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웃었으면 좋겠다 시바 - 생각보다 큰일은 일어나지 않아
햄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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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는 좀처럼 짖지 않아 의연하고 과묵한 이미지지만

실상은 엄청난 겁쟁이라고 해."


일본 토착견인 시바는 산악지대에 서식하며 사냥에 활용되었고 생김새가 듬직하며 충성스럽다고 한다. 그런 시바가 병원에선 주삿바늘이 닿기도 전에 소리를 질러 '시바 스크림'이라는 별명이 붙었다니! 그동안 겉으로 안 무서운 척, 용감한 척하느라 시바도 꽤나 고생했을거다. 


<오늘은 웃었으면 좋겠다 시바>에서는 엄살쟁이 시바가 나온다. 되면 되는 데로, 안 되면 안 되는 데로 너무 열 올리지 말고 "시바" 한마디 외치며 느긋하게 살아가는 시바. 볼수록 귀엽고 볼수록 매력적이다. 나 같아서?!


오늘도 정의로운 백수가 되게 해달라는 시바, 요즘 내 모습 같다. 책 읽고 싶을 때 읽고, 먹고 싶을 때 먹고, 쉬고 싶을 때 쉬는 쓸데없고 여유로운 잉여의 삶을 즐기는 중이다. 가끔 종종 '또 하루를 낭비했구나' 싶어 우울해졌는데, 나랑 닮은 시바를 만나니 잉여로울 수 있는 힘이 마구 솟아난다.


하루를 멍하니 보내고 나면 회사 다닐 때가 그리워진다. '똥 싸는 시간에도 돈을 줬는데'라는 생각에, 돈을 벌고 싶어 회사에 나가고 싶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똥 쌀 때랑 월급 받을 때만 행복하겠지. 아마도..

신기하게도 '작업량을 물로 보는 너구리' 같은 분들이 회사에 한 명씩 존재한다.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해야 하는 것이 회사라서 경쟁을 시키고 야근을 종용하고 눈치를 보게 만든다. 이런 분위기에서 누가 즐겁게 일할 수 있을까. 나도 소싯적에는 회사의 암묵적인 분위기에 아무 말 못 하고 다녔는데 여러 회사를 옮겨 다니며 나 자신을 지키는 일이 중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그 덕에 최근에 들어간 회사에서 10일 만에 나와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빠른 결정에 도움을 주신 사장님의 압박에 감사드린다.

4년간의 회사생활을 그만두고 나와 프리랜서가 된 저자는 이 책에 그동안 받은 설움을 웃음으로 쏟아냈다. 나도 고생하며 회사 다닌 적이 있고, 무시하는 말을 들으며 퇴사했던 적도 있고, 돈과 시간을 써가며 갔던 면접에서 털털 털리기도 했었다. 나도 비슷한 일을 겪었기에 쉽게 공감 되었던 글과 그림들이 나의 현 상황을 느긋하게 바라보게 만들어 주었다. '저도 그랬어요, 그러니 우리 오늘은 웃고 행복해져요.'라는 작가의 진심이 전해졌기 때문이리라. 

"시바" 외치고 싶은 날, 대나무 숲이 되어줄 <오늘은 웃었으면 좋겠다 시바>를 읽어보면

마음이 좀 누그러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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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되었지만 잘 살아보겠습니다
니시다 데루오 지음, 최윤영 옮김 / 인디고(글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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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혼자 사는 방법을 터득하고 그 경험을 글로 남긴 책이다. 아내의 빈자리는 저자를 슬프게 하지만 문체는 담백하다. 글을 읽으면 종종 저자는 어떤 분일까 상상하곤 하는데, 안과의사인 저자는 분명 온화한 외모의 단정한 옷차림을 입는 분이실거다. 


저자의 아내는 요리부터 시작해서 가계부 작성, 정리 정돈 등 살림뿐 아니라 출장 가기 전 저자의 짐 싸기까지 모두 도맡아 해왔다. 저자는 아내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요리도 시도하고 서툴지만 집안일도 시작했다. '남은 사명을 잘 감당하고 즐기면서 살길 바란다'는 아내의 유언에 따라 건강하게 활기차게 여생을 보내려고 노력한다.

이 책에는 홀로 남겨진 저자의 생활뿐 아니라 죽음을 준비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나온다. 갑작스러운 죽음이 아니라면, 병이 들거나 나이가 들어 죽음이 가까워올 때 남겨지는 사람을 위해 주변을 정리해야 한다. 살면서 사용하던 물건들 정리부터 연락처 정리, 재산정리, 추억 정리 등 정리할 것이 예상보다 많았다. 특별히 떠날 사람과 친하게 지낸 사람들에게 부고 소식을 전하기 위해 미리 친한 사람들 연락처를 받아둘 필요가 있다. 죽음이라는 이별을 맞이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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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미친 것 같아도 어때?
제니 로슨 지음, 이주혜 옮김 / 김영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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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미친 것 같아도 어때?> 작가는 정신질환을 앓으면서 살기 위해 블로그에 글을 썼고 자신과 비슷한 독자들의 응원과 자신의 글을 알아봐 준 출판사 덕에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저자는 자신이 아프다고 밝히지만 글의 분위기는 너무 밝다. 창의력이 넘쳐나는 작가 같기도 하다. 찰스 도킨스(스쿠루지 저자)가 연상되는 그녀의 행동과 말투! 이 책은 그녀의 밝디 밝고 긍정적인 부분이 대부분이고 우울증으로 인해 고통스러운 부분은 양념처럼 살짝 간만 되어있다. 블랙코미디라는 장르가 그렇듯 그녀의 삶은 지나치게 밝아서 슬퍼 보이고 저자의 페이스에 따라 마구 웃다가 정신이 들어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면 아픔이 가득하다.

저자는 우울하고 무기력한 삶을 살아내기 위해 격하게 행복하기로 한다. 때로는 버거워 보이고 때로는 안타까워 보이지만 그녀에게는 반짝이는 모습도 있다. 좌절하고 고통스러워하며 쉽게 삶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어서 내게 도전이 되었다. 그녀만의 독특한 사고에 푹 빠져버린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고.

<곁에 없어도 함께할거야>(유방암에 걸린 작가 헤더 맥매너미가 죽기 전 딸에게 남긴 편지들) 책의 분위기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슬픈 현실이지만 받아들이고 유쾌하고 즐겁게 병과 투쟁한다. 당찬 그녀의 말투에는 우울증 환자의 모습 따윈 보이지 않는다. 그녀 곁에는 그녀가 아프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녀의 돌발행동에도 그녀를 도와줄 남편, 친구, 부모님, 딸 그리고 그녀와 비슷한 아픔을 가진 온라인상의 수많은 팬들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언제 낫게 될지 모르지만 자신을 무기력과 깊은 늪으로 몰고 가는 나쁜 생각들과 끊임없이 싸운다. 그렇게 그녀가 전투하며 삶을 사는 모습을 보면 나도 포기하지 않는 하루를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때론 실수하고 때론 어이없는 생각을 해도 어떤가, 우린 살아있으니 죽은 갈릴레오 보다 낫지 않은가!


"내 삶을 즐기게 될지도 모른다.
또 언젠가는 솔직한 진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저 숨 한 번 쉬고 계속 나아가는 것 말고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진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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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겠어, 이게 나인 걸! - 조금은 뾰족하고, 소심하고, 쉽게 상처받지만
텅바이몽 지음 / 허밍버드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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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

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가시나무' 노래에도 나오듯 우리 속에는 여러 가지 모습이 있다. 강한 척, 있는 척, 착한 척, 괜찮은 척,... 그러다가 진짜 내 모습을 잊어버리곤 한다. 하지만 숨긴다고 본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 어느 날 갑자기 쌓아두었던 빨랫감들이 장롱에서 터져 나오듯 그렇게 툭 터지고 만다. 그럴 땐 제대로 가면을 쓰고 싶다. 쥐구멍에 숨고 싶고, 인정하고 싶지 않다. 내가 이렇게 소심하고 못나고 부끄러운 사람인가 싶어서.

이 책은 그런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라고 한다. 모든 '척'을 내려놓고 솔직한 마음을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한다. 책에 나오는 다양한 '척'은 내게도 발견되는 모습들이다. 관계에서 상처받기 싫어 먼저 가시를 세우고, SNS에 올리기 위해 밥 먹기 전 여러 장 찍고, 맞춰주느라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본심을 말하는 데 서투르다. 그런데 그런 내 모습을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가면을 벗을 용기를 준다. 그림과 짧은 글들로 이루어져 금세 읽히지만 다 읽고 나면 나의 모습을 조금 더 너그럽게 바라보고 안아줄 수 있게 된다.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행복해지고 싶은 모든 분께 추천한다.
우리는 매일 스스로에게 이렇게 외칠 필요가 있으니까,

"어쩌겠어, 이게 나인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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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의 집구석 내가 들어가나봐라
글쓰는 청소부 아지매와 모모남매 지음 / 베프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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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는 물보다 진하다.’

그렇다고 피로 맺어진 관계가 항상 남보다 끈끈하다고 볼 수는 없다. 친하다고 생각하기에, 날 잘 안다고 생각하기에 무조건 이해받고 싶고 편하게 대하며 쉽게 상처를 주고 마는 것이 가족이기도 하다. 

이혼, 가난, 왕따 등 각자의 문제로 서로 물고 뜯다가 행복해지기 위해 함께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가족이 있어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각자의 글에 댓글을 달다가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화해하게 되었다는 글에서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이 책에는 중년의 나이에 이혼을 하고 자녀들을 양육하기 위해 청소부를 비롯해 온갖 일을 해온 엄마, 학교에서 심한 왕따를 겪고 대인기피증과 우울증, 무기력으로 집에서 나오지 않는 딸, 행복을 위해 달려왔지만 가난이라는 짐을 던지지 못한 아들이 나온다. 그들은 각자 속앓이, 속마음 이야기, 꿈을 향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낸다. 너무도 고생한 엄마, 마음 앓이가 심한 딸, 엄마와 딸을 다독이는 든든한 아들이 서로를 향해 칭찬과 격려, 진심 어린 충고를 쏟아낸다. 

책 속에 아들이 엄마를 인터뷰한 글이 나온다. 상냥하고 친절한 딸이 되고 싶지만 부모님과의 긴 대화는 역시 낯간지럽다. 인터뷰 형식을 통해 부모님을 더 알아가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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