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짚잠자리 작품 해설과 함께 읽는 작가앨범
권정생 지음, 최석운 그림, 엄혜숙 해설 / 길벗어린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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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먹을게 그건데, 배고파서 먹은 게 뭐 잘못이냐고 되레 큰소리치지 않았을까. 하지만 밀짚 잠자리는 자기를 보고 도깨비라고 부르는 소리를 들으며 자신이 왜 하루살이를 먹었는지 후회한다. 배고파서 먹었지만 잘못한 느낌을 들고 마음이 아프다.

이제 막 껍질을 벗고 나온 밀짚 잠자리는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커다랗고 똥그란 눈으로 처음 보는 세상을 하나씩 알아간다. 숨이 차오르도록 높이 날았다가 잔디밭에 내려앉아 방아깨비도 만나고 무당벌레와 이야기도 나눈다. 돌담이 무너진 어느 시골집 담장 위로 날아가 황소, 닭, 토끼, 매미, 고양이도 보고 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아기와 경운기도 마주친다. 미루나무 꼭대기에 있는 하나님 나라도 본다. 그러다 배가 고파 그만 눈앞에 보이는 하루살이들을 잡아먹는다. 하루살이들이 도깨비라며 무서워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다가 해가 지고 떠오른 달님에게서 세상의 이치를 배우게 된다.


"이 세상은 아주 예쁜 것도 있고,

아주 미운 것도 있고, 그리고 아주 무서운 것도 있는거야.

그러니까 기쁘고 즐겁고, 또 무섭고 슬프기도 하단다."


이 세상이 밝고 행복하고 즐거운 것들로만 채워져 있지 않다는 배움을 얻은 밀짚잠자리는 생각하다 잠자리에 든다. 그리고 이야기는 끝이 난다.

배고픔이라는 본능에 의해 살기 위해 남을 먹는 행위가 과연 옳기만 할까. 배고파서 먹었지만, 하루살이를 잡아먹고 생명을 죽인 것에 마음 아파하는 밀짚잠자리를 보면 내가 살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들이 떠오른다. 조금 먼저 가려고 급하게 끼어들고, 돈을 더 가지려고 사기 치고, 시험에 합격하려고 커닝하고, 자기 가게에 손님이 많이 오게 하려고 다른 가게 비방하고 신고하고. 우리 속에 얼마나 많은 약육강식의 가치관이 들어있고, 경쟁과 쟁취가 본성이 되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피해받지 않으려고 피해 주는 일을 서슴지 않거나 묵인했던 일들.

밀짚잠자리는 모두가 당연하게 여기는 가치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에 의문을 던진다. '과연 이게 맞나요?'

기쁘고 즐겁고 무섭고 슬픈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가만히 생각해 보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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