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살짝 비켜 가겠습니다 - 세상의 기대를 가볍게 무시하고 나만의 속도로 걷기
아타소 지음, 김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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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고 아줌마라는 말을 들으면서 외모에 더 신경 쓰인다. 결혼 전에도 뛰어난 외모로 예쁘다는 말을 듣고 살진 않았지만 '아줌마'라는 말을 들으니 '여자다운 사람'에서는 거리가 먼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외모를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 사람이 많아지는 요즘, 여자다움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세상의 기대를 무시하고 당당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저는 살짝 비켜 가겠습니다>를 만났다.


"못난이로 살아온 내게 일어난 일들, 거기서 느꼈던 감정들, 생각들을 글로 꺼내어 마음을 정리해서 과거의 나를 조금이라도 구원해주고 싶다. 이 과정에서 나를 비롯해 단 한 사람이라도 구원을 받는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저는 살짝 비켜 가겠습니다> p.19"

저자는 여자다움이 떨어진다, 못난이 등의 말을 듣고 자라면서 자존감이 낮아지고 콤플렉스가 많은 사람이었다. 그러다가 여성다움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여자로서가 아닌 인간으로서 자신을 사랑하고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이 책은 그 과정에서 쓰인 글들의 모음이며, 내게 여자다움에 얽매이지 말고 나다움을 찾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모든 사람은 나이를 먹는다. 제아무리 귀여운 여자 아이돌이라도 섹시한 배우라도 언젠가는 다들 할머니가 된다. 그렇다면 나는 인생에 후회 한 점 없는 유쾌한 할머니가 되고 싶다

<저는 살짝 비켜 가겠습니다> p.46 "

'모든 사람은 나이를 먹는다.'라는 만고의 진리이다. 식상하리만큼 들었고 외모에 열등감을 느낄 때마다 스스로를 위로하던 말이다. 어렸을 땐 막연하게 위로가 되던 이 말이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어가니 피부로 와닿았다. 내가 꼬마였을 때 대중이 열광하던 연예인의 주름을 볼 때 더 그렇다. 그렇다면 모든 사람이 나이를 먹고 늙는다는 진리 아래에서 나는 어떻게 긍정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을까? 저자의 말에서 답을 찾았다. "인생에 후회 한 점 없는 유쾌한 할머니가 되"는 것이 지금 내 모습에 좌절하지 않고 미래를 보며 잘 늙을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이따금씩 인간관계 때문에 중학생 시절이 떠오를 때면 숨이 막히고 죽을 것 같은 기분이지만, 그럴 때마다 나를 지탱해주는 다양한 것들을 머릿속에 떠올린다. 그러면 내 상황이 별일 아닌 것처럼 느껴지고 답답함은 어딘가로 쓱 사라져버린다. 

<저는 살짝 비켜 가겠습니다> p.175"

상처받은 만큼 상처받는 사람을 더 위로할 수 있다는 말처럼, 작가가 상처와 고민과 걱정을 털고 일어서는 모습이 여자 답지 못하다는 주위의 평가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모든 여자들뿐 아니라 내게도 위로와 도전이 된다. 내가 받은 상처들을 꽁꽁 싸매고 스스로를 향한 가시로 사용하지 말고, 나를 지탱해주는 다양한 것들로 인해 현재를 즐기고 나만의 속도로 행복을 찾자. 세상의 속도에서 조금 뒤처졌다고 잘못된 건 아닐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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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안 맞고 집에 가는 방법 - 제2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우수상 웅진 우리그림책 53
서영 지음 / 웅진주니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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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비를 안 맞고 집에 가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도 우산이 없을 때 소나기를 만난 적이 종종 있어서, 비가 그치길 기다리면서 비 안 맞고 집에 가는 방법을 궁리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런 내용을 알려주는 출간되어 반가운 마음으로 읽어보았다.

표지에서 비를 피하려고 두 손으로 머리에 손을 얹고 있는 분홍색 꼬마돼지가 <비 안 맞고 집에 가는 방법> 그림책의 주인공이다. 꼬마 돼지가 문구점에서 뽑기를 하고 집에 가려는데 비가 오기 시작한다. 비가 쉽게 그칠 것 같지 않자 꼬마 돼지는 비 안 맞고 집에 가는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5초 만에 비 사이로 뛰어가기, 비구름을 짜서 우산처럼 들고 가기, 하마 입안에 들어가기 등.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기상천외한 방법이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꼬마돼지는 뽑은 장난감이 비에 젖지 않도록 품에 꼭 안고 집으로 간다. 집에 거의 다 다다랐을 때 그만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소중히 안고 가던 장난감들이 모두 쏟아진다. 비 안 맞고 집에 가려고 노력하던 꼬마돼지는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마는데, 이 난간을 극복하고 집에 잘 도착할 수 있을까?


"이 책이 혼자인 모두의 마음에 작은 우산이 되어 주면 좋겠습니다."


어렸을 때 우산을 안 가져와서 혼자 비 안 맞고 집에 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고 외로웠다. 우산을 가져다주시는 부모님을 둔 친구들이 부럽고, 그칠 줄 모르게 내리는 비가 야속했다. 교실에서 마냥 혼자 비가 그치길 기다릴 수 없어서 비 사이로 뛰기도 하고, 나무 그늘을 찾아 돌아가기도 하고 비 안 맞는 걸 포기하고 그냥 집에 가기도 했었다. 이 책을 읽고 보니 그렇게 혼자 비를 안 맞으려 애쓰며 걷던 길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면 즐겁게 집으로 갈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비 안 맞고 집에 가는 방법>은 서영 작가의 말처럼 혼자 비를 피하려고 애쓰는 모든 사람에게 위로의 우산, 웃음의 우산, 즐거움의 우산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웅진주니어 #그림책공모전 #웅진주니어그림책공모전 #풀친구 #식당바캉스 #비안맞고집에가는방법 #그림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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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친구 - 제2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대상 웅진 모두의 그림책 22
사이다 지음 / 웅진주니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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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날 보기만 해도 싱그러운 표지의 그림책 <풀친구>를 만났어요. <풀친구>는 제2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대상 작품으로 양장에 풀잎이 음각으로 들어간 독특한 표지의 책이랍니다. 잡초 모양의 풀이 땅에 깊숙이 박혀있듯 녹색 배경에 풀잎 그림이 들어가 있고, 잠시 왔다가는 민들레 씨앗은 노란색으로 그려져있어요. 언뜻 보면 노란색 민들레가 이 책의 주인공처럼 보입니다.


<풀친구>의 주인공은 인공적으로 조성된 골프장에 심어진 잔디에요. 스프링클러에서 자동으로 뿜어 나오는 물을 마시고 가끔 찾아오는 풀 친구들과 놀며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죠. 그러다 골프 노동자가 사용하는 제초제에 의해 모두 똑같이 이발하고 수면제 같은 주스를 마시니 잠이 들어요. 잠에서 깨어나니 놀러 왔던 풀 친구들이 사라진 걸 알게 돼요. 골프공과 깃발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걸 발견하지요. 잔디의 친구들은 모두 어디로 간 걸까요?


저는 이 책을 여러 번 읽었어요. 처음 읽을 때는 투박한 그림체가 생소했는데 읽을수록 사이다 작가만의 매력이 뿜어져 나오는 걸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표지부터 한 페이지 한 페이지 그리고 속지까지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재미있는 요소가 숨어 있었어요. 표지에서는 볼록 들어간 잔디 그림이 재밌고, 표지를 넘기고 나오는 속지에는 각양각색의 표정을 짓고 있는 잔디를 관찰하는 재미가 있어요. 쑥쑥 자라는 잔디 곁에는 검은 고양이와 삽살개가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아요. 잔디를 찾아오는 풀 친구들은 또 어떤가요, 도시에서 잘 볼 수 없는 풀잎들이 각자의 개성을 뽐내고 있어요. 풀잎이 이렇게 다양하고 여러 이름을 가졌다는 걸 알게 되니 새삼 놀라워요. 잔디깍이에 의해 똑같은 길이로 잘린 잔디가 제초제때문에 친구들이 사라진 걸 보고 놀란 표정도 재미있어요. 그 표정이 같은 듯 다르거든요.


작가는 바람에 날려 찾아온 친구들이 잘 놀다가 갑자기 사라져버린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마무리해요. 하지만 잔디는 이제 풀 친구들의 피해를 인지하게 돼요. 골프장 조성으로 인해 상처받고 사라진 삶이 있다는 것을요. 책을 다 읽고 나니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사라진 산과 강, 자본가의 횡포에 쫓겨난 약자들이 떠올랐어요. 저만 돌보느라 고통받던 사람들에게 무관심했는데 이제라도 외면하지 말고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나의 편함에 젖어 피해 받는 자들을 잊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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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짝꿍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50
브라이언 콜리어 지음, 이순영 옮김, 모 윌렘스 기획 / 북극곰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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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신발을 스스로 신었던 기억이 나시나요? 확실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서로 다른 짝의 신발을 신거나 왼쪽과 오른쪽을 반대로 신었던 기억이 드문드문 남아있어요. 어린 저에겐 "짝"이라는 의미가 똑같은 신발을 신어야 한다는 개념이 없었던 거지요. 그러면 중요한 날엔 어떤 신발을 골랐을까요? 아마 가장 예쁜 신발, 발레리나 슈즈나 빨간 구두를 골랐을 거예요.


표지를 보면 반짝이는 조명 아래 세 켤레의 신발이 최대로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어요. 마치 '환상의 짝꿍'을 뽑는 대회에 나온 신발들 같아요. 과연 누가 환상의 짝꿍으로 선발될까요? 궁금하지요?


이 책은 모 윌렘스의 '코끼리와 꿀꿀이는 책을 좋아해 시리즈'로 4번째 나온 책이에요. 그래서 속지를 펼치면 코끼리와 꿀꿀이를 제일 먼저 만나 볼 수 있답니다. 코끼리와 꿀꿀이가 함께 보는 '환상의 짝꿍'! 코끼리와 꿀꿀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요?


의문을 품고 책을 펼쳤어요. 표지에 나온 세 켤레의 신발들이 경합을 벌이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흑인 여자아이가 아빠와 데이트하는 날 신을 신을 고르는 이야기였어요. 아빠의 데이트를 귀중하게 생각하는 여자아이의 마음이 예뻤어요. 여자아이에게 선택당하기 위해 신발들이 뽐내지만 소녀가 고른 신발은 왼쪽 슬리퍼 하나, 오른쪽 부츠 하나였어요. 어머, 부츠와 슬리퍼라니요. 얘네들이 짝꿍인가요? 왼쪽과 오른쪽이 다르잖아요. 하지만 소녀는 남겨진 신발의 항의를 무시하고 가버렸어요. 그러자 남겨진 부츠와 슬리퍼가 짝꿍을 맞추기 위해 소녀를 따라나서요. 우여곡절 끝에 소녀를 따라잡았어요. 그리고 소녀가 신발을 고른 이유를 알게 되지요. 그 이유는 책에서 확인해주세요.


<환상의 짝꿍>은 눈이 달린 신발들이 표정, 대화, 행동을 보는 재미가 쏠쏠해요. 상황에 집중할 수 있도록 흥미진진하게 글과 그림이 적절하게 배치되어있답니다. 하지만 제가 가장 좋았던 부분은 결말이었어요. 아빠를 사랑하는 아이의 마음이 눈에 보이더라고요. 남이 어떻게 보는지와 상관없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제일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멋졌어요. 그리고 딸의 그런 마음을 알아주는 아빠도 멋지고요. 이 책 속의 '환상의 짝꿍'은 아빠와 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답니다. 


저는 함께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최고의 짝꿍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받았어요. 사랑한다면 상대방이 좋아하는 걸 해주는 배려가 서로를 더 끈끈하게 묶어준다는 것도요. '환상의 짝꿍'을 찾으시는 분께 짝꿍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하는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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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의 여름
이윤희 지음 / 창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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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의 여름>은 달콤 씁쓰름한 아이스 카페라떼 같다. 첫사랑에 대한 감정이 달달하고 엇갈린 친구들과의 관계가 씁쓰름하다. 그러나 아이스 카페라테를 마시고 나면 남는 얼음처럼 끝까지 읽고나면 시원함이 남는다.

모자가 바람에 날라가자 당황하는 여자아이가 표지인 <열세 살의 여름>은 열세 살 여자애 해원이 주인공이다. 여름방학을 맞아 아빠를 찾아간 바다에서 모자가 바람에 날리고 그 모자를 주워준 남자아이와 인연이 시작된다.

아빠를 만나러 간 부산에서 우연히 같은 반 남자애 우진을 만나고, 우연히 모자가 바람에 날리고 우진이 그 모자를 주워다 주고, 귀신이 나온다고 해서 친구 진아와 찾아간 빈 집에서 우연히 우진이와 부딪히고... 자꾸 마주친다고 관심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바람에 날린 모자를 주으러 바다에 뛰어든 우진의 행동이 해원에게 호감을 갖게 했고, 축구공 맞은 해원에게 밴드를 건네는 우진의 마음씨가 해원이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자라나게 했다. 우진이 조금씩 조금씩 더 눈길이 가고 신경쓰이는 해원이 앞에 방해 요소가 생긴다. 베프인 진아에게도 말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 해원이는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고 우진이를 좋아하는 마음을 키울까?

<열세 살의 여름>에는 좋아하는 마음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두근거림,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부끄러움, 혼자 오해하고 뒷걸음질 치는 서툰 마음, 짝사랑으로 애타는 마음, 친구에게 모든 걸 털어놓는 걸 망설이는 마음이 모두 나타나있다. 순수하고 풋풋하면서 미묘한 관계 속에서 주저하는 모습, 열세 살의 심리를 제대로 보여준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의 '열세 살의 여름'이 생각났다. 내 인생의 친구를 만난 시기였고 특별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시간이었다. 그 당시의 감정까지 뚜렷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마음이 잘 맞는 친구를 만난 기쁨, 그 친구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이 가득했던 것 같다. 어쩌면 해원이처럼 내 친구에게 말하지 못하는 미묘한 질투가 있었는지도. 조만간 나의 열세 살에 만난 친구가 짧은 여름 휴가를 보내러 우리집에 온다. 그녀를 만나면 오랫만에 열세 살의 여름을 주제로 수다를 떨어야겠다. 어쩌면 잊고 있었던 달콤 쌉싸름한 열세 살의 추억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그리고 열세 살의 추억으로 지금까지 내 친구가 되어준 그녀에게 고마움도 전해야지.

네가 예전에 준 물고기랑 새 기억나?

물고기는 물에 살고 새는 하늘을 날아다니지만

난 걔네 둘이 친구처럼 보였어.

<열세 살의 여름> p.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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