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살의 여름
이윤희 지음 / 창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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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의 여름>은 달콤 씁쓰름한 아이스 카페라떼 같다. 첫사랑에 대한 감정이 달달하고 엇갈린 친구들과의 관계가 씁쓰름하다. 그러나 아이스 카페라테를 마시고 나면 남는 얼음처럼 끝까지 읽고나면 시원함이 남는다.

모자가 바람에 날라가자 당황하는 여자아이가 표지인 <열세 살의 여름>은 열세 살 여자애 해원이 주인공이다. 여름방학을 맞아 아빠를 찾아간 바다에서 모자가 바람에 날리고 그 모자를 주워준 남자아이와 인연이 시작된다.

아빠를 만나러 간 부산에서 우연히 같은 반 남자애 우진을 만나고, 우연히 모자가 바람에 날리고 우진이 그 모자를 주워다 주고, 귀신이 나온다고 해서 친구 진아와 찾아간 빈 집에서 우연히 우진이와 부딪히고... 자꾸 마주친다고 관심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바람에 날린 모자를 주으러 바다에 뛰어든 우진의 행동이 해원에게 호감을 갖게 했고, 축구공 맞은 해원에게 밴드를 건네는 우진의 마음씨가 해원이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자라나게 했다. 우진이 조금씩 조금씩 더 눈길이 가고 신경쓰이는 해원이 앞에 방해 요소가 생긴다. 베프인 진아에게도 말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 해원이는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고 우진이를 좋아하는 마음을 키울까?

<열세 살의 여름>에는 좋아하는 마음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두근거림,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부끄러움, 혼자 오해하고 뒷걸음질 치는 서툰 마음, 짝사랑으로 애타는 마음, 친구에게 모든 걸 털어놓는 걸 망설이는 마음이 모두 나타나있다. 순수하고 풋풋하면서 미묘한 관계 속에서 주저하는 모습, 열세 살의 심리를 제대로 보여준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의 '열세 살의 여름'이 생각났다. 내 인생의 친구를 만난 시기였고 특별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시간이었다. 그 당시의 감정까지 뚜렷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마음이 잘 맞는 친구를 만난 기쁨, 그 친구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이 가득했던 것 같다. 어쩌면 해원이처럼 내 친구에게 말하지 못하는 미묘한 질투가 있었는지도. 조만간 나의 열세 살에 만난 친구가 짧은 여름 휴가를 보내러 우리집에 온다. 그녀를 만나면 오랫만에 열세 살의 여름을 주제로 수다를 떨어야겠다. 어쩌면 잊고 있었던 달콤 쌉싸름한 열세 살의 추억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그리고 열세 살의 추억으로 지금까지 내 친구가 되어준 그녀에게 고마움도 전해야지.

네가 예전에 준 물고기랑 새 기억나?

물고기는 물에 살고 새는 하늘을 날아다니지만

난 걔네 둘이 친구처럼 보였어.

<열세 살의 여름> p.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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