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사회학
김홍중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풍부한 레퍼런스와 달변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생각들의 짜깁기 봉합물같은 책. 책 속에서 수시로 출몰하는 `중요한`, `유치한`이라는 수사의 가치판단은 텍스트의 논리 외부에 근거한다. 바로 상식의 공동체 말이다.


따라서 생활인으로서 충실한 보수적이면서 깨시민 흉내까지 낼 줄 아는 독자들은 저자가 당연하게 여긴 가치판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동의할 것이다. 이 책이 은연 중에 드러낸 야심에 비해 치밀하지 않고 래디컬하지도 않으며 그저 무난하게 보이는 이유다. 탐구자가 휴머니즘이나 생명 일반의 소중함 따위로 미화된 무난한 도덕에 기대기 시작하면 그는 술취한 신앙인이나 다를 바 없어진다.


아카데믹한 글쓰기의 어설픈 스텝도 아쉽다. 그런 일로 애쓰는 것은 정치적인 노력이다.

언니네이발관이나 홍상수 영화를 얘기한다고 해서 정합성만 겨우 획득한 생각의 어정쩡함이 신선한 것으로 가려지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생각을 '사유'라고 표기한다고 해서 뭔가 심오해지는 것도 아니다.


적어도 개념을 잘못사용한 헛소리는 안한다는 점에서 최소한의 미덕은 갖추었다고 본다.

 

저 위의 어떤 멍청한 100자평의 주장과는 달리 비문이나 오문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이해가 잘 안되서 지껄이는 소리였을 것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ㅇㅇ 2021-11-06 0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책의 평가에 대해서 어느정도 공감하기도 하고, 이 서평 말미에 언급된 엉터리 서평도 재평가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바깥으로만 쏠린 공격적인 시선을 안으로도 조금 돌려 보는건 어떠실지. 물론 지엽적인 비판이긴 하지만 사유란 건 단지 ˝생각˝의 학술적인 표현일 뿐이잖아요... 유려한 문체에 발맞춰가지 못하는 내용에 실망하셨기에 이런 점들이 괜히 더 찝찝하고 불편하게 느껴지셨을 심정도 이해가 갑니다만, 그런 식으로 걸고 넘어지면 매 안맞고 넘어갈 글들은 한 손으로도 꼽을 듯.

해줘 2022-11-02 09:57   좋아요 0 | URL
굳이 혹평을 한 이유는 저자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입니다. 저혼자 기대입니다만 김홍중씨가 유학가기 전에 쓴 문지에서 나온 시집을 깊이 공감하면서 읽었거든요. 저자의 지금 입장에서는 젊은 치기의 산물로 여길른지도 모르지만요. 그러던 차 마침 이 책이 나왔고 또 여기저기 내놓은 평들도 다 극찬이라 기대 만빵으로 집어들었는데 시집에서 일별했던 일도양단하는 날카로움은 간데없고 아카데믹하게 진보연하는 어정쩡한 겉치레와 윤리적인 척 둥글둥글한 센티멘탈에 기대는 자기기만에 실망의 낙차가 컸습니다. 둘째 이유는, 세평들이 지나치게 좋았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여기 알라딘 한줄평중에 멍청하고 악의적인 악평 하나도 이미 있었구요. 이쪽저쪽에서 중간값을 잡고 시각조정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서인지 끼어들어 쓰게 됐습니다.

9년 전에 쓴거고 그이후 이 책을 다시 안읽어봤기 때문에 재감상은 어떨지 모르지만 동기부여가 안되네요. 김홍중씨의 후속작 한 권도 중고로 샀는데 읽겠지 읽겠지 하면서 아직까지 안읽어봤습니다. 제가 게으르기도 한것이겠지만 후속작이 손에 안잡힌다는 그 현상이 제 몸이 반응하는 가장 솔직한 평가의 응집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사유‘운운을 지적한 것은 그것만 보면 물론 지엽적인 트집이겠지만 저는 인문학을 한답시고 말의 포장만 광광한 모양새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전반적인 풍토가 내내 마음에 걸렸었고 따라서 단지 저자를 타겟으로만 두고 평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유‘가 학술적인 표현이라고 생각안합니다. 필요에 따라 못쓸 단어는 아니지만 적어도 이 책에서는 가식의 계열에서 벗어나서 읽히지 않기에 사용 용례들만 가지고 따졌을 땐 그냥 무대효과에 연막을 치는 겉멋에 가깝습니다. 예전 인문학 책에서 툭 하면 ‘존재‘ 운운 하는 것과 비슷하게 봅니다. 존재의 비의니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느니.. 요즘은 ‘애도‘? 요즘 나오는 책들은 잘 안읽어서 모르겠네요. 유행이 지나가면 또 그말들이 싹 물갈이되겠죠.

또 한때는 시나 소설 평론 따위에서 ‘신자유주의‘ 타령을 하며 이게 다 신자유주의 때문이다 라고 막연한 남탓으로 회향을 하듯 마무리를 하는 상투가 있었죠. 지금은 그 신자유주의의 조건이 사라졌나요? 출판사 갈무리처럼 오소독스한 빨갱이 책 내는데를 제외하곤 요즘도 신자유주의 타령들을 하는 데가 있는지.. 요즘은 무슨 개념, 어떤 적 enemy, 어떤 타겟을 가지고 임시 포장마차를 차려서 말장난들을 하는지요? 세계의 조건은 달라진 게 없는데 ‘사유‘의 대상이, 또는 사유를 포장하는 언어가 어떻게 싹 물갈이가 되는지 저로서는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과학기술 엔지니어링처럼 통찰이 누적되서 레벨 업이 된 걸까요?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저 또한 부족한 사람이지만 세평 정도는 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나가는사람 2022-07-03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지나가던 박사과정생입니다. 선생님의 비평에 감탄하는 한편(제가 선생님 비평에 비판할 만한 짬은 없기도 하고..) 이쪽 학계에서 ‘어떤 타겟을 가지고 임시 포장마차를 차려서 말장난들‘을 한다는 것에 무척 공감하고 갑니다.. 제가 공부하는 쪽도 미국에서 대세는 무슨 개념이다..무슨 개념이다..하면서 옛날 이론들은 깡통취급하고 한계가 있는 것처럼만 이야기하는게 좀 그렇더군요. 물론 비판적으로 봐야하는 것이겠지만.. 선생님 글에서 비판하는 법을 조금 배우고갑니다 감사합니다.

해줘 2022-07-11 03:27   좋아요 0 | URL
비평이라고 하시니까 쑥스럽네요. 그저 소비자 사용 리뷰 정도입니다. 그때 그때 기분 솟을 때, 주로 도저히 이건 안되겠다 싶어 빡칠 때 즉흥적으로 써갈긴 거라 당시 심정엔 솔직할 지는 몰라도 손볼수 없는 비문도 보이고 중구난방입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학계에 대해서는 앞으로는 크게 달라질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왜냐하면 이건 노력으로 되는 도덕적인 문제가 아니라 똥인지 된장인지 분별할 줄 아는 지능 문제거든요 그래서 맛을 모르는 다수가 레밍떼처럼 유행이나 권위에 집착하는 거죠 훌륭한 분도 적지 않고 실력에 정당한 인정을 받은 이도 있겠지만 모두가 그렇게 되진 않고 시대가 바뀌고 판이 자꾸 뒤집어져도 구조와 경향은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알수록 더 고통받으려고 태어난 거죠 주제넘은 말 같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