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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물리 - 물리의 역사가 과학 개념을 바꿨다! ㅣ 세상을 바꾼 과학
원정현 지음 / 리베르스쿨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과학자들의 여정
과학사라는 다소 생소한 학문에 매력을 느낀다. 이 이유 하나만으로도 이 책과 작가에게 감사한다. 또한 이것이 작가의 목적이지 않았을까. 우리가 배워온 과학은 현대사회의 보편적인 과학 이론, 즉 과학자들이 지금까지 정립한 가장 최근의 지식들이며, 그 안에서도 개념의 이해를 중시한다. 과학의 역사는 딱히 배운 기억이 없으며, 굵직한 법칙을 소개할 때 잠깐 과학자와 함께 법칙의 탄생 배경이 언급되었던 것이 다인 것 같다.
이 책에서는 과학 개념 자체보다 과학자들이 어떠한 사회적 배경에서 어떤 자료를 근거로 어떤 실험을 하고 무엇을 주장해왔는지, 또 그것들이 어떻게 엎치락 뒤치락하며 과학사를 주도해왔는지를 보여준다. 과학이라는 단어가 존재하기 전, 자연철학자들의 이야기부터 아인슈타인을 넘어서까지. 그 기나긴 연대기를 한 편의 서사시로 소개한다.
과학사를 접하는 태도에 있어 굉장히 의미심장한 문구가 가슴에 남는다.
" 철학 체계를 평가할 때는 그 체계가 근현대의 사고를 얼마나 예비했느냐가 아니라, 동시대의 철학적 난제들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해결했느냐를 척도로 해야 한다. "
한국사나 세계사를 공부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과거의 정치체계나 문화유산들이 지금의 것들보다 낫다고 볼 수 없다. 우리는 이것을 당연스레 인지하고 그 동시대의 관점에서 역사를 공부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수학, 과학 등의 이과 학문에 있어서는 법칙과 공식이라는 명목 하에 과거의 영광들을 단순한 오류로 치부한 채 등한시했던 것 같다. 때문에 우리는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역학적 개념이나 천문학적 지식들을 마냥 자연스럽게만 느끼게 되었고, 교과서에 실리지 않은 양자역학이나 상대성 이론은 남의 이야기처럼 듣지 않았을까.
중력에 의해 우리가 지구에 서 있고, 달이 지구를 돌며,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도는 이야기. 기차를 타면 체험하는 관성의 법칙. 공을 던지면 보이는 포물선 운동. 이 모든 것들이 당연한 상식처럼 여겨지는 현시대이지만, 이를 증명하고 정립하는데에 수많은 과학자들의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바로 이 과학사라는 학문이 알려주고 있다. 법칙과 개념 이전의 이러한 과정이 우리에게 창조적인 영감을 주기에 과학사는 더욱 중요한 학문인 것이다.
많은 물질이 파동과 입자의 성질을 동시에 갖는 것처럼, 자연과학도 인문학의 매력을 충분히 갖고 있음을 멋지게 증명해낸 책이라고 단언한다. 과학 교과서가 앞으로 나아갈 지침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하며, 많은 과학 교사들이 이 책을 기반 삼아 수업시간에 과학사를 언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