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색 연구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7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아서 코난 도일의 홈즈를 주인공으로 네 편의 장편 중 하나인 <주홍색 연구>를 나도 얼마 전에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는데,정작 정확히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저 주홍색의 이미지와 살해 장면만 떠오를 뿐이다. 그래서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이 책을 받았을 때 왠지 모르게 코난 도일의 작품명 뿐 아니라 소재도 아마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정작 읽어보니 원작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그래서 이 작품에 아쉬움이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작품에는 크게 세 가지의 사건이 중첩되어 나타난다. 첫번째는 초반에 나오는 아케미가 히무라에게 2년 전의 절벽살인사건을 해결해달라는 의뢰를 받는 것,두번째는 그 날 새벽 작가 아리스의 집으로 히무라를 찾는 전화를 받은 후 '오랑제 유히가오카 806호'로 가라는 지시를 받고 가다가 아케미 외삼촌의 시체를 발견하는 것,세번째는 아케미가 15살 때 일어난 방화살인사건이다. 이 사건은 뭔가 다른 듯 하면서도 결국 세 사건이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실마리를 찾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실마리를 풀어내는 추리소설로서의 매력은 아직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그리 높지 않았다.

 

초반부부터 중반쯤까지는 추리소설로서의 매력을 발휘하고 있다. 906호를 806호로 착각하게 만든 트릭이라든지,아니면 시체에 대한 설명 부분은 추리소설의 매력을 어느 정도 갖췄다고 생각되지만 중반 이후부터 세 가지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나오면서 약간 읽기에 애매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뻔히 범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는 약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말 그대로 그저 오마주에 그쳤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범인의 범행 동기가 생각보다 잘 드러나지 않았고,트릭에 대한 설명 부분이 제대로 나오지 않고 어정쩡하게 마무리 된 결말에서는 이 작품이 너무 급하게 달리지 않았나 하는 조금의 아쉬움이 있다.

 

그래도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작품을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이 작품은 읽어볼만할 작품이다. 기초적으로 추리소설의 기본구조를 충실하게 따르고 있고 주홍색의 이미지를 작품에서 꽤나 훌륭하게 사용했으며 홈즈와 왓슨 캐릭터를 대변하는 두 캐릭터의 활약도 좋다. 다만,추리소설에서 빠져서는 안되는 것이 동기와 트릭이다. 이 작품은 동기와 트릭의 묘미가 약간 2% 부족하다. 코난 도일의 작품을 먼저 읽어봤다면 이 작품에서는 그리 큰 만족을 느끼지 못할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도 이 작품에 대한 재미를 찾은 것은 그의 후기 때문이다. 그는 분명히 이 작품을 '흉내'라고 표현하고 있다. 흉내만 낸 작품이기 때문에 아마도 작가 아리스의 다른 작품들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다음에는 흉내를 내지 않은 아리스가와 아리스만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

 

2012/1/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