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병 - 인생은 내 맘대로 안 됐지만 투병은 내 맘대로
윤지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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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수술 한 번 받아보지 않은 건강 체질인 나는 투병과 거리가 먼 사람이다. 이 책의 작가도 갑자기 위암 선고를 받았다고 한다. 우리 삶에서 아직 경험하지 못했다고 해서 장담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특히 건강에 대해서 말이다. 아무리 건강해도 부지불식간에 병이 찾아올 수 있다.

<사기병>에는 갑작스럽게 위암 환자가 된 작가가 살아남기 위해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투병생활이 담겨있다. 때론 죽을 듯이 아프게, 때론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때론 짜증을 내거나 투덜거리며, 때론 나아감에 기뻐하면서 보낸 시간들이다. 

수술을 하고 물 한 잔도 벌컥벌컥 마시지 못했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 고통을 나는 온전히 알 수 없지만 실감 나는 그림과 글을 통해 아픔이 전달되었다. 그래서 아프다고 힘든 이야기만 나열하지 않고 살기 위해 긍정적인 생각도 하고 노력하는 작가님이 완치되시길 응원하게 된다.

표현에 서툰 경상도 아버지께서 딸인 작가님에게 사랑한다고 말씀하시고 푸시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보내주시는 부분은 경상도 남자인 우리 아빠가 생각나게 했다. 표현은 서툴러도 딸을 향한 마음은 다 같으시겠지,라고.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작가님이 자신의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한 페이지들이다.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시는 만큼 편안한 그림들이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하루의 삶에서 소중한 걸 찾고 싶은 분께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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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세 시대가 온다 - 실리콘밸리의 사상 초유 인체 혁명 프로젝트
토마스 슐츠 지음, 강영옥 옮김 / 리더스북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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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기술이 많이 발전하였고 더 발전하고 있다. 100세 시대가 도래했다는 말을 들은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이제 200세 시대가 온다고 한다. SF 영화에서 보던 인공지능 기술이 영화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며 영화 속 상상력이 현실화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200세 시대가 온다>는 200세 시대가 온다는 말이 허무맹랑한 소리가 아님을, 현재 진행 중인 연구 사례를 들어가며 보고하고 있다. 곧 알츠하이머와 암을 정복하고 수명을 늘리는 약이 개발될 것이라고. 

실리콘밸리의 비밀 연구소에서 진행 중인 의학 연구들이 가능해진 이유는 바로 IT 기술의 발전 덕분이고,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순식간에 정리하고 분석하여 병을 예방하고 치료법을 알아낸다고 말한다. 나의 일상생활 데이터가 쌓여서 조금이라도 이상 증후가 발견되면 바로 진료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200세 시대를 향해 달려가기만 하는 의학 기술이 과연 좋기만 할까?


책에서는 아프지 않은 미래에 대해 유토피아적으로 표현한다. 수억의 돈을 투자하여 영생을 향한 길을 찾아냈다고 말한다. 연구 상황과 기술 발전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그 이면에 대해서는 질문으로 남겨놓는다.


나는 100세도 오래 사는 거라고 여기는 사람인지라 급진적인 기술의 발전이 달갑지만은 않다. 그러나 아프지 않게 치료법과 약을 연구하는 것은 중요한 거라는 생각도 든다. 내 생각보다 더 가까이 200세 시대가 다가온 만큼 책에서 던지는 질문들이 머릿속에서 맴돈다. 


'나의 건강 데이터를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허락해도 되는가?'

'생명 연구 앞에서 법과 윤리는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

'누구나 건강할 권리가 주어지는가?' 등.


해결책을 찾진 못했지만 미래를 예측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이 유익했다.

질병의 해결로 인해 장수하는 200세 시대를 기다리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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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짚잠자리 작품 해설과 함께 읽는 작가앨범
권정생 지음, 최석운 그림, 엄혜숙 해설 / 길벗어린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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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먹을게 그건데, 배고파서 먹은 게 뭐 잘못이냐고 되레 큰소리치지 않았을까. 하지만 밀짚 잠자리는 자기를 보고 도깨비라고 부르는 소리를 들으며 자신이 왜 하루살이를 먹었는지 후회한다. 배고파서 먹었지만 잘못한 느낌을 들고 마음이 아프다.

이제 막 껍질을 벗고 나온 밀짚 잠자리는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커다랗고 똥그란 눈으로 처음 보는 세상을 하나씩 알아간다. 숨이 차오르도록 높이 날았다가 잔디밭에 내려앉아 방아깨비도 만나고 무당벌레와 이야기도 나눈다. 돌담이 무너진 어느 시골집 담장 위로 날아가 황소, 닭, 토끼, 매미, 고양이도 보고 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아기와 경운기도 마주친다. 미루나무 꼭대기에 있는 하나님 나라도 본다. 그러다 배가 고파 그만 눈앞에 보이는 하루살이들을 잡아먹는다. 하루살이들이 도깨비라며 무서워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다가 해가 지고 떠오른 달님에게서 세상의 이치를 배우게 된다.


"이 세상은 아주 예쁜 것도 있고,

아주 미운 것도 있고, 그리고 아주 무서운 것도 있는거야.

그러니까 기쁘고 즐겁고, 또 무섭고 슬프기도 하단다."


이 세상이 밝고 행복하고 즐거운 것들로만 채워져 있지 않다는 배움을 얻은 밀짚잠자리는 생각하다 잠자리에 든다. 그리고 이야기는 끝이 난다.

배고픔이라는 본능에 의해 살기 위해 남을 먹는 행위가 과연 옳기만 할까. 배고파서 먹었지만, 하루살이를 잡아먹고 생명을 죽인 것에 마음 아파하는 밀짚잠자리를 보면 내가 살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들이 떠오른다. 조금 먼저 가려고 급하게 끼어들고, 돈을 더 가지려고 사기 치고, 시험에 합격하려고 커닝하고, 자기 가게에 손님이 많이 오게 하려고 다른 가게 비방하고 신고하고. 우리 속에 얼마나 많은 약육강식의 가치관이 들어있고, 경쟁과 쟁취가 본성이 되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피해받지 않으려고 피해 주는 일을 서슴지 않거나 묵인했던 일들.

밀짚잠자리는 모두가 당연하게 여기는 가치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에 의문을 던진다. '과연 이게 맞나요?'

기쁘고 즐겁고 무섭고 슬픈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가만히 생각해 보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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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설득
메그 월리처 지음, 김지원 옮김 / 걷는나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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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여성 중 내면의 소리를 외부적 목소리로 표출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한마디를 하더라도 자기 검열을 하게 된다. 내가 여성이기에, 아내이기에, 엄마이기에, 딸이기에 사회는 조용히 하라고 다그친다. 그 다그치는 소리에 묻혀 여자는 나이가 들수록 더 말을 하기 힘들어진다.


<여성의 설득>은 여자의 목소리를 거부하는 사회에 여성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문제를 던지고 답을 알려준다. 대학 신입생 그리어가 캠퍼스 성추행 사건을 겪고 주저앉거나 포기하지 않고 목소리를 내는 모습, 자신의 의지를 깨는 현실에서도 꿋꿋하게 무엇을 할지 물어보는 모습은 여성으로서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취해야 할 행동이다. 움츠러들거나 숨지 말고 당당하고 또박또박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


주인공 그리어는 어렸을 때부터 자기주장이 강한 소녀가 아니었다. 오히려 책에 쓰인 내용을 이해하고 분석하여 보여주는 능력이 뛰어났다. 누군가와 토론하거나 자기 의견을 말하는 데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장손인 남동생과 비교당하며 착한 딸로 자라야 했던 난, 야단 들을까 봐 다쳐도 아프다는 말을 못 했고 화가 나도 속으로 앓는 아이였다. 소극적이고 목소리가 작은 나는 큰 목소리로 당당하게 말할 줄 아는 여자들이 부러웠었다. 그래서 주인공 그리어가 페이스를 본보기로 삼는 마음을 이해했다. 나라도 세상의 비난에도 꼿꼿한 페이스를 보면 닮고 싶어 했을 것이다.


그리는 페이스를 만나고 조금씩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시도한다. 페이스에 메일을 보내고, 페이스의 회사에 들어가고, 회사에 적응하고, 억울한 일을 당한 여자들의 이야기를 정리해주고. 그러면서 자신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 간다. 그리어는 누가 봐도 멋진 모습의 전문직 여성이 되고 여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한다. 하지만 내가 그리어가 진짜 멋지다고 본 장면은 바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사과를 하며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과 자신에게 큰 영향을 준 페이스에 잘못된 점을 꼬집어주는 모습이다.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맞서는 모습이 내게 크게 와닿았다.


나에게도 내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누군가가 필요한 요즘을 보내고 있는데, <여성의 설득>에서 그리어의 변화를 보고 내 목소리에 힘을 주는 연습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내가 가진 생각을 조곤조곤 말하고, 거부당할지라도 말꼬리를 흐리지 않고 끝까지 말하며, 자기 검열에 빠져 할 말을 거스르지 않는 것. 쉽지 않지만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을 때 어떤 결과로 돌아오는지 깨닫게 되었으므로 내 목소리를 내는 일을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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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놀이터
박성우 지음, 황로우 그림 / 창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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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유독 비가 오는 날이 많았다. 푸른 하늘을 보지 못하는 날이 계속 이어지자 내 마음도 장마 기간처럼 축축해졌다. 이래서 일조량이 적은 나라 국민이 우울증에 잘 걸리나 보다. 곧 장마가 그치고 여름이 가면 높고 푸른 하늘을 만나게 되겠지만 당장 나는 집에 갇혀 내리는 비만 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나처럼 소나기 때문에 놀이터에 놀러 가지 못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그림책 소식을 접했다. 나가 놀지 못하는 답답한 어린이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뚫어줄 재밌는 그림책이라니, 내 마음도 뚫어줄 수 있는지 한번 보자.


주인공이 빗방울인 <소나기 놀이터>의 표지에는 빗방울이 통통 튀며 내려오고 있다. 빗방울이 바닥에 닿으면 사방으로 튀는 모습이 귀엽고 상큼하게 그려져 있다. 자세히 보면 수국 사이에 숨어서 빗방울을 훔쳐보는 애벌레와 수국 잎 위를 움직이는 송충이도 발견할 수 있다. 빗방울들이 얼마나 재밌게 노는지 구경하는 아이들의 얼굴 같다.


여름 소나기가 놀이터에 내려왔다. 소나기는 모래알로 공기놀이를 하고 풀씨를 깨워주고 나팔꽃을 흔들고 참나리 겨드랑이를 간지럽히고 쥐똥나무 이파리에 앉은 먼지도 닦아준다. 할 일을 마친 소나기가 개미를 만나 놀자고 꼬드기고 거미줄로 가서 곡을 연주한다. 그네도 타고, 미끄럼틀도 타고, 철봉도 타고 떨어진 아이스크림도 시원하게 먹고. 소나기가 노는 모습을 보면 비가 오는 놀이터쯤은 아무런 방해도 아닌 게 된다. 놀이터는 비가와도 훌륭한 놀이터이다. 비가 와서 못 나간다고 먹구름이었던 내 마음에 소나기 빗방울이 찾아와 함께 놀자고 나가자고 말을 건넨다. 비가 오니 나가기 귀찮았던 내가 밖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어디 한번 나가볼까.


<소나기 놀이터> 그림책은 톡톡 튀는 빗방울 그림뿐 아니라 글도 통통 튄다. <아홉 살 내 사전>을 집필한 박성우 작가가 글을 써서 동시를 읽는 듯 아름답고 어여쁘다. 처음 책을 펼치고 읽는데 나도 모르게 입에서 소리가 나왔다. 엄마가 아이에게 읽어주며 비가 와서 나가 놀지 못하는 아쉬움을 이야기하고 나누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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