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가벼이 읽을 책이 아니다. 처음 이 책의 목차를 살폈을 때, 대학 교양 수업의 실라버스를 받아드는 느낌이었다. 한 학기 분량의 체계적인 수업 내용이 나올 법한 방대한 내용과 치밀한 짜임이 책의 내용을 기대하게 만듬과 동시에 읽기 어려우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을 동시에 가져다줬다. 인류학, 사회과학, 심리학, 신경과학, 뇌과학을 통틀어 '감정'이 무엇인지에 대해 연구를 총망라했다는 책의 표지가 그만큼 더욱 무겁게 다가왔다. 감정이란 무엇인가. 역사상으로 감정에 대한 수많은 정의가 이루어졌다는데 내 이목을 사로잡은 정의는 바로 이것이다. '정의 내려 달라는 부탁을 받기 전까지는 모든 사람이 감정이 무엇인지 다 알고 있다'는 어느 심리학자의 토로. 순식간에 불어왔다 바람처럼 사라지기도 하는 유동적이고 덧없는 그 무엇인 '감정'은 우리의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으면서도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그만큼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개념이다. 역사적으로 1800년대 중반까지 감정이란 수사학, 의학, 문학과 더불어 철학이나 신학의 관점에서 연구되고 정의하던 영역이었다. 1860년대 이후 실험심리학이 우세해지면서 그 흐름의 끝에 현재는 신경과학의 영역에서 주로 연구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는 크게 사회구성주의에 기반한 인류학적인 접근에서의 감정과 보편주의에 따른 생명과학적 접근으로서의 감정 두 개의 챕터로 나누어져 있다. 생명과학을 전공하면서 문화인류학에 관심이 많은 나는 이 두가지 큰 맥락에서 오랫동안 감정을 연구해왔다는 것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그리고 보편타당한 과학적 연구를 기반으로 감정이라는 추상적일 것 같은 개념을 해석한다는 것에 좀 더 관심이 쏠렸다. 특히 철봉이 두개골을 관통했지만 죽지 않고 다만 인간으로서의 감정적인 영역을 잃어버렸다는 이 사건은 대단히 유명하다. 감정이란게 충분히 신경과학적인 영역에서 설명 가능한 분야라는 것이 단번에 납득이 되었다. 아직도 이 책은 읽고 있는 중이다. 사실 한번 훑어본 뒤 시간을 두고 두번 세번 읽어봐야 할 어려운 책이다. 언젠가 이 책을 바탕으로 강좌가 개설된다면 꼭 그 수업을 들어보고 싶을 정도로 전문적인 책이다. 오랜만에 지식적으로 탐구해 보고 싶은 책을 만나 매우 흥미로운 요즘이다. #감정의재탄생 #얀플럼퍼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이 포스팅은 컬처블룸을 통해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우리나라는 자영업자의 세상이다. 대를 이어 장사를 하는 집안인 경우도 있고, 취업에 희망이 없거나 직장인의 삶이 싫은 젊은이들이 창업을 하기도 한다. 또는 은퇴 이후에 장사의 길에 접어드는 중년들도 많다. 창업이 쉬운 만큼 폐업도 많기에, 장사란 쉽다고 해야할지 어렵다고 해야할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이 책은 장사를 하고싶은 사람들 혹은 장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 즉 예비 사장님과 현재진행형 사장님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봐야 할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내가 나를 고용하는 것이 장사다' 라는 말로 이 책은 시작된다. 직장을 다니다가 자영업을 시작한 지인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직장 다닐때보다 자영업을 하는 지금이 스트레스도 덜 받고 좋은데 몇 가지 직장인이던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단다. 하나는 유급휴가가 없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총무팀의 존재가 너무 소중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점이다. 내가 나를 고용한 자영업은, 내가 사장이면서 직원이고 알바이면서 관리자다. 내가 쉬는 순간 내 매장도 쉬고 유급휴가같은 달콤한(?) 보상따윈 존재하지 않는 세상. 그리고 전구가 나가거나 비품이 떨어지더라도 관리하고 채워놔야 할 사람은 바로 나라는 것이다. 그래서 장사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 무엇인고 하니, 내가 좋아하는 분야와 관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역시 '나에게 맞는 업종을 선택해야 오래 간다'고 조언하고 있다. 모든걸 책임지고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하는 장사인데 내가 좋아하는 업종이 아니라면 얼마나 괴롭겠는가. 이 책은 이러한 기본적인 사장으로서의 자세를 다루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이 책에서 인상깊었던 문구는 바로 이것이다. 장사를 시작하려면 최소 10년은 꾸준히 해야지 하는 마음가짐을 가지는게 중요하다. (중략) 문제는 요즘 사람들은 2년도 못 기다리고 접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장기적인 시각을 갖는 것은 그만큼 희소해졌다. 요즘 사람들은 쉽게 쉽게 질린다. 글을 읽기 싫어 동영상을 보더니, 요즘엔 그마저도 1분짜리를 즐겨 본다고 한다. 변화가 빠르고 자극적인게 많은 세상은 긴 시간 어떤 하나를 진득하게 하는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고 있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렇듯 특히 장사도 10년은 꾸준히 해야 뭔가를 얻을 수 있는것이 아닐까. 이 책은 장사를 하는 사장의 마음가짐이나 노하우에 대해 담고 있기도 하지만 결국 이 모든 것들은 우리가 무엇을 하든 한번쯤 곱씹어봐야 할 내용이 아닌가 싶다. #장사교과서사장편 #손재환 #라온북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이 포스팅은 컬처블룸을 통해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이 책은 정말 정신이 없는 책이다. 아는것도 많고 말도 많은 수다쟁이 친구를 만나 친구가 하는 말을 다섯시간 정도 넋놓고 듣다 보면 기억에 쏙쏙 남는 내용도 있고 너무 어려운 내용도 있고 때로는 친구의 수다에 묻힌듯 정신이 몽롱해질 때도 있지만 헤어지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오늘 하루도 참 즐거운 하루였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모임에 다녀온 느낌. 그게 딱 이 책에 대한 이야기이다.그렇다고 이 책이 정신이 없기만 하냐면 그렇지도 않다. 굉장히 쓸모있고 굉장히 상식을 넓혀주면서 책을 읽는 그 자체만으로도 내가 뭔가 똑똑해지는 느낌이 들만큼 방대한 정보를 담은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특히 이 책을 읽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짬나는 순간마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으면 된다.개 라는 하나의 단어에서 canine과 cynic이 같은 어원이라는 것, 냉소적이라는 것은 어쩌면 개같은(?) 성격이라는 점. canine은 송곳니 라는 뜻도 있는데 송곳니가 eye tooth이기 때문에 눈 바로 아래에 있는 이 라는 뜻이라는 것, 그래서 송곳니도 내주겠다 는 표현은 목표를 위해서라면 아주 소중한 무언가도 잃을 각오가 되어 있다는 점. houndstooth라는 표현이 있는데 사냥개의 이빨처럼 서로 맞물려 있는 모양, 즉 격자무늬의 옷감을 말한다는 점. 시작은 분명 개 였던것 같은데 왠지 나는 옷감의 이름을 듣고 있는 이 상황이란 무엇인가 굉장히 정신이 없으면서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끝이 없는 단어와 어원의 바다를 헤엄치는 듯한 신기한 경험을 하게 한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책이다. 시작이 어디인지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지식과 정보의 향연.오늘은 또 어떤 페이지를 펼쳐보니 유럽과 미국을 넘나들며 도시나 주의 이름의 어원에 대해 소개한다. 미국의 주는 군주의 이름을 따오기도 하고 그 이름을 라틴어식으로 표기하기도 하고 스페인어에서 차용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어원을 가지고 있다. 영국에서는 이렇게 끝나지만 그게 결국 독일어와 스코틀랜드에서도 같은 뜻의 어미로 끝나는 동네 이름이 많은 점,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의 산 이름은 유독 A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틀라스산맥 서쪽 어딘가에 있었다고 전해지는 전설의 대륙 이름은 아틀란티스라는 것. 와... 정말 방대하고 재미있고 쓸모있으면서도 쓸모없는 것이 여전히 정신없는 책이다. 이렇게 나는 화장실에 놓고 싶은 책이 생겼다. 물론, 안좋은 의미가 아니다. 언제나 두고두고 아무 페이지나 펼쳐도 새로운 책이라는 말이다. #수상한단어들의지도 #데버라워런 #윌북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이 포스팅은 컬처블룸을 통해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진정 행복하고 좋은 삶은 어떻게 만들어질까?행복이란 과연 무엇일까.우리는 언제쯤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누군가 나에게 지금 너는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다행스럽게도 선뜻 그렇다 라고 답할 수는 있을 정도의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너는 어떤 상황에서 행복하냐고 좀 더 구체적으로 묻는다면, 되려 대답을 주저하고 고민을 해 볼 것 같다. 나는 기질이 매사에 고민이나 걱정을 하기보다는 '생각 없이' 낙천적으로 사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그러나 낙천적인 나의 이 '상태'가 행복하다 라고 말할 수 있는걸까? 과연 행복이 뭘까?하버드에서 행복에 대한 초장기 연구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세대를 뛰어넘어 행복이라는 단일 주제에 대해 다각도로 질문하며 분석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내용을 이 책을 통해 차근차근 알아볼 수 있었다. 행복을 결정짓는, 좋은 인생을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의외로 초반부터 명확하고 간결한 답변을 제시하며 이 책은 시작한다. 좋은 관계야말로 행복의 핵심 요소다.사람들은 자기에게 좋은게 뭔지 잘 모른다는 엄중한 진실과 (위에서 말한 내가 어떤 상황에서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기가 곤란한것이 꼭 나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일종의 위로가 되었다), 좋은 관계는 우리를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준다는 다소 명쾌한 결론. 이것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 연구의 맺음말이다.책 전반에 걸쳐 우리가 맺고 살아가는 다양한 관계에서 엿볼 수 있는 행복의 포인트들, 부모자식과 형제자매와의 관계, 회사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 평생을 함께하는 동반자와의 친밀함 등이 얼마나 행복한 인생에서 중요한 점들인지를 설명한다. 특히 이러한 친밀한 관계가 삶의 특정 순간에 우리가 얼마나 '만족하는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책의 말미에는 인생에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후회하고 있을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메세지가 있다. 바로 '행복하기에 너무 늦은 때란 없다' 는 말이다. 지나간 관계에 대해 후회하거나 반성하는 과정은 중요할 수 있어도, 그 후회와 불행에 매몰되어 살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하루도 그리고 다가올 내일도 조금씩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 문장을 통해 우리는 '언제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메세지를 전달받은건 아닐까. #세상에서가장긴행복탐구보고서 #로버트월딩거 #마크슐츠 #비즈니즈북스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이 포스팅은 컬처블룸을 통해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나는 집밥을 좋아한다. 집밥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있겠냐마는 나는 엄마가 해주는 집밥을 당연히 좋아하는것은 물론 내가 집에서 혼자 해먹는 집밥도 좋아한다. 요리를 잘해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요리를 '하는' 과정을 좋아한달까. 때로는 망친 요리일지언정 재료를 뚝딱뚝딱 손질해서 먹을 만한 무언가를 만들어냈다는 성취감이 정말 좋다. 그래서 오늘도 집에서 이것저것 꺼내어 뭔가를 만들어 본다. 그러나 한식 밥상만을 고집해 온 엄마의 영향일까, 텅 빈 냄비와 도마 앞에 서면 일단 꺼내드는 재료는 냉장고 속 야채와 계란이요, 만들어내는 것들이란 죄다 마늘 양파 파가 빠지지 않는 한식뿐이다. 물론 한식, 좋다. 맛있다. 항상 속이 시원하고 좋다. 그렇지만 한번쯤은 색다른 요리도 집밥으로 먹고싶은 욕망이 스멀스멀 피어난다. 그 순간 발견한 이 책은 책장을 넘기는 것 만으로도 내가 아쉬웠던 그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준다. 이탈리아 프랑스를 넘나드는 유럽의 가정식부터 빠지면 섭섭한 일본과 중국의 요리, 그리고 요새 빠지면 섭섭한 태국 동남아 로컬푸드까지 다양한 요리를 넘나드는 책을 한 페이지씩 펼치자니, 오늘 저녁 해먹고 싶은 요리가 자꾸자꾸 바뀌고야 만다. 비록 한식파의 우리집에선 소스부터 사와야 가능하겠지만 오늘은 뭘 먹지 라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를 꼭 풀고야 말겠다는 신념으로 베스트 메뉴를 선정해 본다. 오늘의 픽은 굴라쉬다. 아무래도 뜨끈뜨끈 여기가 한국인지 헝가리인지 모를 그 얼큰 향긋한 스튜가 땡긴다. 집에 없는 토마토페이스트와 월계수잎을 사와야지, 그리고 재료가 남으면 토마토 파스타도 해먹어야지, 새로운 집밥으로의 여행이 벌써부터 신난다. #세계요리가집밥으로빛나는순간 #윤지영 #길벗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이 포스팅은 컬처블룸을 통해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