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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남극 탐험기
김근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7월
평점 :

[우리의 남극 탐험기]
제목만 봤을 땐 설마 이 얘기가 남금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과 연관이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치 못했다.
읽기 시작한 지 얼마지 않아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이 나오길레 확, 반가웠다.
손을 덥썩 잡고 "나, 그 사람 알어!! 인듀어런스 - 위대한 실패!!! 그 책 나도 감명깊게 봤다구!
우리 저쪽으로 가서 남극표 얼음을 갈아 넣은 팥빙수나 한 그릇 하면서 얘기 좀 할까? 윤종신이가 그랬잖아, 여름엔 팥빙수가 왔다라고! 시간 괜찮아?" 아무말 대잔치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작가의 이름은 (적어도 나에겐) 낯설었으나 문학상을 받고 장르소설도 시리즈로 펴 낸 내공이 만만찮은 사람이었다. 어쩐지- 신인이 쓴 소설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더라고. 흐름이 자연스럽고 억지스런 상황을 그럴 수도 있지 않겠어? 하며 이해시키는 힘이 있다 했으니까. 내가 뭐 소설을 잘 알거나 평론을 공부한 적은 없지만.^^;
이런 걸 액자소설이라 해야 하나?
어니스트 섀클턴, 동명이인이 이끌어 가는 두 개의 교차되는 이야기!
남극 탐험을 떠나 도착 지점을 앞두고 실패했지만, 함께 떠난 모든 대원들을 무두 귀환시킨 위대한 실패로 명명되어지는 진짜 탐험가 섀클턴과 어릴적 병으로 인해 눈이 보이지 않지만 시련을 극복하고 저명한 경제학자가 된 영국 귀족 섀클턴.
두 사람의 이야기를 경제학자 섀클턴을 우연히 만난 내가 두 명의 인생 역대기를 설명해 가는 구조다.
아무렇지 않게 유머스럽고 또 하나의 책을 읽는 듯한 보너스가 있다.
정확이 모르나 들은 적 있는 최초의 남극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 이야기는 기록물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 탐험 일지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탐험가 섀클턴 이야기를 이런식으로 엮어 이렇게 재밌는 소설을 쓸 수도 있구나 - 작가의 상상력과 필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었다.
짜다리 교훈이나 격언을 남길려는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이런 식의 애매모호하고도 한번에 알아듣기 힘든 말들은 좀 불편한 게 사실이었다. 작가도 아마 독자들이 이런 말에 크게 감동하며 '어딘가에 써 먹을데가 있을지 몰라'하며 따로 옮겨 적는 일은 없을 거라는 걸 눈치챘는지도 모르겠다. 어깨 힘만 잔뜩 준다고 가오가 서는 건 아니니까. 뒤에 따라오는, 알아 듣기 쉬우면서도 써 먹는 즉시 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충고를 덧붙인거 보면! 깔끔하고 움찔하게 만드는 힘있는 충고-이런 식의 충고가 갑이다.
초반의 마이너 인생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책의 흐름을 리드미컬하면서 낄낄거리는 호기심을 자아내게 했다면, 본격적으로 시작된 남극 탐험 부분은 경제학자 장님을 모시고 떠난 마이너 청춘의 이야기라고 하기엔 생뚱맞은 부분이 많아 몰입도가 낮아졌다.
소설이니까 북극곰이 남극으로 여행을 올 수 도 있고 펭귄이 날아다닐수도 있지-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니지만 어릴때 월남 전 참전 용사라고 구라를 치던 동네 삼촌들 생각이 났다.
"우리가 말이야 월남 스키부대였는데- 와, 베트콩 총알 사이로 스키를 타고 지나가는데.... "
정글의 스키부대와 화투치는 북극곰이 끄는 남극 썰매가 묘하게 클로즈업 되면서 '말도 안돼 Irony~'원더걸스 노래가 자꾸 생각나 초반의 재미를 반감시켰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충분히 작가의 역량을 짐작할 수 있는 작품이었고 읽어 보지 못한 작품들을 위시리스트에 올려 놓고 책이 나에게 걸어와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혹, 내가 격한 반가움으로 생면부지의 사람과 아무말 대잔치를 하고 싶어졌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빌려 보시길...
어니스트 섀클턴을 위시한 인듀어런스 호에 함께 있던 모든 사람들의 투쟁의 날들이 낱낱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살아 온 것도 기적이지만 극한의 상황에서도 카메라를 놓지 않고 기록을 게을리하지 않은 것에 더 감동했다.
이거 실화냐고?
실화 맞다!
- 인듀어런스
캐롤라인 알렉산더 | 김세중 옮김
뜨인돌 2003.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