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투쟁 1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지음, 손화수 옮김 / 한길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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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0쪽이 넘는 소설을 읽은 것은 오래간만이다. 심지어 그 책이 6권으로 구성된 어느 책의 첫 권인 건 손에 꼽을 정도다. 그래서 이 책이 온라인 서점 순위의 꽤나 높은 곳을 차지하고 있고, 평소에 책을 잘 읽지 않는 것 같은 지인이 이 책을 SNS에 올리며 '드디어 책을 읽어보려 한다. 그래서 이 책으로 골랐다'는 류의 게시물을 올린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이 책이 뭐길래? 책 첫 페이지와의 만남은 산뜻했다. 너무나 마음에 들었고, 한 페이지만 읽고 옆에 있던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이 책은 엄청나게 재밌을 것 같아. 첫 페이지부터 느낌이 와.

 

  다 읽은 후의 소감만을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재밌는 책은 아니다. 전혀 아니다라고까지 말하고 싶다. 제일 좋았던 페이지가 제일 첫 페이지라고 하면 될까. 그럼에도 끝까지 읽어낸 것은 작가가 정말 집요해서 나도 집요해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소설이지만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는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만 같다. 서사가 있기는 하지만 그게 서사인지도 잘 모르겠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생각을 한다. 그 생각과 생각을 하는 시간 속에는 서사가 있다. 근데 그걸 서사라고 하기엔 어렵잖아. 그런 느낌. 주인공은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기도 하고 길을 걸으며 주변을 관찰하기도 한다. 자신과 주변인의 행동을 묘사하다가 그들에 관해 생각하다가, 삶과 그냥 이 세상과 일상에 관한 추상적인 생각을 늘어놓기도 한다. 그리고 시간은 간다. 소설도 지나간다.

 

  이 책은 소설의 주인공을 인간적으로 좋아해야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라 말하고 싶다. 만약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을 좋아한다면 그 사람의 의식을 따라가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겠지. 일견 여자보다는 남자가 더 따라가기 쉬울법 하다고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은 작가의 의식에 가장 큰 자리를 차리하는 것이 부자 관계와 형과의 관계이기에 그렇다. 비록 어머니와 한 집에 오래 산 것 같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입지가 얼마나 적은지 친엄마가 이럴수가 있나 싶다. 두 명의 아내에 대한 그의 무서울 정도의 건조한 감정은 또 어떻고. 사랑과는 상관없이 건조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이 인물을 매력적으로 느끼지 못한다는게 엄청 티가 나겠지? 이 책은 내게 '호밀밭의 파수꾼'을 떠올리게 했다. 너무나 매력적이라고 추앙받는 이 책의 주인공을 나는 1도 이해하지 못했다. 한때는 마치 이해한 척 하려 든 적도 있었지만 결국 나는 왜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는지 몰랐던게 맞다. 그리고 그런 당혹감을, 크나우스고르가 또 한번 나에게 선사해 주었다. 솔직히 반갑진 않다.

 

  다만 한 가지, 이런 식의 소설을 읽어 본 적이 없는 것은 사실이고 이런 형태가 많은 이들이 모방하고픈 형태일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책을 읽다가 급기야는 남의 머릿속을 계속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아주 많이 이상했다. 그리고 그건 정말 묘한 매력이다. 그 지점에서 한 번 읽어볼 가치가 정말 있다. '소설적 요소가 부재한 소설'이라는 옮긴이의 말에 심각하게 동의한다. 이게 정말 소설인지 읽으면서 몇 번이나 생각했는지. 100년 후에는 '크나우스고르식 소설'이라며 학교에서 배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의 머릿속을 따라가며 괴롭고 지루했지만 결국 난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2권을 읽고 싶은데 읽고 싶지 않다. 읽으면 분명 엄청나게 재밌지는 않으면서 이게 뭔데 내가 읽고 있는건가 싶은 기분을 들게 할 거다. 그런데 읽고 싶은건 그냥 어떤 생각이 계속 이어지는지, 그래서 이렇게 생각하다가 작가가 끝에 어떤 결론이라도 내렸는지 알고 싶기에 그렇다. 그래서 이 인물이 대체 어떻게 되는데? 다 읽고 나면 정말 읽기를 잘 했다기 보다는 다 읽어서 속이 시원하다며 팡팡 털어버리고 싶을 것 같다. 또다시 600여쪽의 여정을 갈 것인지 어쩔 것인지, 생각을 좀 해 봐야겠다. 심지어 한 권 더 본다고 이 괴로움이 끝나지도 않아. 6권이라잖아, 6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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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에서 하늘 보기]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우물에서 하늘 보기 - 황현산의 시 이야기
황현산 지음 / 삼인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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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관한 책은 고3 이후로 10권도 보지 않았다. 솔직히 5권도 안봤다.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는데, 중학교 3학년 때 내가 쓴 시를 읽은 국어 선생님이 '이 시는 초등학생이 선생님께 칭찬받으려 쓴 시 같다'라고 말씀하신 이후 나는 시를 마음으로 공감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여겼다. 그 이후 나에게 시는 분석해야 할 대상이었고, 내가 가장 인상깊게 읽은 시와 관련된 책은 수능 대비를 위해 시를 풀이해 놓은 두께 3cm는 될 시 분석집이었다. 시의 소재와 분위기와 심상을 파악하면 주제를 알아낼 수 있지!

 

  시를 이해해 보고 싶었지만, 시를 이해한다는 건 그냥 내 마음가는 대로 읽으면 될 것 같다고 용기내서 써 놓고도 다시 시와 멀어졌다. 쉬운 게 있는데 왜 어려운 길을 가겠어. 사실 이 책은 시인이 시를 어떻게 쓰는가에 대해 이야기 한 책이라 생각해서 읽고 싶었다. 알고보니 오랫동안 시를 가르쳐 온 교수님의 시 풀이집이랄까, 평론집이랄까. 우물에서 하늘 보기란 제목은 시라는 틀 안에서 세상을 바라본다는 뜻이 아닐까 하고 감히 추측해본다.

 

  백석의 시집을 복사본의 복사본의 복사본의 복사본의 5대손쯤 되는 것을 읽었던 일화나 시인 박정만에 관한 이야기 등 시에 관련한 곁다리 이야기들이 난 재밌다. 기고되었던 글인 만큼 한국 사회에 있었던 사건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읽는다. 세월호, 윤일병, 신춘문예... 결국 남은 것은, 슬픔이 있어도 찬란한 것은 희망이기 때문이리라고. 문학의 역할은 사회에게 그래도 나아가야 한다는 말을 해주는 데 있을지도 모른다. 이 비통함이 잊힐 것이 두렵다. 잘 가라, 아니 잘 가지 마라. 내가 하고 싶은 말.

 

  그래서 결국 시는 어떻게 읽어야 하는 거냐고! 시인을 알고, 그 시대를 파악하고, 시인의 평소 사상을 알아내서 왜 그런 시가 나오게 되었는지 분석하여야 하는 걸까?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고 시라는 장르적 특성 덕분에 시 전문을 읽고 해석을 읽으니 이해하기도 쉬웠다. 그렇지만 시에 대한 내 질문은 그대로다. 나는 평생 이렇게 시를 읽을 수 없을텐데. 재미있게 읽었지만 설명해 주지 않는다면 여전히 나는 그 시들을 읽어내지 못할 것임을 알아서 좀 슬프다. 슬퍼.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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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 - 그리움을 안고 떠난 손미나의 페루 이야기
손미나 지음 / 예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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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런 식의 여행책은 아주 오래간만이다. 여행 에세이를 즐겨 읽고는 했지만 초등학생 때 부터 고등학생 때 까지 한비야 작가의 책에 미쳐 살았던 이후 이런 식의 책은 거의 손대지 않았다. '이런' 식이 어떤 것이냐 물으면 정확히 대답할 순 없지만, 책의 곳곳에 작가가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이 있는 여행 에세이라고 하면 되려나? 난 내가 너무 오랫동안 한비야 작가의 책을 좋아했다고(=신봉하다시피 했다고) 여겼고, 막상 여행에 가보니 그녀와 나는 너무나 다른 것을 알았다. 에휴, 거두절미하고, 나는 이렇게 '난 어디에 다녀왔다. 살면서 이 곳은 정말 한 번 쯤 꼭 가봐야 한다. 사람들이 참 순박하다. 난 거기서 나와 운명을 함께하는 친구를 만났다'는 류의 이야기를 읽는 것을 정말이지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솔직히 이 책을 엄청나게 감명깊게 읽지는 않았다. 여행지 때문은 아니다. 남미는 나에게 인생에서 꼭 한 번 쯤 가보고 싶은 곳이자, 그럼에도 한 번도 못 가고 죽지 않을까 생각하는 곳이다. '꽃보다 청춘' 남미 편도 얼마나 부러워하며 보았는지 모른다. 페루에 다녀올 용기를 낸 작가가 부럽기는 되게 부럽다.

 

  여행지에 대해 한없이 낭만적으로 써 놓은 책은 이제 웃음이 나온다. 아마존이 엄청난 곳임은 확실하다. 인생에서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고, 전세계가 남미를 위해 돈을 주면서라도, 나도 세금을 낼 테니까, 아마존을 파괴하는 행위를 멈추었으면 하고 바란다. 그럼에도 나는 여행을 간다면 분명히 불평이 많을거다. 뼛속까지 도시인인 나에게, 심지어 작은 도시도 못견디는 나에게 아마존은 고난 그 자체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손미나 작가의 아마존 이야기는 솔직해서 좋다. 그렇군. 아마존은 축축하군! 만약 아마존에서 엄청나게 다양한 생명과 자연, 그리고 순박한 현지인을 보았다는 말로 끝냈더라면 난 이 책을 끝까지 읽지도 않았을 거다.

 

  그녀와 그레고리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그녀가 참 운이 좋다거나, 페루의 사람들이 엄청나게 친절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대신에 손미나 작가가 참 괜찮은 사람일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여행을 갔을 때 분명 친절하고 순박한 현지인들이 있다. 하지만 외국이나 우리 나라나 사람 사는건 다 똑같으니까. 작가 만큼의 친밀함과 추억을 쌓고 그렇게까지 신경써주고 보살펴주는 이들을 만나려면 일단 여행자가 참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 이제까지 손미나라는 사람은 나에게 그냥 좋지도, 싫지도 않은 그냥 어떤 유명인이었다. 앞으로는 '난 그분 좋은 분인 것 같던데'라고 말할 것 같다.

 

  이 책은 읽기 시작할 때는 내가 싫어하는 스타일의 책이라고 생각했기에 굉장히 고까웠다. 다 읽고 난 지금, 내가 또 이런 스타일의 책을 찾아 읽을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이 싫지는 않다. 책을 읽다보면 작가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 진하게 배어나온다. 나도 언젠가 아버지를 잃는 일을 겪을 것이란 생각을 하면 그저 아득하기만 하다. 아마 그녀에게 이 책과 이번 여행은 엄청나게 소중할텐데, 좋게만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많이 미안하다.

 

  추가로, 불만 한 마디를 보태며 글을 마친다(이는 전적으로 내 취향에서 기인한 불만임도 밝혀둔다). 나는 줄글로 이어지는 책에서 군데군데 문장들에 색깔을 넣은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마음에 특히 와 닿을 것 같은 문장은 알아서 내가 알아서 잘 챙긴다! 마치 '이 문장은 감동적인 문장이니 똑똑히 보고 어딘가 써두던가 해'라고 강요하는 것만 같다. 그리고 이 책에도 그런 장치가 있다. 너무 싫다. 편집자님, 문장은 제가 알아서 챙길게요. 제발!

 

*추신; 그럼에도 내 마음에 깊이 박힌 아주머니의 한 마디를 적어둔다.

"젊은 아가씨, 우리의 땀이 곧 우리의 삶이에요. 인생은 그런 거지요. 어디에서 살든 부자든 가난한 자든 똑같아요. 중요한 건 가슴에, 그리고 우리의 영혼에 있죠. 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요. 당신도 부디 행복하세요."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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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솔직히 지난 달에는 읽고 싶은 책을 꼽기가 어려웠다. 읽고 싶은 책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는데, 이번 달은 뭐야!? 왜 이렇게 재밌어 보이는 것이 많지? 최대한 꼽고 꼽는 중이다.

 

 

 

 

 

 

 

1.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박연준, 장석주)

 

 이 책은 오로지 걸어본다 시리즈이기 때문에 꼽았다. 알타이 책이 꽤나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시리즈라면 한 번 읽어보고 싶다. 시드니를 아는 남자와 처음 간 여자의 이야기.

 

 

 

 

 

 

 

2.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

(우다 도모코)

 

오키나와! 헌책방! 내가 좋아하는 키워드가 두 개나 들어있는 제목이라서 그냥 무조건 골랐다. 헌책방은 세계 공통으로 비슷한 기분이 드는데, 오키나와는 어떨까. 따뜻한 휴양지에서의 헌책방이라.

 

 

 

 

 

 

3.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

(김남희)

 

 이 책은 독과 같은 책일 것이다. 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나는 지난 달에 여행을 두 번이나 다녀온 것은 까맣게 잊을 거다. 또 여행이 가고 싶어서 마음이 선덕선덕하겠지. 으악. 독을 삼키고 싶은 기분! 몰라! 기꺼이 들이키겠소!

 

 

 

 

 

 

4.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나딘 스테어)

 

 종종 글을 처음 배운 할머니들의 시가 SNS에 올라온다. 그것들을 참 좋아한다. 이 책도 그렇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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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경제학의 귀환 - 주류경제학자와 비주류경제학자 불평등을 이야기하다
류동민.주상영 지음 / 한길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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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고, 곡소리가 절로 나온다. 제목만 보고도 '이걸 내가 잘 읽으려나' 싶었던 이 책과 교양의 탄생 사이에서 나는 한 달 동안 정말 피가 말랐다. 이 책도, 저 책도 너무 어렵잖아! 두 권의 리뷰를 같이 써 내는 것도 두 권을 번갈아가며 읽으며(라고 쓰고 절망하며라 읽는다) 독서를 빙자한 공부를 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잠깐 경제를 배우고 그 이후로는 아무 공부도 해 본 적이 없는 나, 한 달 동안 혹독하게 그 벌을 받았다.

 

 사회학 서적을 읽으며 '사회학자는 사회와 유리되어 있어서는 안된다'는 말에 감명을 받았다고 쓴 적이 있다. 사회학자는 모름지기 그래야지! 하고 생각하며 리뷰에도 쓴 적이 있지만 이것은 비단 사회학자에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유홍준 선생님이 학자의 소명을 말하실 때에도 그렇고 학자는 사회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 같다. 결국 학자의 사회적 의무는 고고하게 방에 앉아 글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쌓은 지식을 통해 사회를 짚어내는 것이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그런 시각을 가진 나에게 이 책의 첫머리에 나오는 조앤 로빈슨의 말은 경제학 멍청이라도 이 책을 끝까지 읽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심어주었다.

 

경제학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가장 대답을 필요로 하는 물음들에 관해 아무런 말도 해줄 수 없다는 것, 바로 경제이론의 명백한 파산이다.

 

  내가 항상 궁금했던 것, 맨큐의 경제학을 들고 다니는 경제학을 복수전공하는 동기들은 왜 돈을 잘 버는 방법을 배워오지 못할까? 나에게 경제는 곧 돈이고, 경제학이라 함은 결국 돈의 공부여서 맨큐의 경제학 안에는 돈을 버는 방법이나, 하다못해 돈을 많이 번 이들이 사용한 원리라도 들어있는 줄 알았다. 모든 기업에서 경제학과나 경영학과를 찾고 있는 걸 보면 역시 경제학과는 돈, 돈 버는 기업, 돈 벌게 해주는 이상적인 정부를 배우는 게 아닐까. 경제학에 가지고 있던 큰 의문을, 저 한마디가 정확이 풀어주었다. 경제학이 파산했기에 경제학도들도 아무것도 배워오질 못하는구나.

 

  경제라고는 발톱의 때만큼 아는 정도이지만 사실 나는 경제학자들의 말을 믿지 않는다. 별 근거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말이 사실은 그의 엄~청 두꺼운 책에 짧게 소개될 뿐이며 그 책을 전부 읽고 나면 그 단어는 그리 중요치 않다는 걸 알게 된다고, 보이지 않는 손이 필요했던 인물들에 의해 강조되었을 뿐이라는 말을 읽고 나서다(그 책이 거짓말을 하였는지도 모를 일이지만은). 분명 사회의 돌아가는 판이 불합리하다고 느껴지기는 한데, 이놈의 경제라는 분야에서는 이것이 마치 정상인 체 하고 있는 꼴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금리가 올라가고 인플레가 나타나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게 다 이렇게 하면 저렇게 되는 거예요~ 하는 인과관계 공식으로 설명이 된다면 왜 나는 이 사회의 돈이 이렇게 불합리하게만 느껴진단 말인가.

 

  경제학자라 말하는 사람들이 성장 담론에 의문을 제기해 준 점, 불평등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하는 점, 분배에 드디어 관심을 가져준 점에 감사할 지경이라 나는 이 책을 끝까지 꾸역꾸역 읽었다. 경제학은 1도 모르는 나라서 솔직히 이 책이 잘 쓰인건지 믿을만 한건지 판단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런 책을 쓰려는 시도를 해 주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웁다.

 

  이 책은 솔직히, 정말로 경제학에 대해서 좀 배경지식이 있는 사람이 읽어야 한다고 본다. 나같은 멍청이는 안돼. 경제학의 설명이  as if를 바탕으로 현실과 먼 현실을 바탕으로 설명이 이루어지기에 불합리하다고 하면 '아... 경제학이 그랬구나...'하는 나는 이 책을 비판적으로 읽어 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영국의 꽤나 좋은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배우고 있는 친구에게 선물하려고 한다. 경제학을 배워가면서 점점 기업인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말을 하고, 효율성을 따지고, 경제가 얼마나 합리적인지에 대해 말하던 너에게 나는 이 책을 주고 싶다. 내가 본능적으로는 느껴내지만 학문적으로는 짚어내지 못했던 너의 완벽한 경제학의 세계가 이 책으로 인해 조금의 균열이나마 일어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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