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서각 - 한밤에 깨어나는 도서관 보름달문고 43
보린 지음, 오정택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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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에 깨어나는 도서관, 귀서각!!!

책을 펴기전에...(귀서각의 문을 열기전에...)심호흡 먼저한다!!

설마 귀서각 문이 열리자마자 귀신들이 한꺼번에 문 밖으로 우르를 쏟아져 나오는 건 아니겠지?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같이 죽자고 물귀신 작전을 펴는 귀신이 있을지도 몰라..

설마 꿈속에 까지 따라와서는...?

워,워... (세차게 도리질)



마음을 졸이고 심호흡을 하면서도 끝내 뿌리치지 못하는 일 중에 하나가 귀신이야기 듣기다.

소름돋는 오싹한 기운과 자꾸 등뒤를 돌아보게 되는 으스스한 기분은 옵션!!

들을 때보다 듣고 난 뒤의 잔상이 더 무섭게 다가오는 귀신 이야기.

귀서각에는 우리가 들어왔거나 아직 듣지는 못했지만 없으리라는 법도 없지..싶은 귀신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물귀신을 보러 물에 가지 않아도 되고 계란귀신을 만나러 양계장(?)에 가지 않아도 된다.

이 모든 귀신들이 한 집에 모여살고 있으니!!



엄마도 아빠도 없이 할아버지와 '만권책방'에서 지내는 <구오>.

비오는 밤 급하게 사람을 구하러 찾아 온 송영감의 손에 이끌려 귀서각으로 향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두둥!!!!

드디어 귀서각의 문 앞에 선 <구오>!!

이 문을 열고 들어가지 전에는 이 문 안에서 펼쳐질 기이하고 오싹한 경험을 상상이나 했을까?

거.. 누구였지?

옷장문을 열고 들어가서 적을 물리치고 사자와 결탁해 반인반수의 나라를 구하는 애들...맞다!!!! 나니아 연대기 네 남매!!^^

나니아 연대기 스릴은 구오의 귀서각에 비하면 껌이다. 걔네들은 단체(?)였고 어쨌기나 사람의 형상이 반은 남아있는 애들이랑 결투를
벌였지만, 우리의 불쌍한 구오는 혈혈단신 아무런 비장의 무기도 없이 준비도 없이 어떨결에 귀신의 소굴에 떨어진거나 마찬가지니까.

흠, 그래서 더 기대된다는..ㅎㅎ

엄마야, 놀래라!!!@@



구오는 귀신에게 책을 읽어주는 책선생. 소문을 듣고 구오를 찾아 온 첫번째 손님, 손각시!!

파리한 모습의 한복을 차려입은 예쁘장한 손각시였지만, 혀를 빼 물고 죽은 전력이 있는.. 화가나면 이렇듯 무시무시한 얼굴로

변신!!



귀신에게 책을 읽어 줄 때 주의할 점



귀신이 원하는 책을 읽어 줄 것.

감정을 넣지 말고 읽어 줄 것.

귀신의 얼굴빛을 잘 살필 것.



이 세 가지 주의점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구오는 엉뚱한 책을 감정을 넣어 낯빛을 살피지도 않은 채 읽어 주었으니 손각시의 얼굴이 울그락
푸르락 할 수 밖에. ^^



구오, 다행이 혼자는 아니었구나.

누렁이 덕분에 손각시의 노여움에서 겨우 풀려 난 구오 앞에 등장한 <제이>.

귀신이 아닌 사람을 만난 기쁨도 잠시...바깥 세상의 시계와 귀서각 시계 사이에는 12시간이라는 차이가 있고, 귀서각지기 송할아버지가
스스로 나타나기 전에는 찾을 수도 없고 문을 열어 줄 사람이 없다는 것,시간이 되어도 귀서각 문이 열리지 않는다면..귀서각 안에 흩어진
신령스러운 물건을 모두 모아 처용의 얼굴로 변신해 귀신들을 물리치는 게 귀서각을 빠져 나갈 수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전해 듣는다.



그나저나..제이 귀엽고 우리 구오랑도 참 잘 어울린다.



귀서각의 귀신들과는 격이 다른 여인천하 삼인방, 세 신령!



눈도 밝고 귀도 밝고 머리까지 좋아서 보고들은 일을 모조리 기억해 두었다가 하나도 빠짐없이 하늘님께 일러바치는<부뚜막 할멈>,
죽령 산신령이자 귀신 탐정을 자처하는 시끄러운 참견쟁이 <다자구 할멈>,뒷간에 사는 신령이자 잘못을 저지르면 벌을 주는 <뒷간
각시>.

범상치 않아 보이는 세 신령들, 그 중 다자구 할멈의 탐정 활약은 부뚜막 할머니의 복숭아 나무 지팡이, 야광이에게 구구단을 가르쳐주고 얻은
책선생 길라잡이와 더불어 구오가 귀서각을 빠져 나갈 수 있는 처용 얼굴을 만드는 단서들을 모아가는데...



쉬운 여정이었다면 이렇듯 많은 귀서각의 엑스트라들이 필요치 않았겠지.

역경이 심할 수록 성취의 기쁨도 큰 것이니..쌈박질에 이골이 나 있는 구오가 귀서각 안에서 귀신들과의( 족히1600 : 1의 대결을 될
듯싶은..더구나 1이 구오라니!!)결투를 어떻게 헤쳐나가게 될지 사뭇 기대!!^^



귀신잔치에 참가한 이름조차 생소하고 망라하자니 끝이 없는 수많은 종(?)의 귀신들!!

우리 곁에 이렇듯 많은 귀신들이 살고 있었구나..갑자기 등 뒤가 서늘해진다.

특히, 무시무시함을 넘어 집요함과 사악함까지 갖춘 창귀, 빠각빠각빠각 소리마저 기분 나쁜 귀신도 되다만 수비, 눈이 마주치면 혼을 빼가는
그슨대, 제몸까지 활활 태우는 지귀...엄청나다.



"그렇지 않아, 실은 보고 싶은걸."(P.261)

송헌의 이야기는 구오의 아픈 상처와 오버랩되고 송헌의 아픔이 구오의 아픔으로 승화되면서 치유로가는 실마리를 보여주는 대목은 따뜻하면서도 짠
하다.

창귀속에 든 송영감과 구오의 이야기 속 송헌의 엎치고 메치는 반전이 거듭되면서 이야기는 절정으로 치닫게 되는데...





" 책 속에 길이 있다. 글자로 만들어진 그 길은 마음이 안과 밖을 잇고, 생각과 생각을
잇고, 세계와 세계를 잇는다."(P.239)




책 속에 길이 있다는 은유적 표현을 이렇듯 직설적인 해석으로 풀어 낼 수있는 작가의 구성에 나는 빙긋
웃는다.^_____^


그렇지, 그렇지... 책은, 마음을 잇고 생각을 잇고 세계와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지!!

우리가 헤쳐나가야 하는 수많은 난관과 어려움, 내 자신도 믿을 수없는 희안한 세상에 내동댕이 쳐졌을 때라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면
반드시 길을 찾을 수있다는 교훈을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구오를 통해 우리에게 가르쳐 주시다니...멋지다!!



드라큐라, 흡혈귀, 좀비, 강시...그동안 외래종 귀신들 이야기에 밀려 설자리를 잃었던 순수 토종 국산 귀신들을 모처럼 한자리에 모이게 해
신명나는 잔치를 벌이게 한 흥겨운 책이기도 했다.

우리것의 경쟁력은 옷이나 음식에만 있는 게 아니라 귀신들에게도 충분히 자격이 있음을 이 책을 통해 깨달았다!^^



해리포트 이후 비슷비슷한 아류의 판타지물이 아이들을 현혹하고 난립하는 이 때, 우리의 주제로 그려낼 수있는 판타지의 세상을
보여준 것에 대해 작가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



세상의 모든 길이 책에서 비롯됨을 알려주는 귀서각으로의 초대...흔쾌히 응할 용의가 있으나 비오는 밤 만큼은 사양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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