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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 댄서
타네히시 코츠 지음, 강동혁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10월
평점 :
이 이야기는 버지니아 엠 카운티 라클리스에서 일어난 이야기다. 흑인들이 어떻게 스스로 속박의 사슬을 풀고 뛰쳐나오는지의 과정을 그린 이야기. 소설은 원래 허구로 분류되지만 나에게는 현존하는 실제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만큼 등장인물의 대화 하나하나, 구스 강을 끼고 일어나는 장면의 묘사가 현실처럼 가까이 나에게 다가왔다. 작가의 관찰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타네히시 코츠 님이다. 그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이다. <워터 댄서>는 출간 당시 아마존과 뉴욕타임즈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였다. 읽어보면 왜 1위 인지 감이 온다. 나는 코츠님도 대단하지만 옮긴이인 김동혁 님에게 관심이 더 간다. 원서를 우리말로 맛깔스럽게 번역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이 책을 읽어 보면 마치 한국인이 쓴 것처럼 친숙하게 와닿는다. 표현 하나하나를 되새겨 볼 만하다. 한 문장을 읽고 나면 또 자꾸 반복해서 읽고 싶어진다. 아마 이 소설은 앞으로도 몇 번을 더 읽을 것 같다.
소설의 주인공 하이람은 부유한 농장 주인인 백인 아버지와 흑인 노예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배다른 형인 메이너드는 상급자이고 자신은 하급자로 분류되면서 형의 노예로 살게 되는 운명이다. 하이람은 인간이 아니었다. 재산, 그것도 귀중한 재산이었다.
어느 날 형인 메이너드와 하이람이 탄 마차가 강으로 추락하고 하이람은 기억에 없었던 어머니의 환영을 본다. 스스로도 몰랐던 초능력으로 순간 이동하여 홀로 살아남는다.
주인공 하이람의 증조부가 황야에서 땅을 일구어 땅을 비옥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버지니아 라클라스는 계속된 담배 연작으로 풍요로웠던 담배 수확량이 자꾸만 떨어져 갔다. 유기질이 풍부했던 땅은 산성화되면서 서서히 모래땅으로 변해 갔다. 라클리스는 황량한 잿빛으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이 나라의 중심부가 서쪽으로 이동한다. 라클라스의 저택들은 생기가 빨려 나가고 있다.
죽음의 고비에서 벗어난 후 하이람은 더 이상 라클리스에 살수 없다면서 사랑하는 여자 소피아와 도주를 계획하지만 조력자의 배신으로 노예상에게 끌려간다. 하이람을 산 자들은 "언더그라운드"라는 비밀조직이다. 이 비밀조직에서 하이람의 활약상이 펼쳐진다.
작가는 하이람의 초능력을 발휘하는 조건으로 "기억"이라는 것을 주었다. 왜 하필 기억일까? 의미심장하다. 단순한 기억이 아닌 고통스럽지만 자신을 성장시키는 근본적인 기억이 필요하다. 기억은 스스로 기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라진다. 고통과 핍박의 사실은 역사 속으로 묻혀버린다. 노예를 향한 억압과 차별의 역사는 강자의 기억 속에는 없는 역사다. 저자는 말하는 것 같다. 약자의 목소리도 세상에 남겨야 한다. 그래서 기억이 필요하다고.
나도 이 책을 읽은 후 나 자신의 역사를 기억하고 나의 내면의 주체적인 목소리를 내고 싶다. 글이든 동영상이든 메시지를 남기고 싶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뭐든 느껴지는 대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 내가 원할 때 일어나고 내가 원할 때 잠든다는 것이 얼마나 큰 자유인가? " 이 책이 던져주는 가장 강렬한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