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재탄생 - 인류학, 사회과학, 심리학, 신경과학, 뇌과학까지 감정 연구의 역사와 미래
얀 플럼퍼 지음, 양윤희 옮김, 경희대학교 비폭력연구소 기획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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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가벼이 읽을 책이 아니다. 처음 이 책의 목차를 살폈을 때, 대학 교양 수업의 실라버스를 받아드는 느낌이었다. 한 학기 분량의 체계적인 수업 내용이 나올 법한 방대한 내용과 치밀한 짜임이 책의 내용을 기대하게 만듬과 동시에 읽기 어려우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을 동시에 가져다줬다. 인류학, 사회과학, 심리학, 신경과학, 뇌과학을 통틀어 '감정'이 무엇인지에 대해 연구를 총망라했다는 책의 표지가 그만큼 더욱 무겁게 다가왔다.

감정이란 무엇인가. 역사상으로 감정에 대한 수많은 정의가 이루어졌다는데 내 이목을 사로잡은 정의는 바로 이것이다. '정의 내려 달라는 부탁을 받기 전까지는 모든 사람이 감정이 무엇인지 다 알고 있다'는 어느 심리학자의 토로. 순식간에 불어왔다 바람처럼 사라지기도 하는 유동적이고 덧없는 그 무엇인 '감정'은 우리의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으면서도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그만큼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개념이다.

역사적으로 1800년대 중반까지 감정이란 수사학, 의학, 문학과 더불어 철학이나 신학의 관점에서 연구되고 정의하던 영역이었다. 1860년대 이후 실험심리학이 우세해지면서 그 흐름의 끝에 현재는 신경과학의 영역에서 주로 연구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는 크게 사회구성주의에 기반한 인류학적인 접근에서의 감정과 보편주의에 따른 생명과학적 접근으로서의 감정 두 개의 챕터로 나누어져 있다.

생명과학을 전공하면서 문화인류학에 관심이 많은 나는 이 두가지 큰 맥락에서 오랫동안 감정을 연구해왔다는 것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그리고 보편타당한 과학적 연구를 기반으로 감정이라는 추상적일 것 같은 개념을 해석한다는 것에 좀 더 관심이 쏠렸다. 특히 철봉이 두개골을 관통했지만 죽지 않고 다만 인간으로서의 감정적인 영역을 잃어버렸다는 이 사건은 대단히 유명하다. 감정이란게 충분히 신경과학적인 영역에서 설명 가능한 분야라는 것이 단번에 납득이 되었다.

아직도 이 책은 읽고 있는 중이다. 사실 한번 훑어본 뒤 시간을 두고 두번 세번 읽어봐야 할 어려운 책이다. 언젠가 이 책을 바탕으로 강좌가 개설된다면 꼭 그 수업을 들어보고 싶을 정도로 전문적인 책이다. 오랜만에 지식적으로 탐구해 보고 싶은 책을 만나 매우 흥미로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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