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로 간다 - 열혈 명계남, 리얼 증언과 한맺힌 싸움의 기록
명계남 지음 / 모루와정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그래...까놓고 이야기 하자면,

어느 작가의 책 제목처럼 '너는 어느쪽이냐고 묻느 말들에 대하여' 좀 짜증이 난다.

진보면 빨갱이 보수면 수구꼴통!!

먹고 살기 바빠 진보고 보수고 관심없는 무정부주의자에 가까운 나 같은 사람은 도대체 한 치의 설 땅도 없는 것 같다.

'잘난 사람들...저렇게 목에 핏대 세우고 눈이 시뻘게져선 서로 자기네들이 더 좋은 세상을 위한 이념의 진리를 가졌다고 난린데 왜 군사정권, 참여정부, 실용정부에 이르기까지 내 삶은 하나도 나아진 것 없이 더 신산스럽고 그악스럽기 조차 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좀 조용히들 해 주세요!(..라고 쓰고 닥쳐! 라고 읽는다.) 나도 소리치고 싶다.

이념이라는 거 사상이라는 거 없는 사람들 바보되기 딱 좋은 세상이다.

바보들이 피곤한 세상...상품 광고처럼 피곤이 곰이 되어 어깨를 누르는 것 같다.

바보 대통령 노무현이 세상과 빨리 일별을 했어야 했던 이유 중 하나가 감당못할 피곤함 아니었나..싶기도 하다.

노무현 대통령,

그는 우리의 대통령이었고 우리에게 그런 대통령이 있었다는 건 같은 시대를 살아 낸 사람에겐 위안이자 자랑이다.

대통령이라는 지엄한 독존의 자리에서 역사상 그처럼 허리를 숙여 우리에게 손을 내밀고 눈높이를 맞추려 한 대통령은 단언컨데 없었다.

대통령이라는 듣기만 해도 금박의 프레임이 딱 쳐지는 틀에 갇혀 있지 않고 울고 웃을 수 있는 당신들(?)이 뽑은 국민의 대표라는 인식을 심어 준 최초의 사람이기도 했다.

그래서 때론 품위가 떨어진다 막말을 한다 등의 달 보다는 손가락을 향한 말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었다.

역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위기까지 겪은 그를 보며 대통령의 자리가 면류관만 쓰는 자리가 아니라는 걸, 그 안에 숨겨진 가시관도 같이 쓰고 있는 자리라는 걸 보았다.

뽑았으면 맡겨보고 맡겨 본 뒤에 평가가 따라야 함에도 무조건 흔들기 바쁜 보수나 격앙된 목소리로 닥치고 찌그러지라는 홍위병처럼 보이는 진보나...도대체 뭐하자는 건지 피로감은 그때 부터 누적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열혈 명계남,

리얼 증언과 한맺힌 싸움의 기록 <봉하로 간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곁에서 지켜보고 그를 위해 싸우고 그의 승리를 축하하며 그를 흔드는 세력들을 견제하고 그의 죽음 앞에 울분을 감추지 못하는 명계남의 그야말로 한맺힌 기록들이다.

우리가 몰랐던 노무현 대통령의 소탈한 서민적인 모습과 거 참...싶은 안타까운 사연, 대의를 위해서 희생을 감수한 국정운영, 욕을 먹으면서도 밀고 나갔던 많은 정책들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로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물론, 노사모의 대표로 활동했다는 이력때문에 연루되었다고 볼 수 밖에 없는 '바다 이야기' 사건의 심경, 보수 언론에 대한 유감, 주변 사람들에 대한 섭섭함과 격려의 글들도 명계남의 시선으로 적혀있다.

니 편 내 편 가르는 걸 질리도록 보고 있는지라 새로울 것도 없지만 <봉하로 간다>는 내 편인 사람 손들어 봐라!! 는 목소리가 너무 쟁쟁해 불편했다.

나같은 사람 때문에 역사가 후퇴하고 말도 안되는 위정자들이 득세를 하며 대한민국이 꺼꾸로 쳐 박히고 있다고 삿대질을 한다해도 아무편도 들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다. 그저 내 휜 새우등을 더 휘게 만 하지 않는다면 백묘든 흑묘든 상관없다.

내가 믿고 따를 수 있는 단 한 사람, 그가 아니면 안되는 유일한 사람을 떠나보내는 심경은 인지상정이니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도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고 싶지만 그게 잘 안되어서 적에 대한 증오와 인생 냉소, 괴팍함과 육두문자로 원대하고 잔인한 역습을 꿈꾸며 그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을 때 치르는 나름의 저항이라고 적었다.

오죽했으면..싶다.

그러나,

내 편이냐고 묻는 그의 눈에 선 핏발이 너무 선명해 선뜻 손 내밀어 줄 수없음은 이념의 부재라기 보다는 냉기로 인한 위축 때문이다. 상대를 향한 날선 언어들이 나를 향해 곧 날아 올 것 같아 주춤거리게 된다. 엄이불잔(嚴而不殘)! 중용은 이미 낡고 비루한 핑게라고 닦달할 것만 같아 주눅부터 드는게 사실이다.

내 어릴적 할머니 말이 '남 밉다고 숯불 던지면 내 손 먼저 데이는 법이다' 하셨다.

승리를 향해 높이 든 그이 손이 데이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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