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김신데렐라 초승달문고 21
고재은 지음, 윤지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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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미술 작품앞에서 엄마는 열심히 전시된 그림에 대해 설명을 하는데 아이의 눈에 보이는 건 온통 커다란 어른들의 몸과 웅장한 전시대만이 시야를 가리고 있어 땀만 흘리고 있는 그림을 본 적이 있다. 

다 큰 내 키에 맞추어 생각치 말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얘기하고 생각해 보라는 메세지가 담긴 그림이었을 것이다.

눈높이 맞추기!

공익광고나 학습지 홍보 전단지 같은데서 숱하게 봐 온 말이어서 그리 낯선 말도아니고 이해가 안가는 말도 아니다.

그럴 상황이 오면  좀 구부리기만 하면  해결될 일이어서  어려운 일도 아니고!

 하지만, 이 구부린 채로 이야기를 주고 받기란 생각보다 많은 인내를 요하고 내가 모르는 사이에 벌떡벌떡 일어서기를 자로해서 여간해선 이 자세를 유지하기가 힘들다는 것도 해 본 사람이면 다 안다.

 

아이를 키우는 나에게도 분명 아이때의 시절이 있었고 그때의 나를 이해못하는 어른들로 인해 상처받고 속상한 적이 있었음을 기억한다. 그러나, 정작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얼마나 아이들 마음을 이해하고 그들의 작은 신음에 귀 기울였나?를 생각해 보면 할 말이 없어지고 만다.

'못살아, 못살아..'를 입버릇처럼 되뇌고 '엄마 말 먼저 들어!' 윽박지르기 일수였고 '크면 다 알게 돼' 로 호기심마저 뭉개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 했음을 고백하노니...아, 부끄럽다.ㅠㅠ

 

' 내 이름은 김신데렐라'

책의 표지에 적힌 말 처럼 "한 때는 모두의 마음이었을 '어린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하는 따뜻한 책이다.

뿐만아니라, 따뜻함 뒤에 느껴지는 아픈 반성으로 아이를 한 번 더 보듬어 보게 하는 성찰의 책이기도 하다.



 

나는 보리차가 싫어에서 보리차를 사러 간 심부름 길에 하얀사람의 꼬임에 빠져 킹파워 딱지를 사버린 인섭이와 인섭이를 혼내면서도 갖고 싶은 물건 앞에선 똑같이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는 인섭이 엄마의 모습에서 살짝 웃음이 나면서 아이의 마음속으로 한 걸음 더 걸어들어 갈 수 있었다. 그래, (애타게) 갖고 싶은 물건이 눈 앞에 있으면 (속된 말로) 지름신의 강림을 누구도 막을 수 없지...하하하. 나를 돌아보며  아이의 변명같은 거짓말들을 다 용서 할 수 있는 마음이 되었다.

 

남자이긴 하지만 신데렐라를 너무 좋아하는 내이름은 김신데렐라 진우! 

아이가 정체성을 찾는다는 건, 자라면서 터득하는 자연스러운 성향이 아니라 어쩌면 부모와 사회가 주는 세뇌의 결과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이야기였다. 내가 바라는 특정한 모델의 아이가 아니라 아이가 갖고 있는 그 자체로의 아이로 받아들이는 일.. (나도 아직 자신이 없긴 하지만 ㅠㅠ) 어쩌면 높디 높은 세상 속 편견의 벽과 싸워나가야 할 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진정 아이가 행복 할 수있는 모습을 찾아주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받아 들일 준비가 되어있느냐를 물어 오는것 같았다.

 

그리고,  2학년 3반 이주희와 구구단을 외우지 못해 선인장 속에 갇힌 희철 선인장!

읽고 나서도 내내 마음이 쓰이고 아파서 그 아이들이 (정말 내 주위에 있는 양) 잘 자라주길 진심으로 기도하는 마음이 되었다.

 

'물건에 이름을 써 두면 잃어버리지 않는단다.' 선생님의 말을 철썩같이 믿고 보이는 모든 것에 자기 이름을 적는 주희! 선생님이 매를 들고 혼을 내고 엄마가 엉덩이를 찰싹거리며 때려도 이름을 써 두어야 잃어버리지 않으니까 그만 둘 수도 없다.

늦은 밤 쭈글쭈글한 얼굴과 빠글거리는 파마머리로 돌아와 설거지도 못하고 몸은 누이는 엄마 등에 크지도 작지도 않게 자기이름을 써 넣고는 "이제 엄마는 아무데도 못가, 아빠처럼 도망 못 가."라고 속삭이는 주희를 보며 (정말이지)눈물이 핑~ 돌았다. ㅠㅠ

주희가 써 놓은 모든 물건과 사람이 하나도 잃어버리는 일 없이 다시 돌아오길...선생님의 말씀이 진리이길...바라고 또 바란다.

 

구구단을 외우다가 틱 장애를 일으키는 희철.

잘 하고 싶은데..엄마나 선생님을 실망 시켜 드리고 싶지 않은데...생각만큼 행동과 몸이 따라주지 않아 나타나는 심리적 불안과

겉으로 표출되는 이상 행동.

구구단을 잘 외우고 싶지만, 자꾸 자라 나올려는 몸안의 가시 때문에 어쩔수 없이 몸을 떨어야 하는 희철이를 읽으며 아이들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 보기 위해 나는 얼마나 키를 낮추고 구부려 있는 시간을 할애했는지 생각하다 가슴이 턱, 내려앉는 걸 느꼈다.



짧은 네 편의 이야기를 읽고 나서 나는, 내가 어른들로부터 상처 받았던 그 어린날의 마음에서 얼마나 멀리 와 있는가를 바늘에 찔리 듯 퍼뜩 정신이 들면서 주위를 소홀히 했음을 자각하는 아픔을 느꼈다.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다채로운 생각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 아이들의 눈과 내면에서 솟아나오는 우렁차고 향기로운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었다면 너무 늦은 것일까?

내가 세운 기준에 맞춰 끌고 가려는 욕심에 눈이 멀어 아이의 몸에 선인장 가시를 돋게 하고  내면의 목소리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아이는 나름대로 보이는 모든 것에 이름을 새기고 있음을 나만 눈감고 귀 막고 있었던 건 아닌가싶은 반성이 너무 늦지

않았기를...

 

내 아이가 정말이지 행.복.하.게 자라길 진.심.으.로 바라는 모든 부모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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