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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향해 쏴라
마이클 길모어 지음, 이빈 옮김 / 박하 / 2016년 2월
평점 :
품절


  세상에, 사람이 이렇게 살 수도 있구나. 알라딘에서 신간평가단을 하면서 정말 고마웠던 건 나 혼자 고른다면 절대 고르지 않을 여러 책들을 볼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런 책들은 나에게 뜻밖의 깨달음을 주곤 하는데 특히 내가 '인간이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얼마나 편협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세상에. 이런 삶도 있구나. 난 참 작은 곳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구나.

 

  이 책은 미국의 유명한 사형수 게리 길모어의 막내 동생인 음악비평가 마이클 길모어가 그의 형과 가족을 회고하며 쓴 이야기로, 게리 길모어의 범죄성이 그들 가족의 역사 어디에선가 시작된 것은 아니었는 지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이것은 게리의 행동을 이해-물론 살인은 이해받지 못할 짓이지만-함과 동시에 저자의 상처 또한 다시 한 번 들여다보고 치유하는 과정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700쪽에 달하는 방대한 양이지만 마치 영화같은 이야기라 쭉 이어가며 읽는 것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아버지에게 학대 받은 어린 시절이 주를 이루는 다른 형제들의 삶과는 달리 저자는 유난히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자랐다. 그래서인지 나이 차이가 있어서인지 형제들은 그에게 곁을 잘 내주지 않았고, 결국 그는 가족에 온전히 포함되지 못한 채 주변자적인 감정을 갖고 살아간다. 그러나 가족은 어쩔 수 없는 것인지, 때때로 과거가 그의 발목을 잡는 것이다. 너도 결국 다르지 않다고.

 

 

  아니다, 결단코 나는 그런 것 따위는 믿지 않는다. 몇 년 전, 내가 옛집에 가보려고 했던 이후에, 마침내 작고 어두운 방 안에서 무엇인가 섬뜩한 것과 마주쳤을 때에도, 그것이 내 생의 최악의 순간에 내 목을 움켜잡고서, "난 널 알아. 네가 마지막이지. 자, 이제 널 데리러 온 거야."라고 말했을 대조차도, 나는 그것을 믿지 않았다. 나는 자신에게 말했다. 아니야, 이 유령은 실재가 아니야. 이 유령은 다른 곳에서, 내 마음 저 깊은 곳에서 나타나는 거야. 그 순간에도 나는 나 자신에게 말했다. 유령보다 더 무섭게 나를 움켜잡을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만약 부모 중 누가 게리에게 더 악영향을 끼쳤느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아버지임에는 틀림 없다. 그러나 읽는 내내 혹시 어머니가 현명한 자였더라면, 가족 중 누군가는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역량이 있었더라면 결국 사단이 나게까지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두꺼운 책 안에서 그 어머니가 현명하게 행동했다고 생각한 부분은 딱 한 부분 뿐이었다. 물론, 현명한 여자였다면 과거도 알 수 없는(그러나 어쩐지 어두운 냄새가 나는) 남자랑 훌쩍 결혼하지는 않았겠지.

 

 

  그때 어머니가 그 난장판에 뛰어들었다. 어머니는 큰 빗자루를 들고 와서, 프랭크 형의 머리를 내려치면서 말했다. "그만 좀 해. 그만하면 됐잖아. 프랭크, 내가 널 경찰에 신고했다. 어서 밖으로 달아나." 프랭크와 게리는 깜짝 놀라, 싸움을 멈추고 어머니를 봤다. "이제 그만 게리를 놔둬라." 어머니가 프랭크를 보며 다시 말했다. 프랭크는 몹시 침통한 얼굴로 바닥에서 몸을 일으킨 다음 꽝 하고 현관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이때 어머니가 맏형 프랭크의 편을 들었더라면 게리는 가족들의 부고를 들어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기를 치며 떠돌아다니는 불안정한 가족과 아버지의 가정폭력 속에서 어머니는 중산층의 번듯한 삶을 살고 싶어 했다. 사기 같았던 사업은 어쩐지 자리를 잡아서 그들을 여유로운 환경에 두었지만 이미 형제들은 동네에서 악명 높은 범죄자가 되어 있었다. 특히 둘째 게리와 셋째 게일렌이. 그리고 게일렌이 먼저 칼에 찔려 죽는다. 물론 게리는 장례식에 오지 못했다. 감옥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다음 며칠 동안,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게일렌이 하루하루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는 동안 나는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문병을 가지 않았다. 곧 퇴원할 텐데, 뭐. 스스로에게 그렇게 변명했다. 그럼 그때나 가봐야지.

 

 

  저자가 어쩐지 형을 보러가고 싶지 않아 방문을 차일피일 미루는 이 부분이 나는 -형제 중 비교적 평범한- 저자가 이 아수라장 같은 가족을 감당해내지 못하고, 차라리 외면해버리고 싶어하는 마음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끝까지 어머니 곁에 남는 프랭크만이 병원을 다녀간다. 그리고 회복세를 보이던 게일렌 갑자기 죽는다. 물론 방문을 미룬 행동은 저자에게 큰 후회로 남는다. 가족을 외면해버리고 싶다고 해서, 정말로 가족을 외면해 버렸을 때 가책을 느끼지 않는 이는 별로 없다.

 

  게리의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는다.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는 기회가 와도 게리는 그것을 잡지 못한다. 이를 보고 저자는 게리에게 화를 냈지만, 어쩌면 평범한 상황에서 살아본 적이 없는 그에게 평온한 대학교가 주는 위압감은 어쩌면 범죄를 편안히 느끼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인간은 결국 익숙한 것을 좋아하니까. 범죄에 익숙한 그의 모습은 사실 자업자득이라는 생각과, 불우한 환경 탓도 컸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교차했다. 그러나 이것을 환경 탓으로 돌려버린다면 그와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음에도 파국을 맞지 않은 이들은 무어란 말인가. 외면하기엔 안타깝지만 동시에 포용하기엔 너무나 타락한 인생이었다.

 

 

  게리를 만나고 온 그날 밤, 나는 한숨도 못 잤어. 이제 다시는 게리를 보러 가지 않으리라는 걸 알았지. 그가 고통받는 모습을 더는 볼 수가 없었으니까. (중략) 그런 결정을 내리면서 단 하나 마음에 걸린 건, 내가 진심으로 게리를 사랑했다는 걸 그 애가 모른다는 사실이었어. 게리는 결국 내가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내가 진심으로 자기를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알지 못하고 갔을 거야.

 

 

  게리는 두 건의 살인사건을 저지른다. 감옥에서 게리는 도주 중 잡히지 않았더라면 아마 저자에게 와 범죄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했을 것이고, 저자는 들어주지 않았을 것이고, 그러면 저자를 죽였을거란 이야기를 한다. 사형을 선고받은 게리는 죽음을 선택한다. 사형 제도가 제대로 부활하지 않았던 곳에서 부활한 사형제도의 첫 사형수가 되기를 자처하는 그의 이야기를 미국 전역은 주목한다.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나또한 촉각을 곤두세웠을 것이다. 하지만 간과하고 있는 것은 그 시끄러운 뉴스 뒤의 누군가는 자식이, 형제가 사형수가 되어 어느 날 죽을 것이고 그에 대해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기다리기만 해야 한다는 사실이 있다. 프랭크와 저자는 게리가 진심으로 죽음을 원한다는 사실에 그를 위한 노력을 모두 포기한다.

 

  살아남는다면 인생에서 더 이상 자유는 없을 사형수에게 죽음이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사형수에게 사형이란 어느 아침에 다가올 지 모를 끔찍하기만 한 미래라고 생각했었다. 사형을 선택하는 사형수를 보고 당시 사회가 얼마나 놀랐을 지 짐작이 간다. 그런 태도는 어쩐지 사회의 반성을 불러왔을지도 모르겠다.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횡포가 가족을 망가뜨렸다. 그것을 주변의 누구도 바로잡지 못했다. 우리 사회가 보듬어주지 못한 소외된 사람이다- 등등의 이야기를 하면서.

 

 

  그런데 문제는 정말로 우리의 인생이 '계속'되며, 인생에 있어서 죽음 말고는 종지부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중략) 게리와 죽음의 세계로 가버린 사람들, - 우리 가족들과 게리에게 살해된 사람들- 그들만이 이 이야기의 종말을 선언할 수 있다. 그들은 자신의 역할을 다 끝마친 사람들이고, 과거의 유산에 대해 대가를 치렀거나, 혹은 대가를 모면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여기 남아 있는 우리들은 그 이야기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나서도 계속 살아가야 할 사람들이었다. 죽은 자들의 유산을 계속 이어가야 하는 삶을.

 

 

  게리의 이야기가 끝난다고 해서 가족의 이야기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어머니는 집 안에 자신을 고립시켰고, 저지는 가족을 떠난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자 프랭크는 잠적을 해버린다. 10년 간 어디에 있는지조차 몰랐던 그들이 재회했을 때, 어디선가 내 동생은 그래도 평범한 사람들처럼 결혼도 하고 가족과 함께 살고 있겠지 하며 위안했다고 프랭크가 이야기한다. 나는 이 책의 주인공이 차라리 프랭크여야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가족을 떠나고 싶어했지만 결국 끝까지 남았고, 잘못 된 길을 가지 않았고, 마지막 남은 동생에게 기억 속 이야기를 들려주는, 알고보니 아버지의 자식이 아니었던 그는 저자보다 훨씬 짙게 죽은 자들의 유산을 계속 이어가는 삶을 살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의 삶이 그 모든 유산을 벗어나 새로운 시작을 맞이한 것은 아니다. 그는 자신의 가족의 유산은 사라져야 하며, 자신과 프랭크가 결혼을 하지 않았고 자식이 없으니 곧 사라질 것이라 여러 차례 기술한다. 그것을 그렇게 당연한 듯이 쓸 수 있는 상태가 되려면 대체 얼마만큼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하는 것일까. 누군가는 고통을 남에게 더 큰 고통으로 갚아준다. 누군가는 자신을 파괴하고, 누군가는 감내해내며, 누군가는 도피한다. 사회와 그것이 길러낸 악(惡)에 대해서 고민해 보게 하는 책이다. 자신의 치부를 이리도 적나라하게 밝힌 저자에게 진심으로 감탄을 표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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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딘에서 책의 날을 맞아 질문 10개에 대답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적립금보다는 이런 질문에 대답하는 것 자체가 즐거워서 대답해 본다! 요즘 자소서를 쓰는 친구들이 많다보니 감명깊게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하게 된다. 요 몇 년, 주위에 책 읽는 사람도 별로 없고 이래저래 평소에 책이 이야기 주제로 나오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근데 갑자기 친구들이랑 책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어서...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흥분한다. 덕후란 그런 것입죠. 누군가 덕질을 물어봐주면 흥분하게 되어 있다고!ㅋㅋㅋㅋㅋㅋ 

 

Q1. 언제, 어디서 책 읽는 걸 좋아하십니까?

  여기저기..? 일단 가장 많이 보는 곳은 침대. 자기 전에 읽다 잠드는 습관이 있어서(+인테리어로 독서등을 만들었더니 어찌나 예쁜지 자꾸 쓰고 싶은 마음까지 추가되어) 침대 옆에 자꾸 책이 쌓여간다. 그 다음으로 좋아하는 장소는 지하철. 지하철은 눈 앞에 뭔가를 보고 있지 않으면 너무 지루하다. 책을 보지 않으면 핸드폰을 할 것을 알아서 책을 꼭 챙기려고 하는데... 일단 핸드폰 켜면 책으로 돌아가기는 힘들다. 여하튼 책 때문에 몇 정거장 더 간 적도 많다. 그 다음으로는 카페, 학교 다닐 때는 강의실... 이런 식! 자투리 시간에 읽는 걸 좋아한다. 생각보다 그 시간이 참 길다는 걸 책을 읽다보면 알게 된다. 


Q2. 독서 습관이 궁금합니다. 종이책을 읽으시나요? 전자책을 읽으시나요? 읽으면서 메모를 하거나 책을 접거나 하시나요? 
  종이책을 읽는다. 처음 전자책을 시도한 것이 아이패드였던지라 눈이 아프다는 편견만 생기고 관뒀다. 이 편견을 영국에 가서 킨들 리더기를 산 후에 깼는데, 깼는데... 킨들도 지금 어디있는지 모르겠는데(아 영어 책을 읽겠다던 허망한 꿈이여) 한국 책을 위한 리더기를 또 사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그 물성이 가진 무언가가 있어!

  몇 달 전까지도 나는 '책에 흠집이란 있을 수 없다'파였다. 이 생각을 박웅현 작가님의 '책은 도끼다'를 읽으면서 좀 버렸지만 그래도 계속 고수했다. 그런데 요즘은 좀 태도를 바꿨다. 일단 흠집을 내지 않고 책을 읽으면 한 번 읽고 넘기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렇게 한 번 읽은 책의 숫자가 많아져봐야 남는게 무엇인가, 하는 물음이 들었다. 책을 여러 번 읽거나 좀 더 마음에 남겨가며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니까 작가님의 독서법이 생각난 거지. 요즘은 포스트잇 정도는 붙이는데, 그렇게 해두고 다 읽은 후에 표시한 부분을 정리해서 리뷰를 스곤 한다. 마음에 쏙쏙 들어온 부분을 좀 더 정확하게 기억한다는 장점과 리뷰가 어쩐지 그 문장들에 얽매이는 것 같다는 단점이 있다. 지금 마음같아서는 밑줄도 치고 메모도 하고 싶은데 몇 년 간의 관성이 있는 터라 겁이 나서(?) 선뜻 그렇게 되지가 않는다. 배포가 커지면 시도할 수 있겠지. 언제쯤!? 


Q3. 지금 침대 머리 맡에는 어떤 책이 놓여 있나요?

  지금 머리맡에는, "그들을 따라 유럽의 변경을 걸었다"와 "네 심장을 향해 쏴라" 두 권이 있다. 리뷰를 써야 하거든요^-^ 그 전에는 "어쩌다 한국이"과 "파리는 날마다 축제"가 있었다. 그 전에는 "폴리팩스 부인...어쩌구저쩌구"하는 가벼운 추리소설이 있었고.. 많은 책들이 거쳐갑니다! 확실한 건 내가 읽은 책들은 전부 최소한 한 번쯤 내 침대 위에 올라온 적이 있다는 것.

Q4. 개인 서재의 책들은 어떤 방식으로 배열해두시나요? 모든 책을 다 갖고 계시는 편인가요, 간소하게 줄이려고 애쓰는 편인가요? 
  소장하기를 즐겼으나 무소유의 즐거움을 깨닫고(ㅋㅋㅋㅋ) 알라딘에 중고서적으로 한참 팔아넘긴 뒤 최대한 안사려고 하고 있다. 책은 책이 될 수도 있지만 그저 종이의 묶음이 될 수도 있는 법이다. 최근에는 빌려 읽은 후에 1)사고 싶다  2)계속 생각해봐도 사고 싶다  3)반복해서 읽으면 인생에 도움이 될 것 같고 계속 되새기고 싶다  4)그러니까 정말 사고싶다 의 마음구조를 거치면 산다. 요약하면 그냥 좋으면 산다.

  배열에는 아직 딱히 구조가 없다. 책 모양보다는 내용 위주로 모으는 편이고 여행이면 여행, 역사면 역사, 소설, 뭐 이런식으로 느슨하게 해 두었다. 아무래도 '내 책장'이라기 보다는 '가족과 함께 쓰는 책장'이라 내 규칙을 적용하기 애매하다. 그렇다고 혼자 쓰는 책장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거기엔 장식품과 화장품이... 하하하... 덕후 자격 박탈인가.


Q5.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은 무엇입니까?

  몇몇의 후보가 있는데 하나는 다음 질문을 위해 남겨두고 나머지를 언급해 보겠다. 일단 아동용 '로빈슨 크루소'. 어디 가서 집짓고 막 새로운 걸 개척하고 그런 류의 책을 참 좋아했다(1318문고의 '손도끼'라는 책도 재밌었음).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여사의 '비밀의 화원'도 비슷한 맥락으로 화원을 발견하고 꾸며나가는 그 이야기가 너무 좋았어ㅠㅠ 이런 화원은 지금도 갖고 싶다. 이 비밀의 화원류의 애정이 확장된 게 타샤 튜더 할머니 시리즈다.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타샤의 정원' '타샤의 집'은 지금도 제 옆에 잘 꽂혀 있습니다.

  그리고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셜록 홈즈와 해리 포터(해애리 퐈터!). 얼마 전 인생에 영향을 준 책을 10~20권 꼽아보라는 질문을 받고 과연 이 두 시리즈를 넣을 것인가 말 것인가로 깊게 고민했지만 결국 넣었다. 영향을 받은게 사실인걸! 셜록 홈즈는 어떤 권은 진짜 100번도 더 봤을 거다. 심지어 해리 포터는 전체 책을 쭉 짚어가며 마법 주문을 다 적어다가 외우고 공부했다니까! 나한테도 입학 편지좀 보내 줘라 줘!

Q6. 당신 책장에 있는 책들 가운데 우리가 보면 놀랄 만한 책은 무엇일까요? 
  놀랄 책은 "찔레꽃 울타리"시리즈! 이것도 어렸을 때 좋아했던 책인데 적정 연령대를 지나서 엄마가 사촌 동생들에게 반강제물림을 해 주었다. 계속 기억에 남았는데 20살이 넘어서 문득 다시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검색했더니 오.. 크기가 커지긴 했지만 아직도 판매를 한다. 한 번에 8권을 다 사기에는 무리가 있어서 다른 책을 주문할 때마다 찔끔찔끔 산다. 지금 세 권 있다. 가장 최근에 산건 "높은 산의 모험"인데 다시 봐도 신나고 삽화 진짜 사랑스럽다. 내 자식한테도 보여줄거다.

  그나저나 나를 아는 사람이라면 별로 놀라지 않을 수도 있겠다. 난 원래 좀 유치하니까 너답다는 소리를 들을 것도 같군. 쳇. 나한테만 놀랄 만한 책인지도? 만세!


Q7. 고인이 되거나 살아 있는 작가들 중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습니까? 만나면 무엇을 알고 싶습니까? 
   고민하다가 번쩍 생각이 났다. 진짜 만나보고 싶은 사람, 꼭 만나보고 싶은 분! 백석 시인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정말 만나보고 싶고, 그분이 90년대에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그 분의 시를 정말 좋아하고 정말 그렇게 가신 것이 한스럽다. 내가 경성에서 살았더라면 아마 나는 백석이라는 남자한테 홀딱 반했을 거다(백석 시인이 나를 거들떠 보았을지는 알 수 없다...). 아니, 지금도 이미 반해 있다. 백석.. 백석을 만나고 싶고, 그냥 그분이 다른 환경에서 살 수 있었으면 정말 좋았을 것 같다. 알고 싶은 것은 없어요. 그냥 한 번 만나고 싶어요.


Q8. 늘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있습니까?

  빌 브라이슨의 책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시작으로 이 사람의 여행기도 끝까지 읽은 것이 없다. 분명히 위트있는 글인데 왜 이렇게 안넘어감!?!?!? 재미 없다고 말하기도 곤란한데 재미없는 기분이 든다(?). 영국식 코드에 약간 익숙해지고서 이제는! 읽을 수 있겠지 하며 시도했다가 또 나자빠진 이후로 이제 시도할 용기조차 없다. 몰라. 언젠가 읽겠지 뭐. 마치 지금 다른 책으로 인해 너무 바빠 손대지 못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Q9. 최근에 끝내지 못하고 내려놓은 책이 있다면요?

  "예술 수업"이라는 책. 일단 이 수업이 우리 학교에 있었다면 나는 그 수업을 무조건 수강했을 것이다. 수업은 수강할텐데.. 시험공부도 열심히 할텐데... 읽다가 자꾸 끊기니까 기억도 안나고 해서 결국 포기했다. 좀 잔잔하고 집중할 수 있는 시기에 읽어야 추진력 있게 빡 읽을 수 있을 듯 싶다. 지금은 그 빡!을 할 힘이 부족하다.

Q10. 무인도에 세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져가시겠습니까?

  과연 무인도에 세 권의 책을 가지고 가는 것이 어떤 상황일까. 아~ 나 무인도에 잠깐 다녀와야겠다~ 뭐 들고 갈까~? 의 상황이면 재미있을 책 3권. 황금가지 출판사의 셜록홈즈 7권(언제 읽어도 재밌징), 타샤의 집(뭔가 만들고 싶어질 것 같다), 그리고 꼭 읽어봐야할 것 같은 고전이나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책 한 권. 예를 들어 안나 카레리나라던가,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이라던가, 레미제라블이라던가...

  하지만 배가 난파되어 정신을 차려보니 나홀로 무인도요 옆에 남은 것은 세 권의 책 뿐이었다는 상황이라면 일단 생존부터 생각해야겠다. 생존을 위한 기본 의학 정보가 나온 책 한 권(그런 책이 무엇인지 모르는 게 함정), 로빈슨 크루소(따라서 살아야지), 그리고 성경이는 불경이든 종교적 믿음을 줄 책 한 권. 힘들어도 살아야지. 힘들 땐 종교가 최고야(종교도 없는 주제에 막 던져본다).

 

 

  어이쿠, 길게 많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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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와우! 마지막 페이퍼!

 

지금 예약 출간된 태양의 후예 포토에세이도 에세이인데

다음 달 까지 활동할 수 있다면 무조건 추천해 한 권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즐겁게 마지막 책 추천을 해 본다ㅋㅋㅋㅋㅋㅋ

 

 

 

1. 나이 들면 알게 되는

 

  빨리 나이가 들어서 지금의 20대를 벗어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요즘의 나에게 현명한 조언을 줄 것만 같은 책. 돌이켜보면 매 순간 고민이 있었는데도 어쩐지 앞으로는 없는 순간이 올 것만도 같아서. 그런 희망도 없으면 고민에 눌려 죽을 것 같다.

 

 

 

 

 

 

2. 할머니, 그만 집으로 돌아가세요

 

  꼽다보니 또 어르신 이야기군! '워킹 인더 우즈'라는 영화가 있는데 원작이 빌 브라이슨의 애팔래치아 트래킹 에세이다(애팔래치아 맞나? 여하간 미국 어디..ㅎ_ㅎ). 한국에 번역도 되어 있다능! 그 영화를 재밌게 봐서 어르신이 트래킹에 도전하는 이야기에 흥미가 간다.  

 

 

 

 

 

 

3. NYC basic tips and etiquette

 

  뉴욕 특유의 분위기가 좋다. 머무르면서 얼마나 취해있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뉴욕을 작업한 아티스트라고 하면 어떻게 했을지 궁금하다. 누구나 느낄 수 밖에 없을 뉴욕 그 특유의 분위기를, 누구나 다르게 느낀다는 게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지! 정말 더럽고 지저분한데도 사랑하는 도시인 뉴욕! 

 

 

 

4. 아쿠타가와의 중국 기행

 

  나는 에세이스트의 에세이보다 소설가의 에세이가 더 관심이 간다. 특히 소설로 이름을 날리는 이들의 작품은 더욱. 여행을 사랑하는 나에게 여행기는 더 쥐약이다. 작가의 개성이 확 드러나서 연예인 좋아하는 팬 마냥 그런 기분인가 싶다. 어려우려나, 쉬우려나. 어려우면 팬심이 사라질텐데. 

p.s 왜 에세이는 수필과 같은 말인데 에세이스트와 수필가는 다른 느낌을 주는가! 수필가라고 썼다가 아니아니- 내가 원하는 단어는 좀 더 얕은(?) 느낌인데 수필가는 진지해.. 하는 생각이 들어 다시 고쳤다. 흠, 흠, 흠. 

 

 

 

 

꺆! 이번 달에 책은 뭐로 결정되려나! 지난 번에 쓴 것 중에 선정된 게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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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 - F. 스콧 피츠제럴드와 <위대한 개츠비>, 그리고 고전을 읽는 새로운 방법
모린 코리건 지음, 진영인 옮김 / 책세상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내게 <위대한 개츠비>는 읽어보아야 할 것 같은 고전이지만 어쩐지 끌리지 않는 그런 책이었다. 그렇지만 집에 책이 있길래 한 번 읽었고, 역시나 큰 감흥 없이 다시 제자리에 두었다. 나는 사람들이 개츠비가 고전이라고 말하는 이유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왜 그런지 찾아볼 생각도 없었다), 몇 년 후 무려 디카프리오가 주연을 맡은 영화가 나온다고 했을 때서야 '진짜 뭔가 있는 책인가봐' 싶었다. 

 

  그렇다고 해서 바로 책을 집어든다면 그건 내가 아니지! 이 책을 읽게 된 이제서야 나는 다시 개츠비에 관심을 가졌다. 사실 개츠비는 한 번 읽어 봤으니까 다시 안 읽어도 되겠거니 하며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처음 몇 쪽 읽고 반성하며 원작을 읽었다. 몇 년만에 다시 읽어본 개츠비는 대충 읽어냈을 때보다 확실히 함축하는 것이 많다고 느꼈고, 다시 읽으면 뭔가 더 발견할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언제 여행 갈 때 챙겨가서 한 번 조용히 읽어봐도 괜찮겠다. 낯선 곳에서 낯선 시선으로. 개츠비는 매력적인 책이란 걸 이제 알아봤다.

 

  개츠비에 관한 내 감상은 제쳐두고(또 이야기할 수 있을 때가 금방 올 것 같거든), 이제 이 책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나는 이 책이 평가단 리뷰에 꼽힌 것이 1)그만큼 우리 나라 사람들도 개츠비를 사랑해서 2)'계속 읽는다'는 말에 책을 좋아하는 평가단 여러분이 꽂혀서 인지 분간하지 못하겠다. 그런 의문이 드는 것은 물론 1)내가 그만큼 개츠비를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2)표지를 보고 내가 그런 착각을 했기 때문에 두 가지 모두에 해당한다. 정말, 이렇게 깊게 개츠비를 파헤치고 싶어하는 사람이 우리 나라에 많단말이야?

 

  <위대한 개츠비>는 1920년대 미국의 한 일면을 놀랄만큼 잘 포착했다는 점에서 미국 내 누구나 학교에서 배운 이야기임과 동시에 수많은 콘텐츠를 재생산해는 작품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배웠다'는 것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으니, 그것은 이야기를 이야기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끝없이 그 안의 함축적 의미, 심상, 감춰진 의도를 기계적으로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내가 개츠비에 느꼈던 감상이 더 좋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 책을 읽고 나니 저자의 팬심과 분석에 의해 내 감상이 방해를 받은 듯한 느낌이 든다. 책 처음부터 끝까지 저자의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지만, 그 중 나도 동의한 몇 군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동시대 문제에 얽혀들면서도 1차원적인 정치 소설이 되지 않았다는 점은 <위대한 개츠비>가 거둔 놀라운 성과다.

 

비평가도 연구자도 입을 모아 칭찬하는 점이지만,

피츠제럴드가 <개츠비>에서 이뤄낸 가장 대단한 성과는

관찰력이 예리한 외부 화자가 주인공의 이야기를 둘려준다는 점이다.

(중략) 개츠비를 둘러싼 신비로운 분위기는 깨어지지 않는다.

 

새로운 <개츠비> 영화나 발레나 오페라나 연극이 나올 때마다 그와 비슷한 통설이 부활했는데,

이 소설은 영화로 만들거나 무대에 올리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소설의 힘이 플롯이나 캐릭터가 아니라 언어에 의존하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그리고 그건 사실이다.

 

  이 책은 <위대한 개츠비>라는 소설을 정말 좋아하고 흥미롭게 읽었던 데다가 피츠제럴드에게까지 관심이 지대해했던 사람이라면 몹시도 재미있게 읽을 것이다. 소설과 피츠제럴드에 대한 저자의 모든 이야기가 다 담겨있다. 저자의 연구, 강의한 얘기, 사람들 반응 얘기, 조사 얘기(심지어 조사를 도와준 사서까지!), 파고들고 분석하고 느낀 모든 것들이 다 있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이 책 덕분에 나는 책을 다시 읽었고-재발견해서 몹시 기쁘고- 영화도 보려고 준비한 참이다. 개츠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파고들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어서 후회하지 않겠다.

 

  하지만 오로지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이야기므로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 '고전을 읽는 새로운 방법' 이런 문구에 현혹되어 아, 개츠비를 시작으로 고전 일반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인가봐- 하고 착각해서는 안된다(그건 바로 나다). 개츠비의, 개츠비에 의한, 개츠비를 위한! 분석서인 것을! 

 

 

* 맺으며

  나는 피츠제럴드가 생존했을 때 성공을 다 목격했기를 꼭 바라고 그런 건 아니지만, 그가 1940년에 죽은 후 채 몇 년도 지나지 않아서, 정확하게는 (55년 이후부터) 특히 64년 즈음에 "걸출한 미국 작가"로 높이 평가받았다는게 안쓰럽다. 저자가 소개한 피츠제럴드의 한 일화를 보면 누구라도 처연한 마음을 가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1937년 피츠제럴드는 실라 그레이엄을 만난 직후, 패서디나 극장에서 그의 단편 <리츠칼튼 호텔만큼 큰 다이아몬드>를 개작해서 공연한다는 뉴스를 신문에서 읽었다. 그는 기분을 내기로 결심했다. 극장에 전화해서 자신이 작가라고 알리고 좌석 두 개를 예약했다. 또 기사 딸린 리무진을 예약하고 실라와 함께 야회복 차림으로 밖에서 저녁식사를 한 다음 극장으로 갔다. 그들이 도착했을 때, 로비에는 아무도 없었다. 알고 보니 몇몇 학생들이 위층 홀에서 연극을 공연하고 있었다. 위층 홀 또한 거의 비어 있었는데, 열두 명쯤 되는 관객들은 평상복 차림이었고 대부분은 배우들의 엄마로 보였다. 공연 후 피츠제럴드는 무대 뒤로 가서 학생 배우들을 축하했고, 나중에 실라에게 그들은 "멋진 꼬마였다고, 그들에게 잘했다고 말해주었다"고 전했다. 

 

  얼마나 잔인한 현실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신을 작가라고 생각하고 포기하지 않은 그의 의지에 존경을 보낸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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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회의 탄생 - 중국의 지식인 시의 나라를 열다 이상의 도서관 52
강필임 지음 / 한길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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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딱 정말 시회의 탄생을 소개하는 책이다. 한시를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착각하면 안된다!

 

  시회가 어떻게 탄생되었는지를 시가 어떻게 국가의 중요한 문학이 되었는지에서부터 짚어내면서 설명해주는 이 책은 시와 시회의 당시 사회적 의미/기능을 깔끔히 정리하고 있다. 맨 마지막 장에 시와 그에 얽힌 이야기에 대한 소개가 나오는데 앞선 내용들은 다 설명인 반면 여기만 스토리텔링이다보니 맨 뒤가 제일 잘 읽힌다. 끝까지 읽다보면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장이다. 

 

  시회에 대해서 깔끔하고도 모든 것에 관련한 설명이 들어있는 책(a.k.a 시회 수업 대학교재)이 필요하다면 이 책을, 한시와 시회에 대한 일화가 가득 담긴 책을 읽고 싶다면 다른 책을 찾아가기를 추천하면서... 글을 마친다. 만세! 언젠가 시회에 대해서 설명해야 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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