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우화
류시화 지음, 블라디미르 루바로프 그림 / 연금술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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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지혜


우화라 함은 사람보다 조금은 부족한 동식물 등에게 인격을 부여하여 그들의 이야기로 세상을 그리며 풍자를 하고 교훈을 주는 이야기를 일컫는다. <인생 우화>에서는 신과 천사들의 실수로 한데 모여 살게 된, 보통 사람보다 조금은 부족한 바보들의 삶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섬세한 표현으로 익히 알려진 '류시화' 시인의 작품이다는 점, 이솝우화 같은 마냥 옛 이야기만은 아닐거라는 점에서 나의 관심과 기대가 커졌다.


각지의 바보들만 모아놓은 '헤움'이라는 비현실적인 마을에서 이야기는 출발한다. 그러나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서 마주하는 우문, 비논리적인 논리로 도출하는 현답, 이러한 우문현답을 통해 우리의 현실로 쑤욱 들어온다. 바보들이기에 제기할 수 있는 문제에 웃으며 매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들이 서로 타협하며 믿어의심치 않는 어리석은 지혜를 내어 놓으면 마냥 웃을 수 없는 울림이 있다. 현자들이 문제를 어떻게든 타파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이 바보들은 어찌할 수 없는 시련을 웃음으로 승화시키고 마는 것이다. 거울을 사이에 두고 현자와 바보가 마주보고 있는 느낌이다.


우리네 사는 꼴이 바보들만 모여 사는 꼴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다. 다들 현자를 자처하고 슬기롭게 살기를 노력하지만, 헤움의 바보들만큼 행복한가... 영웅처럼 시련을 이겨내기에 급급하지 헤움의 현자들처럼 웃으며 흘리진 못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탈무드와 라퐁텐 우화의 차이를 명확히 짚어낼 수 있는가... 많은 생각할거리를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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