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쟈의 한국 현대문학 수업 - 세계문학의 흐름으로 읽는
이현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내게 한국 현대문학은 늘 숙제로 남아있다. 중고등학교 시절 시험에 나오는 문제를 맞히기 위해 배우고 읽었던 작품들이라 여전히 어렵고 살갑게 여겨지지 않았다. 그래도 한국 현대문학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언젠가 내 눈높이로 해석해 주는 책을 만난다면 다시 한국 현대문학을 접하리라 생각해왔다.

로쟈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이현우 작가는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박사학위까지 받으신 분이다. 세계 문학을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셔서 로쟈의 수업은 늘 인기가 좋다. 아리송하던 세계 고전 소설이 로쟈의 수업을 듣고 나면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여러 시선으로 소설을 읽을 수 있다고 한다.

<로쟈의 한국 현대문학 수업>을 읽으면 숙제처럼 느껴지는 한국 현대문학이 조금 편안하게 다가올 것 같아서 읽게 되었다. 로쟈 이현우 작가는 1950년대에서 1990년대에 이르는 한국 근현대 문학에서 대표 작가와 대표작을 뽑아 작품을 읽고 평가하고 해석했다. 한 번 이상 들어보았고 한 번쯤 읽기도 했고 시험 문제로 나오기도 했던 작품이었지만 참으로 생소했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나 작가가 살아온 환경은 모르고 작품만 읽었기 때문이었다.


권력에 맞서면 남성 주체가 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 여성화되어 있다. 

이것이 ≪무진기행≫이 보여주는 '순응주의'다.

무진기행 p.135



책 속에 나온 여러 작품 중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설명한 부분이 제일 흥미로웠다. 작품 속 남자 주인공이 주도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모습은 1960년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군사정변으로 세워진 절대 권력과 자본주의 앞에서 세상을 바꿀 생각도 못 하고 순응하는 주체라고 말이다. 내가 <무진기행>을 1960년대에 읽었으면 어땠을까. 좀 더 확 와닿지 않았을까. 동병상련의 주인공에 몰입되어 연민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행간과 행간 사이의 함축된 의미를 알게 되면 어렵던 소설도 몰입이 된다. 몰랐던 작가의 집필 동기를 알게 되면 소설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읽을 수 있게 된다. <로쟈의 한국 현대문학 수업>은 한국 현대문학에 대한 부담감을 걷게 해 주었다. 작품을 작가, 시대를 연결하여 해석해 주니 작품이 달라 보였다. 이제 한국 현대문학을 다시 읽어보려 한다. 새로운 시각과 새로운 해석으로 다양한 면을 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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