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책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4
카를로스 마리아 도밍게스 지음, 조원규 옮김 / 들녘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위험한 책>의 첫 장면에 등장하는 디킨스의 시를 읽으려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그녀도 분명 책의 희생자였다!
케임브리지 대학 스페인어학과 교수인 블루마 레논과 한때 연인 사이였던 '나'가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나'는 블루마를 보며 책의 위험성을 생각하는데 뜻밖에 조셉 콘래드의 <섀도 라인>을 배달받는다. 본래 수신자는 블루마인데 그녀의 방을 맡은 까닭에 받게 된 것이다. '나'는 당황한다. 블루마에게 줄 수 없다는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책에 시멘트 부스러기가 묻어있기 때문이다.

의아한 '나'가 나름대로 조사해본 결과 그 책이 브라우어라는 인물이 보낸 것임을 알게 된다. 죽은 사람과 관련된 것이며 시멘트가 묻은 책이라는 사실 때문일까? '나'는 그 책을 직접 브라우어에게 주려고 브라우어를 찾기 시작한다. 첫 정보는 서적상 디날리에게 얻는다. 그는 브라우어가 굉장한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였다며 브라우어의 절친한 친구인 델가도를 만나게 해준다.

모든 돈을 책 사는데 쓴 델가도, 무려 2만권
델가도가 등장하면서 <위험한 책>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델가도 덕분에 알게 된 브라우어의 '책사랑' 때문이다. 브라우어는 얼마나 책을 사랑했을까? 그는 물려받은 돈까지 모두 책을 사는데 쓴다. 그렇게 모은 책이 약 2만권! 그는 복도나 계단은 물론이고 욕실까지 책을 쌓는데 이용했다. 게다가 도서관 분류법이 아니라 나름대로의 분류법을 만들어 책 사랑을 과시한다. 이 모든 것들은 그가 자신만의 잣대를 만들어 책을 사랑했고, 책과 호흡했다는 걸 보여준다.

그런데 브라우어의 집에 화재가 나고 아내에게 돈을 줘야 하는 일이 생긴다. 애서가는 어떻게 하는가? 집을 판 그는 책을 트럭에 싣고 바닷가로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제껏 누구도 하지 못했던 일을 시도한다. 그 비밀은 책 속에 담겨 있다. 
'나'에게 경이롭게 보이던 브라우어는 점차 안타까움의 대상이 된다. 책을 지나치게 사랑한, 아니 거의 광기의 수준에 이른 브라우어가 결국 자신보다 책을 사랑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그럴 수밖에.

책을 사랑한다는 건 무엇일까? '나'의 눈을 쫓다보면 자연스럽게 이 질문을 얻게 된다. 특히 작가들이나 애서가들의 이야기, 책을 사용하는 여러 방법, 책 수집가들의 특징 등 책과 사람의 관계를 묘사하는 대목에서 더욱 그렇다. 이 질문은 '책을 가치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라는 또 다른 질문을 만들기도 한다. 책과 유난히 먼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든 책과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든 간에 누구에게나 의미심장한 질문이 된다.

브라우어를 쫓는 '나'를 그린 <위험한 책>의 장면들은 흥미롭기 그지없다. 특히 책을 좋아한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그럴 테다. 하지만 이 책은 나에게 있어서 '재밌는 책'이라고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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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3-01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스터리한가요? 저는 그것으로 족한데요^^;;;

동그라미 2006-03-01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스터리보다 책을 사랑해 버린 사람들의 광기 어린 이야기예요.. 저는 좀 재미가 없게 보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