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서 책의 날을 맞아 질문 10개에 대답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적립금보다는 이런 질문에 대답하는 것 자체가 즐거워서 대답해 본다! 요즘 자소서를 쓰는 친구들이 많다보니 감명깊게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하게 된다. 요 몇 년, 주위에 책 읽는 사람도 별로 없고 이래저래 평소에 책이 이야기 주제로 나오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근데 갑자기 친구들이랑 책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어서...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흥분한다. 덕후란 그런 것입죠. 누군가 덕질을 물어봐주면 흥분하게 되어 있다고!ㅋㅋㅋㅋㅋㅋ 

 

Q1. 언제, 어디서 책 읽는 걸 좋아하십니까?

  여기저기..? 일단 가장 많이 보는 곳은 침대. 자기 전에 읽다 잠드는 습관이 있어서(+인테리어로 독서등을 만들었더니 어찌나 예쁜지 자꾸 쓰고 싶은 마음까지 추가되어) 침대 옆에 자꾸 책이 쌓여간다. 그 다음으로 좋아하는 장소는 지하철. 지하철은 눈 앞에 뭔가를 보고 있지 않으면 너무 지루하다. 책을 보지 않으면 핸드폰을 할 것을 알아서 책을 꼭 챙기려고 하는데... 일단 핸드폰 켜면 책으로 돌아가기는 힘들다. 여하튼 책 때문에 몇 정거장 더 간 적도 많다. 그 다음으로는 카페, 학교 다닐 때는 강의실... 이런 식! 자투리 시간에 읽는 걸 좋아한다. 생각보다 그 시간이 참 길다는 걸 책을 읽다보면 알게 된다. 


Q2. 독서 습관이 궁금합니다. 종이책을 읽으시나요? 전자책을 읽으시나요? 읽으면서 메모를 하거나 책을 접거나 하시나요? 
  종이책을 읽는다. 처음 전자책을 시도한 것이 아이패드였던지라 눈이 아프다는 편견만 생기고 관뒀다. 이 편견을 영국에 가서 킨들 리더기를 산 후에 깼는데, 깼는데... 킨들도 지금 어디있는지 모르겠는데(아 영어 책을 읽겠다던 허망한 꿈이여) 한국 책을 위한 리더기를 또 사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그 물성이 가진 무언가가 있어!

  몇 달 전까지도 나는 '책에 흠집이란 있을 수 없다'파였다. 이 생각을 박웅현 작가님의 '책은 도끼다'를 읽으면서 좀 버렸지만 그래도 계속 고수했다. 그런데 요즘은 좀 태도를 바꿨다. 일단 흠집을 내지 않고 책을 읽으면 한 번 읽고 넘기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렇게 한 번 읽은 책의 숫자가 많아져봐야 남는게 무엇인가, 하는 물음이 들었다. 책을 여러 번 읽거나 좀 더 마음에 남겨가며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니까 작가님의 독서법이 생각난 거지. 요즘은 포스트잇 정도는 붙이는데, 그렇게 해두고 다 읽은 후에 표시한 부분을 정리해서 리뷰를 스곤 한다. 마음에 쏙쏙 들어온 부분을 좀 더 정확하게 기억한다는 장점과 리뷰가 어쩐지 그 문장들에 얽매이는 것 같다는 단점이 있다. 지금 마음같아서는 밑줄도 치고 메모도 하고 싶은데 몇 년 간의 관성이 있는 터라 겁이 나서(?) 선뜻 그렇게 되지가 않는다. 배포가 커지면 시도할 수 있겠지. 언제쯤!? 


Q3. 지금 침대 머리 맡에는 어떤 책이 놓여 있나요?

  지금 머리맡에는, "그들을 따라 유럽의 변경을 걸었다"와 "네 심장을 향해 쏴라" 두 권이 있다. 리뷰를 써야 하거든요^-^ 그 전에는 "어쩌다 한국이"과 "파리는 날마다 축제"가 있었다. 그 전에는 "폴리팩스 부인...어쩌구저쩌구"하는 가벼운 추리소설이 있었고.. 많은 책들이 거쳐갑니다! 확실한 건 내가 읽은 책들은 전부 최소한 한 번쯤 내 침대 위에 올라온 적이 있다는 것.

Q4. 개인 서재의 책들은 어떤 방식으로 배열해두시나요? 모든 책을 다 갖고 계시는 편인가요, 간소하게 줄이려고 애쓰는 편인가요? 
  소장하기를 즐겼으나 무소유의 즐거움을 깨닫고(ㅋㅋㅋㅋ) 알라딘에 중고서적으로 한참 팔아넘긴 뒤 최대한 안사려고 하고 있다. 책은 책이 될 수도 있지만 그저 종이의 묶음이 될 수도 있는 법이다. 최근에는 빌려 읽은 후에 1)사고 싶다  2)계속 생각해봐도 사고 싶다  3)반복해서 읽으면 인생에 도움이 될 것 같고 계속 되새기고 싶다  4)그러니까 정말 사고싶다 의 마음구조를 거치면 산다. 요약하면 그냥 좋으면 산다.

  배열에는 아직 딱히 구조가 없다. 책 모양보다는 내용 위주로 모으는 편이고 여행이면 여행, 역사면 역사, 소설, 뭐 이런식으로 느슨하게 해 두었다. 아무래도 '내 책장'이라기 보다는 '가족과 함께 쓰는 책장'이라 내 규칙을 적용하기 애매하다. 그렇다고 혼자 쓰는 책장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거기엔 장식품과 화장품이... 하하하... 덕후 자격 박탈인가.


Q5.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은 무엇입니까?

  몇몇의 후보가 있는데 하나는 다음 질문을 위해 남겨두고 나머지를 언급해 보겠다. 일단 아동용 '로빈슨 크루소'. 어디 가서 집짓고 막 새로운 걸 개척하고 그런 류의 책을 참 좋아했다(1318문고의 '손도끼'라는 책도 재밌었음).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여사의 '비밀의 화원'도 비슷한 맥락으로 화원을 발견하고 꾸며나가는 그 이야기가 너무 좋았어ㅠㅠ 이런 화원은 지금도 갖고 싶다. 이 비밀의 화원류의 애정이 확장된 게 타샤 튜더 할머니 시리즈다.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타샤의 정원' '타샤의 집'은 지금도 제 옆에 잘 꽂혀 있습니다.

  그리고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셜록 홈즈와 해리 포터(해애리 퐈터!). 얼마 전 인생에 영향을 준 책을 10~20권 꼽아보라는 질문을 받고 과연 이 두 시리즈를 넣을 것인가 말 것인가로 깊게 고민했지만 결국 넣었다. 영향을 받은게 사실인걸! 셜록 홈즈는 어떤 권은 진짜 100번도 더 봤을 거다. 심지어 해리 포터는 전체 책을 쭉 짚어가며 마법 주문을 다 적어다가 외우고 공부했다니까! 나한테도 입학 편지좀 보내 줘라 줘!

Q6. 당신 책장에 있는 책들 가운데 우리가 보면 놀랄 만한 책은 무엇일까요? 
  놀랄 책은 "찔레꽃 울타리"시리즈! 이것도 어렸을 때 좋아했던 책인데 적정 연령대를 지나서 엄마가 사촌 동생들에게 반강제물림을 해 주었다. 계속 기억에 남았는데 20살이 넘어서 문득 다시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검색했더니 오.. 크기가 커지긴 했지만 아직도 판매를 한다. 한 번에 8권을 다 사기에는 무리가 있어서 다른 책을 주문할 때마다 찔끔찔끔 산다. 지금 세 권 있다. 가장 최근에 산건 "높은 산의 모험"인데 다시 봐도 신나고 삽화 진짜 사랑스럽다. 내 자식한테도 보여줄거다.

  그나저나 나를 아는 사람이라면 별로 놀라지 않을 수도 있겠다. 난 원래 좀 유치하니까 너답다는 소리를 들을 것도 같군. 쳇. 나한테만 놀랄 만한 책인지도? 만세!


Q7. 고인이 되거나 살아 있는 작가들 중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습니까? 만나면 무엇을 알고 싶습니까? 
   고민하다가 번쩍 생각이 났다. 진짜 만나보고 싶은 사람, 꼭 만나보고 싶은 분! 백석 시인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정말 만나보고 싶고, 그분이 90년대에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그 분의 시를 정말 좋아하고 정말 그렇게 가신 것이 한스럽다. 내가 경성에서 살았더라면 아마 나는 백석이라는 남자한테 홀딱 반했을 거다(백석 시인이 나를 거들떠 보았을지는 알 수 없다...). 아니, 지금도 이미 반해 있다. 백석.. 백석을 만나고 싶고, 그냥 그분이 다른 환경에서 살 수 있었으면 정말 좋았을 것 같다. 알고 싶은 것은 없어요. 그냥 한 번 만나고 싶어요.


Q8. 늘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있습니까?

  빌 브라이슨의 책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시작으로 이 사람의 여행기도 끝까지 읽은 것이 없다. 분명히 위트있는 글인데 왜 이렇게 안넘어감!?!?!? 재미 없다고 말하기도 곤란한데 재미없는 기분이 든다(?). 영국식 코드에 약간 익숙해지고서 이제는! 읽을 수 있겠지 하며 시도했다가 또 나자빠진 이후로 이제 시도할 용기조차 없다. 몰라. 언젠가 읽겠지 뭐. 마치 지금 다른 책으로 인해 너무 바빠 손대지 못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Q9. 최근에 끝내지 못하고 내려놓은 책이 있다면요?

  "예술 수업"이라는 책. 일단 이 수업이 우리 학교에 있었다면 나는 그 수업을 무조건 수강했을 것이다. 수업은 수강할텐데.. 시험공부도 열심히 할텐데... 읽다가 자꾸 끊기니까 기억도 안나고 해서 결국 포기했다. 좀 잔잔하고 집중할 수 있는 시기에 읽어야 추진력 있게 빡 읽을 수 있을 듯 싶다. 지금은 그 빡!을 할 힘이 부족하다.

Q10. 무인도에 세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져가시겠습니까?

  과연 무인도에 세 권의 책을 가지고 가는 것이 어떤 상황일까. 아~ 나 무인도에 잠깐 다녀와야겠다~ 뭐 들고 갈까~? 의 상황이면 재미있을 책 3권. 황금가지 출판사의 셜록홈즈 7권(언제 읽어도 재밌징), 타샤의 집(뭔가 만들고 싶어질 것 같다), 그리고 꼭 읽어봐야할 것 같은 고전이나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책 한 권. 예를 들어 안나 카레리나라던가,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이라던가, 레미제라블이라던가...

  하지만 배가 난파되어 정신을 차려보니 나홀로 무인도요 옆에 남은 것은 세 권의 책 뿐이었다는 상황이라면 일단 생존부터 생각해야겠다. 생존을 위한 기본 의학 정보가 나온 책 한 권(그런 책이 무엇인지 모르는 게 함정), 로빈슨 크루소(따라서 살아야지), 그리고 성경이는 불경이든 종교적 믿음을 줄 책 한 권. 힘들어도 살아야지. 힘들 땐 종교가 최고야(종교도 없는 주제에 막 던져본다).

 

 

  어이쿠, 길게 많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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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마지막 페이퍼!

 

지금 예약 출간된 태양의 후예 포토에세이도 에세이인데

다음 달 까지 활동할 수 있다면 무조건 추천해 한 권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즐겁게 마지막 책 추천을 해 본다ㅋㅋㅋㅋㅋㅋ

 

 

 

1. 나이 들면 알게 되는

 

  빨리 나이가 들어서 지금의 20대를 벗어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요즘의 나에게 현명한 조언을 줄 것만 같은 책. 돌이켜보면 매 순간 고민이 있었는데도 어쩐지 앞으로는 없는 순간이 올 것만도 같아서. 그런 희망도 없으면 고민에 눌려 죽을 것 같다.

 

 

 

 

 

 

2. 할머니, 그만 집으로 돌아가세요

 

  꼽다보니 또 어르신 이야기군! '워킹 인더 우즈'라는 영화가 있는데 원작이 빌 브라이슨의 애팔래치아 트래킹 에세이다(애팔래치아 맞나? 여하간 미국 어디..ㅎ_ㅎ). 한국에 번역도 되어 있다능! 그 영화를 재밌게 봐서 어르신이 트래킹에 도전하는 이야기에 흥미가 간다.  

 

 

 

 

 

 

3. NYC basic tips and etiquette

 

  뉴욕 특유의 분위기가 좋다. 머무르면서 얼마나 취해있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뉴욕을 작업한 아티스트라고 하면 어떻게 했을지 궁금하다. 누구나 느낄 수 밖에 없을 뉴욕 그 특유의 분위기를, 누구나 다르게 느낀다는 게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지! 정말 더럽고 지저분한데도 사랑하는 도시인 뉴욕! 

 

 

 

4. 아쿠타가와의 중국 기행

 

  나는 에세이스트의 에세이보다 소설가의 에세이가 더 관심이 간다. 특히 소설로 이름을 날리는 이들의 작품은 더욱. 여행을 사랑하는 나에게 여행기는 더 쥐약이다. 작가의 개성이 확 드러나서 연예인 좋아하는 팬 마냥 그런 기분인가 싶다. 어려우려나, 쉬우려나. 어려우면 팬심이 사라질텐데. 

p.s 왜 에세이는 수필과 같은 말인데 에세이스트와 수필가는 다른 느낌을 주는가! 수필가라고 썼다가 아니아니- 내가 원하는 단어는 좀 더 얕은(?) 느낌인데 수필가는 진지해.. 하는 생각이 들어 다시 고쳤다. 흠, 흠, 흠. 

 

 

 

 

꺆! 이번 달에 책은 뭐로 결정되려나! 지난 번에 쓴 것 중에 선정된 게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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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 - F. 스콧 피츠제럴드와 <위대한 개츠비>, 그리고 고전을 읽는 새로운 방법
모린 코리건 지음, 진영인 옮김 / 책세상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내게 <위대한 개츠비>는 읽어보아야 할 것 같은 고전이지만 어쩐지 끌리지 않는 그런 책이었다. 그렇지만 집에 책이 있길래 한 번 읽었고, 역시나 큰 감흥 없이 다시 제자리에 두었다. 나는 사람들이 개츠비가 고전이라고 말하는 이유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왜 그런지 찾아볼 생각도 없었다), 몇 년 후 무려 디카프리오가 주연을 맡은 영화가 나온다고 했을 때서야 '진짜 뭔가 있는 책인가봐' 싶었다. 

 

  그렇다고 해서 바로 책을 집어든다면 그건 내가 아니지! 이 책을 읽게 된 이제서야 나는 다시 개츠비에 관심을 가졌다. 사실 개츠비는 한 번 읽어 봤으니까 다시 안 읽어도 되겠거니 하며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처음 몇 쪽 읽고 반성하며 원작을 읽었다. 몇 년만에 다시 읽어본 개츠비는 대충 읽어냈을 때보다 확실히 함축하는 것이 많다고 느꼈고, 다시 읽으면 뭔가 더 발견할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언제 여행 갈 때 챙겨가서 한 번 조용히 읽어봐도 괜찮겠다. 낯선 곳에서 낯선 시선으로. 개츠비는 매력적인 책이란 걸 이제 알아봤다.

 

  개츠비에 관한 내 감상은 제쳐두고(또 이야기할 수 있을 때가 금방 올 것 같거든), 이제 이 책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나는 이 책이 평가단 리뷰에 꼽힌 것이 1)그만큼 우리 나라 사람들도 개츠비를 사랑해서 2)'계속 읽는다'는 말에 책을 좋아하는 평가단 여러분이 꽂혀서 인지 분간하지 못하겠다. 그런 의문이 드는 것은 물론 1)내가 그만큼 개츠비를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2)표지를 보고 내가 그런 착각을 했기 때문에 두 가지 모두에 해당한다. 정말, 이렇게 깊게 개츠비를 파헤치고 싶어하는 사람이 우리 나라에 많단말이야?

 

  <위대한 개츠비>는 1920년대 미국의 한 일면을 놀랄만큼 잘 포착했다는 점에서 미국 내 누구나 학교에서 배운 이야기임과 동시에 수많은 콘텐츠를 재생산해는 작품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배웠다'는 것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으니, 그것은 이야기를 이야기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끝없이 그 안의 함축적 의미, 심상, 감춰진 의도를 기계적으로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내가 개츠비에 느꼈던 감상이 더 좋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 책을 읽고 나니 저자의 팬심과 분석에 의해 내 감상이 방해를 받은 듯한 느낌이 든다. 책 처음부터 끝까지 저자의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지만, 그 중 나도 동의한 몇 군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동시대 문제에 얽혀들면서도 1차원적인 정치 소설이 되지 않았다는 점은 <위대한 개츠비>가 거둔 놀라운 성과다.

 

비평가도 연구자도 입을 모아 칭찬하는 점이지만,

피츠제럴드가 <개츠비>에서 이뤄낸 가장 대단한 성과는

관찰력이 예리한 외부 화자가 주인공의 이야기를 둘려준다는 점이다.

(중략) 개츠비를 둘러싼 신비로운 분위기는 깨어지지 않는다.

 

새로운 <개츠비> 영화나 발레나 오페라나 연극이 나올 때마다 그와 비슷한 통설이 부활했는데,

이 소설은 영화로 만들거나 무대에 올리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소설의 힘이 플롯이나 캐릭터가 아니라 언어에 의존하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그리고 그건 사실이다.

 

  이 책은 <위대한 개츠비>라는 소설을 정말 좋아하고 흥미롭게 읽었던 데다가 피츠제럴드에게까지 관심이 지대해했던 사람이라면 몹시도 재미있게 읽을 것이다. 소설과 피츠제럴드에 대한 저자의 모든 이야기가 다 담겨있다. 저자의 연구, 강의한 얘기, 사람들 반응 얘기, 조사 얘기(심지어 조사를 도와준 사서까지!), 파고들고 분석하고 느낀 모든 것들이 다 있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이 책 덕분에 나는 책을 다시 읽었고-재발견해서 몹시 기쁘고- 영화도 보려고 준비한 참이다. 개츠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파고들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어서 후회하지 않겠다.

 

  하지만 오로지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이야기므로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 '고전을 읽는 새로운 방법' 이런 문구에 현혹되어 아, 개츠비를 시작으로 고전 일반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인가봐- 하고 착각해서는 안된다(그건 바로 나다). 개츠비의, 개츠비에 의한, 개츠비를 위한! 분석서인 것을! 

 

 

* 맺으며

  나는 피츠제럴드가 생존했을 때 성공을 다 목격했기를 꼭 바라고 그런 건 아니지만, 그가 1940년에 죽은 후 채 몇 년도 지나지 않아서, 정확하게는 (55년 이후부터) 특히 64년 즈음에 "걸출한 미국 작가"로 높이 평가받았다는게 안쓰럽다. 저자가 소개한 피츠제럴드의 한 일화를 보면 누구라도 처연한 마음을 가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1937년 피츠제럴드는 실라 그레이엄을 만난 직후, 패서디나 극장에서 그의 단편 <리츠칼튼 호텔만큼 큰 다이아몬드>를 개작해서 공연한다는 뉴스를 신문에서 읽었다. 그는 기분을 내기로 결심했다. 극장에 전화해서 자신이 작가라고 알리고 좌석 두 개를 예약했다. 또 기사 딸린 리무진을 예약하고 실라와 함께 야회복 차림으로 밖에서 저녁식사를 한 다음 극장으로 갔다. 그들이 도착했을 때, 로비에는 아무도 없었다. 알고 보니 몇몇 학생들이 위층 홀에서 연극을 공연하고 있었다. 위층 홀 또한 거의 비어 있었는데, 열두 명쯤 되는 관객들은 평상복 차림이었고 대부분은 배우들의 엄마로 보였다. 공연 후 피츠제럴드는 무대 뒤로 가서 학생 배우들을 축하했고, 나중에 실라에게 그들은 "멋진 꼬마였다고, 그들에게 잘했다고 말해주었다"고 전했다. 

 

  얼마나 잔인한 현실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신을 작가라고 생각하고 포기하지 않은 그의 의지에 존경을 보낸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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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회의 탄생 - 중국의 지식인 시의 나라를 열다 이상의 도서관 52
강필임 지음 / 한길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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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딱 정말 시회의 탄생을 소개하는 책이다. 한시를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착각하면 안된다!

 

  시회가 어떻게 탄생되었는지를 시가 어떻게 국가의 중요한 문학이 되었는지에서부터 짚어내면서 설명해주는 이 책은 시와 시회의 당시 사회적 의미/기능을 깔끔히 정리하고 있다. 맨 마지막 장에 시와 그에 얽힌 이야기에 대한 소개가 나오는데 앞선 내용들은 다 설명인 반면 여기만 스토리텔링이다보니 맨 뒤가 제일 잘 읽힌다. 끝까지 읽다보면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장이다. 

 

  시회에 대해서 깔끔하고도 모든 것에 관련한 설명이 들어있는 책(a.k.a 시회 수업 대학교재)이 필요하다면 이 책을, 한시와 시회에 대한 일화가 가득 담긴 책을 읽고 싶다면 다른 책을 찾아가기를 추천하면서... 글을 마친다. 만세! 언젠가 시회에 대해서 설명해야 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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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딕건축과 스콜라철학 한길그레이트북스 141
에르빈 파노프스키 지음, 김율 옮김 / 한길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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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딕 건축도 스콜라 철학도 중고등학교때 배운 것이 전부인 나지만 제목을 듣자마자 흥미가 생겼다. 고난의 앞날이 펼쳐지겠지만 아주 예전에 얕게 지녔던 의문에 답을 줄 것 같은 책이었기 때문이지. 나만 그런게 아니라, 다들 그냥 간단하게 생각해도 이성을 중시하는 스콜라 철학과 고딕 건축이 사상적으로 연관되어 있을 것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지 않나? 하지만 간단한 교양서 같은 데서 그것을 진지하게 파고드는 책을 아직까지 읽어 본 적이 없어서 말이다. 

 

  유럽 여행을 단면서 고딕 양식의 성당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열심히만 돌아다니면 이틀에 한 개 정도 볼 수도 있지. 높이 뻗은 성당을 지은 사람들이 받아들였을 사상에 대해서 제대로 듣고 싶었다. 책에서 고딕 건축의 대표적 성당으로 샤르트르 성당을 꼽기는 하지만 나는 영국 요크의 요크 대성당과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인해 고딕 양식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무심히 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장미창의 아름다움과 높게 뻗은 창문들, 지지를 아름다운 날개벽, 파사드.... 하지만 대학 교양 수업에서도 '이런 특징이 있다', '높게 올려서 신의 권위를 나타냈다'까지만 알려줬을 뿐이다. 나는 왜, 왜!가 궁금했다.

 

  옮긴이가 파노프스키의 주장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한 가지 이론이고 모든 문화 현상에 일반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밝히기는 하지만 나는 파노프스키의 설명이 좋다. 문화적 경향들은 평행하고 있는데 이 평행은 단순한 평행인 경우가 있고 인과관계가 성립하는 경우가 있다. 여기서는 스콜라철학의 '명료화를 위한 명료화'라는 습성이 건축이라는 재현적 미술에 나타나는 것이다(다만 그와 같은 습성이 스콜라철학으로 인해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그러한 습성이 모여 스콜라 철학이 비롯된 것인지는 열어 두어야 할 논의라고, 김율 선생님은 썼다).

 

  이 책을 다 읽기가 쉽지 않다면(저 같은 분 말입니다!!), 그런데 건축과 사상의 관계를 간단히 보고싶다면 나는 <전성기 고딕건축의 변증론적 전개 과정>이라는 표를 일단 보기를 추천한다. 깔끔하게, 하지만 얕은 지식을 가진 이도 아- 하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좀 더 흥미가 생긴다면 계속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개인적으로 김율 선생님의 글을 일단 건너뛰고 파노프스키의 글부터 읽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이유야 뭐. 어려우니까!(구체적으로는- 무슨 내용인지 아직 모르는 파노프스키의 주장을 요약한 뒤 그에 관해 타당성에 대해, 남은 질문들에 대해 쓴 글인데 나같은 경우에는 구체적인 내용을 먼저 읽는게 좋지 요약을 먼저 보니까 굉장히 힘들었다.... ) 

 

  요즘에는 장기 유럽 여행을 가는 대학생들이 굉장히 많은데, 사실 그냥 간다~에 일단 흥분하는 거 다 알고 있다! 다들 가서 "무엇을" 보는지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잘 모르고 가면 진짜 다리 아프고 이게 저것같고 그렇단 말이야(뼈아픈 경험을 통한....). 가기 전에 미리 기본적으로 역사를 알아두고, 건축(결국 돌아다니면서 제일 열심히 보는게 건축물이다), 철학(왜 사람들이 이런 문화를 가지게 되었는지 알면 이해하기 좋죠)까지 공부하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좀 관심있는 친구라면 이런 책, 어렵더라도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내가 여행하면서 품었던 의문을 이제야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풀어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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