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밤의 눈 - 제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박주영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파이 소설이라는 것과 제 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소개를 받고 접한 책이다. 고요한 밤의 '눈'이라... 감시자의 시야를 점잖게 표현한 것일까? 국내에서 탄생한 스파이 소설이라는 것도 생소한데 최명희의 [혼불]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장르가 혼불문학상을 받았다라니. 읽기 전부터 색다른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이다.


1년여간 혼수상태로 누워있다가 깬 X는 20세 이후의 기억이 전혀 없는데, 금융계의 촉망받는 인물에다가 스파이란다. X가 친구, 아니 연인이라고 생각하는 Y 역시 스파이란다. Y의 보스 B는 시류에 편승할 것 같은 전형적인 상관의 겉모습을 하고 있으나 속에는 혁명의 기운을 감추고 있다. 잘나가지 않는 소설가 Z,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패자의 서를 편찬한 인물이 되어버리고, 사라져버린 언니의 흔적을 조심스레 쫓아보는 D. 그 외 두어 명이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전부이다. 주인공은 없다. 작가의 투사체? 글쎄,,, 도서관의 초로의 노인? 어렵다.


스파이. 염탐하고 암살하고 그런 첩보원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소설의 스파이는 자기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는 몇몇 사람을 나타내는 듯 하다. 역량이 워낙 뛰어나 그이의 말 한마디에 의해 많은 것들이 휘청거릴만큼 좌지우지 되는, 소위 상위 10프로? 1프로?.... 하지만 사라진다 한들 대체될 인력은 충분한. 잘난 이들 몇에 의해 움직이는 세상을 비꼬고 싶은 것일까. 작가는 지금 현 시점에 '최순실 게이트'가 터질 것을 예측이라도 한 것일까. 무섭다.


승자들에 역사가 쓰여지고 있을 때 패자들은 책에 진실을 쓴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해가 부족하지만 강렬한 무언가가 있다. 작품의 모든 문장들의 공력이 어마어마하다. 심오한 표현들도 많아 집중을 흐트러뜨릴 수 없다. 실로 굉장한 작품을 읽었으나 작가가 담아낸 내용의 반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시대가 조금 바뀌고 나면 다시 읽어보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