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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8월
평점 :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두 번째 희곡 <심판>
전생과 환생의 이야기로 200페이지 남짓한 책
무대, 수술실과 천상법정
등장인물, 아나톨 피숑(피고인)
카롤린 (피고인 측 변호사)
베르트랑 (검사)
재판장 (가브리엘)
좋은 학생, 좋은 시민, 좋은 남편, 아내에게 충실했고 ,
좋은 가장, 좋은 카톨릭 신자, 좋은 직업인
나름 잘 살았다고 자부하는 아나톨 피숑
하지만
폐암으로 3년간의 투병 생활을 한다. 그리고
그는 오늘 병원 수술대에서 생을 마감하게 된다.
(휴가철의 절정인 8월15일, 수술실에서 벌어지는 두 명의 외과 의사들의 일상적인 대화는 갠적으로 불편한 기억을 상기 시킨다. 수술 침대에 놓인 육체가 단지 고깃덩어리에 지나치지 않을 것 같은...그런 불쾌한 대화들 )
죽음 후 그는 나름 잘 살았는지 천국 티켓행을 확보하고 천국에 도착한다.
그리고 그의 죽음을 받아 들이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지만 우여곡절 끝에 받아 들이게 된다. 이제 그는 환생 여부를 위해 심판을 받게 된다.
천상 법정에서 자신의 삶에 대해 심판을 받게 된 아나톨 피숑은 대형 스크린을 통해 그가 살아 왔던 지상의 삶을 되돌아 보게 된다.
그리고 법정은 그의 지나온 삶을 하나씩 따져가며 평가한다.
그의 수호천사이자 변호를 맡은 카롤린
그의 구형을 맡은 검사 베르트랑
뭔가 허술하고 정신없어 보이는 재판사 가브리엘
운명의 장난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카롤린과 베르트랑은 전생의 부부였다.
이들은 지상에서도 천상에서도 애증관계다.
(사랑하고 증오하고)
또 아나톨 피숑의 지상에서의 직업은 판사였다.
천상 법원에서 지상의 판사였던 사람과 천상의 판사가 만난 것이다. (공통점 바쁘게 많은 사건을 처리해야 하고 그러면서 내린 오판들에 대해 어쩔 수가 없다 고의가 아니다 )
그의 삶의 여정들
잘하고자 하는 욕심에서 비롯된 선택들, 신의를 지키면서 거짓보다 진실을 가깝게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닥 잘 살았던 삶도 아니었다.
직설적으로 이는 용기보다 비겁함을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편안함을 선택한 결과들이었다.
‘‘인간들은 자신의 행복을 일구기보다
불행을 줄이려고 애쓴다 ‘‘
그를 변호한 카롤린의 말이다.
거시적인 관점보다 미시적인 코앞의 것에 충실한 삶이지만 그래도 열심히 살았다고 말한다.
천상 법정에서 아나톨 피숑은 다시 ‘삶의 형‘에 처해진다. 그리고 다음 생을 살기 위해 리셋 작업에 들어가고 그는 처음부터 다시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심판을 받고 형을 구형 받은 아니톨은 자신의 구형에 대해 불복한다
지상에 다시 가고 싶지 않다.
다시 무지해지는 삶은 싫다.
삶은 언제나 두렵다
천국에서 항소란 없다.
게임 오버 상태에서 원점에서 다시 시작만 있을 뿐
그런데 다시 똑같은 세상에서 산다는 것은 또 똑같은 삶을 반복할 것이다. 아나톨은 안다. 그래서 제안한다. 천국의 재판관이 되고 싶다고.
환생을 포기한 아나톨 피숑은 과연,
뒷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될까요~
그건 읽는 분의 몫으로 ...
🤗🤗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 속 유머는 실소를 자아낸다.
그리고 그가 숨겨논 방대한 의미들을 찾는 재미도 있다.
예를들면..
무대를 설명하면서 나오는 ‘붉은색 태피스트리‘는 과거 색의 빈곤기(인공염료가 나오기전)에 붉은 염료는 아주 귀한 염료였다. 그래서19c 이전 위엄과 부를 상징하는 색이기도 했다. 또 대천사가 손에 들고 있는 저울에서
기독교의 가브리엘, 이집트의 오시리스를 융합시켰다. <사자의서>를 연상하게 하는 깃털과 심장으로 죽은자를 심판하는 재판관 오시리스.(양심으로 상징되는 심장의 무게는 깃털보다 가벼워야 한다. 이때도 착하게 살아야 되는 것은 진리였다)
그의 책은 무겁지 않아서 좋다. 하지만 절대 가볍지 않다.
유쾌하게 다가와서 기분좋게 와닿는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처럼 머리를 깨우는 각성제 같다.
이 책이 지금 내 손에 있는 이유조차 생각하게 된다.
연관성 없는 것에 또 억지로 의미부여 중인가 생각도 들지만 지금의 현실과 너무나 가깝게 관련되어지는 건 분명 억지는 아닌 것 같다.
작가는 시대를 살면서 자신의 책에 그 시대를 녹인다고 했다. 책을 읽으면서 또 한 번 느낀다.
그가 사는 프랑스의 사회문제가 한 나라의 국한된 문제가 아니란 것이다. 결국엔 우리나라 문제이기도 하다.
책 속에 녹아 있는 많은 풍자를 봤다.
그의 유머러스함에 실소를 내 뱉었지만 지금의 현실과 마주한 나는 많이 씁쓸하기도 하다.
다행히 책과 함께 온 유리잔에 시원한 아이스커피와 함께한 시간이 나름 위안을 가져다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