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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씨 451 ㅣ 환상문학전집 12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박상준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3월
평점 :
같이 읽으면 좋은 책
비오는 주말이었다.
딸아이전화통화 : " 공원에서 두시에 만나자."
남편:"지금 밖에 비오는데 어떻게 공원에서 만난다고 그래."
아이들이 말하는 공원이 어디인지를 알고 있었던 나는 한참을 웃었다.그 공원은 테일즈런너라는 인터넷 사이트의 공원을 말하는 것이다.내 설명에 남편도 황당해한다.
현대인들은 책을 읽는 것보다 TV나 인터넷에 매달리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갈수록 감각적인 쾌락을 추구하는 삶으로 변해가고 있다.컴퓨터는 더 속도가 빨라졌고,벽걸이 TV는 크기도 커졌고 화질도 뛰어나다.
이 책은 크리스티아네 취른트가 추천한 정전 중 한 권에 속한다.또한 장서가 박세록님의 애서인 <젠틀 매드니스>에서도 이 책이 잠깐 언급된다. 역사상 우리가 아는 책의 화형 사건은 중국 진시황의 분서갱유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불 탄 사건이다.또한 <돈키호테>의 책들도 화형당했다.책이 불타는 것은 사실 인류의 문명의 위기를 의미한다.
황금의 융점은 1024도다.그럼 책은 몇 도에서 불에 탈까? 책은 나무가 타는 온도와 같은 섭씨(센티그레이드) 400~450도에서 불에 탄다.즉 화씨로는(파렌하이트) 발화점이 451도다.이 책의 제목 화씨451은 책이 타는 온도다.이 책은 조지 오엘의 <1984>와 견줄만한 디스토피아적 미래소설이다.
주인공 몬태그가 사는 세계는 책을 읽는 것이 금지된다.즉 생각이 금지된 세상을 의미한다.몬태그는 책을 불태우는 방화수다.그는 책이 불 탈 때 광기와 같은 쾌감을 느낀다.옆집의 소녀 클라리세 매클턴을 만나기 전까지는 자신이 행복하다고 믿고 있었다.하지만 소녀와 대화를 할수록 자신의 행복이 가면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소녀는 갑자기 행방불명되고,책을 집에 숨겨놓은 그는,수십만명의 체취가 입력된 무시무시한 로봇개와 비티소장의 추적을 받는다.부인 밀드레드는 친척으로 일컬어지는 거실의 벽면TV만을 껴안고 산다. TV는 우울증을 유발하고 그녀는 수면제를 먹고도 자각을 못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책의 화형은 은유성이 짙다.사실상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책을 화형시킨 사실을 모르고 있다.책은 국가기관에서 화형시키기전에 많은 사람들의 손에서 멀어짐으로써 화형당한 거나 마찬가지다.50년전에 쓴 작품이라고 믿기 어렵다.또한 50년전에 벽면 TV의 상용화를 예견한 혜안이 놀랍다.어쩌면 이렇게도 지금의 세상풍경과 비슷한지 놀라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