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한민국 예비역 병장이다 2 : 이등병 편 - 몸으로 쓴 나의 군대 이야기 나는 대한민국 예비역 병장이다 2
윤태상 지음 / 바른북스 / 2017년 7월
평점 :
품절


[나는 대한민국 예비역 병장이다] 1권 훈련병 편에 이어 2권 이등병 편이다.

인간은 민간인과 군인 두 종류로 구분할 수 있는 시절 중, 민간인에서 군인으로 변신해 가는 과정을 그린 파란만장 훈련병 시절을 지내고 본격 군인으로 살아가는 이등병 시절 이야기들이다.

http://blog.naver.com/acacia0703/221081633592


작가의 이등병 시절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이 책을 선택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까라면 까던 그시절의 군대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더 호감을 가지게 된 것은 익숙한 지명들 때문이다.  

양구, 2사단 노도부대, 32연대, 내린천, 광치령, 리빙스턴교...수없이 등장하는 지명들은 나도 잘 알고 있는 동네였다.

5년을 양구에서 살았었다.

작가가 군대생활을 하던 시절보다는 15년 쯤 후의 일이지만, 그때도 양구는 오지였고, 오지게 추웠고, 군인들이 생활하기엔 악조건을 골고루 갖춘 악조건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은 읍이었다. 읍내 장날에 나가보면 사람 반 군인 반인 동네, 군기 사고로 인해 외박이나 외출이 금지되어 장기화되면 지역경제가 마비되어 군청에서 군기관으로 민원을 넣던 시절이었다. 그래도 생각해보면 그 시절이 좋았고 그 동네가 그리워지곤 했다.

작년엔가 내가 살던 동네에 박수근 미술관이 생겼다고 해서 다녀왔는데 소박하고 아담하면서도 자연과 조화를 잘 이룬 멋진 미술관이었다. 굽이굽이 지나던 신남 고개는 쭉 뻗은 길로 변했고 소양강을 거슬러 춘천으로 오가던 배를 타던 시절은 옛시절 정취를 느낄 때나 타는 배가 되었다고 했다. 춘천까지 터널이 뜷려 쾌속선 보다 빠르게 춘천시내를 갈 수있게 되었었다. 격세지감, 상전벽해...는 이럴때 쓰는 말이라는 걸 실감하고 온 여행이었다.


이런 기억이 있어 양구를 모르는 사람들이 2D로 읽을 내용들을 나는 3D 입체 영화를 보듯 읽을 수 있었다.

행군의 힘듦을 이야기 할 때 지나간 지명들은 내가 드라이버 하면서 지나던 운치있던 길이었고, 야외 훈련 대항군으로 뛰어다니던 산은 산나물을 채집하러 다니던 장소였다. 어느 고개, 어느 동네 할 때 마다 맛집이 생각났고 청정지역인 양구군 일대의 아름다운 명소들이 생각나 힘든 군시절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나는 내 추억과 오버랩되어 더 크게 웃거나 더 마음이 아팠다.


1권의 훈련병 시절에 못지않게 자대 생활도 녹록치는 않았다. 2사단 중에서도 가장 힘들다는 스키부대에 배치를 받은 작가는 온갖 훈련과 교육을 받으며 새로운 임무를 익히기에도 힘든 시간을 고참들의 얼차려와 허드레 일로 더 힘들어 했음이 안타까웠다.

지금 군 생활을 하고 있는 병사들에게 작가가 생활했던 그 당시의 군대생활을 하라고 하면 군인권센터가 업무폭발로 먼저 문을 닫게 되지 싶다. 잘해도 맞고 못해도 맞고 내 잘못으로 얼차려 당하고 동기 잘못으로 얼차려 당하고...'그땐 그랬지'하며 웃을 수 있고 그것도 전우애의 한 갈래였다고 회상하는 대목에서 또 격세지감을 느꼈다.


'요새 군대는 너무 편해졌다' 이런 말을 자주 듣는데 정작 부대 안에서 군대생활을 하는 병사들에게 물어보면 '단군 이래 이렇게 힘들고 팍팍한 군시절이 없다'는 게 공통된 주장이다.

누구에게나 자기가 닥친 현실이 가장 힘들고 어려운 법이니..할 말은 없다!

그렇게 힘든 시절을 건너 건너 대한민국 예비역 병장으로 제대한 작가나 수많은 대한민국의 군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나는 대한민국 예비역 병장이다]가 제목인 걸로 봐서 앞으로 일등병 편, 상병 편, 병장 편이 계속해서 출간 될 예정인 듯 하다.

앞 권의 서평에서 말했지만 꼼꼼하고 세세한 기록에 의거한 그 시절 군생활을 전방위로 조명해 주는 이야기들이다. 새겨 들을 말도 있고 공감되는 이야기도 있고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도 많다.

단지, 아쉬운 점은 이야기가 너무 사실적 이야기로만 구성되어 있어 다소 건조함과 지루함이 있었다는 거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이고 군대도 사람 사는 곳인데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거의 없다.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에선 나올 수도 있겠지만..) 훈련병, 이등병시절의 이야기라 군기가 바짝 들어서 간장인지 콜라인지 구별하기 힘든 어리버리한 시절이었다해도 분명 그런 속에서도 재미있는 일은 있었을테고 웃기는 병사 한 명쯤 있기 마련인데...대부분은 괴롭히거나 갈구는 고참들이고 가끔 진지하고 인간적인 고참들이 등장한다. 웃을 여유가 없었던 건지 작가는 별로 그런 얘기는 쓰고 싶지 않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독자는 그렇다. 눈물속에서도 웃음이 있는 이야기를 읽고 싶어한다는거.


이건 소설이 아니고 기록물에 의한 실화라고! 조선왕조실록에 버금가는 이 시대의 기록 유산물이라니까!

이렇게 얘기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유머없는 고참들 속에서 생활했을 작가의 이등병 시절이었다면  암울하고 유머를 배제한 기록이었다면 우울하다.

다음편에서는 재미와 실화가 공존하는 기록물을 읽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