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 세계사 10대 사건 전말기 맥을 잡아주는 세계사 12
심현정 지음 / 느낌이있는책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달랐다면 어땠을까


역사를 한순간에 뒤흔들었던 10대 사건들, 세계사의 골자를 시대순으로 살필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책이다. 적절한 사료 사진과 주석, 거기에 친절한 색인까지. 쉬운 말풀이와 독자에게 생각할거리를 던지는 듯한 저자의 사적인 소견 한 마디. 내용부터 구성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책이다. 저절로 자세를 고쳐 앉아 밑줄을 긋고 싶은 욕구가 든다고나 할까.

역사 공부를 할 때면 의례 그랬듯이, 또 항상 그렇게 배웠듯이, 수직선 상에 연보를 나열하게 된다. 한국사를 공부할 때면 그나마 낫지만, 세계사를 공부하노라면 잘 나열된 연보에도 불구하고 헷갈리고 또 헷갈리기 쉽상이다. 이 책은 연보에서 별표를 쳐 강조할만한 사건들, 그 중에서도 역사의 큰 흐름을 바꾸었다고 판단되는 10가지 굵직한 사건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책 서두에서 영화 <나비효과>를 언급한다. 현재를 바꾸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는 영화. 주인공이 돌아가는 시점은 바로 현재를 바꿀 수 있는 전환점이다. 저자는 역사 속에서 이러한 대전환점들을 찾아 나선 것이고, 그 전환점이 되는 사건 한 가운데에서 이렇게 생각해보는 것이다. "달랐다면 어땠을까?" 달랐다 해서 지금이 더 좋아졌을지 나빠졌을지, 또는 매한가지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단지 그렇게 생각해 봄으로써 역사를 보는 시점이 조금더 다양해짐을 느낄 수 있다.

가장 인상깊게 와닿았던 전환점은 바로 1907년 오스트리아 순수예술아카데미에서 히틀러가 입학시험을 보는 시기이다. 히틀러의 예술적 잠재력을 조금만 더 높이 평가해줬더라면, 오스트리아의 시험관 중 한 명이라도 그를 뽑고 싶었더라면, 그래서 그가 낙방하지 않고 예술가의 길로 접어들었다면? 아무도 모른다. 예술가가 되었더라도 히틀러는 종국에 천재보다는 광인이 되는 길을 택했을지도. 하지만 과거의 시점에 희망을 불어넣는 이 이상한 상상이 역사를 재미있게 만드는 것만은 확실하다.

낫 놓고 기억자 아는 정도로만 역사를 알던 나에게 이 책은 교과서나 다름 없었다. 알던 역사도 다시 보게 되고, 모르던 역사는 새로이 알게 되고.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점은 얽히고 섥힌 역사들의 특성을 깨닫고, 그 짜임이 지금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그 유기성을 알아챘다는 것이다. 앞으로 다른 역사서를 접하더라도 이 책으로부터 배운 역사를 보는 시각은 내게 본능적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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