양원에 가겠다는 뜻을 편지를 통해 밝힙니다. 그러나 남편을 요양원으로 보내고 싶지 않은 아내의 마음 역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게 되었죠.


결국 둘은 대화를 통해, 다가오는 밤을 기다리며 떨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함께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기로 결심하며 요양원 대신 집에서 더 지내기로 결정합니다. 그리고 더 이상 편지를 쓸 힘이 없어진 남편은, 아내를 위해 마당에 심을 씨앗을 집 안 곳곳에 추리게임처럼 숨겨둡니다. 아내는 그 씨앗을 찾아 심으며 마당을 작은 희망의 정원처럼 풍성하고 아름답게 꾸밉니다. 마치 아프기 전 그들의 일상처럼요. 


이렇게 수십년을 함께 살아온 부부가 서로에게 보여주는 깊은 마음 씀씀이,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모습에서 깊은 감동을 느꼈습니다. 오랜 시간 켜켜이 쌓인 사랑의 모습이란 이런 것이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야속하게도 남편의 마지막이 가까워지고, 부부는 기차의 종점에서 기적적으로 다시 만나게 됩니다. 본인이 곧 세상을 떠난다는 사실을 담담히 알리는 남편과 그 말을 듣고 싶지 않아 흐느끼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눈물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오열하는 아내에게 남편은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이라고, 그동안 참 행복했다며 감사를 표합니다. 비록 남편은 떠나지만, 남편이 선물한 기적과도 같은 그 순간을 기억하며, 아내는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됩니다. 


매일의 기적을 발견하다


이 책을 읽고, 지금 남편과 아이와 함께 하는 이 순간이 기적임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부모님, 형제들과 대화하고 식사하고 일상을 보내고 때때로 여행을 가며 보내는 이 시간들이,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바라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는 것을요. 


네 번째 이야기 속 아내 가즈미는 더 아끼고 사랑하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더 많은 곳에 함께 가고, 더 다정하게 대하지 못해 아쉽다고 했습니다. 아쉬움이 없도록, 앞으로 더 행복해지도록, 가족들에게 더욱 표현을 하며 살아가야겠다고 다짐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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