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교향악 펭귄클래식 39
앙드레 지드 지음, 김중현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암흑 속에서 사랑이라는 한 줄기 빛이 다가왔다
다가가면 갈수록 점점 환하게 그녀를 감싸며 비춘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 한꺼번에 빛이 쏟아지는 순간, 그녀는
다시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제르트 뤼드의 눈에 세상의 빛이 들어오는 순간,
들이닥친 혼란은 그를 지상에 살 수 없게 만들었다.
그의 사랑이 누군가에게는 고통이고 괴로움이라는 것을 고스란히 눈을 통해 보았기 때문이다.


베토벤의 교향곡 6번 ‘전원 교양곡‘은
그가 귓병으로 오스트리아 빈 근처 하일리겐슈타트에서 요양 중에
쓴 작품이라고 한다. 그리고 직접 이름을 붙이기도 한 이 교향곡의 인상적인 자연의 풍경을 암시하는 묘사는 섬세한 작품으로 길이길이 남았다. 자연은 그에게도 위안이었다.

앞을 볼 수 없던 제르트 뤼드가 색의 명암을 이해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 <전원교양곡>이었다.
음계의 높낮이로 세상의 아름다움을 상상하며 이해를 도왔다.


이야기는 목사가 우연한 계기로 시각 장애를 가진 아이를 집으로 데려오면서 시작 된다. 그리고 아내 아멜리의 미묘한 갈등은 제르트 뤼드를 중심에 두고 있다. 하지만 목사는 외면한다. 직감하면서도 본능적으로 부인한다. 제르트 뤼드가 눈을 뜨는 순간, 아멜리의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상상하고 사랑했던 목사의 모습이 목사의 아들 자크였다는 충격은 그녀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목사와 아들은 그녀를 동시에 사랑했었다.
목사는 자신의 감정을 무시했고, 아들의 사랑 또한 무시했다. 아니 알면서도 자신의 내적 갈등은 아들의 사랑을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종교적 교리와 명분이 때론, 우리의 삶에 있어 자연적인 시간의 흐름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저 맹목적으로 흘러가게 만든다는 믿음에 반감이 생길 때가 있다. 이 책이 그렇다. 지드는 분명 그런 반감을 담고 싶었을 것이다.

책의 인물들은 그저 표현하지 못한 솔직함에 대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목사는 결국에 자신이 사랑한 제르트 뤼드도 아들도 모두 잃는다.
안타까운 결말이 주는 허망함은 종교도 사랑도 모두가 헛점 투성이었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 같다.



헛점으로 수없이 구멍난 2020년의 마지막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후회도 미련도 많은 시간이지만, 이 또한 지나가는구나!
그래도 나는 다가오는 새로운 시간 앞에 다시 희망을 말하고 싶다
그래서 지금 난 마침표를 찍고 싶진 않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0-12-31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교때 전원교양곡 읽고 충격(결말에)받았었던 기억이,,모딜리아니에 초상화속여인이 작품과 너무 잘맞네요.

이뿐호빵 2020-12-31 23:34   좋아요 1 | URL
저도 중학교때 접하고 뻥찌던 기억이ㅋㅋ
추천했던 친구에게 엄청 원망했었조

늘 관심가져 주시고 따뜻한 응원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