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설득
메그 월리처 지음, 김지원 옮김 / 걷는나무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수많은 여성 중 내면의 소리를 외부적 목소리로 표출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한마디를 하더라도 자기 검열을 하게 된다. 내가 여성이기에, 아내이기에, 엄마이기에, 딸이기에 사회는 조용히 하라고 다그친다. 그 다그치는 소리에 묻혀 여자는 나이가 들수록 더 말을 하기 힘들어진다.


<여성의 설득>은 여자의 목소리를 거부하는 사회에 여성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문제를 던지고 답을 알려준다. 대학 신입생 그리어가 캠퍼스 성추행 사건을 겪고 주저앉거나 포기하지 않고 목소리를 내는 모습, 자신의 의지를 깨는 현실에서도 꿋꿋하게 무엇을 할지 물어보는 모습은 여성으로서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취해야 할 행동이다. 움츠러들거나 숨지 말고 당당하고 또박또박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


주인공 그리어는 어렸을 때부터 자기주장이 강한 소녀가 아니었다. 오히려 책에 쓰인 내용을 이해하고 분석하여 보여주는 능력이 뛰어났다. 누군가와 토론하거나 자기 의견을 말하는 데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장손인 남동생과 비교당하며 착한 딸로 자라야 했던 난, 야단 들을까 봐 다쳐도 아프다는 말을 못 했고 화가 나도 속으로 앓는 아이였다. 소극적이고 목소리가 작은 나는 큰 목소리로 당당하게 말할 줄 아는 여자들이 부러웠었다. 그래서 주인공 그리어가 페이스를 본보기로 삼는 마음을 이해했다. 나라도 세상의 비난에도 꼿꼿한 페이스를 보면 닮고 싶어 했을 것이다.


그리는 페이스를 만나고 조금씩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시도한다. 페이스에 메일을 보내고, 페이스의 회사에 들어가고, 회사에 적응하고, 억울한 일을 당한 여자들의 이야기를 정리해주고. 그러면서 자신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 간다. 그리어는 누가 봐도 멋진 모습의 전문직 여성이 되고 여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한다. 하지만 내가 그리어가 진짜 멋지다고 본 장면은 바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사과를 하며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과 자신에게 큰 영향을 준 페이스에 잘못된 점을 꼬집어주는 모습이다.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맞서는 모습이 내게 크게 와닿았다.


나에게도 내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누군가가 필요한 요즘을 보내고 있는데, <여성의 설득>에서 그리어의 변화를 보고 내 목소리에 힘을 주는 연습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내가 가진 생각을 조곤조곤 말하고, 거부당할지라도 말꼬리를 흐리지 않고 끝까지 말하며, 자기 검열에 빠져 할 말을 거스르지 않는 것. 쉽지 않지만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을 때 어떤 결과로 돌아오는지 깨닫게 되었으므로 내 목소리를 내는 일을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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