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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라 부를 수 있을까
홍재원 지음 / 일리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청춘의 물음표
민주.
이 알게 모르게 아름다운 단어를 청춘과 동일시한 이들의 이야기이다.
90년대 한국이라는 격동의 시대에 내던져진 초짜 성인들.
전국 각지의 대학에서 그랬듯이 서울대 역시 민중의 노래가 울려퍼졌음을 여실히 알게 해준다.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나의 고향인 광주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그 시기에 어떠한 울림이 있었는지 나는 정확히 모른다.
아니, 어쩜 알고 싶어한 적도 없는 것 같다.
단지 남들보다 늦게 영어를 배우고자 시내에 있는 학원으로 만원버스를 타고 다니던 국민학교 시절에 최루탄 냄새가 싫었을 뿐이다.
날라다니는 돌이 무서웠고, 시내 도로 한복판에서 집회를 여는 무리들이 유명한 전라도 조폭인줄 알았다.
머리가 굵어지기 시작할 무렵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끝없이 분개했지만 그들이 되어보려는 상상조차 시도하지 못했다.
그 시
대를 함께 했던 이들에게는 크게 공감하며 추억이 되겠지만,
내게는 수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다.
과연 내가 그 시기에 대학생이었다면?
...
떼로 모여다니며 목청 높이는 이들에게 진절머리 날 정도로 관심이 없는 나이기에 과연 운동이라는 것에 휘말렸을까 싶기도 하다가
불 같고 욱하는 폭력성을 가진 나이기에 앞서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어쨌든 몸과 마음에 가깝게 와닿는 것 같지만,
상상도 하기 꺼려지는 과거의 한국이다.
가까운 듯 이상하게 먼.
하지만 이렇게 어렵고 무거운 생각만 드는 책은 아니다.
그들이 청춘을 민주와 동일시 했다하더라고 그들은 어엿한 젊은이였기에 많은 아름다움이 있다.
컴퓨터로 처음 작성해보는 레포트에 만족해하고,
천리안 등으로 만드는 번개로 일탈을 경험하고,
캠퍼스를 거닐며 대학을 만끽하고,
없는 형편에 틈을 내어 두부 김치에 소주를 들이키는,
유치한 시적 사랑이 센스있게 받아들여지던 그런 애틋한 이야기이다.
요즘 시대에 사라져가는 낭만이라 할 수 있겠다.
내가 대학 캠퍼스에서 놀아본 적이 있던가?
학비 걱정때문에 아르바이트에 절박해본 적이 있던가?
술 값 걱정하며 술자리를 한 적이 있던가?
내 사랑에 편지가 등장한 적이 있던가?
운동으로 시작해 IMF로 끝을 맺은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끝없이 나를 비춰가며 낭만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
...... 민주, 그 이름이 너무 아름다워서, 아무것도 보지 않으려 애쓰면서, 어딘지도 모를 어딘가로 기어들어 가려 애쓰면서, 다른 사람을 블랙홀처럼 끌어당기려 하지는 않았는지.
- p.218 / 은수의 생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