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 [초특가판]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1
피터 웨버 감독, 스칼렛 요한슨 외 출연 / 기타 (DVD) / 2004년 10월
평점 :
품절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요하네스 베르메르, 1665년 작품

출연/콜린 퍼스, 스칼렛 요한슨
감독/ 피터 웨버



요며칠 가을비와 바람이 가져다주는 차가움은 어느새 겨울의 문턱에 들어섰다는 안타까움을 던져 주었다. 이 가을이 가기전 제대로 즐기지도 못한 시간에 대한 미련에 그냥 있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찾은 영화 한 편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네덜란드의 황금기 17세기는 경제적 부흥과 동시에 문화도 황금 꽃을 피웠다. 특히 부유층의 예술가의 후원은 그들의 활발한 작품 활동을 도왔다. 작품 제작을 의뢰하고 주문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영화 속 인물 또한 당시 화가 렘브란트와 함께 네덜란드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화가 중 한 명인 ‘요하네스 베르메르‘다.

네덜란드의 황금기 1665년,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영화는 그의 작품 <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탄생하는 과정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풀어냈다.
북유럽의 모나리자로 알려진 이 작품에서 주인공 소녀의 실존 여부는 아직도 논란이 많지만, 오묘한 그녀의 표정과 분위기는 명화로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작품이다. (참고로 책에서 소녀는 실제 인물이 아니라 당시 네덜란드에서 유명한 ‘트로니(Tronie)라는 회화 연구 기법으로 특정한 얼굴 타입을 상상하여 만든 모습‘이라고 말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배경을 유심히 보면 베르메르의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소품과 배경들이 얼핏얼핏 눈에 들어온다. 연출의 디테일함이 보이는 장면이 꽤 많다는 것이다.  영화 초반부에 등장하는 작품 <와인잔을 들고 있는 소녀> 에서 붉은 실크 드레스를 입고 있는 젊은 여인과 그녀를 아주 음침한 눈길로 술잔을 거들고 있는 남성이 보인다. 영화 속 등장 인물이 이 작품을 이야기하면서 보이는 아주 간사한 눈빛과 함께 후원자의 간교함이 드러나는 감독의 연출은 정말 흥미있는 장면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 작품 속 테이블 위 은쟁반에 있는 노란 레몬의 의미를 안다면 더 재미지다. 당시 레몬은 와인의 풍미를 더하기 위해 사용하기도 했지만, 회화에서 ‘레몬‘의 의미는 부도덕한 행위에 대한 경고라는 것이다.

여기서도 ‘아는 만큼 보인다‘는 진리다.

이 영화가 흥미진진한 영화는 절대 아니다. 정말 조용하고 잔잔하다. 그래서 지루하다고 느껴질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이런 잔잔함과 여운을 즐기는 나로서는 꽤 괜찮은 시간이었다.
영화는 당시 예술가와 후원가의 관계를 이야기 하기도 한다. 생계를 위해서 작품 활동을 해야만 하는 예술가로서의 고뇌가 담겨 있다. 그리고 하인과 주인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로맨스도 담고 있다. 물론 영화적 상상력으로 만든 이야기일지라도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탄생 배경이 될 수 있는 스토리가 그저 허무맹랑한 이야기만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략하게 이야기 하자면,
집안의 몰락으로 인해 하녀로 일하게 되는 ‘그리트‘는 베르메르의 집으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하녀라는 직분으로 ‘순응‘하면서 살지만, 결코 자신을 놓지 않는 ‘그리트‘는 ‘베르메르‘의 작품에 작지만 영향력을 미치기도 한다. 베르메르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자신의 느낌대로 ‘의자‘를 치우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트의 과감한 행동은 보는 이로 하여금 묘한 쾌감과 희열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리고 조용히 ‘그리트‘의 느낌을 읽고 작품에 담아내는 베르메르는 그의 그림에서도 의자를 치웠다.

조용하지만 둘의 관계는 시간이 갈 수록 애잔하게 다가온다. 어느새 서로의 마음에 들어선 감정들은 그들의 눈빛에 그대로 녹아들었다. 소리없는 애원, 선을 넘지 않는 서로의 절제에서 그들의 간절함이 더 강렬하게 다가온다.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그리움과 간절함은 더 관능적이었다. 그래서 더 설레임을 자극했다. 자극적인 장면과 대사 한 마디 없지만, 온몸의 세포가 반응하는 시간이었다. 책이 주는 베르메르의 우울함이 영화에서 로맨틱한 감성을 던져 주고 상상력의 무한한 창을 열게 하는 힘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또 한 권의 책과 영화 한 편으로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작품과 그의 이야기로 감성 풍만한 시간을 보내게 되는 하루도 감사해야 될 것 같다.

이 지나가는 가을 감성을 정확하게 자극하고 적중한 영화를 만나게 해 준 것에 대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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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0-11-04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밤에 맥주마시면서 이 영화를 보고 싶어 지네요! 좋은 소개 감사합니다!ㅎ

이뿐호빵 2020-11-04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딱 좋은데요ㅎㅎ
즐감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