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끝내는 세상의 모든 과학 - 빅뱅에서 미래까지, 천문학에서 인류학까지
이준호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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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억년의 파노라마 


겸손한 과학자가 쓴 인류학 책이다. 과학적 전문 지식을 뽐내거나 숨막히는 과학 용어들을 일절 배제한 채, 과학 이야기라기 보다는 인류학에 훨씬 더 가까운, 학교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말씀하시는 듯한 책이다. 책 제목 중에서 '모든 과학'을 '한 권'에 끝냈다는데에 호기심 반 매력 반을 느꼈었다. 하지만 이 책은 '세상'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해 이 책에서 말하는 세상이란, 138억년 전 빅뱅에 의한 우주의 시작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지구라는 별 하나에서부터, 진화와 문명의 발달을 거쳐,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고 범우주적인 시야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미래의 지구까지이다. 이러한 세상의 연대기를 그리면서 과학을 조금씩 풀어해쳐 줬을 뿐이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 1부에서는 빅뱅으로부터 막 태어난, 그래서 불안정하기 짝이 없는 아기지구에 대한 이야기이다. 영원한 미스터리일 것 같은 첫 생명체의 탄생 역시 여기에서 다루고 있다. 한때 과학도를 꿈꿨던 내가 과학을 등지고 살아가는 동안 많은 학설들이 등장한 것 같다. 몰랐던 것을 알 때의 그 기분은 여전하구나. 특히나 이 책은 꼭 선생님이 옆에서 가르쳐주시는 듯하다.

제 2부는 영장류에서 인류로 넘어와 문명이 발달하는 과정이다. 인류학을 과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부분이다.​  제 2부가 매력적인 인류학이었다면, 제 3부는 위인전이다. 익히들 알고 있는 아이작 뉴턴, 아인슈타인부터 미처 몰랐던 여러명의 매력적인 인물들의 일대기가 간략하게 소개된다. 천문학과 물리학에 초점을 두고 공통된 분모를 갖는 과학자들을 연대기 순으로 쭈욱 나열해 주니 그 어떤 위인전보다도 훌륭해 보인다.


 읽기 편한 문체이면서, 중간중간 직접 그린 듯한 삽화들이 삽입되어 있어 가독성을 높여준다. 창의적인 과학선생님다운 비유를 통한 설명들이 눈에 띈다. 과학자로서 지구를 경외하고 자신이 사는 세상을 아끼려는 작가의 모습이 여실하다. 아마 많은 사람들에게 자연을 아끼고 지구환경문제에 관심을 갖자라고 말하고 싶어 작가는 이 책을 쓴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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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미술관 - 잠든 사유를 깨우는 한 폭의 울림
박홍순 지음 / 웨일북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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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폭의 철학적 사유 


오랜만에 밑줄을 그어가며 책을 읽는다. 꼭 집어 기억해두고픈 문장들이 보인다. 기억을 해둔다면 갑작스레 철학이 필요한 순간에, 본질적인 갈증이라는 녀석을 해소하고 싶을 때 시원한 커피 한 잔이 될 것 같은 문장들이다.


내가 알던 철학이란 어려운 인문학 중 하나요, 스피노자, 데카르트 같은 이름만 들어도 재미없을 이들이 벌이는, 언어유희에 가까운 말도 안되는 언쟁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작가가 이 책에 서술해놓은 철학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본질을 말로써 글로써 정리한 것이다. 게다가 객관적인 입장일 수는 없겠으나, 최대한 일반인들, 비철학자들의 입장에서 바라본 관점이니 무수한 공감을 얻어내는 데도 무리가 없겠다.


철학이 머리 속에서 멋대로 뒤엉키지 않게 챕터가 잘 나뉘어져 있고, 매 챕터는 그림 한 폭으로 시작한다. 챕터마다 강렬한 첫인상으로 이목을 잡고 시작하니, 흡사 스타강사의 강의를 듣는 기분이랄까. 특히 붓을 든 철학자라 불리우는 '마그리트'의 작품이 나오고 작가가 그 그림 속에서 철학을 찾아낼 때면 경이롭기까지 한다. 이렇게 시각으로 들어와 생각으로 움트기를 반복하다 보면 책이 끝나 아쉽다.

정말로 한 폭의 울림이 잠든 사유를 깨우는 것일까. 분명히 읽는 도중 이해가 잘 되지 않아 몇번이고 반복해 읽었던 기억이 십수번은 되는 듯 한데,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굉장히 쉽게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참 잘 감상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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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밤의 눈 - 제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박주영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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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소설이라는 것과 제 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소개를 받고 접한 책이다. 고요한 밤의 '눈'이라... 감시자의 시야를 점잖게 표현한 것일까? 국내에서 탄생한 스파이 소설이라는 것도 생소한데 최명희의 [혼불]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장르가 혼불문학상을 받았다라니. 읽기 전부터 색다른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이다.


1년여간 혼수상태로 누워있다가 깬 X는 20세 이후의 기억이 전혀 없는데, 금융계의 촉망받는 인물에다가 스파이란다. X가 친구, 아니 연인이라고 생각하는 Y 역시 스파이란다. Y의 보스 B는 시류에 편승할 것 같은 전형적인 상관의 겉모습을 하고 있으나 속에는 혁명의 기운을 감추고 있다. 잘나가지 않는 소설가 Z,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패자의 서를 편찬한 인물이 되어버리고, 사라져버린 언니의 흔적을 조심스레 쫓아보는 D. 그 외 두어 명이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전부이다. 주인공은 없다. 작가의 투사체? 글쎄,,, 도서관의 초로의 노인? 어렵다.


스파이. 염탐하고 암살하고 그런 첩보원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소설의 스파이는 자기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는 몇몇 사람을 나타내는 듯 하다. 역량이 워낙 뛰어나 그이의 말 한마디에 의해 많은 것들이 휘청거릴만큼 좌지우지 되는, 소위 상위 10프로? 1프로?.... 하지만 사라진다 한들 대체될 인력은 충분한. 잘난 이들 몇에 의해 움직이는 세상을 비꼬고 싶은 것일까. 작가는 지금 현 시점에 '최순실 게이트'가 터질 것을 예측이라도 한 것일까. 무섭다.


승자들에 역사가 쓰여지고 있을 때 패자들은 책에 진실을 쓴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해가 부족하지만 강렬한 무언가가 있다. 작품의 모든 문장들의 공력이 어마어마하다. 심오한 표현들도 많아 집중을 흐트러뜨릴 수 없다. 실로 굉장한 작품을 읽었으나 작가가 담아낸 내용의 반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시대가 조금 바뀌고 나면 다시 읽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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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대동여지도
이재운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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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대에는 지도~! 하면 네이버 지도일려나. 네비게이션을 먼저 떠올릴까? 글쎄, 확실한 것은 내가 교복을 벗기 전까지는 지도~! 하면 대동여지도였고, 대동여지도를 누가 제작하였는가 하는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할 학생은 없었던 것 같다. 언제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 대해 처음 배웠는지도 모른 채 그를 알아왔고, 위인전 한 권 안 읽었더라도 마치 잘 아는 체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어디서 보았을지 모를 삽화 한 장도 머릿 속에 도장처럼 남아 있다. 갓을 쓰고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한 손에는 지팡이를 든 채 붓으로 그린 듯한 산등성이에 서 있는 한 선비의 모습이다.

조선 말 실학자 중 한 명인 김정호. 대부분의 실학자들이 그랬듯 그 역시 서러운 중인 출신이고, 어쩜 당연스럽게도 영특한 유년기를 보냈다. 김정호의 출생부터 유년기를 지나 전국방방곡곡을 떠돌아 <청구도>를 만드는 시점까지 비교적 즐거웁게 이야기가 흐른다.​ <청구도>를 통해 고산자라는 호까지 얻으며 안으로 밖으로 인정을 받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대동여지도>의 제작까지는 앞선 이야기와는 반대로 눈물겹다. 안동 김씨의 횡포 아래 망조가 든 조선이 원망스럽고, 급기야 세력다툼 때문에 쇄국을 선언한 흥선대원군까지 밉기 시작한다. 부시시한 흰머리 아래 눈동자에 서슬 퍼런 독기를 품은 노인네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책장을 덮는다.

어릴 적 읽던 위인전기처럼 출생부터 노년까지 다루었기에 참 좋았던 것 같다. 고산자 김정호의 방랑 인생 속 인연 중 역사 속 인물을 만나는 기쁨도 크다. 홍경래, 추사 김정희, 김삿갓 김병연, 신헌 등등. 망조가 깃든 어수선한 조선의 모습 또한 매우 알기 쉽게 표현하였고, 이로 인해 김정호를 비롯한 주위의 학문지기들의 실학정신이 더욱 빛이 나더라.

다만 가족을 뒤로 한 채 두번이나 먼 길을 떠나는 아비로서의 김정호는 썩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옛 사람들의 수명은 어찌 그리 짧던지, 길을 떠나 돌아올 때마다 가족을 떠나보내야 했던 기구한 운명을 찾는 김정호가 야속하기까지 하다. 첫 아이의 출산을 앞둔 나의 특수한 상황 때문이려나. 무튼 고산자 김정호의 희생 어린 업적에도 불구하고, <대동여지도>의 진가를 느껴보지도 못한 조선은 결국 몰락하기에 더욱 그의 희생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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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나라의 앨리스 네버랜드 클래식 1
루이스 캐럴 지음, 존 테니엘 그림, 손영미 옮김 / 시공주니어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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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유명한 고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너무나 유명해서 읽지 않고도 읽은 것 같은 착각이 드는 작품의 대표격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작가 루이스 캐럴이 앨리스를 등장시킨 또다른 시리즈가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이상한 나라'에서 등장한 고양이 다이나(Dinah)의 새끼 고양이와 놀면서 거울을 쳐다보게 되는 앨리스, 그리고 스르륵 잠이 드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장면에서부터 삽화를 담당한 '존 테니얼'에게 감탄하게 되는데... 의자를 밟고 올라가 거울에 밀착하는 앨리스의 삽화를 보고나서 책장을 넘기면 거울 속으로 들어가는 앨리스를 거울 안의 시각으로 볼 수 있다. 마치 책장을 거울인 양 하여 그린 삽화인 것이다. 이 삽화 한 장으로 독자마저 거울 속을 빨아들인 것이 아닐까. 판타지의 세계를 익살스러우면서도 사실적으로 그려낸 삽화가 '존 태니얼'에게 다시 한번 경의을 표한다. 원문에 실린 이러한 옛 삽화들이 개인적으로 몹시 좋다.

카드놀이를 모티브로 한 전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있었다면, 후작 <거울 나라의 앨리스>는 거대한 체스판을 책 속에 집어 넣은 셈이다. 하얀 왕과 하얀 여왕을 킹과 퀸으로 삼고 하나의 '졸(卒)'로써 상대편 붉은 왕과 붉은 여왕을 향해 거대한 논밭과 숲을 장기판 삼아 달려가는 앨리스. 한 수 한 수 둘때마다 만나게 되는 익살스러운 캐릭터들. 트위들디와 트위들덤, 모자장수, 사자와 유니콘, 험프티 덤프티, 하얀 기사 등을 그려낸 재미있는 삽화와 함께 푹 빠져든다.

'거울'이라는 컨셉에 맞게 모든게 거꾸로 논리로 돌아가는 세계. 툭하면 역전되는 시공간과 비논리적인 농담, 언어유희의 극을 달리는 말장난들. 패러독스와 넌센스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작가의 센스가 돋보인다. 게다가 엮은 이의 충실한 주석 덕에 영어로 된 언어유희마저 즐길 수 있으니 매우 즐겁다.

루이스 캐럴의 센스 있는 넌센스와 존 테니얼의 사실적인 판타지 삽화가 어우러진, 전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재미를 넘어서는 익살스러운 작품인 것 같다. 보는 내내 즐거웠고 세번째 작품이 나올 수만 있다면 기다리고 싶구나. 빠져나가고 싶지 않던 환상의 세계 '거울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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