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생물들의 희한한 사생활
권오길 지음 / 을유문화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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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쉽고 재밌게 풀어서 써 주는 책을 가장 좋아한다.

무엇에나 정통한 것이 없고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보니 어려우면 읽기 싫고 재미없으면 책을 덮게 된다.

그래서 원숭이가 읽어도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써 주시는 권오길 선생님을  존경한다.

살아있는 모든 생물들이 권오길 선생님의 글을 통하면 살아 숨쉬는 이웃이 되더라. 이름을 한 번 더 불러주게 되고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 시켜 주고.


머위잎으로 쌈을 싸 먹다가가도 '이게 쌉싸름한 맛으로 입맛을 돋우는데는 최고지만 주위 식물을 질식시키는 무법자야, 그래서 우리가 식물계의 균형을 위해서라도 많이 먹어 줘야 하는거지' 억지 논리도 펴고, 두더쥐와 같은 삽발을 가진 곤충이 땅강아지인데 땅강아지를 가장 즐겨먹는 대표적인 새가 인디언 추장의 머리장식을 쓴 후투티라는 새인데, 이 후투티는 말이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얘기로 아는 척도 좀 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교환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꼭 요즘 재밌게 보고 있는 프로그램 '알쓸신잡'에 빗대어'알아두면 쓸데가 있긴하는거지?' 묻는 사람이 있는데 당연히 '오버 코올스~'다. 아는 게 힘이라고 하잖는가? 다 권오길 선생님 덕분이다.^^

 이 책의 맨처음에 소개되는 해양 동물이 개불인데 '발칙하고 민망스러운 해양 동물'로 소개되었다.

'발칙하고 민망스러'운에 하하 웃으며 개불에 담긴 개인적인 에피소드가 있다. 비린내 나는 생선을 싫어하시는 부모님 덕분에 바다에서 나는 거라곤 갈치와 고등어 밖에 모르던 남편이 직장을 따라 바다가 있는 동네로 근무지를 옮겼을 때다. 새로 온 직원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동네 이장님이 인사차 수고 한다며 개불을 물통 가득 가져 오셨는데, 개불이 물에 퉁퉁 불어 있는 걸 처음 본 남편은 그야말로 발칙하면서도 민망스런 자태를 보고 기겁을 했고, 어떻게 먹는 건지도 모르겠고 (민망스런 자태로 인해) 먹을 용기도 생기지 않아 이장님 가시고 나서 그대로 바다에 방생을 해버렸다는!!ㅠㅠ

물어나 보지,그 비싸고 맛있는 걸...나한테 엄청난 지청구를 듣고서야 그 퉁퉁불어 요상스레 생긴 바다 생물이 '개불'이었음을 알았고 지금은 없어서 못먹는 개불 킬러가 되었다.^^

서양 사람들은 개불을 '남근 물고기(penis fish)'라고 보이는 그대로 쓴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았고 남편에게 이야기 해 주며 옛일을 회상하며 또 한 번 웃었다.


4부로 나누어진 책은 바다생물에서 시작해 조류,  곤충, 육지동물, 나무, 채소, 꽃에 이르기 까지 생물에 대해 총망라해 놓은 생물도감과도 같은 책이다. 거짓말 않고 빠진 동.식물 빼고는 다 있다.

사찰 주변에 왜그렇게 꽃무릇이 많은지, 박새와 곤줄박이 그리고 동박새가 어떻게 다른지,사는곳 마다 얼룩말의 줄무늬 수는 왜 틀린지 그리고 횡단보도를 zebra crossing이라고 하는 것도 아하! 하며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단순히 생물학적 특성만 소개해 놓은것이 아닌 저자의 생각과  소회, 경험과 유머까지 곁들여 놓아 독자들에게 '원숭이도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겠다' 약속도 지켰을 뿐더러 재미와 감동을 준다는데 더 큰 고마움이 있다.

영화의 등급을 따르자면 '전연령가독'이다.

이번 여름 휴가에 산이든 바다든 들판이든 어디를 가든 이 책을 들고 간다면 분명히 할 얘기가 생길 것이고 이야기 또한 풍성해질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주변의 사소한 풍경에 관심을 기울이고 풍경속에 아무말 없던 배경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환타지를 경험하게 될 지도 모른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보아야 사랑스러운 것은 풀꽃 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진.심.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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