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언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5-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5
엘리자베스 코스토바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원래 3권 짜리로 알고 있던 <히스토리언>이 이번에 1권 700 여 페이지로 다시 나왔다. 이전에는 그저 역사가들에 대한 소설로만 생각했었는데,생각지도 못하게 드라큘라의 역사를 다루고 있을 줄은 이번에 읽기 전까진 전혀 짐작도 하지 못했다. 사실,이 작품 이전에도 드라큘라를 다룬 작품들은 많이 있다. 대표적으로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를 시작으로 여러 소설과 영화로 만들어졌는데,우리들에게는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연출하고 게리 올드만의 하얀 분장이 기억에 남는 <드라큘라>나 톰 크루즈,브래드 피트가 나온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뱀파이어로 더 잘 알려져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 나오는 드라큘라는 그런 드라큘라와는 다르게 존재한다.

 

폴의 딸이 열여섯 되던 해 서재에서 편지 다발을 발견하고 편지를 읽기 시작하는데,그 내용이 뭔가 불길한 것 투성이다. 딸은 아버지에게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는데,아버지는 예전에 도서관에서 책을 처음 만나게 되고,자신의 지도교수인 로시교수에게 책에 대해 도움을 요청하지만 갑자기 로시교수가 사라진다. 폴은 교수에게 받은 편지를 조사하다가 자신과 같은 행동을 누군가가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고,나중에 그 사람이 로시교수의 딸인 헬렌임을 알게 된다. 폴은 헬렌과 함께 사실을 믿고 싶진 않지만 드라큘라가 있다는 세계 각국을 찾아 조사를 시작하게 되는데,이후에 두 사람은 실제로 드라큘라와 마주치며 그동안 숨겨진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을 듣게 된다.

 

사실 700페이지가 넘는 분량 탓인지 조금 읽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소설 구성도 과거와 현재의 시점을 왔다갔다 하고 거기에다 드라큘라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역사가 계속해서 나열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다가 흐름을 놓칠 것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물론 중간 쯤에는 약간의 모호한 구성 때문에 읽는 속도가 느려지긴 했지만 그 이후부터는 술술 읽혔는데,작가의 10년에 걸친 자료조사가 아니었으면 이 정도 완성도의 책에는 다가가지 못했을 것이다. 드라큘라라는 소재 하나를 위해 유럽의 역사를 거의 한 편의 책으로 본 느낌이 들었다.

 

여기에다 다양한 장르를 혼합한 구성은 이 작품을 단순한 소설로만 보기 힘들도록 만들었다. 그저 그런 뱀파이어 소설이 아니라는 말이다. 조금 무거운 작품이긴 해도 작가의 노력이 빛을 발한 것 같다. 다만 몰입이 약간 끊기는 부분만 잘 넘어간다면 이 작품을 읽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 작품이 영화화된다는 내용을 들었는데,만약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그때는 좀 더 뱀파이어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이 나왔으면 한다.


 

2012/1/3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창백한 죽음
안드레아스 빙켈만 지음, 서유리 옮김 / 뿔(웅진)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사라진 소녀들>로 우리나라에서도 이름을 알린 안드레아스 빙켈만의 신작은 전편에 이어 이번에는 소시오패스의 범죄자에 대한 이야기다. 소시오패스는 책 초반에 자세하게 설명이 나오는데,100명 중 4명꼴로 존재하며,어떤 나쁜 짓을 해도 양심의 가책을 전혀 느끼지 않는 사람을 일컫는 말인데,더 놀라운 것은 이들 대부분이 평소에는 전혀 그런 성격이 드러나지 않는 엘리트라는 것이다. 사이코패스보다도 더 심각한 것이 소시오패스인데,양심의 가책이 없을 뿐 아니라 어떤 고민이나 관심이 없고,자신만 생각하며 타인과 관계도 전혀 없다고 한다.

 

이 책에는 소시오패스 범죄자에게 피해를 당한 미리암,남편의 폭력과 학대를 견디다 못해 법으로 해결하려 한 니콜라 등 억압받은 여자들을 주요 등장인물로 소개하고 있는데,이들 모두 중반까지는 당하는 입장만을 보여주다가 막판에 결정적 활약으로 범인을 잡게 되는 도우미 역할을 하는데,과연 실제 상황에서 나라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녀들의 용기를 새삼 느끼게 되었다.

 

이 작품으로 북유럽 스릴러를 거의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책에 묘사된 피해자의 시체에 대한 설명도 그렇고,소시오패스에 대한 설명도 그렇고 대체적으로 적나라한 편이라 처음 읽는 독자들이라면 약간의 거부감은 들 수 있겠지만 오히려 그것이 북유럽 스릴러만의 매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또한 우리가 사는 세상 속에 이들도 함께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책을 읽은 후에 소름끼치는 느낌마저 들었다. 거기에다 범인이 피해자에게 저지른 고통을 주기 위해 사용한 방법 역시 마찬가지다.

 

그냥 소설로 치부하기에는 워낙에 내용이 탄탄하고 여러 인물들의 다양한 시점에서 펼쳐지는 독특한 구성으로 이 책의 재미를 더욱 배가시키고 있어서 전에 나온 <사라진 소녀들>도 왠지 모르게 기대가 된다. 이 책을 먼저 읽은 독자라면 당연히 <사라진 소녀들>도 읽게 될 것이다. 물론 나도 <사라진 소녀들>을 읽게 될 독자들 중 한 명이다.

 

2012/1/2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월 1주

이제 2주 있으면 민족의 대명절 설날이 다가온다. 설날하면 할아버지,할머니와 오랜만에 만나서 재미있게 노는 것이나 제사와 음식들이 떠오르지만,난 오히려 그것보다 TV나 극장에서 나오던 영화들이 생각났다. 그 중에서도 명절 단골손님이었던 성룡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1979년 <취권>을 시작으로 거의 30여 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사랑받은 외국스타이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그의 영화를 잘 볼 수 없지만,올 연말이면 그의 오랜만의 연출작이자 <용형호제3>에 해당하는 액션영화 <12 차이니즈 조디악 헤즈(십이생초)>로 돌아온다. 특히 이 영화에는 한류스타 권상우와 함께 출연하는 것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성룡의 신작을 기다릴 겸 성룡의 영화 중 추천할 만한 베스트 3편을 정말 어렵게 꼽았다. 선정작은 그의 전성기였던 8,90년대에 집중되었다.

 

1.폴리스 스토리

홍콩의 어느 판자촌에서 마약 거래를 하는 주도 일당을 잡기 위해 경찰이 잠복근무를 한다. 그러나 주도의 비서 샐리나의 밀고로 도망치지만,진가구의 대활약으로 주도를 붙잡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함께 잡혀온 샐리나에게 법정 증언을 해주는 조건으로 풀어주는 대신 진가구가 그녀의 보호임무를 맡는다. 한편,샐리나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까 두려워진 주도가 그녀를 죽일 음모를 꾸미고,그 사이 진가구는 동료 경찰의 배신으로 누명을 쓰게 된다. 누명을 벗기 위해 진가구는 주도의 본거지가 있는 백화점으로 향한다..

 

성룡의 대표작이자 대표 경찰 시리즈물이다. 이 영화가 나올 당시 홍콩경찰이 무술을 한다는 설정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흥행에 실패할 것이라 생각했었다고 한다. 이 영화 이전까지 나온 경찰액션영화는 이수현이 출연한 <공복>이나 홍금보와 함께 나온 <오복성>(사실 이 영화는 경찰영화라기보다는 코믹액션물에 가깝다) 정도다. 사실,이전부터 성룡은 경찰영화를 준비했었는데,1983년 찍은 <프로젝트A>가 그 시초다. 이후 헐리웃에 진출하여 여러 영화를 찍게 되지만 그때마다 자신과 맞지 않은 일본인 배역이라든지 감독과의 마찰 등으로 그리 행복하지 않은 생활 속에 돌아오게 된다.

이 영화는 그가 <프로텍터>의 실패를 거울삼아 만들어진 영화다. 사실,그 당시 홍콩사회에서는 부패가 심각한 문제였었다고 한다. 이런 민감한 시대에 만들어진 이 영화는 홍콩 금상장 작품상,무술지도상을 수상했고 흥행에서도 4위에 올랐다. 그것보다도 더 놀라운 것은 바로 성룡의 스턴트다.

초반 판자촌을 자동차로 내려오는 장면에서는 자동차가 뒤집어질 뻔 했고,그 이후 나오는 2층 버스에 매달리는 장면과 경사진 언덕을 아무런 장치 없이 내려오는 장면,후반부 백화점 샹들리에를 내려오는 장면 등 위험천만한 스턴트의 연속이다. 이후 4편까지 시리즈가 계속 나왔지만,1편만큼 슽리와 액션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2.취권2

 

보지림을 운영하는 황기영과 아들 황비홍은 지인의 약초를 구하고 열차를 타고 되돌아온다. 그러던 중 비홍이 세금을 덜내기 위해 몰래 약초를 숨기다가 만주의 마지막 무장원 복민기와 대면한다. 나중에서야 복민기가 찾으려던 옥쇄와 바뀐 것은 안 비홍이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엄마와 함께 나서지만,옥쇄를 찾으려는 다른 악당들에게 쫓긴다. 그러던 중 모든 사실을 알게 된 황기영이 그를 내쫓고,술에 취한 채 악당들에게 망신을 당한다. 그 후 갑자기 공장 문을 닫는 게 수상쩍다고 여긴 비홍이 결국 그들이 중국 문화재를 해외로 빼돌리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들과 최후의 일전을 벌인다..

 

이 영화는 1979년에 나온 <취권>의 속편이지만,내용상으로는 완전히 다르다. 그저 황비홍의 캐릭터만 가져왔을 뿐이다. 전편은 1979년 말에 개봉하여 서울에서만 89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는데,이 기록은 <늑대와 춤을>이 깨기 전까지(사실 이전에 <킬링 필드>가 깨진 했지만 이 기록은 조직적인 단체 관람을 홍보했기 때문에 정식 기록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외화 최고 흥행작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15년 만에 속편을 만든다는 것은 성룡에게는 엄청난 부담이었을 것이다. 여기에다 실제 황비홍의 직계 제자로 알려진 유가량의 연출은 이연걸의 <황비홍> 시리즈와 비교하는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이 영화를 찍을 당시 그의 나이가 41살이었음을 감안하면 일부 장면에서 와이어와 대역을 사용했다 하더라도 이 영화에서 그의 무술은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전편의 무술과는 약간의 차이를 보여주는데,항아리 돌리기,피리불기,체리불 등 취권 만의 독특한 무술이 나오는데,이것은 유가량이 없었다면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유가량이 성룡과의 마찰로 도중에 하차했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도 일부 스턴트가 나오는데,마지막에 고수와 싸울 때 불 위로 떨어지는 스턴트는 단지 1초도 아니고 거의 3초 가까이 나온다. 그걸 여러 번에 걸쳐 찍었다고 생각하면 지금도 찌릿하다. 그 노력 덕분인지 이 영화는 성룡영화 중 최초로 홍콩에서 4000만 홍콩달러를 돌파하게 되는데,사실 이전까지 주성치의 가벼운 코미디물인 <도성>,<도협>,<도학위룡>,<녹정기> 등이 가볍게 돌파한 것에 비하면 이전까지 최고 기록은 <용형호제2>의 3900만 홍콩달러였다. 이 영화를 시작으로 성룡은 95년 <홍번구>,96년 <폴리스 스토리4>로 홍콩영화 흥행 1위는 물론이고 당시에는 어마어마한 5700만 홍콩달러를 벌어들이게 된다.

 

3.중안조

 

홍콩 강력계 경찰 홍은 그의 의형제 4명과 홍콩 부동산 부자인 왕일비를 납치한다. 사건을 추적 중이던 경찰 진은 현장에서 동료들이 납치범들에게 당하는 것을 본 후 충격을 받고 직접 사건해결에 나선다. 진은 왕일비의 부인을 감시하다, 범인들이 6천만 달러를 요구하는 전화를 받고 추적하나 범인 체포엔 실패한다. 그러나, 협박전화가 대만에서 온 것을 안진은 범인 두목인 홍과 대만으로 용의자 서문정을 잡으러가나, 끝내 홍의 방해로 서문정만 죽고만다. 진은 그후 홍을 의심하고, 폐선을 수색중 증거를 잡으나, 동료들의 실수로놓치고 만다. 한편 홍은 왕일비 부인을 유혹하여 돈을 범인에게 지불하게 한다. 그러나, 추격끝에 범인들의 약속 장소인 369라는 술집을 알아낸 진은 혈투끝에범인들을 모두 죽이고, 왕일비를 무사히 구출한다.

 

이 영화는 성룡의 팬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다. 실화를 소재로 한 진지한 드라마에 액션장면도 별로 많지 않고,성룡의 연기력을 볼 수 있는 영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추천한다. 그동안 성룡은 액션배우로서의 이미지가 강했다고 볼 수 있는데,위에 쓴 <폴리스 스토리>,<용적심>과 함께 성룡의 드라마 연기도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성룡은 이 영화에서의 호연으로 그 해 대만 금마장 남우주연상을 받았는데,1992년 <폴리스 스토리3>에 이어 2년 연속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사실,이 영화는 정말 심각하다. 대만에서 실제로 있었던 부동산 재벌 왕일비 납치사건을 소재로 했는데,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영화 내내 파란색이 강렬하게 나타나고,성룡 영화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피 흘리는 장면도 나온다. 여기에 NG 장면 없이 사건 이후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는 흥행에서도 그닥 좋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성룡의 베스트 영화에 꼽혀도 손색없다. 성룡의 연기 뿐 아니라 정측사의 악역 연기도 훌륭하고,무엇보다 5명의 시나리오 작가가 참여한 각본은 흐름이 약간 유기적이지 않게 나온다는 단점(사실 대만판에는 성룡과 그의 심리를 치료한 여의사와의 로맨스가 있었지만 우리나라와 홍콩 등에서는 분위기 때문인지 잘려나갔다고 한다)이 있지만 100분이라는 상영시간을 그런대로 채워넣었다. 여기에 <황비홍>으로 유명한 황점의 피아노 선율이 가득한 서스펜스 음악은 이 영화의 부족함을 채워주고도 남는다. 만약 이 영화를 처음에 출연하려 했던 이연걸이 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또다른 분위기를 가진 영화가 나왔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벽은 속삭인다
타티아나 드 로즈네 지음, 권윤진 옮김 / 비채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남편과 이혼하고 혼자 살게 된 파스칼린이 새로운 아파트로 이사를 오게 되는데,알고보니 몇 해 전 연쇄살인범에게 강간당한 후 살해당한 여자의 집이었다는 걸 알게 되면서 그녀의 아픈 상처가 다시 떠오르게 된다. 사실,그녀도 15년 전에 딸 엘레나를 겨우 생후 6개월 만에 떠나보낸 아픈 트라우마가 있다. 그것도 남편의 부주의 때문이라는 걸 알고 이혼하게 된 것이다. 그 사실 때문에 파스칼린은 이 집의 살해당한 여성을 포함하여 동일한 살인범에게 희생된 총 7명의 여성들의 사망일,장소,연쇄살인범이 갇힌 교도소까지 직접 방문한다. 거기에서 그녀는 살해당한 여성들에게 동정심을 가지게 되고 교도소 방문도중 살인범의 탈영은 엄청난 일을 발생시키게 된다.

 

200페이지가 되지 않는 짧은 소설임에도 그 소설 안에 들어간 내용의 깊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 작품보다 먼저 <사라의 열쇠>를 읽었는데,그녀의 집과 벽에 대한 관심은 이 작품에서도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작품에서 여주인공 파스칼린은 피해를 당한 7명의 여성의 살해장소를 하나하나 방문하는데,과연 왜 그랬는지가 이 작품의 주요 핵심이다. 물론 작가는 그것을 여주인공 파스칼린의 딸의 죽음으로 구체화시키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녀는 위로를 받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위로를 해줘야 할 남편은 그녀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다. 작품 마지막에 파스칼린이 이혼한 남편의 집을 찾아가는 부분이 나오면서 끝나는데,그 이후 이야기가 좀 더 나왔더라도 파스칼린의 마음의 상처를 해소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이 작품보다 <사라의 열쇠>를 먼저 읽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벽은 속삭인다>에 나오는 사라와 시대적 배경에 참 반가웠다. 그래서 그녀의 다른 작품이 기다려진다. 어떻게 보면 이 작품이 <사라의 열쇠>보다 훨씬 충격적이고 이야기가 좀 더 강렬하다는 느낌이 있다. 그러나 주인공의 사건에 대한 해소방식이나 결말에 있어서는 오히려 <사라의 열쇠>가 낫지 않나 생각해본다. 왜냐하면 <사라의 열쇠>가 이 작품보다 더 많은 시공간을 지나면서 이야기를 펼치고 있고,결말에서 감동적인 부분을 선사하고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이 왜 짧을 수 밖에 없었나 하는 아쉬움을 강하게 가진다. 여기에 좀 더 이야기가 추가되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평가한다면 이 작품에서 모티브를 얻은 <사라의 열쇠>와 두고두고 비교될 작품임에 틀림없다. 위에 쓴 부분들 뿐 아니라 주요 모티브라든지,주인공의 해소방식이라든지 여러 부분에서 비슷하거나 아니면 약간 줄어든 부분이 나오기 때문이다. <벽은 속삭인다>는 비록 주인공의 직접 경험을 주요 소재로 삼은 것은 아니지만 주인공이 사는 곳에서 과거에 일어난 사건이 주인공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스토리를 통해서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공포와 슬픔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지를 나름대로 잘 보여준 작품이다. 군더더기 없는 문체에다 빠른 전개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는 재미를 발견해낼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사라의 열쇠>보다는 이 작품을 먼저 읽는 게 나아보인다.

 

2012/1/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주홍색 연구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7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아서 코난 도일의 홈즈를 주인공으로 네 편의 장편 중 하나인 <주홍색 연구>를 나도 얼마 전에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는데,정작 정확히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저 주홍색의 이미지와 살해 장면만 떠오를 뿐이다. 그래서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이 책을 받았을 때 왠지 모르게 코난 도일의 작품명 뿐 아니라 소재도 아마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정작 읽어보니 원작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그래서 이 작품에 아쉬움이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작품에는 크게 세 가지의 사건이 중첩되어 나타난다. 첫번째는 초반에 나오는 아케미가 히무라에게 2년 전의 절벽살인사건을 해결해달라는 의뢰를 받는 것,두번째는 그 날 새벽 작가 아리스의 집으로 히무라를 찾는 전화를 받은 후 '오랑제 유히가오카 806호'로 가라는 지시를 받고 가다가 아케미 외삼촌의 시체를 발견하는 것,세번째는 아케미가 15살 때 일어난 방화살인사건이다. 이 사건은 뭔가 다른 듯 하면서도 결국 세 사건이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실마리를 찾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실마리를 풀어내는 추리소설로서의 매력은 아직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그리 높지 않았다.

 

초반부부터 중반쯤까지는 추리소설로서의 매력을 발휘하고 있다. 906호를 806호로 착각하게 만든 트릭이라든지,아니면 시체에 대한 설명 부분은 추리소설의 매력을 어느 정도 갖췄다고 생각되지만 중반 이후부터 세 가지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나오면서 약간 읽기에 애매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뻔히 범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는 약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말 그대로 그저 오마주에 그쳤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범인의 범행 동기가 생각보다 잘 드러나지 않았고,트릭에 대한 설명 부분이 제대로 나오지 않고 어정쩡하게 마무리 된 결말에서는 이 작품이 너무 급하게 달리지 않았나 하는 조금의 아쉬움이 있다.

 

그래도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작품을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이 작품은 읽어볼만할 작품이다. 기초적으로 추리소설의 기본구조를 충실하게 따르고 있고 주홍색의 이미지를 작품에서 꽤나 훌륭하게 사용했으며 홈즈와 왓슨 캐릭터를 대변하는 두 캐릭터의 활약도 좋다. 다만,추리소설에서 빠져서는 안되는 것이 동기와 트릭이다. 이 작품은 동기와 트릭의 묘미가 약간 2% 부족하다. 코난 도일의 작품을 먼저 읽어봤다면 이 작품에서는 그리 큰 만족을 느끼지 못할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도 이 작품에 대한 재미를 찾은 것은 그의 후기 때문이다. 그는 분명히 이 작품을 '흉내'라고 표현하고 있다. 흉내만 낸 작품이기 때문에 아마도 작가 아리스의 다른 작품들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다음에는 흉내를 내지 않은 아리스가와 아리스만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

 

2012/1/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