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고등학교 자퇴할래요
김라영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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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자퇴한다고?

초등학교, 중학교도 아니고 고등학교를 자퇴한다는 말은 대학을 포기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학교를 자퇴하면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걸 어디서 배울 것이며 대학은 어떻게 갈 거야?' 공부를 잘 한 편은 아니지만 무난하게 대학까지 진학해 공교육을 받았던 나는 고등학교 자퇴에 대해 생각해 본적도 없었다. 공교육을 벗어나는 행위는 내가 속해야 하는 사회에서 벗어나는 길이자 도태되는 길이라고 느껴졌었다.

나의 이런 사고는 지방에서 자랐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와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보니, 공교육을 벗어나 자기만의 길을 개척한 사람들이 꽤 있었다.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본 뒤 서울권 대학에 진학한 사람도 만났다.

내가 꽤 고리타분하고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사람이었다는 걸 깨달은 것이 10년 전이다. 그동안 왕따 문제는 더 심해지고 학습 경쟁도 치열해졌다고 들었다. 그로 인해 학교를 그만두는 학생들이 늘어난다고, 자녀가 학교에 가지 않으려 해서 고민인 분들을 만날 기회도 생겼다.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는다는 것이 엄마에게 얼마나 큰 고난이며 세상이 무너지는 일인지 듣게 되었다. 그분들의 아픔에 도움이 되어 드리고 싶었으나 자녀가 없는 내가 건넬 위로는 하염없이 작았다. 그때부터 나는 자퇴와 관련된 책에 관심 갖게 되었다.

<엄마, 나 고등학교 자퇴할래요> 저자 김라영 씨는 자퇴한 첫째 딸 희정이의 엄마이자 수십 년간 아이들을 가르쳐온 수학학원 강사이며 자녀 교육에 열정이 대단한 사람이다. 딸은 자퇴 선언을 하고 가수가 되겠다고 했다. 그녀는 딸의 마음을 되돌리려 애쓴다. 그러다 몸에 무리가 와서 수술을 받게 되면서 딸에게 쏟는 힘을 내려놓게 되었다.

딸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딸을 이해하는 것, 딸의 꿈을 인정할 수 없지만 딸의 마음을 헤아려 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 책의 곳곳에 적혀있다. 2년의 시간을 통해 그녀는 딸과 함께 걷게 되었고 딸도 그녀와 소통하며 엇나간 길에서 돌아오고 있다. 저자가 딸과 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함께 다이어트를 하는 모습은 생생한 이야기였다. 언제나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노력했기에 딸과 소통하게 되었고 딸의 방황이 길어지지 않게 되었고 딸이 더욱 엄마를 신뢰하게 된 거라 믿는다.

자퇴한 자녀와 엄마의 고군분투기에 대해 더 많은 일상이 담겨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엄마로서 자퇴한 딸을 받아들이고 함께 성장해 가는 이야기는 좌절하는 누군가에게 다시 일어설 힘이 될 것 같다. 또한 한국 교육에 대한 다양한 시선과 경험은 자녀 입시에 관심 있는 분들께 도움이 될 것이다.


※이담북스 서포터즈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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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림지구 벙커X - 강영숙 장편소설
강영숙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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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이 일어나면 지진을 겪은 이재민들은 대피소에 모여 어떤 이야기를 할까, 무슨 생각을 하며 지진 트라우마를 이겨낼까, 지진 후의 삶과 지진을 겪는 순간 중 어느 쪽이 더 공포스러울까, 재난을 겪어도 살아야 한다는 건 얼마나 가혹한 일일까.

우리나라에 처음 강도가 센 지진이 발생했을 때 나도 살짝 흔들림을 느꼈다. 경주에서, 포항에서 일어난 지진이 서울까지 영향을 미쳤을까 싶지만, 미세한 진동을 느낀 사람들의 이야기가 퍼져 나왔다. 지진이 일어나면 어디로 대피해야 하며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재난 대비법을 찾아보기도 했다. 아직까지 지진을 온몸으로 겪진 않았다. 그래서 호기심이 일었는지도 모르겠다.

부림지구 벙커X는 지진이 나 모든 것이 파괴된 부림지구에 이재민들이 모여있는 벙커들 중 하나이다. 주인공 유진은 부림지구에서 태어나 도시로 갔다가 부림지구가 그리워 돌아온 후 지진을 겪었다. 그녀처럼 지진을 겪은 이재민들은 지진 후 대피소로 이동했다가 벙커로 옮겨졌다. 그리고 그곳에서 생체 인식 칩을 받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발버둥 치고 있다. 물이 부족해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식량이 부족하며 밤낮 구분이 안 되는 어두운 벙커에서 목숨만 부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진과 벙커에 있는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할까. <부림지구 벙커X>의 작가는 그 이야기를 했다. 이재민이 나누는 대화, 이재민의 삶과 추억 그리고 희망을 말이다.

지진을 겪고 벙커에 지내더라도 살아내야 한다. 그들의 고통이, 황폐해진 땅에서 살아가는 이재민의 아픔이 유진을 통해 전달된다. 지진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무서운 것이었다. 지진에도 살아난 자들의 삶은 더 무섭고 공포스럽다. 벙커에서 지내는 사람들의 삶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일상이 무너진 사람을 떠올리게 한다. 재해는 재난을 준비할 여력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더없이 끔찍하게 다가온다는 것을 소설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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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머러스 발리
김수민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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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는 신혼여행지로 인기 있는 여행지이자 휴양지이다. 나는 발리의 매력을 모르다가 친구나 지인들이 발리로 신혼여행 다녀와서 SNS에 올리는 사진을 보고 발리를 다시 봤다. 신혼여행으로는 못 갔지만 언젠가 신랑과 함께 부부여행을 가면 좋을 것 같아 미리 발리를 살펴보기로 했다. 이런 내게 다가온 책이 <글래머러스 발리>이다.

<글래머러스 발리> 여행책은 일단 표지가 멋지다. 에메랄드빛의 맑은 바다에서 편안하게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과 모래사장에서 느긋하게 여유를 만끽하는 사람들이 있는 사진, 이곳이 발리라면 나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여행책이었다.


4년 차 발리니스인 저자 김수민 씨가 전하는 발리는 여느 여행책과 다르게 발리의 일상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그녀가 만난 발리 사람들, 발리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발리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담고 발리에서 한 달 살기에 도움 되는 정보도 상세히 알려준다. 그녀가 이미 겪어보고 만나보고 다녀왔기에 담을 수 있는 지역 정보였다.

발리가 가진 매력을 즐기기엔 한 달도 부족해 보이지만 기회가 된다면 발리에서 한 달을 머무르고 싶어진다. 그리고 그곳에서 꼭 서프를 배우고 싶다. 강한 파도를 즐길 수 있으며 잘 훈련된 강사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서퍼들을 위한 다양한 음식이 가까이에 있다고 하니 제대로 즐겨야지.


발리는 멋진 자연 경관에 잘 꾸며진 풀빌라, 리조트, 수영장, 비치가 많다. 멋진 곳을 돌아다니며 휴양하는 것도 좋겠고 멋진 풀빌라 하나 빌려서 여행 기간 내내 지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SNS에서 우연히 보게 된 발리 사진은 발리 여행을 꿈꾸게 만들었다. 그리고 <글래머러스 발리>는 그 꿈이 막연하지 않다고 정말 발리에는 볼거리, 즐길 거리, 먹거리가 많으니 꼭 놀러 오라고 날 부르는 책이었다. 지금 당장 떠나진 못해도 발리의 이곳저곳에 대한 정보와 사진을 보며 발리 여행에 대한 계획을 확고히 하고 여행을 못 가는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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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외국어 하기 딱 좋은 나이
아오야마 미나미 지음, 양지연 옮김 / 사계절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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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60이면 직장에서 은퇴할 나이이다. 나의 어머니도 60 초반에 정년퇴직하셨고 만 65세 이상이면 나라에서 경로우대증을 받는다. 그러기에 60대는 뭔가 새로 시작하기 보다 이루어 놓은 것으로 즐기는 시기이며 열심히 일한 만큼 보상받는 시기라고 생각해왔다. 새 언어를 배우는 일은 상상도 못했다. 과학적 이론으로는 미친 짓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60, 외국어 하기 딱 좋은 나이>의 저자 아오야마 미나미 작가는 60의 나이에 그 미친 짓을 감행했다. 어떻게 그 나이에 외국어에 도전했을까. 그 과정이 궁금했다.

아오야마 미나미 작가는 미국 소설을 번역하면서 미국 소설에 그려진 멕시코의 인상적인 모습에 매료되어 스페인어를 배우게 되었다고 한다. 미국 소설의 끝자락에 여운을 남기며 멕시코로 떠나는 주인공의 모습이 그를 멕시코로 이끈 것이다. 그렇게 나이 60이 되어 안식년을 받자 스페인어를 배우러 멕시코로 떠난다. 

스페인어에 대한 저자의 열정에는 나이와 체력이 방해가 되지 않았다. 그의 스페인어 정복 이야기에는 나이 때문에 힘들어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여느 어학생처럼 스페인어를 배우면서 겪은 에피소드와 멕시코 생활기가 들어있을 뿐이었다. 일본어처럼 들려서 홈스테이 자매가 일본 음식을 할 줄 아는 줄 알았다거나 골목을 누비며 큰 소리로 외치는 물장수와 아이스크림 장수 가 있다는 것 혹은 멕시코에서 쓰는 스페인어가 스페인에서 쓰는 스페인보다 배우기 쉽다는 사실 등 멕시코나 스페인어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로 말이다.

'나이'를 극복하고 외국어를 습득하는 노하우나 나이로 인해 외국어를 배우면서 힘들었던 점 등 나이와 관련된 에세이 일 줄 알았는데 스페인어 어학연수 에세이라서 살짝 아쉬웠다. 그러나 나도 스페인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유쾌하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가득했다. 

이 책은

뭔가에 빠진다는 건 이렇게 열심히 하는 것이란 것,

못 해도 자신감을 가지고 부딪혀야 외국어를 잘하게 된다는 것,

배우고 금세 잊어버리게 되어도 기록으로 남기면 공부한 내용이 정리되고 다시 찾아보기 쉽다는 것

외국어를 배우는 데엔 나이는 상관없다는 걸 깨닫게 하는 책이었다.


"문법을 하나하나 따져 가며 차근차근 배우는 것만이 외국어 학습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p.40


"언어를 습득 중인 아이들은 가끔씩 이상한 단어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단어를 잘못 말한다는 것은 언어를 열심히 습득 중이라는 증거인 셈이기도 하다."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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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의 한국 현대문학 수업 - 세계문학의 흐름으로 읽는
이현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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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한국 현대문학은 늘 숙제로 남아있다. 중고등학교 시절 시험에 나오는 문제를 맞히기 위해 배우고 읽었던 작품들이라 여전히 어렵고 살갑게 여겨지지 않았다. 그래도 한국 현대문학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언젠가 내 눈높이로 해석해 주는 책을 만난다면 다시 한국 현대문학을 접하리라 생각해왔다.

로쟈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이현우 작가는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박사학위까지 받으신 분이다. 세계 문학을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셔서 로쟈의 수업은 늘 인기가 좋다. 아리송하던 세계 고전 소설이 로쟈의 수업을 듣고 나면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여러 시선으로 소설을 읽을 수 있다고 한다.

<로쟈의 한국 현대문학 수업>을 읽으면 숙제처럼 느껴지는 한국 현대문학이 조금 편안하게 다가올 것 같아서 읽게 되었다. 로쟈 이현우 작가는 1950년대에서 1990년대에 이르는 한국 근현대 문학에서 대표 작가와 대표작을 뽑아 작품을 읽고 평가하고 해석했다. 한 번 이상 들어보았고 한 번쯤 읽기도 했고 시험 문제로 나오기도 했던 작품이었지만 참으로 생소했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나 작가가 살아온 환경은 모르고 작품만 읽었기 때문이었다.


권력에 맞서면 남성 주체가 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 여성화되어 있다. 

이것이 ≪무진기행≫이 보여주는 '순응주의'다.

무진기행 p.135



책 속에 나온 여러 작품 중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설명한 부분이 제일 흥미로웠다. 작품 속 남자 주인공이 주도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모습은 1960년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군사정변으로 세워진 절대 권력과 자본주의 앞에서 세상을 바꿀 생각도 못 하고 순응하는 주체라고 말이다. 내가 <무진기행>을 1960년대에 읽었으면 어땠을까. 좀 더 확 와닿지 않았을까. 동병상련의 주인공에 몰입되어 연민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행간과 행간 사이의 함축된 의미를 알게 되면 어렵던 소설도 몰입이 된다. 몰랐던 작가의 집필 동기를 알게 되면 소설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읽을 수 있게 된다. <로쟈의 한국 현대문학 수업>은 한국 현대문학에 대한 부담감을 걷게 해 주었다. 작품을 작가, 시대를 연결하여 해석해 주니 작품이 달라 보였다. 이제 한국 현대문학을 다시 읽어보려 한다. 새로운 시각과 새로운 해석으로 다양한 면을 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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