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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 일상이 바뀌는 29가지 궁금증
김헌식 지음 / 페이퍼로드 / 2016년 5월
평점 :
우리는 왜? 일상이 바꾸는 29가지 질문들이라는 소제목이 더 궁금증을 불러오는 책이다.
왜? 대한민국에서 사라진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왜?'라는 질문이다. 초등학생들은 왜요?라는 수업시간에 말을 달고 살지만 학년이 높아질 수록 왜라는 질문이 사라진다. '학생들을 절대 두려워하지 마라. 학생들은 절대 질문 하지 않는다'라는 유머까지 있을 정도로 한국인들은 질문을 하지 않는다.
질문이 사라진 이유는 정답사회에서는 질문도 답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질문을 하는 순간.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문제는 이런 분위기가 학교나 기업을 넘어 사회전반에 만연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부조리한 사회현상에도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났는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리고 왜라는 질문을 포기하는 순간. 우리가 인식하지도 못하는 순간에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문제들에 대해서도 함께 포기하게 된다. 체념사회가 되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공부할 때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아는 문제보다 틀린 문제들을 풀어보며 왜 틀렸는지를 알아가는 것처럼, 일상에도 같은 과정이 필요하다.
저자는 일상의 익숙한 것들로 그 질문을 시작한다. 예를 들어 왜 한국 드라마의 단골소재로 등장하는 출생의 비밀이다. 한국 드라마는 스토리를 따라가기가 쉽다. 중반부터 보아도 줄거리를 알 수 있을만큼 정형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외없이 신데렐라를 꿈꾸는 여자주인공과 그녀를 사랑하는 재벌 아들이 등장하고 이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해방꾼이 등장한다. 또는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주인공이 알고보니 재벌 회장님의 숨겨둔 아들이나 딸이라는 설정이다. 하지만 늘 그들은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식으로 결말을 맺는다.
저자는 그런 정형화 된 라마속에는 한국인 특유의 혈통 중심주의로 꼬집는다. 책을 읽고 드라마들을 곱씹어 보니, 드라마가 좀 달리 보인다. (과연 드라마 작가들이 이런 개념을 염두에 두고 대본을 쓰는 지는 의문이지만)
한국 음식은 왜 점점 더 달달해질까? 초콜릿 제품에도 바나나 맛이 더해질 만큼 단맛이 유행이지만 그 유행의 이면에는 어떤 기저가 섬겨져 있는지 궁금해하지 않았는 데, 단순히 단맛이 유행하는 것이 아니라 불경기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한 불안감으로부터 낮추기 위해 당의 섭취를 늘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의 문제들은 그 문제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수 많은 문제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복잡해보이지만 의외로 원인만 제대로 찾아내면 다른 문제들도 한번에 해결 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책은 요즘 늘 논란의 중심인 일베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다룬다. 언론을 통해 보여지는 일베의 일련의 행동들은 상식이나 이성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 저자는 이를 특정 사이트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가치를 상실할 때 발생하는 문제라고 규명한다. 사회가 개인의 성공만을 중요시하는 한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한 일베현상을 막을 수 없다는 말이다.
책에는 이렇듯, 누구나 한번쯤 궁금해 할만 내용이지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거나 깊게 생각해보지 않은 내용들이다. 그리고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지 궁금해하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동전의 양면처럼 같은 질문도 관점이 달라지면 얼마나 다른 생각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책이기에 어렵지 않게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다. 아하~ 그렇구나라는 생각에 멈추지 않는다고 자신마의 생각을 더한다면, 일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한층 풍부해질 것이다. 소제목처럼 당장 일상이 바뀔 수는 없겠지만,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여기면 안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