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생각뿔 세계문학 미니북 클라우드 10
알베르 카뮈 지음, 안영준 옮김, 엄인정 해설 / 생각뿔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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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 (不條理)


사회는 우리에게 일정한 양식을 요구한다. 확연하게 알 수 있는 법의 테두리에서부터 넓게는 윤리적인 잣대에 이르기까지, 어느정도 유연한 울타리 안에서 공동체가 형성되고 유지된다. 이러한 양식에 괘념치 않고 자기만의 생각으로 살아가는 자는 그 사회에서 떨어져나간 이방인이 되는 것이다. 이방인은 이내 도덕적 지탄이나 법의 심판을 받게 된다. 이 작품의 주인공 '뫼르소'가 바로 이 이방인이다. 이방인이길 자처하고, 죽을 때까지 이방인이고 싶어하는, 이방인일 때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인간이다. 다른 사람의 눈에 비춰지는 무례한 모습 따위는 신경 쓰지 않기에 사형이라는 극단적인 결말을 맞게 되는, 하지만 그 또한 하나의 죽음으로 받아들이는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보통 사람들의 견해로는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인간이다. 때문에 이방인일 것이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에 대한 작품 해설을 읽어보면 '부조리(不條理)'라는 단어가 많이 나온다. 부조리한 현실에 맞닥뜨렸지만 그것을 결코 해소하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긍정하는 태도, 이것이 바로 부조리한 세상을 향한 '알베르 카뮈'의 반항이자 신념이었다고 한다. 이해하기 쉽지 않다. 오죽하다가 '부조리'의 사전적 의미를 검색해 보았더니 3번째 뜻이 이렇더라. "[철학] 인생에서 그 의의를 발견할 가망이 없음을 이르는 말.". 그런가 싶다가도 더 어려워진다.


주인공 '뫼르소'의 두서없는 독백에서 보이는 의식의 흐름은 사실적이다. 우리가 아무리 이방인이 아닌 '우리'에 속해 살아간들, 남이 볼 수 없는 내 머릿속에서는 '이방인' 같은 생각을 떠올리기도 할 것이다. 이를 억누르거나 무시하며 살아갈 뿐. 하지만 주인공이 내보이는 태도나 행동은 사회적 잣대에 대한 인사이트(insight, 인지)가 없는 환자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만약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그의 독백을 토대로 한 이야기가 아닌, 예를 들어 그의 약혼자 측면에서 이야기를 풀었다면 소시오패스(Sociopath)처럼 보였을 것이다.


100여 개 국가에서 출판된 베스트셀러, 노벨문학상 수상작은 이렇게 나에게 벽을 치고 가는 것 같다. 마치 너 따위가 어딜 덤비냐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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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제우, 용천검을 들다 탐 철학 소설 37
김용휘 지음 / 탐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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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제우? 동학 창시자! 동학농민운동. 전봉준? 뭐지? 당연스레 주입되어 있는 지식의 조각이 전혀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더라. 동학을 동학농민운동과 같은 의미로만 알고 있었던 것이다. 동학은 보국안민에 토대를 두고 발생한 종교이다. '시천주(侍天主)'를 종교이념으로 내세우던 초대 교주가 바로 최제우이다. 동학농민운동은 훗날 동학과 민란이 만난 것이었다.

시천주. 하늘의 주인을 내 마음 속에 모신다라며, 용천검을 휘두르며 검무를 추다 결국 참형에 처하게 된다. 참형에 처하기 직전 옥에서 바꿔치기를 통해 최제우를 탈옥시키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물론 허구다. '탐 철학 소설 시리즈'의 특징이다. 출생으로 시작하여 사망으로 끝나는 숱한 전기와 다르다. 말 그대로 소설이다. 이렇게 출판사 '탐'에 의해 탈옥하여 세상에 없는 듯 살아가는 최제우가 우리 독자들에게 동학에 대해 친절힌 설명해준다.

만인이 평등하다는 바탕 위에 각자의 마음 속에 저마다의 거룩한 하늘님을 모신다는 게 동학의 큰 틀이다. 유일신을 믿으며 신성시하는 서학(천주교)과는 많이 달라 보인다. 하지만 이 또한 왕권의 탄압을 피하진 못했다. 일평생 보국안민만을 생각하며, 백성을 널리 이롭게 하기 위해 동학을 선교했던 최제우. 하지만 모든 종교가 그렇듯 교주가 신성시 되는 면도 없잖아 있어 보인다. 기도를 통해 예지력이 생기고 하늘로부터 계시도 받고. 재가녀의 아들로써 어찌할 수 없는 신분의 한계를 안고 태어난 최제우. 그 불행을 토로하는 방편으로 종교를 만들게 된 건 아닐까. 개인적으로 인상깊게 남겨질 인물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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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골짜기의 단풍나무 한 그루
윤영수 지음 / 열림원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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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판타지

인간중심주의의 세상에서 못 박은 듯 서있기만 하는 나무이건만, 그 아래에는 어른이(나무 인간)들의 세상이다. 이들의 출생과 성장, 생활 풍습, 신념과 관념 등 모든 것이 완벽하게 짜여져 새로운 판타지가 탄생했다.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정도의 방대한 세계이나 탄탄한 짜임새 덕에 오롯이 그 세계에 빠져들 수 있다.

나무 인간 '운흘 연토'가 이야기를 진행한다. '검은머리짐승'으로 표현되는 우리 인간의 모습을 주인공 시점에서 보다보면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많은 말들이 물 스며들 듯 느껴진다. 독자에게 완벽한 판타지를 제공하여 인간이 아닌 입장에서 인간을 바라보게 만든 것이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인간중심주의가 해체된 상태에서 수많은 다른 존재들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숱한 이타적 생명체들을 느끼는 것이 작가가 원하는 것이리라.

인물의 전기인 것도 같으면서 영웅의 서사인 것도 같다. 드라마의 요소가 강하면서도 모험과 투쟁이 있으며, 스릴과 카타르시스도 존재한다. 700여 페이지의​ 잉크 묻은 종이들이 그들보다 조금더 두꺼운 종이에 쌓여, 마치 한 그루의 큰 나무 같은 위용을 자랑한다. 풍기는 냄새 또한 나무의 그것과 같다. 나무 세상에 완벽히 빠져들게 하기 위한 의도된 장치였을까. 이 책은 존재 자체가 판타지 같다.

등장인물들의 우리말 이름들이 너무 예쁘다. 긴 이야기를 읽는 동안 이 완벽한 판타지는 내 마음 속에 실제하게 되었다. 길가의 풀, 꽃, 나무 들을 볼 때마다 그 예쁜 이름들이 떠오를 것이다. 작가가 산자락에서 우연히 만난 붉은 단풍나무 한 그루. 나도 그런 나무를 만날 때가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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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우화
류시화 지음, 블라디미르 루바로프 그림 / 연금술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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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지혜


우화라 함은 사람보다 조금은 부족한 동식물 등에게 인격을 부여하여 그들의 이야기로 세상을 그리며 풍자를 하고 교훈을 주는 이야기를 일컫는다. <인생 우화>에서는 신과 천사들의 실수로 한데 모여 살게 된, 보통 사람보다 조금은 부족한 바보들의 삶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섬세한 표현으로 익히 알려진 '류시화' 시인의 작품이다는 점, 이솝우화 같은 마냥 옛 이야기만은 아닐거라는 점에서 나의 관심과 기대가 커졌다.


각지의 바보들만 모아놓은 '헤움'이라는 비현실적인 마을에서 이야기는 출발한다. 그러나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서 마주하는 우문, 비논리적인 논리로 도출하는 현답, 이러한 우문현답을 통해 우리의 현실로 쑤욱 들어온다. 바보들이기에 제기할 수 있는 문제에 웃으며 매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들이 서로 타협하며 믿어의심치 않는 어리석은 지혜를 내어 놓으면 마냥 웃을 수 없는 울림이 있다. 현자들이 문제를 어떻게든 타파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이 바보들은 어찌할 수 없는 시련을 웃음으로 승화시키고 마는 것이다. 거울을 사이에 두고 현자와 바보가 마주보고 있는 느낌이다.


우리네 사는 꼴이 바보들만 모여 사는 꼴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다. 다들 현자를 자처하고 슬기롭게 살기를 노력하지만, 헤움의 바보들만큼 행복한가... 영웅처럼 시련을 이겨내기에 급급하지 헤움의 현자들처럼 웃으며 흘리진 못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탈무드와 라퐁텐 우화의 차이를 명확히 짚어낼 수 있는가... 많은 생각할거리를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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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그림 인문학 - 오늘, 우리를 위한 동양사상의 지혜
박홍순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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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대했던 바와 많이 다른 책이다. 옛그림을 소재로 동양사상을 소개하는 책일거라 예상했다. 박홍순 작가의 <생각의 미술관>이 주었던 감흥을 떠올리며, 동양화를 통한 인문학 이야기일거라 잔뜩 기대를 했었다. 접해본 적 없는 다양한 우리의 옛그림이 전시된 미술관에서, 인문학자의 멋진 큐레이팅을 받을 수 있는 기회일거라 생각했건만, 아쉽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다.


옛그림은 삽화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 매 챕터 시작마다 동양사상을 소개하기 위한 관심끌기 목적이라고나 할까. 그마저도 챕터를 대표하지 못하고 소개 단계에서 역할이 끝난다. 마치 스타강사가 스크린에 동양화를 한 장 띄어놓고 강의의 물꼬를 트는 듯하다.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것은 그림보다 더 많이 삽입된 고전들이며, 마무리에서는 앞서 소개된 그림과의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


부제로 씌여진 '오늘, 우리를 위한 동양사상의 지혜'라는 문구가 이 책에 대한 정확한 표현이다. 동양사상을 거울 삼아 과거로 현재를 비추고, 이를 통해 우리를 발전시킬 수 있는 앞선 지혜를 만난다는 것이다. 작가를 좋아하고 그의 지식을 존경하지만, 미안하게도 이런 컨셉의 책은 전혀 내 취향이 아니다. 전혀 새롭지도 않지 않은가. 잘못된 선전과 그에 맞춘 제목 선정에 제대로 속은 느낌이다.


책의 내용은 훌륭하다. 동양 인문학을 다룬 책으로서 손색이 없다. 스타 강사의 인문학 강의를 듣는 듯한 기분도 느껴진다. 다만 전시관에 왔다가 큐레이터에게 강의만 듣고 가는 듯한 느낌이 매우 불쾌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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