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응원하라 - 잘되는 나 실천편 - 나는 오늘도 잘될 것이다!
조엘 오스틴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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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힘]과 [잘되는 나] 두 편의 신앙서적으로 유명한 웃는 목사 조엘 오스틴의 새로운 책이 나왔다. [긍정의 힘]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로 커다란 성공을 거두고, 그에 따른 실천편, 묵상편등 수권의 책을 출간해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에 읽은 [나를 응원하라]는 [잘되는 나]의 실천편이다.
작가는 서문에서 7주에 걸쳐 천천히 묵상하며 읽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지만 난 그렇지 못하고 하루 만에 읽어버렸다. 매 챕터마다 한 두장에 이르는 짧은 내용과 커다란 글씨의 편집이 200쪽이 넘는 페이지 수에 비해 빨리 읽혔다.

우선 [긍정의 힘]과 [잘되는 나] 두 권을 모두 읽어본 내가 느낀 작가의 주된 메시지는 하나님이 도우시니, 비전을 갖고 긍정적으로 모든 일에 임하라는 말씀이다. 언제나 긍정적인 말, 긍정적인 생각이 나의 모든 삶과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말씀인데, 처음 그의 저서 [긍정의 힘]에서 작가가 경험한 사실과 주위에서 목격하고 체험한 것을 적어놓은 예시들이 고독과 좌절에 빠져있던 나의 심령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교회에 출석하며 신앙생활을 하는 중에도 항상 안 된다는 패배주의와 열등의식에 사로잡혀 괴로워하던 나에게 그분의 말씀은 상투적 표현이지만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느낌이었다. 신앙에 대한 새로운 도전과 자극으로 삶을 변화시키려는 계기를 제공한 책이 바로 그분의 책이다.

이번에 [잘되는 나] 실천편으로 나온 [나를 응원하라]도 그 같은 작가의 메시지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하겠다.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시니 여기에서 정체되면 안 되고, 계속 성장해 나가야 하며 자신감을 가지고 주님의 말씀에 귀 기울여 순종하라 한다.
항상 감사하는 긍정적인 사고로 나의 운명을 변화 시킬 수 있고, 그러므로 하나님이 이 땅에 허락하신 모든 복을 받는 큰 역사가 이루어 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매일 매일의 메시지를 묵상하고 책에 나온 성경의 말씀을 나의 삶에 적용시켜 살아간다면 세상에서의 성공은 부수적인 선물이고 나의 신앙과 나의 영혼에 큰 성장과 평안함이 찾아올 것 같다.

작가는 미국 내에서 논란이 있는 목사라고 한다. 우선 정규 신학 교육을 받지 않고 부친의 교회를 세습한 점과, 너무 현세에서의 물질적 육체적 복만을 강조하다 보니, 정작 영혼 구원이라는 기독교 본연의 말씀은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한다.
하지만 이 모든 비판을 뒤로하고 그가 전하는 기독교 정신에 바탕을 둔 희망의 메시지는 세상의 거친 파도에 휩쓸리어 방황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큰 위안과 목적의식을 심어준 점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하루 만에 다 읽었지만 작가의 말처럼 지금부터 매일 한 장씩 음미하며 다시 읽어나갈 생각이다. 이 책은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천편이라는 부제대로 묵상과 생활의 변화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신앙과 생활에 새로운 힘을 얻고자 하는 이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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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철학자 50
夢 프로젝트 지음, 박시진 옮김, 배일영 감수 / 삼양미디어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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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아무것도 모르고 겉멋만 잔뜩 들어 철학과에 지원하려던 시절이 있었다. 어디선가 니힐리즘이란 한 마디 듣고 와서 말끝마다 이 단어를 집어넣어 혼자 세상 다 산것마냥 폼을 잡았으며, 쇼펜하우어가 염세주의자라는 단편적 사실 하나 알면서, 남들보다 지적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 마냥 지적 허영에 취해 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다행으로 부모님의 반대로 철학과에 진학하지는 못했고, 전혀 별개의 전공을 선택한 후 교양 과목으로 철학 수업을 듣게 되었는데, 첫 시간부터 질리고 말았다.

형이상학적인 논거를 수학공식에 대입해 답을 구하는 기호철학을 배웠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쨌든 기초적인 수업내용조차도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나에겐 어려웠다.

개똥 철학 가지고 잘난척 해왔던 자신이 부끄러웠고, 그 이후에도 윌 듀란트의 “철학 이야기”에 도전해 보기도 했지만 나의 지적 수준으론 도저히 끝낼 수가 없었다.

이렇듯 철학은 철없는 시절부터 나에겐 동경의 대상이면서 결론적으론 다가갈 수 없는 학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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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철학의 사조라던가 각 사조를 대표하는 철학자의 주장은 교양 수준으로 알고 있어야 겠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던 차에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철학자 50]을 접하게 돼서 읽어 보았다. 소설을 읽다가도 빈번히 등장하는 철학 이야기가 여가를 즐기는 데도 방해를 주기 때문에 상식으로 라도 철학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제목이 이런 나의 생각과 일치해 흥미를 끌었다.

 

아무래도 책의 철학 사조에 대한 이야기를 요약한다는 것은 무리가 따를 것 같아 책의 구성을 간단히 언급하는게 오히려 더 책의 이해에 효율적인 것 같은데, 고대 그리스의 탈레스부터 시작한 이야기는 20세기 후반 포스트모던의 기수인 들뢰즈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그 시대의 대표적 철학자의 이론을 컬러 사진을 곁들여 두장정도에 걸쳐 짧게 설명하고 있다.

그러기에 깊이 있는 철학을 공부하려는 독자에게는 실망스럽겠지만 교양인으로서 일반 상식에서 조금 진전된 철학을 알고자 하는 독자에게는 꽤 유용해 보인다.

또한 각 철학자들의 이력을 간단하게 마지막 부분에 적고 있어, 철학자들의 성장 배경과 철학의 성립되는 계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우리가 고등학교 시절 국민윤리나, 세계사, 사회 시간에 배웠던 철학 사조나, 사상가들의 단편적인 이야기가 교과서보단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어,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읽어본다면 이해도 빠를것이고, 앎이라는 즐거움도 얻을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신학과 함께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학문이면서 언제나 새로운 철학 사조의 등장으로 가장 최신의 학문이라 말할 수 있는 철학을 이 책 한권으로 다 표현하려 작가가 의도 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또 그런 목적으로 이 책을 읽는 독자도 없을 것이다.

제목에서 나온 것 마냥, 간단한 면접이나, 여자친구 앞에서 아는 척 하고 싶을 때, 가끔씩 소설이나 영화를 볼때마다 접하게 되는 철학을 대략적으로 나마 이해하고 싶은 나같은 문외한이 상식으로 알아야할 대략적 내용을 산뜻한 편집과 원색의 사진으로 가독성을 높여 나타낸 유익한 책이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철학자 5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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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전선 이상 없다 Mr. Know 세계문학 31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지음, 홍성광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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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자들이 민중의 광기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또는 자신들의 정치사상과 다른 의견을 의도적인 물리력으로 억제하기위해 흔하게 하는 짓거리가 분서焚書 행위가 아닌가 생각된다. 전자의 예로는 문화혁명 당시 중국에서의 분서행위를, 후자의 경우로는 멀리 진시황의 분서갱유부터 가까이로는 독일 나치 정권 치하에서의 분서사건까지 들 수 있을 것이다.

나치 정권하에서 작품 활동을 했던 레마르크의 작품들도 반전적인 성향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분서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는데, 게르만의 영광을 재현하자며 유럽침략을 계획하고 있던 나치에게 인간의 존엄성과 전쟁의 비참함을 알린 “서부전선 이상 없다” 같은 작품은 분명 눈에 가시 같은 작품이었을 것이다.

내가 처음으로 접한 레마르크의 작품은 “서부전선 이상 없다”가 아닌 “개선문”이었다. 고등학교 재학 당시 국내 유명 대학의 추천도서로서 수능 필독서이기에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두꺼운 두께의 책이지만 끈기를 가지고 읽어나갔고 내가 받은 인상은 주인공 라빅의 끝을 알 수 없는 절대고독이었다. 나치 치하에서 고국을 떠나 프랑스로 망명한 외과의사인 라빅의 절절한 고독이 어린 나에게도 슬프고, 무겁게 다가왔다. 물론 그해 수능에 “개선문”에 대한 지문은 나오지 않았지만 동년배의 친구들은 느끼지 못한 절대고독을 느꼈다는 것과, 레마르크라는 대문호를 알았다는 지적허영은 수능문제 한, 두 개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 후 “사랑할 때와 죽을 때”, “그늘진 낙원”등 그의 작품을 읽으며 전쟁이 꽃다운 청춘들에게 가하는 가혹한 폭력과 망명객의 마음 둘 곳 없는 고독함 등, 레마르크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보여 지는 주제의식에 깊이 공감하며 그의 반전사상에 감명을 받았다.
이 같은 반전사상이 가장 극명하게 잘 드러난 작품이 바로 “서부전선 이상 없다”이다.

소설은 1차 대전 당시 독일군으로 참전 했던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감정의 과잉을 절제하며 사실적으로 전쟁의 비참함과 청년들을 사지死地 로 내모는 기성세대의 그릇된 권위와 위선 등을 고발하고 있다.
하지만 반전사상이라는 묵직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책이라고 어렵게 느낄 필요는 없다. “서부전선 이상 없다”는 작가가 경험한 병영생활의 에피소드가 흥미롭게 묘사돼있어 재미있으며 각자가 경험한 우리나라 군대의 병영생활과 비교하며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군대를 갔다 온 남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등장인물들이 나오는데, 사막에 떨어져도 살아남을 것 같은 수단 좋은 카진스키, 비열하고 악질적인 상급자 히멜슈토프 등은 우리가 군에서 만난 김병장, 장하사와 다르지 않다.
독일 작은 마을에서 주인공 파울 보이머를 비롯한 스무 명의 학생들은 허황된 애국심에 경도된 담임선생 칸토레크의 강압적인 권유로 군에 입대하게 되고 전장에서 그들은 국가나, 민족이라는 거창한 기치가 아닌 단순히 살기 위해 살육의 전쟁을 수행해 나간다.
오직 먹고, 자고, 살아남는 것만이 관심의 대상이고, 즐거움이 되어버린 그들은 점점 인간의 존엄성마저 상실해 가고, 결국엔 모두가 전사하지만 전쟁에서 소모품에 불과했던 그들의 죽음과는 상관없이 최고 사령부는 “서부전선 이상 없다”란 공식 발표를 하며 소설은 끝맺는다.

소설은 취사차 앞에서의 다툼으로 시작해 시종일관 먹을 것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이어지는데, 전장이라는 특성상 모든 욕구가 억압된 상태에서 유일하게 허용된 욕구가 식욕뿐이기에 그런 것 같다. 심지어 식욕은 전우의 죽음에 슬퍼하기보다 그들 앞으로 배식된 음식을 살아남은 자들이 먹을 수 있음을 기뻐하게 만든다. 극한 상황에 다다랐을 때 우리를 지배하는 가장 큰 욕구가 식욕이라니. 위로와 자기기만 없이는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공포와 불안을 느끼면서도 그들은 찧은 보리 한줌이 현실적인 위로가 된다고 말한다.
존엄성의 사전적 의미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높고 엄숙한 성질 이라고 하는데 과연 그런게 존재하기나 하는 걸까?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회의적인 느낌이 든다.
또한 전쟁은 타인의 죽음에도 내성이 생기게 만드는 것인지 부상을 당해 죽음을 앞에 둔 케머리히의 가죽 장화를 탐내는 뮐러의 모습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이것이 우정이고, 전우애인가? 우리가 그토록 찬미해 마지않았던 존귀한 가치 중 하나인 우정이 전쟁터에선 한낱 가죽장화 만큼의 가치도 없는 헛된 관념에 불과한 것 같아 슬프게 한다.
휴가차 귀향한 보이머에게 전황을 물어보며 진실을 외면 한 체 영웅적 활약상에 대해서만 듣길 원하는 동네 어른들, 학생들을 선동하여 죽음의 전장으로 몰아넣은 담임선생, 훈련소에선 전지적 신의 위치에서 어린 훈련병들을 괴롭히지만 실제 전쟁터에선 꽁무니를 빼며 두려워하는 분대장 히멜슈토프. 이러한 기성세대의 모습은 포격에 부상을 당한 신병의 고통을 덜어주고자 총구를 들이대고 방아쇠를 당겨야함을 고민하는 젊은이들과는 대조를 이룬다.
전쟁은 기성세대가 일으키고 그 피 값은 젊은이들이 치러야 하는 부조리한 상황과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고 권위만 내세우는 기성세대를 작가는 비웃고 있다.

1930년대에 나온 이 소설이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이유는 “서부전선 이상 없다”가 남의 나라 옛날이야기라고 하기엔 세계 곳곳에서 아직도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1차 대전 당시의 이야기지만 아직도 우리주위에는 애국과 민족주의의 허울을 뒤집어쓴 국수주의적인 요소가 자리 잡고 있으며, 담임선생 칸토레크 같은 기성세대가 존재하고, 정치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발발한 전쟁터에서 피 흘리는 젊은이들이 있기에 공감하며 읽어 나가게 된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셀 수 없이 많은 전쟁을 겪고도 교훈을 얻지 못하고 반성하지 않는 우리의 현실이 부끄럽기만 하다.

좋은 작품은 시대와 연령에 관계없이 사랑 받으며 깊은 영감을 준다. 하지만 어떤 작품은 특정 세대에 더 큰 감동과 영향을 미치는데 “서부전선 이상 없다”는 젊은이에게 더 큰 감동을 주는 것 같다. 시대를 넘어 같은 고민을 하고, 방황하는 청춘의 이야기는 우리의 방황처럼 가슴이 시리다. 뜨거운 가슴을 안고 부조리한 세상에 휩쓸리다 산화해간 젊은이들의 기록은 그 자체로 우리들 청춘의 이야기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전쟁의 부당함과 비극이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읽혀지는 전쟁문학의 최고봉에 있는 소설인 “서부전선 이상 없다” 젊은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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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의 날씨
볼프 하스 지음, 안성철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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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선 특이하다는 말부터 하고 시작해야겠다. 일기로만 구성된 소설, 도청과 통화기록, 정보 문서로 구성된 첩보 소설 등을 읽어본 경험은 있는데 이번엔 전혀 새로운 형식의 소설을 읽었다. 오스트리아 작가 볼프 하스의 “15년 전의 날씨”는 기자와 소설가, 단 둘만의 인터뷰 대화로만 이루어진 소설이다.

대화로만 이루어졌기에 서로의 행동에 대한 묘사도, 작중 인물의 심리도 직접적으로 알 수 없다. 부지런하고 똑똑한 독자의 몫으로 모든 게 남겨지는 것이다.

또한 처음부터 작가와 기자가 어떤 작품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는지 나오지 않기 때문에 글을 읽어가며 그 둘이 나누고 있는 대화에 나오는 작품에 대해 유추해야하고, 둘의 대화에 집중해야 해서 책 띠지에 설명마냥 두 권의 책을 읽어나가는 느낌이 든다.




작가와 기자가 나누는 작품은 “15년 전의 날씨”로서 15년 동안의 휴양지의 날씨를 모두 외우고 있는 특이한 남자 “코발스키”가 유명 TV쇼에 출연한 후 어린 시절 휴양지의 소녀 “아니”를 다시 만나게 되고 사랑을 이루는 러브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작가는 자신이 말하고 싶은 부분만을, 독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을 각색해서 책에 적었을 뿐이고 기자는 그 숨겨진 이면의 이야기를 인터뷰를 통해 말하고자 한다.

둘의 인터뷰는 5일에 걸쳐 진행되고 그 중간 중간 조금씩 15년 전의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게 되는데 이게 또 만만치가 않다.

인터뷰가 과거 날짜순으로 짚어가며 진행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둘의 대화에서 우후죽순처럼 나왔던 수많은 얘기들을 독자가 조합해 재구성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분명 눈이 가는대로 읽고 나서 책을 덮게 된다면 무엇을 읽었는지 자신에게 되물어야하는 일이 발생할 것이다. 읽는 동안 끊임없이 생각하고 긴장하며 읽어야할 소설이 아닌가싶다.




추리소설이라는 장르상의 허울을 쓰고는 있지만 요즘처럼 자극적이고, 흥미 있는 추리소설이 많은 때에 “15년 전의 날씨”는 조금 밋밋할 수도 있다.

독자가 알게 되는 그들 사이의 비밀이 크긴 하지만 서술 하는데 있어서 매우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기에 읽을 땐 그다지 크게 다가오지 않다가 읽은 후에야 “헉” 하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 역시도 작중 인물의 심리와 행동 등에 대한 묘사가 없이 두 사람의 지적이고 냉철한 대화로만 이루어진 소설이기에 그렇지 않은가 싶다. 보통 추리 소설은 킬링타임 용으로 읽는 경우가 많은데 이 소설은 소설에 조금 더 집중하고 많은 생각하라고 요구한다.




처음 접하는 형식에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조금만 집중하면서 둘의 인터뷰를 읽다 보면 소설 속 소설 “15년 전의 날씨”가 보인다. 그게 보인다면 그 다음 부터는 즐거운 글읽기가 시작된다.

소설 속 내용에서 얻어지는 앎의 즐거움만을 지적인 글읽기라 생각하던 나에게 이 소설은 새로운 지적인 책읽기가 무엇인지 보여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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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집
기시 유스케 지음 / 창해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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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몇년전 우리나라 보험사기 사건중에 매우 엽기적인 사건이 있었다.
어느 여자가 남편의 눈을 바늘로 찔러 실명시킨후 보험금을 수령한 사건이었는데,
조사결과 이 여인은 이 사건 이전에도 전 남편과, 어머니, 그리고 남동생등을 같은 방법으로 실명시킨후
보험금을 수령했던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던져줬었다.
더욱이 전 남편은 실명으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됐다는 믿을수 없는 내용의 사건이었다.
당시 뉴스를 접하며 이건 사람이 아니다, 악마다 라는 생각을 한적이 있는데
돈앞에서 죄책감의 감정을 상실해버린 이 여자가 인간으로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아서 였다.

 소설 "검은집"은 이러한 보험사기에 얽힌 마음이 없는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얼마전 개봉한 황정민 주연 영화 "검은집"의 홍보프로그램을 보고 흥미를 느껴 책을 선택해 읽게 되었다.
보험사에 근무하는 신지는 고객 고모다의 요청으로 그의 검은집을 방문하게 된다. 그곳에서 고모다의 양아들, 가즈야가 목을매 자살한 현장을 그가 발견하게 되고, 아들의 자살 앞에서도 유독 자신의 반응에만 신경을 쓰는 고모다를 본후 보험금을 노린 살인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보험금 지급을 유보하면서 이후에 벌어지는 공포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소설은 먼저 상당히 많은 사전 조사를 했음을 보여준다. 주인공이 근무하는 보험회사의 업무내용과 보험사기의 사건사례들, 감정이 없는 사이코패스의 심리학적 고찰등 작가는 전문적인 부분을 깊게 파헤쳐 들어간다.
특히 보험회사의 전문적인 업무내용과 일상의 에피소드는 굉장히 사실적이라 흔히 추리소설에서 보이는 일상의 과장이나 사건의 비약이 전혀 없어 몰입도를 높여준다.

또한 추리소설의 경우 갑작스런 반전이 납득하기 어려운 반전을 위한 반전으로 보이기 쉬운데 이 책은 등장인물들의 묘사가 꼼꼼하고, 구성이 잘되있어 나중에 반전을 쉽게 납득할수있다.
하지만 반전이 납득이 쉬운만큼 범인이 너무 빨리 쉽게 드러나는 단점도 있지만 반전 이후에나타나는  사이코패스 성향 인물의 공포가 너무 강해 그 공포에 한없이 빨려 들어가게 된다.
작가는 환경오염에 인한 유전자 변형으로 갑작스레 사이코패스 성향의 사람들이 급증했다는 연구 사례를 얘기하며 우리 주위에 있을지도 모를 사이코패스의 공포를 말하고 있다.
개인적으론 사이코패스 성향의 인물이 신지 집에 침입해 혼자 중얼거리는 부분은 소름끼칠 정도다. 

하지만 메구미와 가나이시로 대변되는 생래적 범죄론과 사회적 범죄론의 대립, 얼핏 성악설과 성선설의 얘기처럼 보이는 부분은 이 소설의 오락성과 공포가 강해 소설의 내용과 겉도는 부분이라 생각된다.
어쨌든 소설은 정말 재밌다.
귀신같은 초자연현상에 대한 언급없이 이렇게 사람을 공포로 몰아갈수 있다는게 놀랍다.

가장 무서운건 사람이라는 메세지를 확실하게 전하고 있다.
한 여름밤 공포와 책에 대한 몰입으로 잠 못이루게 할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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