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다 슈이치 (吉田修一) - 1968년 나가사키 현에서 태어나, 호세이대학 경영학부를 졸업했다. <최후의 아들>로 제84회 문학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고, <퍼레이드>로 제15회 야마모토슈고로상을, <파크라이프>로 제127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열대어>, <동경만경>, <일요일들>, <워터>, <7월 24일 거리>, <랜드마크> 등이 있다

같은 방에 기거하면서도 어제 했던 이야기도 서로 기억 못하는 하야토와 마사카즈, 이쪽이 ‘Good morning!’ 하고 인사를 했는데 상대가 ‘Good evening!’ 하고 받아 그제야 ‘벌써 밤이구나’ 하고 깨닫는 식의 대화가 오가는 이누카이와 아내, 자신의 외로움과 삶의 무게에 치여 동료와도 섞이지 못하고 안으로 곪아버린 요시하루.
이들에게서 보이는 소통의 부재는 ‘소통 불능(不能)’이 아닌 ‘소통 불요(不要)’에 가깝다. 소통할 수 없음에 안타까워하기보다 타인과의 소통 자체를 원하지 않는 것이다. 소통이 단절된 소설 속 인물들에 타인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동시대인들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된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진지한 듯하면서도 어딘가 뒤죽박죽이고, 관심이 있는 듯하면서도 사실은 전혀 관심이 없는 현대 젊은이들의 일상 속에서 커뮤니케이션의 부재 현상을 들춰낸다. 그런 한편 이들의 청춘에는 빛나는 미래도 고통도, 꿈도 희망도 없으며 있는 것이라고는 오로지 변함없이 줄줄이 이어지는 일상뿐임을 풍자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거리를 보면 많은 차들이 적당한 간격으로 룰을 지키며 달리고 있다. 그것은 마치 퍼레이드와 같다. 하지만 누구든 그 룰을 깨면 사고를 일으키게 되어 있고, 그 퍼레이드에서 배제되고 마는 것이다. 그것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슬픈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젊은이들의 시끌벅적한 청춘동거 스토리로 읽히다가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는 작가의 날카로운 현실감각과 만나게 된다. 현대사회를 사는 젊은이들의 비극적 단면이 아주 잘 표현되어 있는 마지막 장면을 읽을 때는 섬뜩한 긴장감마저 느껴진다.
『퍼레이드』는 룸셰어를 테마로 다룬 소설이기도 하다. 룸셰어는 ‘아파트나 단독주택에서 마음에 맞는 동료들과 공동으로 생활하는 것’을 가리키는 일본식 조어다.

일본 후지 TV에 방영중인 드라마 <동경만경>의 원작소설!

도쿄만(東京?)의 부두 창고에서 육체 노동을 하며 살아가는 료스케와 일류 대기업에서 일하는 미오의 러브스토리다. 보통 이러한 연애소설은 신분 차이를 극복한 사랑이라는 데 초점을 맞춰 전개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책은 신분을 뛰어넘는 ‘국경 없는 사랑’에 대해 공허한 말들을 늘어놓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현대의 인간관계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위트 있게 그려내는 작가'라는 명성답게 요시다 슈이치는 가장 큰 행복을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그만큼 큰 상처를 동반하기도 하는 남녀관계를 통해 사랑의 본질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이 책은 언뜻 보면 잔잔한 사랑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지 못해 위태로운 관계에 매달리는 젊은이들이 현실을 너무나도 잘 드러내주고 있다. 마음이 육체보다 상처받기 쉽다는 것, 사랑에는 반드시 고통이 수반된다는 것, 그리고 사람의 마음은 언제 변할지 모른다는 사실 때문에 서로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열대어」와 「돌풍」, 그리고 「그린피스」 세 작품은 이 작가의 진가를 유감없이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열대어」의 주인공 다이스케는 건축현장에서 일하는 목수다. 그는 술집 출신의 애인 마미와 그녀의 딸 고무기, 그리고 한때 그와 형제였던 백수 미쓰오와 함께 초로의 게이인 대학 교수 도키 선생에게 턱없이 싼 값에 빌린 맨션에서 살고 있다. 낙천적이기 그지없는 다이스케는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맹목적으로 정을 베풀려고 하지만, 그럴수록 그들과의 사이는 점점 위태로워진다. 그러던 차에 다이스케는 건축주의 어린 딸을 유혹하다 사고를 치고, 미쓰오는 무턱대고 집을 나가버린다. 정직함은 뻔뻔함과 마찬가지라고 믿는 「그린피스」의 주인공 ‘나’는 늘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거짓말을 하고 가볍게 행동한다. 그러나 자신이 상처입힌 여자친구가 자신의 친구와 바람을 피우자 그것을 용서해야 할지, 용서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도쿄의 증권회사에서 일하며 피아트의 스포츠카를 모는 「돌풍」의 닛타는 시골 민박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여름휴가를 보내다 민박집 주인의 아내에게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해 도쿄까지 데려오지만, 마지막 순간에 그대로 돌려보내버린다.

2002년 제127회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작

평범한 회사원인 '나'와 역시 회사원인 '그녀'는 지하철 안에서 처음 만난다. 그것은 잘못된 말건넴, 일종의 착오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두 번째로 '나'와 '그녀'가 도쿄 시내에 있는 히비야 공원에서 만났을 때, 그것은 더 이상 실수가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음으로 바뀐다. 그리고 평범하기 그지없는 공원은 일상적 공간으로서의 공원 이상의 무엇, 일종의 '무대'로 바뀐다.
작가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의 모습―무관심하고, 개인적이면서도 다른 사람의 삶을 궁금해하는―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그 궁금증을 파고들어가는 방식이 남다르다. 그는 해석을 하거나 길게 설명을 늘어놓는 대신, 오직 행위만을 나열함으로써 착각에서 기대로, 그리고 사랑의 감정으로 전이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타인과의 관계를 최소화하며 살아가는 도시 사람들의 모습을 간결한 필체와 실감나는 상황 묘사로 그려 놓았다. 자신이 걸어가고 있는 길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그럴 땐 잠시 멈춰 서서 발밑을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현대인의 상처를 상징하는 각장의 등장인물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야기 해 준다.
저마다의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에는 공통적으로 불안감과 고독감이 감돌고, 서로 관련성 없는 다섯 개의 인생에 어린 형제가 조금씩 교차한다. 연작을 통해 등장하는 어린 형제는, 인생의 변두리에서 머뭇거리는 주인공들이 일요일을 보내는 방법을 상징한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내일로 향해 가는 형제를 통해, 우리들도 언젠가는 외롭지 않은 일요일에 도착하게 될 것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일요일의 운세 - 무엇하나 매듭짓지 못하고 흐지부지 살아가는 남자의 이야기.
뭐든 쉽게 포기하는 성격인 다바타는 여자친구의 성화에 떠밀려 와세다 대학에 입학하고, 본의는 아니지만 유수의 증권회사에 들어가는 등 인생의 밝은 날을 살아가지만, 회사에서 만난 미모의 유부녀와 사랑에 빠지면서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다. 남자 나이 스물 셋, 사랑하는 여자에게 인정받고 싶어진 다바타는 유부녀와 주위의 질투를 뒤로 하고 함께 사랑의 도피를 떠난다. 하지만 1년 후에 그 ‘질투가 다 나는 여자’는 벌이가 좋은 남편 곁으로 돌아가고, 다바타 혼자 강변에 자리한 파친코의 종업원 기숙사에 남겨지는 신세가 된다.

일요일의 엘리베이터 - 넓은 일상과 단절되는 좁은 공간에서 느끼는 고독감.
사람들은 엘리베이터에 타면 의식하지 못했던 타인과의 거리를 느끼게 되고 좁은 공간 속에서 어색해진다. 그래서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면 서둘러 각자 다른 세계로 발을 내딛는다.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하며 인생을 허비하는 와타나베는 여자친구가 간호사가 아닌 의사가 되려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도 별 감흥이 없다. 하지만 국가고시에 꼭 합격하고 싶다는 여자친구를 보며 마음의 동요를 느끼고, 마침내 여자친구가 수련의가 되고 자신의 목표에 한 발 다가서자, 와타나베는 실업자 신세인 자신을 보며 애정과는 별도의 남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한다.

일요일의 피해자 - 많은 사람이 있는 도시에서 혼자 살고 있다는 현대인의 불안함. 조신하고 차분한 성격의 치카케와 활달한 성격에 남자를 밝히는 아야, 그 둘 사이의 조정자 나츠키는 평소에 같이 어울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친구들이다. 하지만 여행지에서 서로 다른 가치관으로 아야와 치카케가 싸우면서 세친구의 우정은 깨어지고 관계도 멀어져 간다. 어느 날 나츠키는 많은 친구들 중의 한명이라고 생각했던 치카케가 강도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자, 치카케의 입장에 자신을 올곧이 대입시켜 보고는 두려움을 느낀다. 도저히 혼자서는 잠을 잘 수 가 없게 된 나츠키는 한밤중에 남자친구 집에 찾아가고, 결국 마지막엔 남자친구 앞에서 치카케와 한 사람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한적한 항구도시에서 나고 자란 한 평범한 여자의 ‘사랑의 기적’을 전작에서와 같이 섬세하고도 자연스러운 필치로 묘사하고 있다. 무엇보다 남녀의 연애심리, 특히 여자의 마음을 들여다보듯 표현한 심리묘사는 이 작품의 가장 빛나는 부분이다.
모두 열 개로 이루어진 각 장의 제목을 소설의 클라이맥스와 절묘하게 연결시키고 있는 작가의 솜씨도 이 소설을 읽는 재미다. 작가는 주인공을 통해 바라본 평범한, 그래서 늘 사랑에 실패하는 여자들의 열 가지 타입을 각 장의 제목으로 삼아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첫째, 그런 여자들의 공통점은 인기 많은 남자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둘째, 남이 싫어하는 여자는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셋째, 대체로 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들의 네 번째 공통점은 의외로 가족관계는 좋다는 점이다. 열렬한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가정환경이 별로 좋지 않더라는 것이다. 다섯째, 첫 경험은 열아홉, 별로 끌리지도 않는 남자친구와 ‘통과제의’처럼 치룬 첫 경험을 제대로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 그밖에 6. 타이밍도 좋지 않다. 7. 아직도 순정만화를 읽는다. 8. 밤에 타는 버스를 좋아한다. 9.아웃도어를 싫어한다. 마지막은 실수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만두 2006-02-20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요일들을 읽어볼까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동그라미 2006-02-20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세요 재미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