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4
메리 셸리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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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갓 스무 살 애기가 쓴, 이야기 얼개도 엉성하고 픽션 속에서 저자 인생의 날것 건더기까지 대강 붙잡히는, 과학소설이라기 보다는 18세기풍 '도플갱어 고딕 판타지'였다. (19세기 초 소설임.)


저자가 공감을 좋아하고 페이지의 어느 구석을 펼쳐도 온통 자기 감정이라는 내적 만화경의 다채로운 변화에만 집중해 있는데, 냉탕/온탕처럼 억울감과 해방 사이를 주기적으로 오고가며 '심정sentiment'을 과장하는 루쏘주의의 사상적 홍위병 같았다. 운명을 개척하는 모험가 타입의 남자 주인공이 상냥한 배려와, 상심과, 우려의 마음 따위를 편지글을 통해 시종일관 어찌나 조잘대던지.. 

후기 낭만주의가 '인간성 humanity'의 중심에 주인공인 자기soi를 단호하게 세워놓고, 그런 자기와 대항하는, 의식적으로는 눈치 못채지만 또 다른 자기일 뿐인 '그림자'와 싸우고 있는 게 보였다. 가령 페르소나인 배트맨에게 감정 이입하지만 다른 한편 그이의 또 다른 자아인 조커를 반대편에 세워놓은 다음, 공개적인 장소에서 도덕적 응징으로 지워버리기 전까지 분탕 짓거리를 다 하게 두면서 지나가는 축제처럼 난장을 즐기듯이 말이다.

이 소설은 자기 위치를 자각한 의식체의 작품이라기보다는 바다 미역 같은 혼몽 속을 헤매며 주변 기운을 흡수하는 개인과 시대의 '증상'으로 더 읽혔다. 글체에서 엿보이는 작가가 착하게는 보인다. 막연한 공부 욕심이 많고, 남자로 태어났으면 이런 저런 공부를 다 해봤을 텐데.. 따위의 상상도 꽤 해봤던 거 같다. 윌리엄 고드윈이라는 살롱 아나키스트가 구체적으론 누군지 모르겠지만 작자는 서재에 있던 지 아빠를 정말 좋아했던 것으로 보여, 이게 작가 전기가 아닌 가공된 작품에서 감지가 될 만큼 적나라한 부분이 있다. 


셸리가 후일에 작품 개정을 하는데 이 번역본은 초판을 토대로 옮겼다. 번역 문장도 깔끔하고 잘 읽힌다. 과대평가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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