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테미스
앤디 위어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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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spiracy on the Moon


달에 생긴 최초의 도시, 아르테미스. 그곳에서 일어나는 범죄 프로젝트, 그 뒤에 감춰진 음모. 철저한 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한 SF 스릴러이다. 소설 및 영화 <마션, The Martian>의 원작자인 앤디 위어는 과학적 사실을 조사하고 검증하는 것을 좋아한다. 덕분에 <아르테미스> 역시 지나치게 이치에 맞는(?) 공상과학소설이 되었다. 너무 과학적이며, 딱 맞아 떨어지는 듯한 이론에 의했기에 마치 머지 않은 미래에 실존하는 '아르테미스'를 볼 수 있을 것만 같다. 책의 서두에 구체적인 지도까지 첨부하는 작가의 센스도 돋보인다.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 여성의 출산을 돕고 어린아이를 돌보는 여신. 도시 <아르테미스>는 달의 여신의 이름을 딴 만큼 대단하기도 하지만, 경제적, 지리적 관점에서 볼 때 마냥 신이 난 어린아이에 불과하다. 이 어리고 대단한 도시에서 태어난 주인공, 재즈 바샤라. 숲에서 짐승을 사냥하는 활기찬 처녀신 아르테미스의 모습과 꼭 닮아 있다. 도시 이름을 달의 여신으로터 따오고, 책의 제목도 이러한 것은  여러가지 중의적 의미를 내보이는 것이 아닐까.

영화로 제작될 것을 미리 염두에라도 둔 것처럼, 장면묘사 상세하다. 영화 제작이 확정되었다는 데, 아마 별도의 콘티 작업은 생략할 수 있을지도... 영화 <마션>에서 보았던 방대한 과학적 지식을 집약한 듯한 면모, 그 집약체를 이 소설에서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과학적 소견을 넘어 재치 있는 스토리로 큰 웃음을 준다는 것이 이 작품의 큰 매력이며, '화제의 신작'으로 불릴만한 이유일 것이다. 한가지 넘겨 짚는다면, <아르테미스>에서 보여준 확실한 세계관은 1회성으로 쓰기 아깝다. 시리즈물의 출현을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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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물리 - 물리의 역사가 과학 개념을 바꿨다! 세상을 바꾼 과학
원정현 지음 / 리베르스쿨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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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의 여정


과학사라는 다소 생소한 학문에 매력을 느낀다. 이 이유  하나만으로도 이 책과 작가에게 감사한다. 또한 이것이 작가의 목적이지 않았을까. 우리가 배워온 과학은 현대사회의 보편적인 과학 이론, 즉 과학자들이 지금까지 정립한 가장 최근의 지식들이며, 그 안에서도 개념의 이해를 중시한다. 과학의 역사는 딱히 배운 기억이 없으며, 굵직한 법칙을 소개할 때 잠깐 과학자와 함께 법칙의 탄생 배경이 언급되었던 것이 다인 것 같다.


이 책에서는 과학 개념 자체보다 과학자들이 어떠한 사회적 배경에서 어떤 자료를 근거로 어떤 실험을 하고 무엇을 주장해왔는지, 또 그것들이 어떻게 엎치락 뒤치락하며 과학사를 주도해왔는지를 보여준다. 과학이라는 단어가 존재하기 전, 자연철학자들의 이야기부터 아인슈타인을 넘어서까지. 그 기나긴 연대기를 한 편의 서사시로 소개한다.

과학사를 접하는 태도에 있어 굉장히 의미심장한 문구가 가슴에 남는다.

" 철학 체계를 평가할 때는 그 체계가 근현대의 사고를 얼마나 예비했느냐가 아니라, 동시대의 철학적 난제들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해결했느냐를 척도로 해야 한다. "

한국사나 세계사를 공부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과거의 정치체계나 문화유산들이 지금의 것들보다 낫다고 볼 수 없다. 우리는 이것을 당연스레 인지하고 그 동시대의 관점에서 역사를 공부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수학, 과학 등의 이과 학문에 있어서는 법칙과 공식이라는 명목 하에 과거의 영광들을 단순한 오류로 치부한 채 등한시했던 것 같다. 때문에 우리는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역학적 개념이나 천문학적 지식들을 마냥 자연스럽게만 느끼게 되었고, 교과서에 실리지 않은 양자역학이나 상대성 이론은 남의 이야기처럼 듣지 않았을까.

중력에 의해 우리가 지구에 서 있고, 달이 지구를 돌며,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도는 이야기. 기차를 타면 체험하는 관성의 법칙. 공을 던지면 보이는 포물선 운동. 이 모든 것들이 당연한 상식처럼 여겨지는 현시대이지만, 이를 증명하고 정립하는데에 수많은 과학자들의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바로 이 과학사라는 학문이 알려주고 있다. 법칙과 개념 이전의 이러한 과정이 우리에게 창조적인 영감을 주기에 과학사는 더욱 중요한 학문인 것이다.


많은 물질이 파동과 입자의 성질을 동시에 갖는 것처럼, 자연과학도 인문학의 매력을 충분히 갖고 있음을 멋지게 증명해낸 책이라고 단언한다. 과학 교과서가 앞으로 나아갈 지침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하며, 많은 과학 교사들이 이 책을 기반 삼아 수업시간에 과학사를 언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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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어리석은 판단을 멈추지 않는다 - 의도된 선택인가, 어리석은 판단인가! 선택이 만들어낸 어리석음의 역사
제임스 F. 웰스 지음, 박수철 옮김 / 이야기가있는집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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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pidity


매우 어려운 책이라고 일축하고 싶다. 각자의 인문학적 소양이나 주관적 시선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몹시 어렵다. 번역의 문제가 아닌, 글 자체가 어렵게 쓰여진 것 같다. 내용보다 문장이 더 어려운 책. 책이라기 보다는 논문에 가깝다. 책의 첫 부분에 어리석음, 스키마 등 기본적인 개념 및 개요를 먼저 설명한다. 마치 논문에서의 Introduction 과 그 성격이 비슷하다. 이 서두를 큰 틀로 하여 본문 내용이 쭈욱 이어지고, 아니나 다를까 Conclusion 으로 마무리 한다. 그 뒤에 따라오는 Reference 까지...인문학의 논문은 이런 느낌이나 보다. 실험을 통해 도출된 결과를 증명하는 자연과학의 논문과는 또다른 맛이 있다. 저자의 주장,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이면서도 주관적인 자료들. 때문에 반박할 여지가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학습을 조정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을 스키마(Schema, 도식)라고 작가는 표현, 아니 명명한다. 이 스키마가 상황에 적절치 못했을 때 어리석음(Stupidity)이 발생하고, 자신의 감정과 얽히면서 주변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나쁜 스키마를 찾아내어 서술한다. 그리함으로써 역사의 영속적이고 부정적인 보편성을 증명하고, 이를 초월하기를 바란다는 바람으로 결론 짓는다.

나는 이 이야기에 반박할만한 능력이 없다. 손바닥을 맞부딪치며 공감하지도 못하겠다. 하지만 '어리석음'을 한 축으로 하여 역사를 바라본다면 부정적인 면만 지나치게 강조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어리석음을 제지하여 더 나은 앞길을 만든 '현명함'을 축으로 역사를 짚어보는 것이, 나는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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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만장 세계사 10대 사건 전말기 맥을 잡아주는 세계사 12
심현정 지음 / 느낌이있는책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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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랐다면 어땠을까


역사를 한순간에 뒤흔들었던 10대 사건들, 세계사의 골자를 시대순으로 살필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책이다. 적절한 사료 사진과 주석, 거기에 친절한 색인까지. 쉬운 말풀이와 독자에게 생각할거리를 던지는 듯한 저자의 사적인 소견 한 마디. 내용부터 구성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책이다. 저절로 자세를 고쳐 앉아 밑줄을 긋고 싶은 욕구가 든다고나 할까.

역사 공부를 할 때면 의례 그랬듯이, 또 항상 그렇게 배웠듯이, 수직선 상에 연보를 나열하게 된다. 한국사를 공부할 때면 그나마 낫지만, 세계사를 공부하노라면 잘 나열된 연보에도 불구하고 헷갈리고 또 헷갈리기 쉽상이다. 이 책은 연보에서 별표를 쳐 강조할만한 사건들, 그 중에서도 역사의 큰 흐름을 바꾸었다고 판단되는 10가지 굵직한 사건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책 서두에서 영화 <나비효과>를 언급한다. 현재를 바꾸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는 영화. 주인공이 돌아가는 시점은 바로 현재를 바꿀 수 있는 전환점이다. 저자는 역사 속에서 이러한 대전환점들을 찾아 나선 것이고, 그 전환점이 되는 사건 한 가운데에서 이렇게 생각해보는 것이다. "달랐다면 어땠을까?" 달랐다 해서 지금이 더 좋아졌을지 나빠졌을지, 또는 매한가지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단지 그렇게 생각해 봄으로써 역사를 보는 시점이 조금더 다양해짐을 느낄 수 있다.

가장 인상깊게 와닿았던 전환점은 바로 1907년 오스트리아 순수예술아카데미에서 히틀러가 입학시험을 보는 시기이다. 히틀러의 예술적 잠재력을 조금만 더 높이 평가해줬더라면, 오스트리아의 시험관 중 한 명이라도 그를 뽑고 싶었더라면, 그래서 그가 낙방하지 않고 예술가의 길로 접어들었다면? 아무도 모른다. 예술가가 되었더라도 히틀러는 종국에 천재보다는 광인이 되는 길을 택했을지도. 하지만 과거의 시점에 희망을 불어넣는 이 이상한 상상이 역사를 재미있게 만드는 것만은 확실하다.

낫 놓고 기억자 아는 정도로만 역사를 알던 나에게 이 책은 교과서나 다름 없었다. 알던 역사도 다시 보게 되고, 모르던 역사는 새로이 알게 되고.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점은 얽히고 섥힌 역사들의 특성을 깨닫고, 그 짜임이 지금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그 유기성을 알아챘다는 것이다. 앞으로 다른 역사서를 접하더라도 이 책으로부터 배운 역사를 보는 시각은 내게 본능적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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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첫 책쓰기 - 글쓰기부터 책 출간까지의 모든 과정
김우태 지음 / 더블:엔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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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심혈이 여실히 느껴지는 책이다. 쉽게 쓰려 하였고, 쉽게 이해시키려 부단히 노력했다. 하나가 아쉬워 더 많이 가르치려 애쓰는 선생님의 모습이 비춰진다고나 할까. 전적으로 작가 본인의 경험으로부터 깨달은 바를 전달하기에 진실되기까지 하다. '책을 출간하는 과정' 부분에서 보여준 편집장과의 콜라보는, 정말 독자들이 감사해야 할 점이 아닐까 싶다. 다른 책에서는 절대 찾을 수 없을 것만 같은 차별점.

어렸을 때 독서광이었다. 책 좀 그만 보라고 부모님이 성화셨을 정도이니.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여느 수험생들처럼 입시지옥에 입문했고, 책은 멀어졌다. 덕분에 원하는 대학에 들어갔으나 술이 있었고 또 한발 더 책은 멀어졌다. 취직을 했다. 대학병원의 외과 의사. 취미생활과는 결별을 선언해야 했다. 수련을 마치고 나니 책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고, 욕심 덕에 책장에 모아놓은 책들부터 꺼내어 읽기 시작하니 지금에 이르렀다. 오랜만에 재회한 활자와의 행복에 젖어 '나도 책을 써야지'라는 객기를 부리기 시작했을 즈음, 이 책이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유용한 책이다. 내게 포기를 알려줬으니. 비꼬는 게 아니다. 진심이다.


책을 쓰는데 있어서 작가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충고들. 그렇기에 믿음이 가고, 한편으로 또 주관적이기에 들리지 않는 이야기도 있다. 나 같은 경우, 자기계발서를 혐오한다. 거들떠 보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작가는 무수히 많은 자기계발서를 읽었고, 거기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이 책 역시 자기계발서에 초점을 맞춰 설명을 한다. 에세이나 자기계발서를 집필하는 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가이드 북처럼 삼아도 될 것이다.

나는 인문학은 즐기기만 하고, 문학에 관심이 많다. 소설을 쓰고 싶지만 어려울 것이다.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더군다나 이 책에서 알려주는 '노력'을 할 의지가 없다. 아직은 책을 즐기기만 해도 행복하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애티튜드가 내게는 준비되지 않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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