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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스케치북 - 그림에 번진 상처를 어루만지다
김태진 지음 / 어바웃어북 / 2012년 5월
평점 :
내 아이들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공부보다 그림 그리기를 더 좋아해서 탈이다.그래서 아이들이 그림을 그릴 때 잘 들여다본다.예전에는 아이들의 그림을 볼 때 아무 편견없이 그냥 봤다.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나는 아이들의 그림에 나름대로 심리적인 잣대를 들이댄다.빨강색이 많으면 공격적이고 보라색이 많으면 우울하다는 둥,그런데 모든 색깔에는 양면성이 있다.빨간색은 정열적이고,보라색은 예술적이다.다른 아이들의 그림을 어떤 모양일까? 무척 궁금하다.
겉으로는 밝게만 보이는 아이들이지만,아이들도 나름대로 아픔이 많다.사회가 너무 빠르게 변하다보니 미쳐 대처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은 학교에서조차 상처받는 일이 많다.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나름대로 상처를 보듬고 살아간다.하지만 어떤 상처는 치유해 줘야만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수월하다.그림을 포함한 미술 작품은 심리학 분야에서 치유 프로그램으로 많이 활용된다.사람들은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미술은 그것을 잘 반영해낸다.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크래파스와 물감의 색상만으로도 심리를 표현해 낼 수 있고,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도 심리치유에 활동된다.
책은 미술 선생님이 아이들과 함께한 미술 활동을 통한 치유 프로그램이다.나를 만나는 작업인 <집,나무,사람그리기>를 포함해 토닥토닥 토닥여 주는 <자기 이름 그리기>,같은 공간에서 다른 이야기를 말하는 <동적 학교생활 그리기>,가정환경을 들여다보는 <어항 속에 담긴 물고기 가족 그리기>,스트레스 정도를 진단하고 스트레스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살펴보는 <빗속의 사람 그리기>,<점토 치료 기법>은 닫힌 마음을 열게 한다.
나를 사랑하게 만드는 작업인 <절망이라는 이름의 웅덩이 그리기>,나는 누구일까? 정체성에 해답을 구하는 <자화상>,자신의 이중성과 내면의 욕구를 살펴보는 <가면 만들기>,스스로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게하는 <모래놀이> 활동이 펼쳐진다.
마지막으로 나를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으로 <걸림돌을 디딤돌로 바꿔보기>,<눈을 감고 그려 보는 나만의 동화>,<잡지 콜라주>,<내 삶의 조각 만들기>,<보물 찾기 여행>,<긍정의 마음 그리기>,<벽화>그리기까지 모든 프로그램이 알차게 진행된다.
저자는 대학에서 미술을 가르쳤다.한때 입시 미술학원을 운영하기도 했다.아들의 성장통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며,아들을 간디학교에 보냈다.그때부터 청소년 심리상담,가족치료,미술심리치료 등을 공부했다.그는 간디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치면서 작품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아이들이 부딪치는 이유는 대부분 ‘관계’ 때문이다.부딪치는 아이들은 계속 부딪치고,서로 이해할 마음이 없으니 마음을 닫아 버린다.논쟁에서 이길 것 같지 않으니 우길 수밖에 없다.끝까지 고집을 부리는 것으로 자존심을 세웠다고 생각한다.갈등이 어제와 오늘,내일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나지 않는다..아이들이 겪고 있는 갈등은 어른이 되어 맞닥뜨릴 갈등의 축소판이다.이 시기에 대인관계에서 파생되는 갈등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방법을 배워두지 않으면 ,어른이 되어 더 크게 아파할 수 있다(p44)
간디학교의 수업방식은 일반학교 아이들의 수업보다는 많은 자유로움이 느껴진다.미술 선생님의 자유로운 수업방식이 정말 감동깊다.선생님이 아이들의 세밀한 부분까지 잘 알고 있어서 부럽다.미술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의 솜씨가 뛰어나서 놀랍다.작품도 창의적이지만,글솜씨 또한 상상력이 풍부해서 놀라울 뿐이다.
책에 나온 프로그램대로 부모와 아이가 함께 해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든다.모든 그림이나 작품들은 아이들의 과거의 치유와 성장에 맞춰져 있어서 하나하나 따라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미술 선생님이 직접 지도하는 것만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효과가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