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대동여지도
이재운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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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대에는 지도~! 하면 네이버 지도일려나. 네비게이션을 먼저 떠올릴까? 글쎄, 확실한 것은 내가 교복을 벗기 전까지는 지도~! 하면 대동여지도였고, 대동여지도를 누가 제작하였는가 하는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할 학생은 없었던 것 같다. 언제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 대해 처음 배웠는지도 모른 채 그를 알아왔고, 위인전 한 권 안 읽었더라도 마치 잘 아는 체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어디서 보았을지 모를 삽화 한 장도 머릿 속에 도장처럼 남아 있다. 갓을 쓰고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한 손에는 지팡이를 든 채 붓으로 그린 듯한 산등성이에 서 있는 한 선비의 모습이다.

조선 말 실학자 중 한 명인 김정호. 대부분의 실학자들이 그랬듯 그 역시 서러운 중인 출신이고, 어쩜 당연스럽게도 영특한 유년기를 보냈다. 김정호의 출생부터 유년기를 지나 전국방방곡곡을 떠돌아 <청구도>를 만드는 시점까지 비교적 즐거웁게 이야기가 흐른다.​ <청구도>를 통해 고산자라는 호까지 얻으며 안으로 밖으로 인정을 받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대동여지도>의 제작까지는 앞선 이야기와는 반대로 눈물겹다. 안동 김씨의 횡포 아래 망조가 든 조선이 원망스럽고, 급기야 세력다툼 때문에 쇄국을 선언한 흥선대원군까지 밉기 시작한다. 부시시한 흰머리 아래 눈동자에 서슬 퍼런 독기를 품은 노인네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책장을 덮는다.

어릴 적 읽던 위인전기처럼 출생부터 노년까지 다루었기에 참 좋았던 것 같다. 고산자 김정호의 방랑 인생 속 인연 중 역사 속 인물을 만나는 기쁨도 크다. 홍경래, 추사 김정희, 김삿갓 김병연, 신헌 등등. 망조가 깃든 어수선한 조선의 모습 또한 매우 알기 쉽게 표현하였고, 이로 인해 김정호를 비롯한 주위의 학문지기들의 실학정신이 더욱 빛이 나더라.

다만 가족을 뒤로 한 채 두번이나 먼 길을 떠나는 아비로서의 김정호는 썩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옛 사람들의 수명은 어찌 그리 짧던지, 길을 떠나 돌아올 때마다 가족을 떠나보내야 했던 기구한 운명을 찾는 김정호가 야속하기까지 하다. 첫 아이의 출산을 앞둔 나의 특수한 상황 때문이려나. 무튼 고산자 김정호의 희생 어린 업적에도 불구하고, <대동여지도>의 진가를 느껴보지도 못한 조선은 결국 몰락하기에 더욱 그의 희생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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