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심오 지음 / 자음과모음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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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직장 풍자 소설

 

 

 

" 승자가 모든 것을 갖는다. (The winner takes it all.) "

이 말이 왠지 모르게 와닿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무한 경쟁 시대에서 이기기 위해 애를 쓰며 살아간다. 이기기 위해서 남을 짓밟는 것 역시 마다하지 않으며. 이 모든 것들이 세상이 발전하고 인구가 많아지다 보니 당연히 생긴 껄끄러운 부산물이라 생각하며 스스로를 납득시킨다. 그리고 자연스레 적응해간다.

 

문제는 그 경쟁이라는 것이 공평하느냐는 것이다. 정당한 위치에서 fair play를 하는가.

불행하게도 우리는 '다양성'이라는 축복 속에서 살아가기에 같은 조건이란 있을 수 없다.

 

<비하인드>라는 제목은 소위 말하는 '빽, Back(ground)'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실재하는 것인지조차 잘 모를 이것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눈물을 흘린다. 덕분에 좌절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물'빽'으로 이득을 취하는 인간들도 있기에 이런 일도 생기는 것이다.

'빽'은 어느새 전세계 속의 한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타계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어 보이는...

 

 

 

소설은 굉장히 드라마틱하다. 너무 드라마틱해서 마치 연속극 시리즈 전체를 보고 난 느낌이다. 실제로 거의 없다시피 하는 내가 본 드라마 중에 비슷한 내용의 것들이 두 편이나 있다. <막돼먹은 영애씨>나 <역전의 여왕>이 바로 그것들이다.

그만큼 산업사회의 여성의 삶은 어려운 한가지 주제로 통합될만큼 단조로운 듯하다. 일과 사랑.

 

고아원 출신의 회사 대리인 주인공과 대기업 부회장 딸인 본부장. 이 둘의 극적인 설정만큼이나 소설 역시 시원시원하다.

상사에게 치이고 힘들어하며 신세한탄하는 열받는 1부와 상사에게 대들기 시작하는 통쾌한 2부. 구성 마저도 단순명료하다~!

주인공의 처지에 함께 분개한 읽는이는 그녀와 한 배를 탄 동지가 된 기분으로 어느새 직장 상사에게 함께 보복을 기획하게 된다. 보복을 한다는 것 자체가 현실보다 드라마에 가까운데, 거기다 더해 보복의 방법마저 유치하고 현실성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통쾌하고 웃어넘기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

드라마 시나리오를 한 편 읽은 것 같다. 유치함을 뻔히 알지만 왠지 자꾸 보게되는 일일드라마 같은.

 

 

너무 드라마 같은 소설이라는 것이 매력이자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 얼마나 많은 것들을 보지 못하고 살까. 불현듯 내가 부족함을 느끼지 않았던 것은 이 작은 세상이 모두 나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깨달음이 머리를 스쳤다. ......

- p.302 -

 

...... 역사적으로 나의 과거에 군림했던 자들의 뒤엔 무엇이 있었나. 사실상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뒤를 의식하는 자들의 경외심과 부러움을 밑거름으로 그들을 이용해 그 위에 군림했을 뿐이다. ......

- p.3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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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조너선 프랜즌 지음, 홍지수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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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Freedom.

너무 유명하고 익숙한 단어이다.

많은 이들이 입모아 외치는 단어이며, 뭣 모르는 아이들마저 갈구하는 대상.

대부분의 역사가 자유를 위한 전쟁으로 이루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역시 너무 유명하고 이제는 조금 지겨운 말이다.

모든 이들이 이 말의 뜻을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진정한 의미를 실천하는데에는 항상 어려움을 겪는 것이 인생일 것이다.

 

개인이 갖는 자유는 무한하고 그렇기에 큰 영향력을 갖는다.

본인의 일생 혹은 타인의 일생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국가 존속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람은 사람이기에 지켜야하는 도의를 바탕에 두고,

자유라는 큰 권리를 행하며,

책임 있는 선택이라는 평생의 짐을 등에 올려 놓는다.

 

인생은 선택의 기로의 연속이라 볼 수 있기에

자유로운 선택을 할 기회는 수없이 많고

우리는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

 

700페이지가 넘는 육중한 몸뚱만큼 이력도 화려한 책이다.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에도 선정된 도서이고,

오바마 대통령이 휴가 중에 봤다고도 한다.

하지만 조금은 지루하고 딱딱한 스토리와 약간은 번잡스러운 전개에 읽는 즐거움이 크게 다가오지 못한 작품인 것 같다.

무엇보다 자유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고 새로움을 제시해주길 바랬지만,

익히 알고 있는 그 방대한 것들을 글로 맛 봤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쉬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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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라 부를 수 있을까
홍재원 지음 / 일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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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물음표

 

 

 

민주.

이 알게 모르게 아름다운 단어를 청춘과 동일시한 이들의 이야기이다.

90년대 한국이라는 격동의 시대에 내던져진 초짜 성인들.

전국 각지의 대학에서 그랬듯이 서울대 역시 민중의 노래가 울려퍼졌음을 여실히 알게 해준다.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나의 고향인 광주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그 시기에 어떠한 울림이 있었는지 나는 정확히 모른다.

아니, 어쩜 알고 싶어한 적도 없는 것 같다.

단지 남들보다 늦게 영어를 배우고자 시내에 있는 학원으로 만원버스를 타고 다니던 국민학교 시절에 최루탄 냄새가 싫었을 뿐이다.

날라다니는 돌이 무서웠고, 시내 도로 한복판에서 집회를 여는 무리들이 유명한 전라도 조폭인줄 알았다.

머리가 굵어지기 시작할 무렵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끝없이 분개했지만 그들이 되어보려는 상상조차 시도하지 못했다.

 

그 시

대를 함께 했던 이들에게는 크게 공감하며 추억이 되겠지만,

내게는 수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다.

과연 내가 그 시기에 대학생이었다면?

...

떼로 모여다니며 목청 높이는 이들에게 진절머리 날 정도로 관심이 없는 나이기에 과연 운동이라는 것에 휘말렸을까 싶기도 하다가

불 같고 욱하는 폭력성을 가진 나이기에 앞서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어쨌든 몸과 마음에 가깝게 와닿는 것 같지만,

상상도 하기 꺼려지는 과거의 한국이다.

가까운 듯 이상하게 먼.

 

 

하지만 이렇게 어렵고 무거운 생각만 드는 책은 아니다.

그들이 청춘을 민주와 동일시 했다하더라고 그들은 어엿한 젊은이였기에 많은 아름다움이 있다.

컴퓨터로 처음 작성해보는 레포트에 만족해하고,

천리안 등으로 만드는 번개로 일탈을 경험하고,

캠퍼스를 거닐며 대학을 만끽하고,

없는 형편에 틈을 내어 두부 김치에 소주를 들이키는,

유치한 시적 사랑이 센스있게 받아들여지던 그런 애틋한 이야기이다.

요즘 시대에 사라져가는 낭만이라 할 수 있겠다.

 

내가 대학 캠퍼스에서 놀아본 적이 있던가?

학비 걱정때문에 아르바이트에 절박해본 적이 있던가?

술 값 걱정하며 술자리를 한 적이 있던가?

내 사랑에 편지가 등장한 적이 있던가?

 

 

운동으로 시작해 IMF로 끝을 맺은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끝없이 나를 비춰가며 낭만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

 

 

 

 

...... 민주, 그 이름이 너무 아름다워서, 아무것도 보지 않으려 애쓰면서, 어딘지도 모를 어딘가로 기어들어 가려 애쓰면서, 다른 사람을 블랙홀처럼 끌어당기려 하지는 않았는지.

 

- p.218 / 은수의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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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신부 1 민음사 모던 클래식 44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은선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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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탈 지니아

 

 

팜파탈 (Femme Fatale).

어쩌면 모든 여성들이 갖고 싶어하는 기질이 아닐까 싶다.

자고로 동물이라면 수컷과 암컷은 서로를 유혹해야 하기에...

 

이 소설은 <도둑 신랑>이라는 동화(이런 동화가 있었는지도 알지 못했지만...)를 기반삼아 4명의 여자의 복잡한 심리와 내면을 풀어냈다.

조금은 극단적으로 팜파탈의 매력을 소유한 지니아와 그녀에 의해 삶의 큰 부분이 파괴되어 버린 세 여자들.

만일 모티브가 되었던 동화처럼 남자가 주인공이었다면 ’옴므파탈’ 같은 매력적인 단어로 표현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바람둥이 내지는 난봉꾼, 사회적으로 지탄 받으며 추방당해 마땅할 인간으로 그려졌을 터,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남성은 물론 여성에게까지 치명적인 매력을 뿜어내는 지니아라는 여성을 내세움으로써 ’바람’이나 ’사기’ 같은 흔하디 흔하고 세속적인 단어들로만 표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무언가를 비춰준다.

 

지니아로부터 많은 것을 잃고 배운 세 여자들.

그들의 속내와 끊임없이 피어나는 괴로움, 그리고 그것과 싸워가는 그들의 이야기가 번갈아 나오면 책의 재미를 더한다.

 

개인적으로 책 속의 세 여자들은 모든 여성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놓고 각각을 대표하는 이들이라고 생각한다.

똑똑하고 냉철한 역사학자 토니.

하지만 학문 이외의 것들에는 그녀가 잘하는 공부보다 훨씬 무능력하다. 사랑에 있어서는 더더욱 소심하고 순종적이다.

당당하고 세상 물정에 밝은 사업가 로즈.

사회생활에 있어서 똑부러지고 때에 따라 나설 줄 아는 현대의 대다수 여성을 대표하는 듯 하다.

텃밭 가꾸기와 점술을 즐기는 몽상가 캐리스.

전형적인 사회의 아웃사이더 캐릭터. 삶의 대부분을 혼자 생각하는 데에서 그치기 일쑤다.

 

지니아는 각각에게 다른 방법으로, 소위 맞춤형 전략으로 그들의 삶을 파괴하게 되는데.

이 부분이 정말 흥미롭다.

어떻게 다들 저렇게 바보처럼 당할까... 싶지만,

그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질투나 분노에 앞선 동경이다.

자신들에게 없는 것까지 모두 갖춘 듯한 지니아의 모습에 한없는 동경을 갖게되는 것이다.

 

남자인 나로서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마음 속 깊숙한 어딘가에서 이해가 된다.

이러한 점이 이 소설의 큰 매력이다.

단순히 과거를 풀어나가며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것 같지만 은근하고 치밀하게 심리적으로 압박을 준다.

읽는 내내 그들의 심리가 나의 꾹 다문 입 속의 혀를 통해 온 몸으로 전해진다.

 

 

 

마지막으로 가장 칭찬하고픈 점.

번역이 정말 훌륭하다~!!!

보통 외국 소설, 특히 이렇게 방대한 분량의 책은 딱딱하고 어색할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정말 매끄럽다.

옮긴이 이은선님께 감사드립니다...^^

 

 

 




 

 

 

도둑 신부라...... 로즈는 생각한다. 뭐, 안 될 것도 없지. 신랑들도 어디 한번 혼 좀 나 보라지.

어두컴컴한 숲 속 대저택에 숨어서 순wls한 사람들을 잡아먹고, 젊은이들을 꼬드겨 그 사악한 가마솥에 빠뜨리는 도둑 신부.

지니아 같은 종족.

 

- 도둑신부 2, 20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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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네 집
김옥곤 지음 / 책만드는집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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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같은 소설

 

 

뭐랄까.  굉장히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의 소설이다.

딱히 따뜻하거나 감동적인 이야기가 실린 것은 아니나,

일상에서 일어날 흔하거나 혹은 흔하지 않을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따뜻한 문체로 쓰여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려있는 8편의 단편 이야기들 속에 분명 어딘가에 글쓴이가 존재하는 듯하고,

읽는 내내 따스한 햇살 아래서 조용히 글을 써내려가는 글쓴이의 모습이 마치 원래부터 알던 사람인양 자꾸 떠오른다.

 

제목인 '미라네 집'은 에피소드들 중 하나다.

왜 이 에피소드가 대표로 표지 간판으로 걸렸는지 잘 모를 정도로 모든 이야기들이 훌륭하다.

아마 책 이름으로 쓰기가 가장 적당해서일 것 같다.

 

역시나 싶은 국내작가의 글솜씨.

한글의 아름다운 표현력을 마음껏 느껴본다.

글들이 쏙쏙 눈을 훑고 마음에서 읽힌다.

외국어를 번역한 책들과는 비교를 할 수가 없다.

이래서 우리나라에 노벨 문학상이 없다 한다.

국어의 표현을 영어로 재현할 수가 없기에...

 

각각의 이야기들이 꼭 에세이 같다.

작가의 실제 과거, 혹은 그의 주변 이야기들?

자신의 이야기 같기도 하고, 첫사랑 이야기 같기도 하고, 친구의 이야기 같기도 하고, 동네 이야기 같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는 소재 하나의 도움을 받아 펜 가는대로 쓴 것 같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는 사회 풍자적 내지는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야기들 사이에 통일성은 없지만 그 또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이런 소설을 너무 오랜만에 읽은 탓일까.

내가 왠지 촌스러워 보일 정도로 이야기들이 좋다.

 

굿셀러가 될 수 있을까 하는 흥행에 대한 의심이 들긴 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물해 주고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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